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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분다.. 늦은 아침, 창을 열자 제법 센 찬 바람이 기다렸다는 듯 밀려 들어온다. 바람...하면 어떤 바람이 우리의 기억 속에서 제일 먼저 떠오를까? 오늘같이 세게 부는 차가운 바람? 난 어김없이 윤동주의 시가 제일 먼저 떠오른다.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얼마나 맑고 섬세하고 아름다운, 그래서 너무나도 소중한, 또 그래서 끙하고 가슴 저려오는 고백인가? 큰 바람이 불어야만 바람을 느끼는 우리들인데. 뿌리 깊은 나무를 흔드는 바람도 아니고 작은 이파리 하나가 흔들리는 그 작은 바람에도 그는 아팠다 한다.
시인이 아닌 내가 이런 고백을 한다면 어떤 반응을 할까? 너무 감상적이야. 넌 너무 예민해. 살기 피곤하겠다. 그러면서 한참 유행하던 혈액형을 언급하거나 또 요즘 유행하는 MBTI를 이야기할지 모른다. 그러면 또 우리는 마른 잎처럼 입을 다물겠지.
오늘 찬바람 스치는 거리를 지나며 동주의 이 맑은 시구절을 습관처럼 외다가 아주 오래전 어느 날이 떠올랐다. 지친 퇴근길에 일몰을 바라보며 혼자 중얼거렸던 기억ㅡ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살아있는 것'을 사랑해야지. 120324 ------------------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윤동주, 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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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욱진- 밤과 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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