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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씨 - 문병란>

  빈손에 받아 든 작은 꽃씨 한 알!

​  그 숱한 잎이며 꽃이며
  찬란한 빛깔이 사라진 다음
  오직 한 알의 작은 꽃씨 속에 모여든 가을

  빛나는 여름의 오후
  핏빛 꽃들의 몸부림이며
  뜨거운 노을의 입김이 여물어
  하나의 무게로 만져지는 것일까

  비애의 껍질을 모아 불태워 버리면
  갑자기 뜰이 넓어지는 가을날
  내 마음 어느 깊이에서도
  고이 여물어 가는 빛나는 외로움!

  오늘은 한 알의 꽃씨를 골라
  기인 기다림의 창변에
  화려한 어젯날의 대화를 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