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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베개의 시 - 이형기]

 

밤엔 나무도 잠이 든다.
잠든 나무의 고른 숨결소리
자거라 자거라 하고 자장가를 부른다.

...

가슴에 흐르는 한 줄기 실개천
그 낭랑한 물소리 따라 띄워 보낸 종이배
누구의 손길인가, 내 이마를 짚어주는.

누구의 말씀인가
자거라 자거라 나를 잠재우는.

뉘우침이여.
돌베개를 베고 누운 뉘우침이여.

- 1971년 시집 <돌베개의 시> (문예사)

——


돌베개 베고 누운 불안하고 외롭고 지친 광야의 밤
가슴에 소리 없이 남모르게 흐르는 실개천...

그런 내 이마 짚어주는 손길.
자거라 자거라 나를 잠재우는 말씀.

다 안다, 다 안다.... 아무 말없는 손길과
쉬어라쉬어라 나무라지도 않는 말씀이
참된 뉘우침을 주시는 군요.
참된 깨달음을 주시는 군요.

30대에야 알게 된 이형기선생님(1933~2005) 시가 너무 좋아서 참 많은 시를 외웠던 거 같다.

보통 시집을 사면 몇개의 시 외에는 가슴을 울리는 것이 드물었는데 이형기의 시집은 하나 하나 거의 모든 시가 가슴에 젖어 왔다.
그리고 참 이상한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참 많은 오해와 고통을 받던 긴 시절.. 그의  시는 늘 내게 위로가 되었다.

말년에 암과 투쟁하실 때의 이형기선생의 시는 그 전의 시와 또 다른 목소리였지. 이제 보니 겨우 72에 돌아가셨구나.

(우리 아버지와 이름도, 모습도 참 많이 비슷한 분... 그래서 더 맘에 들었을까??)

이상하게 요즘 또 다시
그 시절 외던 시 구절이 떠오른다.

 

  ”아무 말도 말고 다 가져가거라.

   오늘의 내 몫은 우수 한 짐

   나머지는 모두 너희들 차지다.”

photo by bhlee

사용자 삽입 이미지


우리 딸이 아가 때 처음 신었던 구두이다.  인형은 울딸 꼭 닮아서 사준 것.  아이가 무척이나 아꼈던. 그래서 머리가 다 망가졌다(?)  목욕도 여러번 시키다보니... 

 

(10년전 추석때 뭉클뭉클 아이가 보고 싶어서 찍었던 사진)

 

아이가 처음 입은 옷(배냇저고리 말고), 첫 배게의 커버, 첫 토끼 인형, 이런 것들은 소중한 시간을 소환하는 것들이다.

 

나이가 자꾸 드니 떠날 준비란 다 비우고, 버리고 지우는 것임을 아는데..... 
구석구석 소중한 시절의 웃고 울던 이야기가 담긴,  더 이상 "쓸모가 없는" 자잘한 물건들이 가득하다.
세월은 무심히 떠나며 잉여존재를 낳는가 보다.
아이는 이제 저 당시 내 나이보다 더 어른이 되었는데 내 추억 속에는 자라지 않는 아가가 있다.


"그립다 말을할까 하니 그리워/ 그냥 갈까 그래도 다시 더 한번....."

소월의 말대로 보고 싶다 말하면 더 그리워지니까 우린 그 말도 아낀다.  
딸아이가 오래전 언젠가 그랬었지. 엄마 우리의 문제는 서로 너무 배려한다는 거야..  라고^^

 

그 배려 중에는 서로의 독립성에 대한 존중도 포함된다는 걸 우린 안다.

Mozart, Concerto for Flute and Harp K.299, 2nd Mov. Andantino 

 

London Symphony Orchestra

Conductor. Michael Tilson Thomas

James Galway- Flute & Marisa Robles- Harp

 

https://youtu.be/lLPheTV6RTw (Here only for therapeutic and/or educational purposes)

비가 전하는 말 - 이해인
 

밤새
길을 찾는 꿈을 꾸다가
빗소리에 잠이 깨었네 
 
물길 사이로 트이는 아침
어디서 한 마리
새가 날아와 나를 부르네 
 
만남보다
이별을 먼저 배워
나보다 더 자유로운 새는 
 
작은 욕심도 줄이라고
정든 땅을 떠나
나를 향해 곱게 눈을 흘기네 
 
아침을 가르는 하얀
빗줄기도 내 가슴에
빗금을 그으며 전하는 말 
 
진정 아름다운 삶이란
떨어져 내리는 아픔을
끝까지 견뎌내는 겸손이라고 
 
오늘은
나도 이야기하려네
함께 사는 삶이란 힘들어도 
 
서로의

다름을 견디면서
서로를 적셔주는 기쁨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