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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 내내 태양을 업고
너만 생각했다.

이별도 간절한 기도임을
처음 알았다.

어떻게 살아야 할까
어떻게 잊어야 할까

내가 너의 마음 진하게
물들일 수 있다면

네 혼에 불을 놓는
꽃잎일 수 있다면

나는
숨어서도 눈부시게
행복한 거다.          

[봉숭아 - 이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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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전선 - 이외수

 

 

흐린 날
누군가의 영혼이
내 관절속에 들어와 울고 있다
내게서 버림받은 모든 것들은
내게서 아픔으로 못박히나니
이 세상 그늘진 어느쯤에서
누가 나를 이토록 사랑하는가
저린 뼈로 저린 뼈로 울고 있는가
대숲 가득 쏟아지는 소나기 소리


언젠가는 | 2007.05.14 11:21 | PERMALINK | EDIT/DEL | REPLY
늘 버림받은 느낌이었지만 내게서 버림받았다고 느끼는 것들도 있을까 내가 눈길을 주지않아 시들어버린 꽃들도 있을까 내가 부르지않아 사라져 버린 노래도...많은 것들을 놓치고 흘려보내고 그러곤 버림받았다고 느끼고 있던건 아닐까 나를 내 손길을 내 눈길을 기다리고 있던 것들도 있을까 나를 필요로 하는 것들...그런게 있을까 하는 생각뿐이었지만 내가 뭘 하겠어 하는 생각이었지만 나에게도 나를 기다리는 것들이 있을까 있겠지 있었으면...기대는 늘 사라져버리지만 눈을 들고싶은데 나만 바라보던 눈을 들고 싶은데 어디로 눈을 들어야 할까 누구와 눈을 맞추어야할까 난 누군가와 눈이 마주치면 늘 당황한다. 그래서 고개를 숙이고 다녔지 눈이 마주치는 순간이 너무도 두려워서...이제는 이제는..하지만 아직도 모르겠다 그냥 이렇게 걸어가고 싶은 마음 이 마음은 어떻게 해야하는 건지
후기 아직도 갈등하고 있다. 늘...무엇이 그렇게 두려운 걸까 채워지지않는 무언가를 바라고 있는 것같다. 다른 사람들의 손길 눈길을 바라면서도 바라지못하는 마음...우선은 눈물을 닦고 아름다운 것들을 내 마음이 즐거워할 것을 찾고 싶다. 충분하다 충분하다...나를 위로하고 싶다.
NAPTKOREA | 2007.05.15 01:33 | PERMALINK | EDIT/DEL
내가 울고 있는 사이 내 손을 빠져나가는 모래알들이 있어요. 내가 울고 있는 사이 내게 버림받는 내가 있어요.
내게 버림받는 나의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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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이 습관처럼 밀려올 때 가만히 눈을 감으면 바다가 보일 거야
석양빛에 물든 검은 갈색의 바다, 출렁이는 저 물의 大地

누군가 말을 타고 아주 멀리로 갔다가 다시 돌아오는 모습이 보일거야
그럴 때, 먼지처럼 자욱이 일어나던 生은 다시 장엄한 음악처럼 거대한 말발굽 소리와 함께 되돌아오기도 하지

북소리, 네 심장이 고동치는 소리를 들어봐
고독이 왜 그렇게 장엄하게 울릴 수 있는지 네 심장의 고동소리를 들어봐

너를 뛰쳐나갔던 마음들이 왜 결국은 다시 네 가슴속으로 되돌아오는지
네 가슴속으로 되돌아온 것들이 어떻게 서로 차가운 살갗을 비벼대며 또다시 한 줄기 뜨거운 불꽃으로 피어나는지

고통이 습관처럼 너를 찾아올 때 그 고통과 함께 손잡고 걸어가 봐
고통과 깊게 입맞춤하며 고독이 널 사랑할 때까지 아무도 모르는 너만의 보폭으로 걸어가 봐

석양빛에 물든 저 검은 갈색의 바다까지만
장엄한 음악까지만

그녀에게- 박정대: 아무르 기타, 문학과사상사,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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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를 향한 구름이 하나 살았다.
물새들이 가끔씩 그의 가슴을 뚫고 지나갔다.
혹은 모른 척 그냥 지나기도 하였다.

[기형도 - "시인 2/첫날의 시인"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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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은 갑자기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살면서 현재 자신의 인생에서 무엇이 좋고 진실하며 아름다운지 발견해야 되네. 뒤돌아보면 경쟁심만 생기지. 한데 나이는 경쟁할 만한 문제가 아니거든."


선생님은 숨을 내쉬고 눈을 내리깔았다. 마치 공중에 퍼지는 모습을 지켜보기라도 하는 것처럼.


"사실, 내 안에는 모든 나이가 있네. 난 3살이기도 하고, 5살이기도 하고, 37살이기도 하고, 50살이기도 해. 그 세월들을 다 거쳐왔으니까, 그떄가 어떤지 알지. 어린애가 되는 것이 적절할 때는 어린애인 게 즐거워. 또 현명한 노인이 되는 것이 적절할 때는 현명한 어른인 것이 기쁘네. 어떤 나이든 될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해보라구! 지금 이 나이에 이르기까지 모든 나이가 다 내 안에 있어. 이해가 되나?"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중에서>

bhlee | 2007.05.24 17:37 | PERMALINK | EDIT/DEL | REPLY
나는 울 권리가 있다.
슬퍼할 권리가 있다.
실수할 권리도 있다.
아파할 권리도 있다.
미워할 권리도 있다.
그리워 병들 권리도 있다.
네 뒷모습을 사랑할 권리도 있다.
다만 거기 머물지 않을 뿐이다.

어린아이가 될 권리도,
노인이 될 권리도
때론 여자가 될 권리도
때론 남자가 될 권리도 있다.
다만 거기 머물지 않을 것이다.
NAPTKOREA | 2007.06.01 11:05 | PERMALINK | EDIT/DEL | REPLY
5월이 터질듯 피어오르는 날이면 쉰이 넘은 나이에도 어김없이 가슴이 부풀어 오르는 것을 보면서 신기하기도 하고 때론 당혹스럽기도 합니다. 심지어 어떤 때는 5월의 설렘은 청년들의 특권인 것만 같아서 가을 중턱에 들어선 나이에 느끼는 그런 [철]모르는 감정을 숨겨야할 것만 같은 부끄러운 맘이 들기까지 합니다. 자라오면서, 그리고 세상 속 세월을 거치면서 가장 흔히 하는 말 중 하나는 철이 들어야한다는 말, 철이 없다는 말, 철모르는 어린아이 같다는 말.. 이 아닐까 합니다. 인생도 계절처럼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렇게 사철이 나뉘어 있기 때문일까요. 다만 계절은 돌아오지만 인생은 겨울이 지나도 봄은 되돌아오지 않는 다는 것만 다르기에 한편 서글프고, 또 한편으로 그렇기에 우리의 하루하루가 더더욱 의미 있고 소중한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모리교수처럼 우리 안에 내 인생의 사계절을 모두 품고 살 수 있다면 얼마나 큰 축복일까요. 순수함을 잃지 않는 어린아이의 맘을 간직하고, 그 눈에 호기심이 별처럼 반짝이며 때로는 젊은 청년의 열정으로 내가 뿌리 내린 곳보다 더 아름답고 높고 깊은 새로운 세계를 향한 도전정신이 아직도 살아 숨쉬며, 그러면서도 이제는 그 모든 것을 잘 제어하고 나의 옮길 발걸음과 내 몸과 맘을 앉혀놓을 자리를 분별하는 지혜를 가진 노년이 함께 내 안에 공존하고 있다면 그보다 아름답고 성공적인 인생은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문득 문득 감상주의적 환상과 순수함을 혼돈하거나, 자기 사랑으로 가득 찬 이기적 호기심과 심리적 불안정을 모험심으로 착각하거나, 때로는 쌓아 놓은 정보와 지식이 지혜인양 허세를 부리거나, 세월과 성숙함이 저절로 비례하는 것으로 오해하고 연륜을 내세워 허망한 자기 자랑과 주장만 화석처럼 굳어지는 그런 노년이 될까봐 무척 두렵습니다.

젊음이란 의지와 상상력이며 활력이 넘치는 감성이며, 삶의 깊은 샘에서 솟아나는 신선함이라는 사무엘 울먼의 유명한 글, [젊음]에서의 말도 결국은 우리 속에 살아 공존하는 모든 계절의 아름다움을 말하는 것입니다. 울만은 60살 노인이든 16살 청소년이든 우리들의 가슴 한 복판에는 무선 전신국이 있다고 합니다. 그 무선전신국이 인간과 저 높은 초월자에게서 오는 아름다움, 희망, 환호, 용기의 메시지를 수신하는 한 우리는 주름과 관계없이 청년이라고 합니다. 그렇지 못하면 청년이라도 이미 수 십 년을 더 늙어버린 주름투성이 노인과 다를 바 없는 것이라 합니다.

오늘 무너지도록 부신 햇살아래서 내 영혼의 안테나를 저 5월의 하늘, 그 가슴 한복판을 향해 높이 올리며 소리쳐 말하렵니다. [내 나이를 물어 무엇하랴. 나는 5월에 있다](피천득) 라고... [문학칼럼 중에서 2005]
슬픈6월 | 2007.06.01 15:44 | PERMALINK | EDIT/DEL | REPLY
선생님이 쓰신 이 글이 정말 너무나 가슴에 와서 닿습니다. 감정을 숨겨야할 것만 같은 부끄러운 맘이 들기까지 했다는 구절은 특히 그러합니다. 이러한 감성과 순수를 가지고 느끼고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것인데 왜 그것을 부끄러워해야 할까요?

선생님의 그 순수와 감성과 열정을 사랑하고 싶습니다.
| 2007.11.24 02:24 | PERMALINK | EDIT/DEL | REPLY
비밀댓글입니다
NAPTKOREA | 2008.06.11 12:27 | PERMALINK | EDIT/DEL | REPLY
좋아서 어쩔줄 모르고 있으면 그걸 보고 있던 누군가가 찬물을 끼얹는 법이다. 멋진 일에 가슴일 설렐 때면 반드시 누군가가 '그따위 시시한 것'하고 속삭인다. 그렇게 해서 까치발을 하다가 주저앉고 손을 내밀다가 뒤로빼고 조금씩 뭔가를 포기하고 뭔가 조금씩 차갑게 굳어가면서 나는 어른이라는 '특별한 생물'이 될 것이다.

온다 리쿠. [굽이치는 강가에서] 중에서
| 2010.05.05 17:55 | PERMALINK | EDIT/DEL | REPLY
비밀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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