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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크리스마스의 주인공은 예수님이십니다 라는 문구가 있는 카드를 보냈다. 그래서 생각난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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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돌 반 넘은 우리 손녀, 지지난주 처음 교회 예배에 참석했단다. 크리스마스 예배인데 교회가 텅 비었다고 맘이 쓸쓸했다 한다. 코로나 이후 그리 되었고, 또 팀 켈러 목사님 돌아가시고 더 그렇기도 한 것 같다.

그런데  예배 중에 그 어린 손녀가 갑자기 큰소리로 “It’s not about Santa Claus!” 하더란다. 사람들이 돌아보며 미소 지어주고….

아이의 데이캐어센터에 유대인 가족이 있는데 (같은 아파트 사는) 유대인들 행사 때마다 늘 자기네 문화를 알리려 하고 그런 사진을 게시판에 도배하다시피 붙여놓곤 한다.  또 그때마다 어김없이 부모가 학교 와서 자신들의 이야기와 놀이를 애들과 같이 하는데 이젠 심하다 싶을 정도이다.  얼마 전 크리스마스도 그렇게 와서 같이 활동하였다는 소식을 학교에서 보내주는 newsletter에서 읽었다.
우리 딸도 같은 마음이었는지  새 프로젝트 때문에  숨 쉴 틈도 없이 바쁜 와중에 크리스마스 그림책 두 권과 예수님 탄생 모형들 사서 데이케어에 갔단다. (당연히 미리 연습도 했겠지!!) 서클타임에서 책 읽어주고 인형극도 해주고 또 크리스마스 스티커 놀이랑 준비해서 아이들과 함께 활동도 하고! 크리스마스에 예수님이 빠져서 예수님 외로우실 거 같아서…라고. (역시 울 딸과 난 맘이 통해^^)
엘라가 무척 좋아했단다~  

전 세계가 화려하게 반짝이며 모두의 축제가 되는 참 특별한 날 크리스마스. 서로 온정과 사랑을 베풀고 어려운 이들을 돌아보며 그동안 못한 마음을 전하는 전통으로 살아있는 날.  싼타의 선물을 기다리는 어린시절이 아름다운 꿈(그래서 쓸쓸한 아픔을 가진 아이들도 있겠지..) 그날을 즐기는 모두의 문화도 중요하다.


하지만  크리스마스의 참 의미는 잊히지 않기를 소망해 본다.

 

-그의 이름은 임마누엘이라... 이를 번역하면 하나님이 우리와 함께 계시다 함이라. 

-지극히 높은 곳에서는 하나님께 영광이요 땅에서는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사람들 중에 평화로다. 

악몽 2T3 

 

 

날 품어주던 오늘이

돌아 누었다.

 

나 꿈을 꾸었어

너무 어둡고 추웠어

진눈깨비 흩어지다가

어느새 주먹만 한 흰 눈이

아득한 바람을 타고

숨도 쉬지 않고 내려왔어

내 숨도 막았어

 

누군가에 도움을 청했지만

흩날리는 눈처럼

가볍게 섧게 날아갔어

눈길조차 없는

파닥이며 맴도는 작은 어둠이었어

 

눈 속에 갇혀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어

허리 끊어진 엉뚱한 몇 마디

투명한 단어들만 간신히 웅얼거렸어

악몽이었을까.

 

침상에 모로 돌아누운 그를 흔들어 깨웠다

아, 돌아눕는 얼굴 없는 얼굴

눈 코 입 그려 넣지 않은 헝겊 인형 같은

 

갑자기 등 뒤에서 날 부르는 소리

또 다른 꿈으로 지워질 또 다른 오늘이

시린 바람 속에 

알 수 없는 선물상자를 들고 서서

나를 깨운다.

 

일어나야지

눈을 크게 뜨고 악몽을 받아들이는 건

용기 있어 아름다운 결단이야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용기

폭설을 떨치고 날아보는 작은 노래야

 

일어나야해

또다시 지워질 얼굴을 그려야 해

 

언젠가 다다를 오늘의 끝은

눈부신 현실일 거야

 

- BHLee 

 

MP 

0719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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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꿈을 자주 꾼다. 하지만 좋은 꿈은 젊은 시절 외에 꾸지 못한다.
어릴 때는 신기하게 꿈이 잘 맞았다.  기억하는 건 초등학교 때도 군에 간 외사촌오빠가 오는 꿈을 꾸면 꼭 그 오빠가 휴가 나왔다며 우리 집을 찾아오곤 했었다. 
대학교 때는 예를 들면 전날 학교에 불이 나거나, 대통령의 목소리가 학교에서 방송되는 걸 듣거나 같은 꿈을 꾸면 그다음 날 학과 혹은 학부 톱으로 장학금을 받곤 했다. 

내내 그런 꿈을 어김없이 꾸었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특히 결혼 이후부터는 거의 악몽의 연속이었다.  
심지어 혼자 벽에 기대어 울다 지쳐서 1초 깜박하는 사이 털부숭이 남자가 무시무시한 식칼을 내게 들이대는 찰나 같은 꿈에 놀라 깨기도 했다. 그 후에도 그렇게 꿈인지 생시인지 모를 것들을  순간순간 경험하곤 했었다. 

 

악몽이 현실이 된 꿈 중 예를 들면 어느 날 꿈에서 내가 수술대 위 눈부신 전등 아래 누워있고 옆 테이블에 내 손과 발이 장갑과 부츠처럼 잘려서 놓여있었다. 너무 생생해서 일기에 그림으로 그렸었었다.  그리고 잊힐 때쯤(한 달 후쯤?) 그날도 잠이 부족한 상태에서 새벽에 학교 가는 길.... 전철역으로 내려가는 층계에서 두 번을 굴렀다.  손목과 다리 모두 다치고...  어찌할 바를 몰라하고 있는데  새벽이라 지나가는 사람도 없었다.  마침 급한 듯 지나가던 아주머니가 날 도와주려고 애를 쓰시며 연락처를 묻는데 가족은 미국에 있고 아무도 생각나지 않았다.  머리가 백지가 된 패닉상태.  지나가던 청년이 --그 급한 새벽출근시간에--나를 업고 길 위로 올려주고 나는 간신히 택시를 타고 응급실로 갔던 거 같다.  

 

암튼 내 악몽은 내 마음이 상태뿐 아니고 일어날 일들을 예고하는 내 내면의 지혜의 경고였으나 그 경고는 피할 길이 없었다. 지난여름에도 마찬가지였다.  오이디푸스처럼 꿈을 피해 도망가는 선택이었는데 꿈을 향해가는 선택이 되었고 아무 일도 아닌데 상상이상으로 심히 다치고 수술하고 아직도 회복 중이다.  그 외 늘 반복되는 꿈도 몇 가지 있다. 그 이유를 나는 스스로 분석도 하고 알고 있다.  그 꿈이 차차 빈도가 낮아지는 것도 사실이지만 여전히 꿈은 내게 악몽인 경우가 많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악몽은 단순한 꿈이 아니라 내 삶의 한 메타포가 되기 시작했던 거 같다. 

정말 삶이 외롭고 버겁고  힘들었던 아주 오래전에 쓴 이 시도  산더미 같은 그 간의 공부했던 것들을 버리던 중 공책을 뒤적이다 우연히 발견한 것이다. 

제목의 의미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하지만 저 시가 들려주는 내 마음을 나는 알고 있다.  어제의 나를 다시 만나는 이 마음을 어찌 표현해야 할까.......... 

 

가끔 악몽을 꾸고 나면 나도 영화의 주인공처럼 묻고 싶다. 

 

-언제 이 악몽에서 벗어나 행복한 꿈을 꿀까?

-그런 일은 없을 거야.  행복하면 꿈을 꾸지 않을 테니까. 

 

 

 

 

 

화이트 크리스마스 ㅡ나태주
 
크리스마스 이브
눈 내리는 늦은 밤거리에 서서
집에서 혼자 기다리고 있는
늙은 아내를 생각한다

시시하다 그럴테지만
밤늦도록 불을 켜놓고
손님을 기다리는 빵 가게에 들러
아내가 좋아하는 빵을 몇 가지 골라 사들고 서서
한사코 세워주지 않는 택시를 기다리며
20년하고서도 6년 동안 함께 산 동지를 생각한다

아내는 그동안 네 번 수술을 했고
나는 한 번 수술을 했다
그렇다,
아내는 네 번씩 깨진 항아리고
나는 한 번 깨진 항아리다

눈은 땅에 내리자마자 녹아 물이 되고 만다
목덜미에 내려 섬뜩섬뜩한 혓바닥을 들이밀기도 한다

화이트 크리스마스
크리스마스 이브 늦은 밤거리에서
한 번 깨진 항아리가
네 번 깨진 항아리를 생각하며
택시를 기다리고 또 기다린다

<시집, 슬픔에 손목 잡혀 (시와시학사 2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