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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함민복 

당신 생각을 켜 놓은 채 잠이 들었습니다

 

 

시월에 - 문태준

오이는 아주 늙고 토란잎은 매우 시들었다

산 밑에는 노란 감국화가 한 무더기 해죽, 해죽 웃는다
웃음이 가시는 입가에 잔주름이 자글자글하다
꽃빛이 사그라들고 있다.

들길을 걸어가며 한 팔이 뺨을 어루만지는 사이에도
다른 팔이 계속 위아래로 흔들리며 따라왔다는 걸
문득 알았다.

집에 와 물에 찬밥을 둘둘 말아 오물오물 거리는데
눈구멍에서 눈물이 돌고 돌다.

시월은 헐린 제비집 자리 같다
아, 오늘은 시월처럼 집에 아무도 없다.

   - 2006년 시집 <가재미> (문학과 지성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