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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라 修羅 - 백석

  거미새끼 하나 방바닥에 나린 것을 나는 아모 생각 없이 문 밖으로 쓸어 버린다
  차디찬 밤이다.

  어니젠가 새끼거미 쓸려나간 곳에 큰 거미가 왔다
  나는 가슴이 짜릿한다
  나는 또 큰 거미를 쓸어 문 밖으로 버리며
  찬 밖이라도 새끼 있는 데로 가라고 하며 서러워한다.

  이렇게 해서 아린 가슴이 싹기도 전이다.
  어데서 좁쌀알만한 알에서 가제 깨인 듯한 발이 채 서지도 못한 무척 작은 새끼거미가 이번엔 큰 거미 없어진 곳으로 와서 아물거린다
  나는 가슴이 메이는 듯하다
  내 손에 오르기라도 하라고 나는 손을 내어미나 분명히 울고불고할 이 작은 것은 나를 무서우이 달어나 버리며 나를 서럽게 한다
  나는 이 작은 것을 고히 보드러운 종이에 받어 또 문 밖으로 버리며
  이것의 엄마와 누나나 형이 가까이 이것의 걱정을 하며 있다가 쉬이 만나기나 했으면 좋으련만 하고 슬퍼한다.

  - 1936년 시집 <사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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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6. 

동대문구 가족센터: 이혼 후 치유와 성장을 위한 집단 글쓰기문학치료 
[나는 내 편이 되기로 했다] 

(출처: 동대문구가족센터)

귀국할 때를 기다려주신 주관처, 특히 공진영선생님께 감사드린다. 

공진영선생님은  오래전 나의 집단문학치료모임에 참여하셨던 분으로 글쓰기치료로 논문을 쓰셨던 것을 기억한다. 
매시간 눈물을 흘리시던 참여자분들 한 분  한 분의 내면 깊은 목소리들이 늦은 밤에 마음 깊은 울림을 주셨었다. 

그 후 이 모임을 계속하고 싶은 분들이 연락을 주셔서 다시 4회를 만났었다.  소그룹이 모이니 더 깊은 공감과 상호작용이 가능했다. 

각자에게 적합한 글쓰기기법을 활용해 드리니 더 많은 눈물과 정서적 통찰과 깨달음과 희망을 얻게 된 소중한 시간들이었다. 

아쉽게 다시 출국해야 해서 훗날을 기약하며 헤어지게 되었다. 

이제는 저널을 쓰시면서 스스로를 돌보실 힘을 얻으셨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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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없이 눈이 내린다

이만큼 낮은 데로 가면 이만큼 행복하리

 

살며시 눈감고

그대 빈 마음 가장자리에

가만히 앉는 눈

 

곧 녹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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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3- 김용택                                   


바람 타고 눈이 내린다
이 세상 따순 데를 아슬아슬히
피해 어딘가로 가다가
내 깊은 데 감추어 둔
손 내밀면
얼른 달려와서
물이 되어 고이는
이 아깐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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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담 한마디- 김지하]

 

    새해에는 빛 봐라
    사방문 활짝 열어제쳐도
    동지 섣달
    어두운 가슴속에서 빛 봐라
    샘물 넘쳐흘러라
    아이들 싱싱하게 뛰놀고
    동백잎 더욱 푸르러라
    몰아치는 서북풍 속에서도
    온통 벌거벗고 싱그레 웃어라
    뚜벅뚜벅 새벽을 밟고 오는 빛 속에
    내 가슴 사랑으로 가득 차라
    그 사랑 속에
    죽었던 모든 이들 벌떡 일어서고
    시들어가는 모든 목숨들
    나름나름 빛 봐라
    하나같이 똑 하나같이
    생명 넘쳐흘러라
    사방문 활짝 열어제쳐도
    동지 섣달
    어두운 가슴속에서
    빛 봐라
    빛 봐라
    빛 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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