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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러진 나무 - 나희덕>

  저 아카시아 나무는
  쓰러진 채로 십 년을 견뎠다

  몇 번은 쓰러지면서
  잡목 숲에 돌아온 나는 이제
  쓰러진 나무의 향기와
  살아 있는 나무의 향기를 함께 맡는다

  쓰러진 아카시아를
  제 몸으로 받아 낸 떡갈나무,
  사람이 사람을
  그처럼 오래 껴안을 수 있으랴

  잡목 숲이 아름다운 건
  두 나무가 기대어 선 각도 때문이다
  아카시아에게로 굽어져 간 곡선 때문이다

  아카시아의 죽음과
  떡갈나무의 삶이 함께 피워 낸
  저 연초록빛 소름,
  십 년 전처럼 내 팔에도 소름이 돋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