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말을 듣지 않는 자신의 육체를 침대 위에 집어 던진다
그의 마음속에 가득 찬, 오래 된 잡동사니들이 일제히 절그럭거린다
이 목소리는 누구의 것인가, 무슨 이야기부터 해야할 것인가
나는 이곳까지 열심히 걸어왔었다, 시무룩한 낯짝을 보인 적도 없다
오오, 나는 알 수 없다, 이곳 사람들은 도대체 무엇을 보고 내 정체를 눈치챘을까
그는 탄식한다, 그는 완전히 다르게 살고 싶었다, 나에게도 그만한 권리는 있지 않은가
모퉁이에서 마주친 노파, 술집에서 만난 고양이까지 나를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중얼거린다, 무엇이 그를 이곳까지 질질 끌고 왔는지, 그는 더 이상 기억도 못한다
그럴 수도 있다, 그는 낡아빠진 구두에 쑤셔박힌, 길쭉하고 가늘은
자신의 다리를 바라보고 동물처럼 울부짖는다, 그렇다면 도대체 또 어디로 간단말인가!

[여행자 - 기형도]

그림: Q. Buchholz

(here only for therapeutic and/or educational purposes)


 

[겨울바다 -김남조]

겨울바다에 가보았지
未知의 새
보고 싶던 새들은 죽고 없었네

그대 생각을 했건 만도
매운 해풍에
그 진실마저 눈물져 얼어버리고

허무의

물이랑 위에 불붙어 있었네

나를 가르치는 건
언제나
시간,
끄덕이며 끄덕이며 겨울바다에 섰었네

남은 날은
적지만

기도를 끝낸 다음
더욱 뜨거운 기도의 문이 열리는
그런 영혼을 갖게 하소서

남은 날은
적지만

겨울바다에 가보았지
忍苦의 물이
水深속에 기둥을 이루고 있었네

 

<지상의 방 한 칸>  -  김사인
 -  박영한님의 제(제목)을 빌려


세상은 또 한 고비 넘고
잠이 오지 않는다.
꿈결에도 식은 땀이 등을 적신다
몸부림치다 와 닿는
둘째놈 애린 손끝이 천 근으로 아프다
세상 그만 내리고만 싶은 나를 애비라 믿어
이렇게 잠이 평화로운가
바로 뉘고 이불을 다독여 준다
이 나이토록 배운 것이라곤 원고지 메꿔 밥비는 재주 뿐
쫓기듯 붙잡는 원고지 칸이
마침내 못 건널 운명의 강처럼 넓기만 한데
달아오른 불덩어리
초라한 몸 가릴 방 한칸이
망망천지에 없단 말이냐
웅크리고 잠든 아내의 등에 얼굴을 대본다
밖에는 바람소리 사정 없고
며칠 후면 남이 누울 방바닥
잠이 오지 않는다.

photo by bhlee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에게 말했다.

"당신이 필요해요."

 

그래서

나는 정신을 차리고

길을 걷는다

빗방울까지도 두려워하면서

그것에 맞아 살해되어서는 안 되겠기에

 

- 베르톨트 브레히트, <아침저녁으로 읽기 위하여>

 

 

누군가가 나보다 더 나를 필요로 한다는 것은 또 얼마나 큰 용기를 주는지요. 그러므로 이제 브레히트의 말처럼 "정신을 차리고" 나의 길을 가려합니다. 나를 필요로 한다고 고백하는, 사실은 '내가 필요로 하는'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말입니다.  [이봉희, <내 마음을 만지다> 중에서]

 

 

012917

 

Victory by Rene Magritte (here only for therapeutic and/or educational purposes)

 

문을 열었습니다
갈 곳이 없었습니다 

 
문을 닫았습니다
머물 곳이 없었습니다

 

정처없습니다

 

아, 나는 살아서,
아직 살아서,
정처없습니다

 

[구름- leebonghee]


MP 042118

  길 - 신경림

 


  사람들은 자기들이 길을 만든 줄 알지만
  길은 순순히 사람들의 뜻을 쫒지는 않는다. 
  사람을 끌고 가다가 문득
  벼랑 앞에 세워 낭패시키는가 하면
  큰물에 우정 제 허리를 동강내어
  사람이 부득이 저를 버리게 만들기도 한다.
  사람들은 이것이 다 사람이 만든 길이
  거꾸로 사람들한테 세상사는
  슬기를 가르치는 거라고 말한다.
  길이 사람을 밖으로 불러내어 
  온갖 곳 온갖 사람살이를 구경시키는 것도 
  세상사는 이치를 가르치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그래서 길의 뜻이 거기 있는 줄로만 알지
  길이 사람을 밖에서 안으로 끌고 들어가
  스스로를 깊이 들여다보게 한다는 것은 모른다.
  길이 밖으로가 아니라 안으로 나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에게만 길은 고분고분해서
  꽃으로 제 몸을 수놓아 향기를 더하기도 하고
  그늘을 드리워 사람들이 땀을 식히게도 한다.
  그것을 알고 나서야 사람들은 비로소
  자기들이 길을 만들었다고 말하지 않는다.

   - <쓰러진 자의 꿈> (창작과 비평사, 1993)

  

서울시 간호사회 보수교육-예술심리치료의 이해

 

일시: 2020년 11월 20일 금요일  

대 상:  간호사 (근무기관 및 연령대 다양)  

장 소: 서울특별시간호사회 5층 강당 

교육목적: 드라마, 미술, 문학요법을 통해 예술치료에 대해 이해하고 이를 임상에 적용하여 효과적인 자아회복간호를 수행한다.

 

세부 프로그램:

09:20 - 11:00(100분)

임상심리치료와 간호학적 적용-주세진(남서울대간호학과교수/한국정신간호학회부회장)

 

11:20 - 13:00(100분)

문학을 이용한 심리치료의 이해-이봉희(나사렛대 재활복지대학원 명예교수/한국글쓰기문학치료연구소소장)

 

14:00 - 15:40(100분)

미술을 이용한 심리치료의 이해 -추의성(한국미술치료상담학회장)

 

16:00 - 17:40(100분)

사이코드라마를 이용한 심리치료의 이해-이래숙(국립공주병원 정신재활치료과 팀장)

 

 

 

 

 

 

전북교육문화회관 2020년 하반기

「마음을 채우는 끌림의 인문학」

--문학, 인문, 역사 분야의 전문가와 함께 만나는 인문학 강연--

 

전북교육문화회관에서는 학생 및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2020년도 하반기 「마음을 채우는 끌림의 인문학」강연을 개최한다. 「마음을 채우는 끌림의 인문학」은 특정 주제의 명사를 초청, 소통과 배움을 통해 지역주민의 지적 욕구 충족의 기회를 제공하고자 매년 상/하반기에 마련된다. 올 하반기는 코로나로 인해 일정이 변경되어서 10월 7일부터 12월까지 총 9회에 걸쳐 문학, 인문, 역사를 주제로 매주 수요일 저녁 7시 전북교육문화회관 2층 교육4실에서 진행할 예정이며 인원도 축소하여 모집한다.

 

10월 7일~21일(수)까지 3주간은

 

2020년도 상반기에 이어 또 다시 나사렛대학교 대학원 문학치료학과 이봉희 명예교수를 초청하여

‘내 마음을 만지다-글쓰기문학치료’ 를 주제로 [치료의 문학: 문학을 보는 7가지  새로운 시선] 등 강연이 있을 예정이다.

 

참여는 30여명 선착순으로, 회관 누리집 온라인접수(http://lib.jbe.go.kr/jec)나 당일 현장 접수이며 참가비는 무료이다.

 

특히, 모든 강의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방역수칙을 꼼꼼히 지키며 사회적 거리두기 속에서 운영된다.

 

---------------------------------------------------------------------------------------------------------------------

봄학기에 이어 총 6주간의 긴 전주특강을 마쳤다.

 

전주에 문학치료대학원 제자 샘이 있다.  (일부러 대학원 다니려고 천안으로 이사 왔었던 분.  아이 전학이 쉽지 않았을텐데.... 석사 마치고 다시 전주로 내려가서 지금 여기저기에서 활동하고 있다.)

폐가 될까봐 지난 봄에도 말없이 다녀왔는데 어떻게 알고 전주역으로 마중도 나오고 기차역까지 데려다 주고, 내가 KTX열차가 많지 않아서 밤 12:30이나 되어야 집에 돌아오는 걸 알고 교통이 편한 익산까지 데려다 주어서 SRT를 타고 11시 30에 집에 올 수 있게 해주고....  마지막 날에는  막무가내 한옥마을에 숙소를 얻어주어서 밤늦게까지 못다한 이야기 실컷나누었다.  제자가 아니라 이젠 동료처럼..    그 제자는 주변에서 이렇게 귀하고 좋은 글쓰기문학치료를 전공한 그 선생을 무척이나 부러워하고 있어서 얼마나 좋아하던지 감사했다. 그 샘의 작은 상담실에도 가보고...   심지어 친구 치과에 데려가서 스켈링까지 받게 해주고.....  진심과 정성이 가득한 대접을 받았다.

나중에 제자가 그곳 진행자분들에게서 알아낸 정보(??)에 의하면 지난 학기 들었던 분들의 특별한 요청이 있었고, 또 센터 원장님이 꼭 또 청하라고 했다고..  한번도 같은 강의자를 두번 청한 적은 없었다고.... 
애초에 나를 무리해서 (서울에서 부터 오라는 것은 무리였고.  또 여러 다른 의미로 무리였지만) 내게 강의를 요청하신 것도 원장님이 내 인터뷰기사를 책에서 보고 꼭!!! 초청하라고 하셨다 한다.  이런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었구나...
아무튼 강의 듣는 분들이 그 피곤한 주중  밤시간에 - 다음날 출근하셔야하는 분들이-- 쉬는 시간도 없이 진행하는 2시간 풀 강의를 꼼짝않고 어찌나 열심히 집중해서 들어주시는지 나도 감동받고 힘을 얻었다. 제자 선생님의 말로는 처음에 내 목소리가 전과 달리 너무 힘이 없어서 걱정이었는데 점점 다시 힘이 나더라고.....

  

몇 년 전 전주대학교 초청강의 후 김병기 교수님으로부터 여기저기 귀한 곳으로 안내 받고 극진히 대접받았었다.  
(https://www.journaltherapy.org/3579)

 

전주는 정말 내게 특별한 추억의 도시가 되었다. 

사실  전주대병원에 내가 딸처럼 아끼던 오래된 제자도 있는데 찾지 않았다. 많이 바쁘니까 혹시라도 폐가 될까봐.... 보고 싶었지만....   


그런데 신기하게 오늘 김병기 교수님으로부터 반가운 문자를 받았다.
신간 [사라진 비문을 찾아서] (학고재) 신간소식과 함께.
광개토대왕비 변조 논쟁을 종결지을 완결판이라는 평을 듣고 있는 정말 소중한 책이다. 
교수님의 열정에 감동을 받았다.
http://sjbnews.com/news/news.php?number=696482




주여, 때가 되었습니다
지난 여름은 참으로 위대했습니다
당신의 그림자를 해시계 위에 놓으시고
벌판에는 바람을 놓아 주십시오.

마지막 과일들을 여물게 하시고
따뜻한 이름도 주시어
그것들을 완성되게 하시고
진한 포도주에 마지막 단맛을 부어 주십시오.

지금 집이 없는 사람은
이제 집을 짓지 않을 것입니다.
지금 외로운 사람은
오랫동안 외로워할 것입니다.
잠 못 들어 책 읽으며
긴 편지를 쓸 것입니다
낙엽 흩날리는 가로수 길을
불안스레 이리 저리 헤맬 것입니다.

[가을날- 라이너 마리아 릴케]

091706 블로그 생일 첫 시.  

une femme au pigeon by Picasso



고마워.

나를 안전히 안아 줄 손길은
너 밖에 없어
어리고 여린 너의 손

소유하려 숨막히게 움켜 잡지도
무감각하게 놓아 버리지도 않는
내 모습 그대로 온전히 품어 안는

네가 내가 되어
내가 네가 되게 하는
작고 고운 영혼의 힘

고마워.

날 고이 품어
잠시
날개를 쉬게 해주어서
잠시
구룩구룩 설운 노래 멈추고
너와 함께 온유히 두근거리는 박자
화음처럼 퍼지는 따사로운 체온

갈매기처럼 독수리처럼 높이 날지 못해도
네 품안에서 고동칠 작은 꿈이 되게 해주어서
네 가슴에 살아 남은 작은 사랑이 되게 해주어서

고마워.

----

MP 0406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