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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s by bhlee @NYC121419 

 

한겨울 공원
한 쪽엔 계절을 잊은 봄 꽃, 
또 한 쪽엔 뒤늦게까지 서성이다 떠나가는 가을
모두 제 길을 잃은 것일까


땅에 누워서야

떠나간 잎들과
다시 하나가 되는
초겨울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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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하려 하기 보다 함께 느끼며 살고 싶었다.
그것이 그렇게 어려운 일인 것일까?

 

 

빈 터들 - 로버트 프로스트



지나가다 들여다 본 들판에

눈이 내린다. 밤이 내린다, 줄기차게, 아 줄기차게 .
땅은 눈 아래에 모두 부드럽게 덮여
몇 그루 잡목과 그루터기만 보일 뿐

빈 들은 숲에 둘러싸여 그 안에 갇혀있고,
짐승들은 모두 굴속에 갇혀 숨을 죽인다.
나는 정신이 멍해져 셈을 셀 수도 없이
어느 샌가 그 고독에 에워싸인다.

지금도 고독한데 이 고독이 줄어들기까지
고독은 더욱 깊어져야만 하리
아무 표정 없는, 표정 지을 것도 없는
밤 눈(雪)의 텅 빈 백색.

인간이 살지 않는 별들ㅡ그 별과 별 사이의  
텅 빈 공간이 무서운 것이 아니다.
내 마음 속 가까이서 나를 무섭게 하는 것
그건  내 안의 황폐한 빈 터들.


(번역;bh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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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밤, 숲속을 홀로 지나 본 경험이 있는가?  외딴 마을을 홀로 어둠속에서 걸어본 적 있는가?  게다가 모든 것을 형태도 없이 덮어버리는 백색의 눈과 침묵.... 그 안에서 느끼는 전율 같은 두려움. 

하지만 자연의 이 극단적인 고독, 그 죽음과도 같은 침묵과 어둠과 백색의 폐쇄성 앞에서 느끼는 두려움은 그 근원이  바로 인간 내부에 있는지  모른다.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과 별 사이의 그 무한 공간보다 인간 마음 속의 빈 공간이 더 겁이 나는 것을 이 시는 깨우쳐준다.  별과 별 사이의 실제 거리는 엄청나겠지만 사람이 살지 않는 별끼리는 텅비 공간의 두려움이 없다. 하지만 사람사이의 작은 공간, 아니 그보다 더 작은 내 마음 속의 `황량한 공간`이야말로 가장 공활한 것을, 가장 두려운 것을. 진정 우리를 두렵게 하는 것은 외적인 적막감(loneliness)이 아니라 자기 자신에 도사리고 있는 마음의 황폐함(desert places)인 것을.

오늘 눈이 많이 온 곳이 있었다. 
내 맘의 숲에도 눈이 내렸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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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무한한 공간의 영원한 침묵이 나를 두렵게 한다." -- 파스칼,  [팡세] 1부 "신없는 인간"

 

 



한번 더
나를 헐어서
붉고 붉은 편지를 쓸까봐
차갑게
비웃는 바람이
내팽개친 들 또 어떠랴
눈부신 꿈 하나로
찬란하게
죽고만 싶어라

[낙엽 쌓인 길에서 - 유안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