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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ick Rose - William Blake



오 장미여, 너는 병들었다.
울부짓는 폭풍 속
어둔 밤을 날아다니는
보이지 않는 벌레가
진홍빛 기쁨이 있는
너의 침대를 발견하여
그의 어둡고 비밀스런 사랑이
너의 삶을 파괴하는구나.

Oh rose, thou art sick;
The invisible worm
That flies in the night
In the howling storm
has found out thy bed
Of crimson joy,
And his dark secret love
Does thy life destory.


(Blake는 시인이지만 화가이기도 하다. 그의 시에 자신의 삽화를 넣곤 했다.
영국에서 공부할 때 사온 그의 삽화가 있는 시집은 나의 소중한 보물이다.)

오래 먼 숲을 헤쳐 온 피곤한
상처들은 모두 신음 소리를 낸다
산다는 것은 책임이라구.
바람이라구. 끝이 안 보이는 여정.
그래. 그래 이제 알아들을 것 같다
갑자기 다가서는 가는 바람의 허리.

같이 있어도 같이 있지 않고
같이 없어도 같이 있는, 알지?
겨울 밤 언 강의 어둠 뒤로
숨었다가 나타나는 숲의 상처들.

그래서 이렇게 환하게 보이는 것인가.
지워 버릴 수 없는 그 해의 뜨거운 손
수분을 다 빼앗긴 눈밭의 시야.
부정의 단단한 껍질이 된
우리 변명은 잠 속에서
밤새 내리는 눈먼 폭설처럼
흐느끼며 피 흘리며 쌓이고 있다.


[상처 - 마종기]

 
검은 벽에 기대선 채로
해가 스무 번 바뀌었는데
내 기린(麒麟)은 영영 울지를 못한다.

그 가슴을 퉁 흔들고 간 노인(老人)의 손
지금 어느 끝없는 향연에 높이 앉았으려니
땅 우의 외롱 기린이야 하마 잊어졌을라.

바깥은 거친 들 이리 떼만 몰려다니고
사람인 양 꾸민 잔나비떼들 쏘다니어
내 기린은 맘둘 곳 몸둘 곳 없어지다.

문 아주 굳이 닫고 벽에 기대선 채
해가 또 한 번 바뀌거늘
이 밤도 내 기린은 맘 놓고 울들 못한다.

[거문고 - 김영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