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쟁이덩굴 -공재동 비좁은 담벼락을 촘촘히 메우고도 줄기끼리 겹치는 법이 없다. 몸싸움 한 번 없이 오순도순 세상은 얼마나 평화로운가. 진초록 잎사귀로 눈물을 닦아주고 서로에게 믿음이 되어주는 저 초록의 평화를 무서운 태풍도 세찬 바람도 어쩌지 못한다.
비스듬히- 정현종 생명은 그래요. 어디 기대지 않으면 살아갈 수 있나요? 공기에 기대고 서 있는 나무를 좀 보세요. 우리는 기대는 데가 많은데 기대는 게 맑기도 하고 흐리기도 하니 우리 또한 맑기도 하고 흐리기도 하지요. 비스듬히 다른 비스듬히를 받치고 있는 이여.
산 위에서- 이해인 그 누구를 용서 할 수 없는 마음이 들 때그 마음을 묻으려고 산에 오른다. 산의 참 이야기는 산만이 알고나의 참 이야기는 나만이 아는 것세상에 사는 동안 다는 말 못할 일들을사람은 저마다의 가슴 속에 품고 산다.
그 누구도 추측만으로그 진실을 밝혀낼 수 없다
꼭 침묵해야 할 때 침묵하기 어려워산에 오르면산은 침묵으로 튼튼해진그의 두 팔을 벌려 나를 안아준다.
좀더 참을성을 키우라고내 어깨를 두드린다.
<떨어져도 튀는 공처럼 - 정현종 >그래 살아봐야지너도 나도 공이 되어떨어져도 튀는 공이 되어살아봐야지쓰러지는 법이 없는 둥근공처럼, 탄력의 나라의 왕자처럼가볍게 떠올라야지곧 움직일 준비되어 있는 꼴둥근 공이 되어옳지 최선의 꼴지금의 네 모습처럼떨어져도 튀어 오르는 공쓰러지는 법이 없는 공이 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