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이 외롭다 - 김승희

 

남들은 절망이 외롭다고 말하지만

나는 희망이 더 외로운 것 같아

절망은 중력의 평안이라고 할까

돼지가 삼겹살이 될 때까지

힘을 다 빼고, 그냥 피 웅덩이 속으로 가라앉으면 되는 걸 뭐.......

그래도 머리는 연분홍으로 웃고 있잖아. 절망엔

그런 비애의 따스함이 있네.

 

희망은 때로 응급처치를 해주기도 하지만

희망의 응급처치를 싫어하는 인간도 때로 있을 수 있네

아마 그럴 수 있네

절망이 더 위안이 된다고 하면서.

바람에 흔들리는 찬란한 햇빛 한 줄기를 따라

약을 구하러 멀리서 왔는데

약이 잘 듣지 않는 다는 것을 미리 믿을 정도로

당신은 이제 병이 깊었나.

 

희망의 토템폴이 선인장.......

피가 철철 흐르도록 아직, 더, 벅차게 사랑하라는 명령인데

 

도망치고 싶고 그만두고 싶어도

이유 없이 나누어주는 저 찬란한 햇빛, 아까워

물에 피가 번지듯.......

희망과 나

희망은 종신형이다

희망이 외롭다

 

(Totem Pole: 동물, 새 등이 수직으로 새겨진 힘찬 조각으로

부족내의 특정한 친족집단과 신화적으로 연결된 초자연적인 존재)

연애 1 - 김용택

 

해가 지면 나는 날마다 나무에게로 걸어 간다
해가 지면 나는 날마다 강에게로 걸어간다
해가 지면 나는 날마다 산에게로 걸어간다
해가 질 때, 나무와 산과 강에게로 걸어가는 일은
아름답다 해가 질 때

사랑하는 사람을 그리워하며 사랑하는 사람에게로

산그늘처럼

걸어가는

일만큼

아름다운

일은

세상에

없다

Schubert, Mille cherubini in coro ( Sop. Renata Tebaldi )/

슈베르트-천사들의 노래 (1000명의 천사들의 합창)-레나타 테발디 

테발디가 부른 이 곡 중에서도 내가 정말 좋아하는 연주를 찾았다! 

몇십 년 전 까마득한 어린 시절 테발디의 이 곡을 처음 들었을 때,  호수에 작은 나뭇잎이 떨어져 일으키는 물살 같던 그 전율을 다시 느끼고 싶어서....  언제 들어도 좋다.  

특히 자장가로 이어지기 전 부분이 정말 너무나 좋다.
 
Mille cherubini in coro        A choir of a thousand cherubs
Ti sorridono dal ciel            Smiles on you from the sky
Una dolce canzone              A sweet song
T'accarezza il crin                Caresses your brow
Una man ti guida lieve      A hand is gently guiding you
Fra le nuvole d'or                Through the clouds of go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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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들의 합창단이
하늘에서 너에게 미소 짓고
달콤한 노래가
너의 이마를 쓰다듬네.
금빛 구름 사이로
부드럽게 너를 인도하는 한 손길--
 
삶이 힘겨운 어떤 제자 선생님의 근황을 듣고 이 노래를 보내보았다. 
힘겨울 때 그 손길을 느끼며 잠시라도 평안하게 쉼을 얻으시길 바라며.... 
 

https://youtu.be/L2OwbLAM43g?si=Ht2iPFGoQf9Vldm5

 

바람의 집 – 겨울 판화(版畫) -기형도(1960~1989)

   내 유년 시절 바람이 문풍지를 더듬던 동지의 밤이면 어머니는 내 머리를 당신 무릎에 뉘고 무딘 칼끝으로 시퍼런 무를 깍아주시곤 하였다. 어머니 무서워요 저 울음소리, 어머니조차 무서워요. 얘야, 그것은 네 속에서 울리는 소리란다. 네가 크면 너는 이 겨울을 그리워하기 위해 더 큰 소리로 울어야 한다. 자정 지나 앞마당에 은빛 금속처럼 서리가 깔릴 때까지 어머니는 마른 손으로 종잇장 같은 내 배를 자꾸만 쓸어내렸다. 처마 밑 시래기 한 줌 부스러짐으로 천천히 등을 돌리던 바람의 한숨. 사위어가는 호롱불 주위로 방 안 가득 풀풀 수십 장 입김이 날리던 밤. 작은 소년과 어머니는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할까?

  -1989년 유고시집 <입 속의 검은 잎> (문학과 지성사)

  바람이 불어 - 윤동주
 

  바람이 어디로부터 불어와
  어디로 가는 것일까.

  바람이 부는데
  내 괴로움에는 理由(이유)가 없다.

  내 괴로움에는 理由(이유)가 없을까.

  단 한 여자를 사랑한 일도 없다.
  時代(시대)를 슬퍼한 일도 없다.

  바람이 자꼬 부는데
  내 발이 반석우에 섰다.

  강물이 자꼬 흐르는데
  내 발이 언덕우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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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bhlee

대학교 때 이 시를 번역했었다.  그 번역했던 글이 지금도 어렴풋이 기억이 나는데.... 어디에 싣느라 그랬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난 이런 것들을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 왜 이런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는지 생각도 안 했었는데....  요즘 지인들이 자신이 쓴 글이 어느 사보나 동인지에 실리면 늘 그걸 올리면서 축하인사를 받거나 할 때, 자신들이 한 일이나 업적을 일일이 기록할 때 가끔 나는 왜 이런 걸 하나도 기록하지 않으면서(기억하지 않고) 살지? 할 때가 있다. 내게는 그런 게, 그렇게 나를 세상에 자랑하거나 알리는 게 중요하지 않았던 거 같고 지금도 그렇다.  그리고 그럴 기력이 늘 부족하다.  그래서 가끔 내가 참 이상하다는 생각을 한다. ) 


다만 내가 기억하는 것은

이 시를 읽고 번역도 할 만큼 좋아했던 내 마음-- 이 시를 좋아했던 그 때의 "내 마음, " 그 시절 나의 가슴에 울림을 준 이 시의 목소리이다.  그런 것이 나에게는 중요하다.  그치.... 어쩌면 이런게 아무 "쓰잘데기 없는" 일인지 모른다.  내 친구의 말이 맞는지도 모른다. "넌 참 복잡하게 사는구나.... 영화도, TV 드라마도 우린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 것들이 넌 보이니 피곤해서 어떻게 즐기겠냐.  그냥 보고, 그냥 읽으면 될 걸 피곤하겠다."

바람이 분다..

늦은 아침, 창을 열자 제법 센 찬 바람이 기다렸다는 듯 밀려 들어온다. 

바람...하면 어떤 바람이 우리의 기억 속에서 제일 먼저 떠오를까? 

오늘처럼  차가운 겨울바람? 산에 올라 땀을 식히던 그 맑고 시원한 바람? 
어린 시절 동요에 나타난 잠든 뱃사공 대신 말없이 노를 저어주는 고마운 바람? 
추억을 일깨워주는 수많은 바람들... 
그중에서 나는 윤동주의 시가 제일 먼저 떠오른다.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얼마나 맑고 섬세하고 아름다운, 그래서 너무나도 소중한,  또 그래서 끙하고 가슴 저려오는 고백인가?

큰 바람이 불어야만 바람을 느끼는 우리들인데. 

뿌리 깊은 나무를 흔드는 바람도 아니고 작은 이파리 하나가 흔들리는 그 작은 바람에도 그는 아팠다 한다.

 

오늘 찬바람 스치는 거리를 지나며 동주의 이 맑은 시구절을 습관처럼 외다가

아주 오래 전 30대인가, 어느 날이 떠올랐다. 지친 퇴근길에 일몰을 바라보며 혼자 중얼거렸던 기억ㅡ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살아있는 것'을 사랑해야지. 
살아있는 모든 것은 결국 죽어가는 것이니까…"

이 나이 되어서도 아직도 살아있는 모든 것을 사랑하는 일이 왜 그토록 어려운 것일까? 죽어가는 것임을 알면서도...
아직 살아있기에?
나도, 그리고 그들도/세상도.... 

12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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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윤동주, 서시>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 듯합니다.

가슴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
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 마디씩 불러 봅니다. 소학교때 책상을 같이 했든 아이들의 이름과 패, 경, 옥 이런 이국 소녀들의 이름과, 벌써 애기 어머니 된 계집애들의 이름과, 가난한 이웃 사람들의 이름과 비둘기,강아지, 토끼, 노새, 노루, "프랑시스 잠", "라이너,마리아, 릴케" 이런 시인의 이름을 불러봅니다.

이네들은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별이 아슬히 멀 듯이.

어머님, 그리고 당신은 북간도에 계십니다.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
이 많은 별빛이 나린 언덕 우에
내 이름자를 써 보고, 흙으로 덮어 버리었습니다.

딴은 밤을 새워 우는 벌레는
부끄러운 이름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

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무덤 우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
내 이름자 묻힌 언덕 우에도
자랑처럼 풀이 무성할 게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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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내내 교수님 수업을 듣고 있으면 주체할 수 없는 감정에 눈물을 흘리곤 했습니다. 

너무나 챙피 했지만 고장난 수도 꼭지처럼 컨트롤 할수 없는 감정에 한때는 교수님 수업 들어갈때마다 굳게 다짐을 하고 수업에 임하기도 했습니다. '오늘은 절대 울지 말자...'

 

요즘은 저를 들어내고 표현한는 것에 두려움이 있다는 사실을 또 한번 절실히 느낍니다. 말은 하고 싶었지만 실수의 두려움이 항상 저를 가로막습니다. 남편은 실수하는 자기의 모습을 보면서 다른 사람이 용기를 얻는 다면서 본인은 그래서 더 일부러 실수를 한다고, 남들에게 좋은 일하는 거라며 얘기합니다.

 

"실수 할 권리가 있다"는 교수님의 말씀이 가슴에 와 닿는, 저를 위한 말씀 같았습니다. 

교수님께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무엇이냐며 물어보실때 저는 리차드 기어가 과거를 떠올리며 

교회의 닫혀진 문을 여는 장면에서 그 사람이 과거의 경험을 또다시 겪게 되면 어쩌나... 

그 교회안의 사람들이 죽었으면 어쩌나 마음을 조리며 보았다는 말을 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습니다. 저를 들어내는 두려움이 있다는 사실은 다시 한번 절실히 느끼는 순간이였습니다. 

그래서 조금 우울합니다. 제 자신에게 진것 같아서... 

저를 그럴 듯 하게 포장 하려는 ... 알면서도 제자신을 깨기가 힘듭니다. 

하지만 저는 살아서 걸어나오는 사람들을 보며 '다행이다' 그 정도의 감정에서 그치고 말았습니다. 

교수님의 해석을 들으며 어느순간엔가 닫혀 버린 제 생각 폭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교수님의 수업은 문학, 영화 , 아니 보여지는 모든 삶의 시각을

새롭게 눈뜨게 하는 그런 능력을 일깨워 주시는 너무나 소중한 시간입니다.

 

어느샌가 우울했던 마음이 없어졌네요. 교수님! 

늦었지만 저녁해야 겠어요. 아이들이 배고프다고 아우성입니다. 

그럼 다음주에 뵙겠습니다. 

2006/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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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편지 감사합니다. 

문학이 가진 힘은 예측할 수 없이 우리 가슴에 찾아와 우리를 깨운다는 것을 선생님을 통해 (그리고 수업을 통해) 또 느낍니다. 마치 사랑이 찾아오듯이요.
첨엔 두려움을 주기도하고 거부반응이 생기기도 하고 그러다  우리가 읽은 쇼팽의 단편소설의 주인공에게 찾아온 각성의 순간처럼 거부를 포기하는 순간, 사랑처럼 밀려오지요.

 

수업을 통해 힘을 얻으셨다니, 선생님 참 다행이에요.
담엔 두려워하지 말고 편히 말하고 포현하세요. 정답이 없다고 했잖아요.
늘 말씀드렸지만 제가 소설이나 문학, 영화를 읽는 방식은 하나의 방법일 뿐이니까 저처럼 읽지 않아도 되어요.^^
남편분께서 수업에 오셔서  같이 청강하시는 모습 보면서 너무나 감동이이었어요. 
아내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 보여서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제 마음이 얼마나 따듯해지던지요. 

어린이날, 날은 흐리지만 꽃핀 야외에서 아이들과 예쁜 추억 많이많이 담아오세요. 그리고 늘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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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문학치료 자격증을 따기 전 교육대학원 수업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림: Q. Buchholz(here only for educational and/or therapeutic purposes)

 

[겨울바다 -김남조]

겨울바다에 가보았지
未知(미지)의 새
보고 싶던 새들은 죽고 없었네

그대 생각을 했건 만도
매운 해풍에
그 진실마저 눈물져 얼어버리고

허무의
불
물이랑 위에 불붙어 있었네

나를 가르치는 건
언제나
시간,
끄덕이며 끄덕이며 겨울바다에 섰었네

남은 날은
적지만

기도를 끝낸 다음
더욱 뜨거운 기도의 문이 열리는
그런 영혼을 갖게 하소서

남은 날은
적지만

겨울바다에 가보았지
忍苦(인고)의 물이
水深(수심)속에 기둥을 이루고 있었네

 

도종환 - 폭설

폭설이 내렸어요 이십 년만에 내리는
큰눈이라 했어요 그 겨울 나는 다시
사랑에 대해서 생각했지요
때묻은 내 마음의 돌담과 바람뿐인
삶의 빈 벌판 쓸쓸한 가지를 분지를 듯
눈은 쌓였어요
길을 내러 나갔지요
누군가 이 길을 걸어오기라도 할 것처럼
내게 오는 길을 쓸러 나갔지요
손님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먼지를 털고
오랫동안 사람이 살지 않던 내 가슴 속
빈 방을 새로 닦기도 했어요
내가 다시 사랑할 수 있다면
내 사랑 누군가에게 화살처럼 날아가 꽂히기보다는
소리 없이 내려서 두텁게 쌓이는 눈과 같으리라 느꼈어요
새벽 강물처럼 내 사랑도 흐르다
저 홀로 아프게 자란 나무들 만나면
물안개로 몸을 바꿔 그 곁에 조용히 머물고
욕심없이 자라는 새떼를 만나면
내 마음도 그렇게 깃을 치며 하늘을 오를 것 같았어요
구원과 절망을 똑같이 생각했어요
이 땅의 더러운 것들을 덮은 뒤 더러운 것들과 함께
녹으며 한동안은 때묻은 채 길에 쓰러져 있을
마지막 목숨이 다하기 전까지의 그 눈들의 남은 시간을
그러나 다시는 절망이라 부르지 않기로 했어요
눈물 없는 길이 없는 이 세상에
고통 없는 길이 없는 이 세상에
우리가 사는 동안
우리가 사랑하는 일도 또한 그러하겠지만
눈물에 대해서는 미리 생각지 않기로 했어요
내가 다시 한 사람을 사랑한다면
그것은 다시 삶을 사랑해야 한다는 것이며
더 이상 어두워지지 말자는 것이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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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땅의 더러운 것들을 덮은 뒤 더러운 것들과 함께 녹으며 한동안은 때묻은 채 길에 쓰러져 있을" 그 눈들의 "남은 시간," ㅡ 그것이 차마 고통스러 힘들어했었습니다. 이 땅의 때묻음, 세상의 나약함은 덮는다고 가린다고 사라질 수 있는 것이 아님을 알면서도 녹지 않는 눈 같은 환상이라도 있어 내 눈을 덮어주길 바란 것일까요? 어둠에 그을린 세상을 온몸으로 덮고 함께 녹아 길에 쓰러져 그 최후를 맞이하는 눈...그것을 다시는 절망이라 부르지 않을 수 있기를 기원해봅니다. 이 겨울에는 질척이는 외롭고 응달진 골목을 걸을 때 그 속에 함께 녹아 내린 희디 흰 눈의 눈물을 기억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