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1'에 해당되는 글 5건

슬픔 

사랑한다며 
아름다운 여린 꽃 
아프게 꺾어 
손에 들고 
가시밭을 걷는다, 그 
빛 앞에 
쪼개지는 어둠 


(bhlee 112125)MP
ㅡㅡㅡ

아름답고 예뻐서 지켜주려는 마음? 충고? 그게 얼마나 잘못된 관심과 욕심일까?  
더한 아픔과 상처를 내면서 지켜주려고 꽃을 꺾는 일이 사랑일까? 
척박해도, 추워도, 때로 목말라도  제 땅에서 견디며 뿌리내려야 하는데
그렇게 단단히 성장해야 하는데 끝까지 살려낼 수도 지켜줄 수도 없으면서 상처만 주는 무지한 사랑, 
그 어둠을 비춰주는 빛이 가시 같이 아프다. 
ㅡㅡ
photo by bhlee

나무 

소중한 방문객을 만나러 가는 길
("그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만나러 가는 길)*
잎하나 내 발 앞에 날아와 앉았다.
붉게 물들어 가는 제 몸 한쪽엔
고집스럽게  나는 물들지않겠다
자신을 지키는 노란 빛이 당당하다. 

그 작은 잎 데려다 마음에 심었다 
마른 잎 속 작은 나무가 가지를 뻗고 있다. 
해와 달을 그렸다.  
갑자기 영원 같은 공간에 서 있다 
내가 서있다
떨어진 잎이 아닌 나무로. 

 <bhlee 111325>
 
*정현승 시인을 인용했음 
ㅡㅡㅡㅡㅡ
나도 모르게 해와 달을 그려넣다가 내가 장욱진을 흉내내나보다 혼자 웃었다. 
내가 처음 장욱진 그림을 만났던 그 먼 옛날, 나의 첫 탄성은 그의 그림 속 시/공간을 초월한 순수한 세상이었다. 
해와 달이 공존하는 세상. 자연과 사람과 선한 동물이 나무 속에, 나무 위에 옹기종기 모여사는 세상.  
ㅡㅡㅡㅡㅡ

by bhlee



그렇게 소중했던가 - 이성복

버스가 지리산 휴게소에서 십 분 간 쉴 때,
흘러간 뽕짝 들으며 가판대 도색잡지나 뒤적이다가,
자판기 커피 뽑아 한 모금 마시는데
버스가 떠나고 있었다.
종이컵 커피가 출렁거려 불에 데인 듯 뜨거워도,
한사코 버스를 세워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가쁜 숨 몰아쉬며 자리에 앉으니,
회청색 여름 양복은 온통 커피 얼룩.
화끈거리는 손등 손바닥으로 쓸며,
바닥에 남은 커피 입 안에 털어 넣었다.
그렇게 소중했던가,
그냥 두고 올 생각 왜 못 했던가.
꿈 깨기 전에는 꿈이 삶이고,
삶 깨기 전에 삶은 꿈이다.

“나에게 원이 있다면
뉘우침 없는 일몰(日沒)이
고요히 꽃잎인 양 쌓여 가는
그 일이란다” ㅡ김남조

11월이다.
아무리 기다려도 곁을 내주지 않고 인색하던 눈부신 가을하늘이 드디어 찾아와주었다.  감사하다!
길고 긴 겨울이 오기 전 마지막 아름다움....

지난 3일간 매일 연이어 세 분이 하늘로 떠나신 소식을 들었다. 이 나이에 점점 자주 마주하게 될 현실이다.  그래도 먹먹했다.

마지막은 그것이 무엇이든 비록 순리이고  아름다울지라도 “슬픔"이다.  가을이 조금씩 떠나가는 11월, 오늘 산책 길에 더더욱 내 마음을 물들인 노을처럼.

노을로 가는 길이 “천천히” 라고 일러준다.
이 말이  이젠 속도가 아니라 한 걸음도 의미있게..로 읽힌다.
ㅡㅡㅡ
photos by bhlee(110225)

낮엔 달처럼
밤엔 해처럼
그렇게 살아도 좋으리…

 
photos by bhlee(10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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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hnSS
산은 산, 물은 물처럼, 낮엔 해, 밤엔 달인줄 알았는데 아니네요.
선생님 말씀 중에 어둠속에 빛이 있으면 더 이상 어둠이 아니라고 하셨는데, 밤에 해가 있으면 밤이 낮이되고 낮이 밤이 되는, 혁명적인 상황이네요^^
선생님 미적 감각은 따라갈 수가 없네요, 어쩜 이런 사진을 찍으실 수 있는지요!

-->bhlee
고마워.
맑고 밝은 하늘을 기다려도 기다려고 인색하던 가을이  요몇일간 마침내 가을 햇살을 환히 내려주니 참 감사했지?
길고 긴 겨울이 오기 전..... 

사실
낮엔 해처럼 밤엔 달처럼이란 말이 우리에겐 참 익숙하지. 
노래도 있고 ㅡ "낮엔 해처럼 밤엔 달처럼 그렇게 살 순 없을까"....

하지만 그냥 난 빛과 어둠 너머에 그것에 가려,
또는 우리의 시각과 고정된 의식에 의해 보이지 않는, 그렇지만
여전히 거기 있는 소중한 존재에 대해 생각해봤어.
낮 달과 밤의 해처럼…
그렇게 살아도 된다고 말해주고 싶었어.  (FBk에서 가져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