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n, Paper, Power!
솔직한 글쓰기 몸과 정신건강에 좋다

마음속 깊은 곳의 상처 글로 옮겨
천식·관절염 증상 완화등 긍정적 연구결과도



Claudia Kalb 기자



로리 갤러웨이(40)는 수십 년 동안 친아버지와 의붓 아버지를 총이나 폭탄으로 살해하는 악몽에 시달렸다. 그녀는 어렸을 적 몇 년 동안 성적 학대를 겪은 결과 스스로 ‘세상에서 가장 가치없는 인간’이라는 생각을 갖게 됐다. 그 정신적 충격에 대해 얘기만 해도 신체 반응이 금방 나타났다.

그녀는 “온몸은 물론 목소리까지 격렬히 떨리곤 했다”고 말했다. 잦은 편두통에 시달리기도 했다. 상담요법에다 항우울제까지 복용해 봤지만 아무 효과가 없었다.

갤러웨이는 몇 개월 전 색다른 방법을 시도했다. 컴퓨터 앞에 앉아 어린 시절 받은 학대가 어떻게 스스로를 가치없는 사람으로 느끼게 만들었는지 30분씩 세 차례에 걸쳐 글로 쓴 것이다. 첫번째 글은 앞뒤가 맞지 않았다고 그녀는 말했다. 그러나 세번째가 되자 그녀는 과거로부터 자유로워짐을 느꼈다. 곧 떨림 증상은 물론 두통도 사라졌다. 그녀는 “글쓰기가 인생을 완전히 바꿔놓았다”고 말했다.

고백에 기초한 글쓰기는 적어도 르네상스 이래 존재했다. 그러나 새 연구에 따르면 그런 글쓰기는 지금까지 알려진 것보다 훨씬 치유력이 강하다는 사실을 시사하고 있다. 자신을 괴롭히는 경험을 글로 표현하는 사람은 기분이 한결 좋아지는 것을 느낄 뿐 아니라 병원 신세를 지는 횟수가 줄어들고 질병 저항력도 강해진다는 사실이 지난 80년대 중반 이래 여러 연구에서 밝혀졌다.

최근에는 글쓰기와 건강의 연관성을 더 분명히 밝힌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美 의학협회보(JAMA) 최신호에 실린 연구 보고서는 글쓰기가 천식과 류머티스性 관절염 증상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미국 텍사스大(오스틴)의 심리학 교수로 진솔한 글쓰기 영역의 개척자인 제임스 페니베이커는 “믿기 어렵지만 경험을 글로 쓰는 것은 건강에 유익한 일”이라고 말했다.

적응력이 강하고 건강한 사람이라도 살다보면 부담이 되는 정서적 문제를 안게 마련이다. 어린 시절 부모의 이혼에 따른 고뇌, 친구·가족과의 갈등, 실수와 실기(失機)에 대한 회한을 예로 들 수 있다. 일반적으로 연구진은 대상자들에게 사나흘 연속 하루 15∼20분씩 그런 경험을 기술하도록 주문하면서 문장을 다듬거나 격식을 차리는 데는 신경쓰지 말 것을 당부한다. 완벽한 수필을 써내는 것이 아니라 마음의 고물 집하장으로 파고들어가 마음에 걸리는 경험을 글로 옮기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페니베이커는 한 연구에서 46명의 대학생을 마음의 상처에 대해 글을 쓴 집단과 기숙사 방이 어떻게 보인다는 등 사소한 일에 대해 적는 집단으로 나눠 비교했다. 연구에 착수하기 전 각 집단이 대학 구내 진료소를 드나든 비율은 비슷했다.

그러나 글쓰기 이후 정신적 충격에 대해 쓴 집단은 대조군에 비해 진료소 출입 비율이 50%나 떨어졌다. 지난해 발표된 또다른 연구에서는 직접적인 생리학적 증거가 발견됐다. 글쓰기 덕에 혈액 내 질병을 막아내는 림프구가 증가한 것이다. 예비 연구단계에서는 글쓰기가 혈압을 다소 낮출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까지만 해도 이런 연구는 주로 건강한 사람을 대상으로 했다. 환자들에게 글쓰기 효과를 시험한 것은 JAMA에 발표된 연구가 처음이다. 그 연구에 따르면 천식 환자의 경우 자동차 사고·신체적 학대·이혼·性적 문제 같은 경험에 대해 기술한 사람의 폐기능이 평균 19% 향상됐다.

류머티스性 관절염 환자의 경우 증상이 28% 호전됐다. 그러나 대수롭지 않은 일을 글로 적은 환자들에게서는 그런 변화가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 노스 다코타 주립대의 심리학과 조교수로 이번 연구 보고서를 공동 작성한 조슈아 스미스는 “약물치료로 효과를 볼 수 있지만 심리적 욕구에도 관심을 기울이면 더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글쓰기에 단순한 카타르시스(감정 정화) 이상의 효과가 있다고 믿는다. 글쓰기 덕에 마음을 어지럽히는 상념들이 앞뒤가 맞는 이야기로 변형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또 경험에 대해 쓴다는 것은 그 경험으로 인한 정서적 충격을 둔화시키는 효과도 가져올 수 있다.

노스 캐롤라이나州 채플 힐의 심리학자 테리 밴스가 말하는 ‘편지요법’을 선호하는 사람도 있다. 밴스는 98년 발간된 ‘마음의 편지’(가제·Letters Home)에서 많은 사람이 자신의 삶과 연관된 다른 사람에게 편지를 씀으로써 껄끄러운 관계나 갈등으로부터 ‘벗어나는’ 과정을 소개했다.

그녀에 따르면 직접적인 대화는 감정폭발로 발전할 수 있지만 편지는 그럴 염려가 없다. 어느 환자는 가족 앞으로 편지를 띄운 결과 가족 간의 유대감이 돈독해졌을 뿐 아니라 자신의 우울증 치료에도 도움이 됐다며 “내가 누구인지, 내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분명히 알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일기를 쓰는 방법도 있다. 심리요법 전문가들에 따르면 일기는 전통적인 대화요법의 강력한 보조수단이 될 수 있다. 콜로라도州 덴버의 심리요법 전문가 캐슬린 애덤스는 글쓰기를 하면 “자신의 마음을 실제로 읽을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그런 과정에서 자신감과 자긍심을 키우고 대화요법의 효과까지 증대시킬 수 있다.

뉴욕 헌터大의 영문과 교수이자 신간 ‘치유 수단으로서의 글쓰기’(가제·Writing as a Way of Healing)의 저자인 루이스 디샐보는 자신이 앓고 있는 천식의 증상 및 그것으로 인한 정서쇠약에 대해 글을 쓴 결과 건강이 크게 호전됐다고 말했다. 그녀는 지금도 하루 두 번 천식약을 복용하지만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던 상태에서 증상에 전혀 신경쓰지 않는 수준으로 발전했다”고 말했다.

글에 일가견이 있는 사람만이 글쓰기 요법을 시도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관련 책을 읽거나 글쓰기 프로그램에 등록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페니베이커는 글쓰기로 암을 치료할 순 없지만 건강에 ‘큰 효험’을 볼 수는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우리 모두 글쓰기 효과를 직접 시험해보는 것이 어떨까.


출처/ 분당유생 카페 last updated 2004.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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