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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쓸하지 않은 따스함을 당신은 보셨는가?" - 허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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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는 동안의 기록
읽히지 않고 들릴 때도 있다
한 장 한 장
오래오래
시간이 안쓰럽게 우리를 번역하고 있었다
비 오기 직전 구름 같은 우리의 마음을
마음의 생애를
그러다 언제쯤
당신과 나는 누군가가 듣고 있는
이 지구에 없는 목소리의 유랑인이 될 거다
아무도 건설해본 적 없는 국도를 걷는 아픈 고아,
꿈꾸는 귀가 듣는 발자국일 거다"
<허수경, "듣는 책" 일부>
허수경 시인은 말한다. "고아들은 자신의 정체성을 스스로 만들어야 하는데, 기댈 전통이 외부에 있다는 것을 몰라서가 아니라 그 전통이라는 것에 기대면 스스로를 베끼는 시를 쓸 수밖에 없는 위기감" 때문에 "시인으로서 나의 존재는 고아"라고.
"그 박하의 나날 동안 보라빛 박하꽃은 피고
숲 속에 들어간 벌 한 마리는 다시 나오지 않았다.
그렇지 않았니? 나는 나에게 물어본다.
......
나는 나에게 물어본다 박하의 나날 동안 나를 동반한 것은
박하와 나 뿐. 이 절대의 향기는 시간의 눈물 같은 것이었다."
<허수경, "박하의 나날"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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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수경 시인 (1964~2018)
아까운 분. 지도 교수로 만났던 독일인 남편을 두고 암투병 중 젊은 나이에 그만 세상을 떠났지.
찬란한 시를 쓰는 날들을 '박하의 나날'이라 고백하던 시인.
내가 이를 수 없는, 가 닿을 수 없는 깊이의 눈과 진솔한 고뇌와 쓸쓸함, 그리고 따스함의 언어를 가진 시인. 그 언어의 깊이는 시인의 말대로 어쩌면 꿈꾸는 귀가 되어야 들을 수 있는 발자국인지 모르겠다.
그녀의 시에서 나는 nostalgia라는 슬픔을 읽는다. (좀 더 근원적인 의미의 노스탈지아.)
"쓸쓸하지 않은 따스함을 당신은 보셨는가?
따스한 쓸쓸함을 당신은 보셨는가?
따스함이 쓴 쓸쓸의 안경
서럽고 따뜻하고 흐릿하다"
시인의 이 시구절을 그녀에게 되돌려 말해주며 말 건네본다.
쓸쓸하다 내가 말하는 것이 그 언어에 왠지 죄스러운 이 저녁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