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3'에 해당되는 글 4건

photo by bhlee

 


목련을 습관적으로 좋아한 적이 있었다.
잎을 피우기도 전에 꽃을 먼저 피우는 목련처럼
삶을 채 살아보기도 전에 나는
삶의 허무을 키웠다
목련나무 줄기는 뿌리로 부터 꽃물을 밀어올리고
나는 또 서러운 눈물을 땅에 심었다
그래서 내게 남은 것은 무엇인가
모든 것을 나는 버릴 수 있었지만
차마 나를 버리진 못했다

목련이 필 때쯤이면
내 병은 습관적으로 깊어지고
꿈에서 마저 나는 갈 곳이 없었다
흰 새의 날개들이 나무를 떠나듯
그렇게 목련의 흰 꽃잎들이
내 마음을 지나 땅에 묻힐 때
삶이 허무한 것을 진작에 알았지만
나는 등을 돌리고 서서
푸르른 하늘에 또 눈물을 심었다

[목련 -류시화 ]

ㅡ------------------------
삶을 채 살아보기도 전에 나도 삶의 허무를 키웠다.
무엇 때문이었을까?
열정을 다 해 산다고 삶이 허무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었다.
뜨거운 열정의 불꽃 한가운데에는
타지 않는 차가운 파란 허무가 눈을 뜨고 있다는 것을
나도 일찍부터 알았다.

 

어쩌면
그 허무가 나를 지켜준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 세상 욕심에서 자유롭도록....

(032415)

 


 

NAPTKOREA | 2008.03.22 06:21 | PERMALINK | EDIT/DEL | REPLY
슬프고 외로운 목련.
세상에 너무 깨끗하고 고운 것은 그저 잠시 머물수 밖에 없음을 말해주는 듯 속절없이 지는 부신 흰 빛.....
네가 누런 신음으로 변하여 떨어진다고 널 미워할 수는 없건만 감탄하던 어제의 사람들 오늘은 너의 꺾인 삶을 외면하며 눈을 감는구나. 서글프고 외로운 생명....
| 2008.03.25 18:26 | PERMALINK | EDIT/DEL | REPLY
비밀댓글입니다
| 2008.03.27 12:37 | PERMALINK | EDIT/DEL
비밀댓글입니다
| 2008.03.28 22:24 | PERMALINK | EDIT/DEL
비밀댓글입니다
| 2010.04.10 00:53 | PERMALINK | EDIT/DEL | REPLY
비밀댓글입니다
| 2010.04.11 00:03 | PERMALINK | EDIT/DEL | REPLY
비밀댓글입니다
| 2019.04.01 09:49 | PERMALINK | EDIT/DEL | REPLY
비밀댓글입니다
 이름   비밀번호 
 홈페이지
Secret

 

 

-------------

 

 

If I can stop one heart from breaking,
I shall not live in vain;
If I can ease one life the aching,
Or cool one pain,
Or help one fainting robin
Unto his nest again,
I shall not live in vain. - Emily Dickinson

 

만일 내가 단 한 사람의 마음이

  부서지는 걸 막을수 있다면
내 삶은 헛된 게 아닐텐데

만일 내가 한 생명의 아픔을 덜어주거나

한 사람의 고통을 식혀주거나, 아니면...
죽어가는 로빈새를
다시 둥지에 올라가게 도와줄 수 있다면 내 삶은 헛된 게 아닐텐데

 

 -에밀리 디킨슨

 

 


 

 

 

 

 

 

 

 

 

오늘 아침에 반박자 걸음으로 일어나 사랑하는 17년 전 제자 제니의 뜻밖의 선물을 받았다.
문학치료사/심리상담사가 되기 전 내 원래 전공, 내가 사랑하던 셰익스피어 수업은 참 많은 추억을 남겨준 수업이었다.  이 때도 이미 교실에서는 여전히 학생들 마음에 치유와 변화가 일어났던...

내가 문학과 글쓰기를 활용하는 문학치료사와 상담사의 길로 가도록 나를 향한 뜻은 긴 세월 준비 시키신 듯하다.

사랑스럽고 귀한 제니. 사랑과 배려가 넘치고 미술 영어 작곡 피아노 봐이올린 첼로 노래... 못하는 것이 없었던 제니. 그런데 난 그의 지치도록 타오르는 열정 뒤에 숨겨진 작은 어린아이, 외롭고 두렵고 힘겨운 아이를 보았다. 문학 수업마다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던 제니. 나중에 알고 보니 수업때마다 눈물이 나서 고개를 들 수 없었다던 제니.  수업이 끝나면 친구도 만나고 싶지 않고 혼자 있고 싶었고 긴긴 일기를 쓰게 되더라는 제니.

 

졸업 후 캔버스 앞에서 한 점도 찍을 수 없다고 어느날 문학치료를 받으러 찾아왔던 그녀. 진정한 자신을 찾고 생애 가장 중요한 선택을 했던 그녀.

 

이제는 자신만큼 재주꾼이고 사려깊으며 사랑스런 아들의 엄마가 되어 사랑하는 남편과 알콩달콩 행복한 그녀. 여전히 열정적이고 따듯하고 멋진 선생이 된 그녀. 나의 소중한 제자, 제니!! 글씨마저 예술인 그녀가 도장도 여러개 새겨 함께 보내주었다.

고마워 제니야!! 

넌 늘 감동이야.

네가 가장 소중한 '선물'이란다.

 

https://www.facebook.com/bonghee.lee.7399

 이름   비밀번호 
 홈페이지
Secret

<[photo by bhlee>

 

  

여릿여릿 봄이 오는데

설렘으로 피어나는 눈부신 생명 곁에서 나는

조용히 사라져가는 것들에게 눈길이 간다. 

곧 스러질 것, 잊혀질 것들의 아름다움에,  

추억이 더 많은 고독에

뒤돌아보며 돌아보며

자꾸 마음이 따라 간다.

 

 이름   비밀번호 
 홈페이지
Secret

나무는 - 류시화

 

나무는
서로에게 가까이 다가가지 않기 위해
얼마나 애를 쓰는 걸까
그러나 굳이 바람이 불지 않아도
그 가지와 뿌리는 은밀히 만나고
눈을 감지 않아도
그 머리는 서로의 어깨에 기대어 있다.

 

나무는
서로의 앞에서 흔들리지 않기 위해
얼마나 애를 쓰는 걸까
그러나 굳이 누가 와서 흔들지 않아도
그 그리움은 저의 잎을 흔들고
몸이 아프지 않아도
그 생각은 서로에게 향해 있다

나무는
저 혼자 서 있기 위해
얼마나 애를 쓰는 걸까
세상의 모든 새들이 날아와 나무에 앉을 때
그 빛과
그 어둠으로
저 혼자 깊어지기 위해 나무는
얼마나 애를 쓰는 걸까

----------------------------------------

03.......

 이름   비밀번호 
 홈페이지
Secr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