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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 숲길을 지나다

솔잎내 유독 강한 나무를 찾으니

등치에 깊은 상처를 가진 나무였네.

속내를 내보이는 소나무에서만

싱싱한 육신의 진정을 볼 수 있었네.

 

부서진 곳 가려주고 덮어주는 체액으로

뼈를 붙이고 살을 이어 치유하는지

지난날 피맺힌 사연의 나무들만

이름과 신분을 하나 감추지 않네.

나무가 나무인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네.

 

나도 상처를 받기 전까지는

그림자에 몸 가리고 태연한 척 살았었네

소나무가 그 냄새만으로 우리에게 오듯

나도 낯선 피를 흘리고 나서야

내가 누구인지 알게 되었네.

우리들의 두려움이 숲으로 돌아가네.

 

[상처4-마종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