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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린다 - 함민복

 

집에 그늘이 너무 크게 들어

아주 베어버린다고

참죽나무 균형 살피며

가지 먼저 베어 내려오는

익선이형이 아슬아슬하다​

 

나무는 가지를 벨 때마다

흔들림이 심해지고

흔들림에 흔들림 가지가 무성해져

나무는 부들부들 몸통을 떤다​

 

나무는 최선을 대해

중심을 잡고 있었구나

가지 하나 이파리 하나하나까지

흔들리지 않으려 흔들렸었구나​

 

흔들려 덜 흔들렸구나

흔들림의 중심에

나무는 서있었구나​

 

그늘을 다스리는 일도

숨을 쉬는 일도

결혼을 하고 자식을 낳고

직장을 옮기는 일도

흔들리지 않으려 흔들리고​

 

흔들려 흔들리지 않은려고

가지 뻗고 이파리

띄우는 일이었구나

여름날 저녁 - 심재휘
 
내가 그 여름을 떠나면서
여름은 언제나 헛된 저녁이었다
저물녘이면 헐렁한 반바지에 슬리퍼를
질질 끌면서 아무렇게나 자란
풀들의 길을 따라
내일을 희롱하며 내가 걷고 있었다 그럴 때면
바람이 터진 기억의 솔기를 자꾸 꿰매며
나를 밀어내는 탓인지 그 때의 들풀 냄새가
나는 듯 할뿐이어서 더욱 손을 내저어 보는데
그럴수록 멀찍이 물러서는
냇물과 산그늘이 있었고
다만 저녁의 푸른 집들만 도드라져서
손 앞에서 잡힐 것만 같았다 여름날 저녁
세상의 모든 윤곽선들은 반듯하였지만
믿을 수가 없었다 오늘의 일과를 마치며
집으로 돌아가는 간선도로의 질주 아래
새 한 마리 날지 않는 추억의 박제가
또 산산이 깨어져 있었다

Chuck Mangione - Feels So Good with vocals by Don Potter

Album '70 Miles Young' 2003 ( Here only for therapeutic and/or educational purposes.)

 

https://youtu.be/kIgw3Byk_BY

 

Chuck Mangione의 가슴에 파고드는 트럼펫 연주를 Don Potter가 노래를 하는 이 곡을 참 좋아했었다.
 
There's no place for me to hide
로 시작하는 Don Potter의 첫 음성이
내 가슴을 흔들었지.
 
There’s no place for me to hide
the thoughts of all the times I've cried
and felt this pain that I have known
because I needed just to hear that special something.....
Your name is music to my heart....
 
우리 모두에게는 어딘가 숨을 곳이 필요한지 모르겠다.
편히 내려놓을 수 있는 곳.
 
김용택 시인이 말하듯
"어디 울 곳"이 필요한지도 모르겠다.
어른이 되어도 필요한 안전지대.
 
내 가슴에 음악이 되어 들리는 이름들을 떠올려본다—
나에게 안전한 숨을 곳이 되어준 이름
내가 생을 마치는 날 내 곁에 음악으로 남을 이름
 
어스름이 내려오는 저녁 시간엔
트럼펫 소리가 참 잘 어울린다.
 
정말 오랜만에 들어본다.
역시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