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1'에 해당되는 글 7건

[길 찾는 사람 - 박노해]

 

봄이 그리워
겨울 속을 걸었지요
웅크린 몸으로...
봄 길 찾아 걸었지요

 

꽃이 그리워
어둠 속을 걸었지요
사박사박 언 발로
꽃심 찾아 걸었지요

 

좋은 날이 그리워
상처 속을 걸었지요
가난한 마음으로
사람 찾아 걸었지요

 

 

(c)photo by Dr. Lee SYup(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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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과 그늘 사이로 오늘 하루도 지나왔다
일찍 저무는 날일수록 산그늘에 마음 베인다
손 헤도 별은 내려오지 않고
언덕을 넘어가지 못하는 나무들만 내 곁에 서 있다

가꾼 삶이 진흙이 되기에는
저녁놀이 너무 아름답다
매만져 고통이 반짝이는 날은
손수건만한 꿈을 헹구어 햇빛에 널고
덕석 편 자리만큼 희망도 펴놓는다

바람 부는 날은 내 하루도 숨가빠
꿈 혼자 나부끼는 이 쓸쓸함
풀뿌리가 다칠까 봐 흙도 골라 딛는
이 고요함

어느 날 내 눈물 따뜻해지는 날 오면
나는 내 일생 써온 말씨로 편지를 쓰고
이름 부르면 어디든 그 자리에 서서 나를 기다릴 사람
만나러 가리라

써도써도 미진한 시처럼
가도가도 닿지 못한 햇볕 같은 그리움
풀잎만이 꿈의 빛깔임을 깨닫는 저녁
산그늘에 고요히 마음 베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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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의 손을 보면> (천양희, 1942~)

 

  구두 닦는 사람을 보면
  그 사람의 손을 보면
  구두 끝을 보면
  검은 것에서도 빛이 난다
  흰 것만이 빛나는 것은 아니다

  창문 닦는 사람을 보면
  그 사람의 손을 보면
  창문 끝을 보면
  비누 거품 속에서도 빛이 난다
  맑은 것만이 빛나는 것은 아니다

  청소하는 사람을 보면
  그 사람의 손을 보면
  길 끝을 보면
  쓰레기 속에서도 빛이 난다
  깨끗한 것만이 빛나는 것은 아니다

  마음 닦는 사람을 보면
  그 사람의 손을 보면
  마음 끝을 보면
  보이지 않는 것에서도 빛이 난다
  보이는 것만이 빛은 아니다
  닦는 것은 빛을 내는 일

  성자가 된 청소부는
  청소를 하면서도 성자이며
  성자이면서도 청소를 한다.

 

   - 1994년 시집 <마음의 수수밭> (창작과 비평사)

 


 

 

bhlee | 2020.01.13 00:02 | PERMALINK | EDIT/DEL | REPLY
그 사람의 손을 보면..... 이라는 제목이 내 손을 보게 한다.
나는 손이 굵고 유난히 크다. 다행이 우리 딸은 곱고 길고 하얀 가는 손을 가져서 휴우~ 했다.
별로 신경 안 쓰고 살았는데 악수를 할 때마다 남자들 손이 나보다 작고 가늘고 고울 때가 있어서 상대가 뜻밖이라는 듯 내 얼굴 다시 쳐다보고 손을 보고 무언가 말하려는 듯 오물거리다 마는 걸 자주 겪으면서 내 손이 참 크고 남자처럼 뼈가 굵고 힘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 후로 악수를 하면 늘 손 끝만 얼른 내밀고 빨리 뺀다......
고구마 장수 손 같다는 말도 들었고 그래서 호감이 갔다는 말도 들었지만 별로 믿기지 않는 인사였다^^
그러고 보니 예전에 내 발에 대해서 썼던 글이 생각이 난다.......
나보고 그랬지. 엄마의 손과 발을 보면 사람들이 모르는 엄마의 인생이 보여라고.
난 그래도 내 손.. 아끼지 않고 열심히 살아온 내 손이 소중하고 자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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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runi Bruno-luna turca(here only for therapeutic and/or educational  purposes)



서로 사랑해야 할 일 찾아다니다가
어느 날 네 가슴에 핀 동백꽃을 보고
평생 동안 날아가 나는 울었다


[동박새 - 정호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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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나이

으스러지도록
달을 안고 울고 있다
안개로 흩어지는 달
으스러지는

한 사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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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의 밤이 깊으면
고요히 방에 홀로 앉아 
수첩을 펴고 한 해를 돌아본다

나에게 선물로 다가온
올해의 귀인은 누구였던가

나를 남김없이 불살라 빛나던
올해의 시간은 언제였던가

세상을 조금 더 희망 쪽으로 밀어 올린
올해의 선업은 무엇이었던가

아 누구보다 열심히 살았던 올 한 해
나는 누구에게 상처를 준 사람이었던가

누구에게 모질었던 그늘이었던가 
누구를 딛고 올라선 열정이었던가

가만가만 눈이 내리고 여명이 밝아온다
새해에는 나 또한 누군가의 선물이 되고 
별의 시간이 되는 올해의 귀인이기를

 

[박노해 - 올해의 귀인(貴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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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진정한 여행은 새로운 경치를 찾아가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눈을 갖는데 있다.  - 마르셀 푸르스트

 

 

2020 새해가 되었다.
나의 새로운 한 해의 여정은 새로운 눈을 열리는 여정이 되기를.
따뜻한 눈, 포용하는 눈, 나의 나약함과 타인의 나약함을 모두 받아주는 친절한 눈

나약함과 상처 속에 감추어진 희망과 가능성을 찾아내는 눈

내가 시들어가는 꽃들, 헐벗은 겨우나무를 사랑하듯이 그런 마음을 사람들에서도 발견하는 눈

겉 모습 너머의 진실을 바라보는 눈과 동시에

그 진실이 추악할 때 맞서 싸우거나, 그럴 수 없는 일이면 용서하는 눈

어둠 속에서 빛을 바라보는 눈,
저 높은 곳에 소망을 두고 뚜벅뚜벅 길 없는 길을 찾아가는 믿음의 눈
눈물를 부끄러워하지 않고 눈물로 씻긴 후 더 맑아진 눈을 소망하기를

그런 여정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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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에게 가고 싶다 - 안도현

 

 

해 뜨는 아침에는

나도 맑은 사람이 되어

그대에게 가고 싶다

그대 보고 싶은 마음 때문에

밤새 퍼부어 대던 눈발이 그치고

오늘은 하늘도 맨 처음인 듯 열리는 날

나도 금방 헹구어낸 햇살이 되어

그대에게 가고 싶다

 

그대 창가에 오랜만에 별이 들거든

긴 밤 어둠 속에서 캄캄하게 띄워 보낸

내 그리움으로 여겨다오

사랑에 빠진 사람보다 더 행복한 사람은

그리움 하나로 무장무장

가슴이 타는 사람 아니냐

 

진정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만큼

새날이 밝아오고

진정 내가 그대 가까이 다가가는 만큼

이 세상이 아름다워질 수 있다면

그리하여 마침내 그대와 내가

하나 되어 우리라 부를 수 있는

그날이 온다면

봄이올 때까지는 저들에 쌓인 눈이

우리를 덮여줄 따뜻한 이불이란 것도

나는 잊지 않으리

 

사랑이란

또 다른 길은 찾아 두리번거리지 않고

그리고 혼자서는 가지 않는 것

지치고 상처입고 구멍 난 삶을 데리고

그대에게 가고 싶다

우리가 함께 만들어야 할 신천지

우리가 더불어 세워야 할 나라

사시사철 푸른 풀밭으로 불러다오

나도 한 마리 튼튼하고 착한 양이 되어

그대에게 가고 싶다.

 

(2003)

Journal Therapy | 2009.12.31 13:23 신고 | PERMALINK | EDIT/DEL | REPLY
해마다 새해아침이면 가슴에 떠오르는 노래입니다.
당신을 향한, 나의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한 노래입니다.
밤새 퍼부어 대던 눈발처럼 그리움에 서럽던 마음을
나의 눈물로 다 씻어 행구고
햇살처럼 밝은 희망이 되어 당신에게 가고 싶습니다.
그 긴긴 밤을 지나는 동안
그리움 하나로 무장무장 타는 가슴이
사랑보다 더한 행복임을 자꾸 자꾸 깨닫게 해주시니 그도 감사합니다.
지치고 상처입고 구멍난 삶을 데리고 당신께 가고 싶습니다.
당신도 상처입고 구멍난 삶을 데리고 내게 오고 싶어지면 좋겠습니다.
우리 서로 울 곳이 필요할 때 서로의 등에 기대 말없이 울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서로 빙그레 웃음지을 일이 있을 때 하늘 보며 떠올리는
달 같은 별 같은 얼굴이면 좋겠습니다.

올해도 나의 사랑하는 이들이
어둠 속에서도 빛을 볼 수 있게 되기를
어둠도 빛나고 있음을 볼 수 있게 되기를
어둠에 묻혀 어둠이 되는 것을 거부할 수 있는
인내와 용기를 잃지 않기를 간절히 기구합니다.

모든 이들에게 새해인사를 드립니다.
| 2014.01.02 04:59 | PERMALINK | EDIT/DEL | REPLY
비밀댓글입니다
드라마다시보기 | 2020.06.02 12:17 | PERMALINK | EDIT/DEL | REPLY
잘 보고 갑니다~~
journaltherapy | 2020.06.08 08:11 | PERMALINK | EDIT/DEL
감사합니다. 늘 건강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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