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치유- L. 카터, F. 미너스 저/ 이봉희 역(2013)  학지사

 

 

[역자서문]

분노는 무엇이며 어떻게 분노를 다스릴 수 있을까? 많은 사람들이 하루에도 몇 번씩 분노를 느끼며 살아간다. 분노에 사로잡힐 때는 대부분 그것을 바람직하지 않은 방법으로 해소시키게 된다. 그런가하면 또 많은 사람들이 자신에게 분노가 내재되어 있다는 것을 모르고 살아가기도 한다. 역자는 문학치료 모임을 이끌면서 참여자들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 어린 시절의 상처로부터 현재의 삶에서 받는 크고 작은 스트레스까지 다양한 분노의 감정을 글로 표출하는 것을 보아왔다.

 

“나는 너무 화가 나서 정말 어떻게든 그 인간들에게 복수하고 싶었다. 세상이 다 나를 비웃는 것처럼 여겨지고, 그래서 아무에게나 소리치고 모든 것을 다 부수어버리고 싶었다. 그렇게 내 마음이 분노와 원한이 가득 찰수록 몸도 마음도 황폐한 건물처럼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았다. 나 자신이 상처 입은 짐승처럼 너무나 위태하고 또 위험하게 느껴졌다. 내 안의 폭발할 것 같은 분노와 원한을 해결하고 싶다. 그런데 더 화가 나는 것은 그들에게 분노하면서도 그들의 인정을 받고 싶고, 그들의 모임에 끼고 싶어 하는 외로운 나 자신을 볼 때이다.”

 

사십대 어느 분의 글이다. 이분은 자신을 부당하게 따돌리는 직장 동료들 때문에 고통 받고 있었다. 카터 박사는 “분노란 무엇보다도 개인의 가치가 위협당할 때 그것을 보호하고자 하는 의지의 하나”라고 말한다. 즉 자신이 다른 사람에 의해 평가절하 되고, 가치 없는 존재라고 느낄 때 생긴다는 것이다. 이런 분노는 엄밀히 말해 과장된 것이다. 나를 가치 없는 존재라고 여기는 누군가의 태도에 너무 예민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마치 누군가를 ‘신’의 역할을 하도록 허락하고는 그의 비난과 평가에 끊임없이 상처를 받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우리는 계속해서 상대를 설득하고 싶어 한다. 그러면서 그렇게 설득하는 자신에게 또 화가 나게 된다. 위에 예를 든 내담자의 말처럼 상대에게 분노하면서도 그들에게 인정을 받고 싶어 하는 자기 자신에게 더 분노를 느끼는 것이다. 하지만 상대에게 나의 가치를 확인시키는 노력보다는 신 앞에서 또는 나 자신에게 나 자신의 가치를 확인시키는 일에 더 집중해야 한다. 즉, 신이 주신 나의 가치를 기억하는 일에 집중하는 것이 더 옳다는 것이다. 누군가 나를 거부할 때, 그리고 내 가치를 평가 절하할 때 그의 판단이 반드시 옳은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스스로에게 다짐시켜야 한다. 그러면 분노를 서서히 가라앉힐 수 있다. 나의 가치를 머리로만 아는 것은 부족하다. 때문에 우리는 자신의 가치를 받아들이기를 ‘의식적으로’ 선택해야 한다. 이러한 선택이 우리가 더 이상 분노를 느끼지 않도록 해준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적어도 다른 사람들에게 훨씬 덜 영향을 받도록 해준다고 카터박사는 말한다.

분노는 수줍은 사람이나 외향적인 사람, 또는 완벽주의자나 느긋한 사람 그 누구든 다양한 방식으로 숨어 있다. 많은 사람들이 분노를 생각하면 화가 나서 흥분한 모습, 문을 꽝 닫기, 소리 지르기, 위협적인 대화와 같은 이미지를 머리에 그린다. 하지만 분노는 그렇게 일차원적인 것이 아니다. 분노란 다양한 모습을 가지고 있다. 분노는 심지어 다른 사람들이 전혀 알아차리지 못할 때도 느낄 수 있다. 분노는 좌절, 조급함, 불쾌감, 호전성, 울분, 초조함, 등과 같은 감정의 표출로 나타나기도 한다. 어떤 사람은 감당하기 어려운 일을 요구받으면 내면에서 지나치게 긴장하기도 한다. 나보다 덜 힘들게 사는 사람들 보면 좌절하기도 한다. 어떤 사람은 분노했을 때 아주 냉정하게 입을 다물거나 그 자리를 피하고 대화를 거부한다. 어떤 사람은 자기연민으로 도망가거나 자기비판적인 생각에 빠져들기도 한다. 이렇게 분노를 내면화하면서 자신이 ’분노를 잘 통제하고 있다’고 착각한다.

하지만 분노나 좌절, 등 감정들은 표현하지 않거나 억압한다고 해서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해소하지 못하고 억압한 감정 에너지는 마음속에 여러 다른 형태로 저장되게 된다. 그러다가 예기치 않은 순간에 뜻밖의 부정적인 형태로 나타나서 내 자신과 타인에게 고통을 안겨준다. 누구나 분노를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분노는 건강하게 표현되고 올바르게 통제되어야 한다. 

분노에 대한 여러 책 중에서도 카터박사와 미너스 박사의 책을 발견한 것을 참 감사하게 생각한다. 이 책은 여러 형태의 분노의 정체를 조목조목 그리고 아주 이해하기 쉽게 밝혀준다. 분노란 “개인의 가치, 본질적인 욕구, 그리고 기본적인 신념을 보호하고자 하는 의지의 하나”이다. 이 책은 어떻게 충족되지 못한 욕구가 분노를 일으키는지, 어떻게 억제된 감정이 분노를 만들어내는지, 어떤 것들이 스스로 자초한 분노인지, 분노를 영속시키는 잘못된 “신화”들, 예를 들면 ‘아무도 나만이 겪는 문제를 이해 못할 거야,’ ‘내가 분노를 내려놓으면 그건 패배를 인정하는 거야,’ 또는 ‘나는 행복할 자격이 없어,’ 등과 같은 잘못된 신화들을 알아보고 그것에서 벗어나는 방법, 그리고 자부심, 두려움, 외로움, 열등감 같은 정서들이 어떻게 분노에 영향을 줄 수 있는지 구체적인 사례와 함께 알려준다. 이렇게 분노의 여러 원인을 파악하고 그에 따라서 어떻게 분노를 건강하게 표현하고 또한 다루어야 할지 13단계 프로그램을 통해 구체적으로 알려준다.

이 책은 자녀의 분노를 다루는 법도 함께 제시하고 있다.  역자의 문학치유 에세이, 『내 마음을 만지다』에서 역자는 부모가 (대부분의 경우 고통을 억압하여 자각하지 못하기 때문에) 자신의 고통의 경험이나 상처를 치유 받지 못하여 정서적으로 건강하지 못하면 본인들이 원치 않아도 그 상처를 대물림하게 된다는 이야기를 했었다. 분노의 경우도 예외가 아니다. 분노의 조절법은 어린 시절에 익혀 성장과 함께 인생의 각 단계에서 함께 발달되어가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부모들이 어린 시절 분노를 조절하는 법을 배운 적이 없이 성장하였으며 자신의 바르지 못한 분노의 습관을 자녀들에게 물려주게 된다. 이 책은 그러한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 부모가 먼저 자신의 분노를 조절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자녀들이 분노를 조절하도록 도우라고 말하고 있다. 즉, “아이가 올바르게 행동하도록 어떻게 가르쳐야 내가 화가 나지 않고 침착해질 수 있을까?”라고 궁금해 하기보다 “어떻게 하면 내가 먼저 침착해져서 아이가 올바르게 행동하도록 가르칠까?”라고 물으라는 것이다.

이 책의 저자들 중 카터박사는 미국에서 유명한 크리스찬 카운슬러이며, 미너스박사는 세계적으로 가장 큰 정신과 병원의 하나인 미너스-마이어 클리닉의 창시자로 시카고, 로스엔젤레스, 워싱턴, D.C., 등 8개의 도시에 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정신치료전문가이다. 이 책을 통해 분노의 정체를 파악하고, 이해하고, 분노를 바르게 표현하는 법을 배우며, 바르게 대처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 그 누구도 분노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없다. 따라서 모든 분들이 이 책에 마음 깊은 곳에서 공감하리라고 확신한다. 이 책을 모든 분들에게 강력히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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