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명- 마종기>
흐르는 물은외롭지 않은 줄 알았다어깨를 들썩이며 몸을 흔들며...예식의 춤과 노래로 빛나던 물길,사는 것은 이런 것이라고 말했다지만가볍게 보아온 세상의 흐름과 가버림.오늘에야 내가 물이 되어물의 얼굴을 보게 되다니.
그러나 흐르는 물만으로는 다 대답할 수 없구나.엉뚱한 도시의 한쪽을 가로질러길 이름도 방향도 모르는 채 흘러가느니헤어지고 만나고 다시 헤어지는 우리.
물이 낮은 곳으로 흐르는 마음도 알 것 같으다.밤새 깨어 있는 물의 신호등,끝내지 않는 물의 말소리도 알 것 같으다.
출처: 『그 나라 하늘빛 』/문학과 지성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