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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1 - 김용택

 

해가 지면 나는 날마다 나무에게로 걸어 간다
해가 지면 나는 날마다 강에게로 걸어간다
해가 지면 나는 날마다 산에게로 걸어간다
해가 질 때, 나무와 산과 강에게로 걸어가는 일은
아름답다 해가 질 때

사랑하는 사람을 그리워하며 사랑하는 사람에게로

산그늘처럼

걸어가는

일만큼

아름다운

일은

세상에

없다

집 - 김용택

 

외딴집,

외딴집이라고

왼손으로 쓰고

바른손으로 고쳤다

 

뒤뚱거리면서 가는

가는 어깨를 가뒀다

 

불 하나 끄고

불 하나 달았다

 

가물가물 눈이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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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운 사람이 외로움을 느끼는 것은 비단 혼자 있어서만은 아닐 터인데

거리 한복판에서, 모두 목적지가 있어서인지 바쁘게 걸음을 재촉하는 북적이는 인파속에서,

특히 하루가 저물어 환하게 불밝힌 거리에서, 

나만 빛 없는 한 점같이 느껴지는 때가 있다. 

어디로 가야하나.

기다리는 얼굴들, 기다리는 따듯한 집이 있어서 사람들은 저리 분주히 걸음을 옮길까 생각할 때가 있다. 

나만 그 거리에서 동떨어진 외딴 집 같이 느껴질 때가 있다. 

 

외딴집ㅡ이라고 가슴으로 쓰고

머리로 고친다.  아니, 지웠을까? 

그리고 그림을 그린다. 뒤뚱거리면서 가는 사람, 

그 사람의 가느다란 어깨를 감싸는 집을 그렸다. 

그런데 그 집이 그 사람을 가두었다. 

외로운 사람은 차라리 스스로를 가둔다.

더 외롭지 않으려고 숨어버린다. 

자신이 만든 외딴 곳에. 

 

외로움의 불 하나 끄고 아무것도 느끼지 않기 위해서 또 다른 불 하나 켠다. 

희망의 불일까?  아니면 스스로를 가둔 외딴집에서 나오기 않고 지내려는 체념의 불일까? 

가물가물, 밖에선 얼어버린 눈물이 소리없이 대신 내려온다. 

누군가 나를 위해서 대신 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