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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속 풍경'에 해당되는 글 79건
비어있는 내 마음의 갈구의 표지
2 | 2025.12.14지나친 마음의 오지랖 4 | 2025.12.13가장 따듯했던 계란 하나 - 나의 가족 (4) 3 | 2025.12.10 슬픔 | 2025.11.22 나무가 된 낙엽 | 2025.11.14 일몰 | 2025.11.03 낮엔 달처럼, 밤엔 해처럼 | 2025.11.02 모순: 우연 그 기묘한 필연 | 2025.10.10 비- 이형기 9 | 2025.09.01 나의 가족(6) 선생님과 할머니, 그리고 언니, 그리고 나 2 | 2025.06.04 '선물'에게서 온 선물 | 2025.01.25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2 | 2024.12.03 선인장 사랑 5 | 2024.09.29 추억의 책 갈피, 내 마음 갈피 8 | 2024.09.24 내 마음의 첼로 - 나해철 1 | 2024.08.17 물새 | 2024.07.30 그 복숭아나무 곁으로 -나희덕 7 | 2024.04.30 Ne andro Iontana 7 | 2024.04.05 크리스마스 | 2023.12.24 악몽 2T3 | 2023.12.24 photo by bh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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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친 내 마음의 오지랖>
에효... 오늘은 이런저런 오지랖으로 하루가 저물어가 버리고 있다. 어둑해지는 시간, 집에 오다가 웬 할아버지가 지하철 입구에서 “이리 가면 H아파트 건너편 맞나요”한다. 네.. 하고 가려다가 "건너편"이라는 애매한 말이 그만 덜컥 맘이 걸려서 뒤돌아섰다. "그런데 어디 가시는데요?"
외모는 깔끔해 보이시는 그 할아버지 어디로 가는지도 몰라서 휴대폰을 뒤적뒤적 거리시기를 2-3분. 결국 메시지를 찾아 H아파트 건너편으로 오면 찾을 수 있다고 했다고만 하신다. 전철역에서 10여분은 족히 걸리는 H아파트, 그 아파트가 얼마나 긴데 정확히 건너편 어디로 가시냐고 또 묻는다. 기억을 못 해 간신히 또 한참을 걸려서 메시지를 찾더니 [평생학습관]이라 하신다. 더 자세히 묻고 알아낸 것은 검도부 제자가 그 아파트 건너편에 있으니 그곳으로 오라고 했다는 거다. 그 장소가 내가 지나다가 보았던 기억이 나는데 아주 좁은 골목에 있고 눈에 띄지도 않아서 찾기 쉽지 않은 곳이다. 사람들에게 물어도 아마 모를 거다. 네이버 지도로 찾아서 보여드려도 알지 못하시겠기에 그 제자에게 전화를 걸어달라고 했다. 마중 나오라고 하겠다고. 또 전화번호를 찾지 못하신다. 할 수 없이 내가 그분의 폰(나와 다른)을 달라 해서 겨우 메시지에서 번호를 찾았다. 그랬더니 또 나보고 걸어 달라 신다. "선생님이 전화하셔야 해요." 결국 통화가 되어 그 선생 성함 대면서 제자에게 어디 어디로 모시러 오라고 하고 근처 큰길에 모셔다 주었다. “거기 골목이라 혼자 못 찾으시니까 꼭 여기서 기다리세요” 하고. 나도 바빠서 급히 돌아섰다.
그런데 길을 건너자 그만 맘이 아프기 시작한다. "선생님 잘못 아니에요. 괜찮아요. 아무 걱정 마세요. 돌아가실 때도 길 안내해 달라고 하세요 꼭!!!" 이 말을 못 해서. 이래서 또 난 기력이 빠져서 멍하니 있다. 오늘도 하루가 그냥 가버리고 있고... -------------- 오지랖: 본래 뜻은 웃옷이나 윗도리의 앞자락이며, ‘오지랖이 넓다’는 옷자락이 넓게 펼쳐지듯 남의 일에 주제넘게 간섭하는 모습을 비유합니다. ‘오지랖이 넓다’는 말은 오늘날에도 종종 쓴다. 그런데 이 말이 그다지 좋은 뜻은 아니다. 옷의 앞자락이 넓으면 몸이나 다른 옷을 넓게 겹으로 감싸게 되는데, 간섭할 필요도 없는 일에 주제넘게 간섭하는 사람을 비꼬는 말이다.
그런데 또 한편 오지랖이 넓다는 것은 가슴이 넓다는 말이다. 즉 남을 배려하고 감싸는 마음의 폭이 넓다는 것을 말한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오지랖이 넓은 것이 미덕이다. 다만 그것이 지나쳐서 남에게 도움이 되기보다는 오히려 귀찮게 하는 결과를 가져올 때, 이를 경계하여 ‘오지랖이 넓다’고 하는 것이다.
오늘날 개인주의 사회에서는 오지랖이 넓은 게 문제가 아니라, 제 몸과 관계없는 사람에게는 좀처럼 눈길도 주지 않는 세태가 더 문제다. 오히려 사람들의 오지랖이 너무 좁다는 데 우리 사회의 어두운 그림자가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네이버 지식백과] 오지랖 ([좋은 문장을 쓰기 위한 우리말 풀이사전] 2004/2011 박남일) @ 이 글과 관련된 글 | 덧글 남기기
[가장 따뜻했던 계란 하나]
늘 기운이 없었던 고3. 얼굴도 머리도 노랗고 말랐던 나.
그래도 모두 잠든 밤, 밤새워 혼자 공부해 보겠다고
난방도 없는 외풍 센 마루에 나와 상을 펴고 쪼그리고 앉아 밤을 새우던 때,
새벽이면 아득하게 힘이 빠져나가고 오슬오슬 추위와 허기로 떨곤 했다.
어느 새벽, 마당 건너 사랑방에서 화장실을 다녀오던 작은 오빠가
드르륵 문을 열고 아무 말없이 들여 밀고 간 따듯한 계란프라이 하나.
당시 우리들에겐 유일한 고급 도시락 반찬이었던 계란 하나ㅡ
그 고소한 냄새의 계란 맛이 어땠는지는 전혀 기억에 없다.
다만 그걸 먹고 나니 갑자기 자꾸 감기던 눈이 뜨이던
신기한 기억만 또렷할 뿐.
불 켜진 마루를 보고, 동생을 위해 말없이 부엌에 가서
석유풍로를 켜고 계란을 부쳐다 준 오빠의 마음,
어려서 큰오빠의 사랑을 받던 나보다는
외로울까 언니만을 챙기던 작은 오빠의 그 말없는 배려에
지쳐 한기에 떨던 내 외로운 가슴이 얼마나 따듯해졌던지 그 온기를 기억할 뿐.
가장 따듯했던 그날의 계란프라이 하나ㅡ
지금도 내 맘 오슬오슬 시린 날이면
말없이 찾아와 주는 따듯한 기억
ㅡㅡㅡㅡ
지난 주 특강 준비하려고 보니, 지난달에도 특강때문에 작업했던 PPT가 갑자기 문제가 생겼다. 혼자 해결하려 끙끙대다가 다음날 서비스센터로. 기기문제가 아니라는건 알았다. 그래도 혹시 도움을 기대했지만 전~혀 아니었다.할 수없이 78된 오빠에게 SOS. 지난달 이사 간 먼 곳에서 밤늦게 찾아와 해결해주고 갔다.
오빠는 내가 미국가서 긴 기간 집을 비우는 때면 빈 집에 와서 화분도 살펴주고 말없이 여기저기 고장난 거 다 손봐준다. 회사일도 바쁜데 음악과 함께 사는 나를 위해 내가 아끼는 정말 오래된 맥킨토시 앰프도 어렵게 충주까지 수리해 줄 수 있는 사람 찾아가서 다 고쳐다 주고, 현관문 손잡이 잠금장치 수리해놓고. 이 모든 걸 아무 말없이…. 내가 귀국하는 날이면 늘 비행기도 멀미를 해서 고통받는 나를 위해 시간 맞춰서 문 앞에 죽을 배달해놓는다. (난 거의 28년 차이 났던 이젠 하늘에 계신 큰오빠 사랑도 엄청받았는데 정말 복이 많다. 그저 감사하다. )
키크고 영국 신사같이 멋쟁이였던 오빠가
이제 나이들어 띄엄띄엄 걸어가는 굽은 뒷모습, 벗겨진 뒷 머리가 왜케 아프고 슬픈지…. 뒷모습에 대고 오빠부부 오래오래 건강하고 행복하기만 기도한다.
------------- <"가장 따듯했던 계란 하나"는 아주 오래 전 썼던 일기이다. 남들에겐 고마움을 잘 표현하는 나도 가장 가까운 내 가족에겐 왜 못했을까? (울딸에겐 예외~^^)
맘은 혼자 간직하면 안되고 표현하고 나눠야 할 거 같아서 쑥스럽지만 저 글을 오빠에게 보내려한다. 더이상 뒤늦은 후회하지 않으려고. "오글거리지? ㅋㅋ" 라고 덧붙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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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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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bhlee 11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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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원이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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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엔 달처럼
밤엔 해처럼
그렇게 살아도 좋으리…
----------- AhnSS
산은 산, 물은 물처럼, 낮엔 해, 밤엔 달인줄 알았는데 아니네요. 선생님 말씀 중에 어둠속에 빛이 있으면 더 이상 어둠이 아니라고 하셨는데, 밤에 해가 있으면 밤이 낮이되고 낮이 밤이 되는, 혁명적인 상황이네요^^
선생님 미적 감각은 따라갈 수가 없네요, 어쩜 이런 사진을 찍으실 수 있는지요!
-->bhlee
고마워. 맑고 밝은 하늘을 기다려도 기다려고 인색하던 가을이 요몇일간 마침내 가을 햇살을 환히 내려주니 참 감사했지? 길고 긴 겨울이 오기 전..... 사실
낮엔 해처럼 밤엔 달처럼이란 말이 우리에겐 참 익숙하지.
노래도 있고 ㅡ "낮엔 해처럼 밤엔 달처럼 그렇게 살 순 없을까".... 하지만 그냥 난 빛과 어둠 너머에 그것에 가려, 또는 우리의 시각과 고정된 의식에 의해 보이지 않는, 그렇지만 여전히 거기 있는 소중한 존재에 대해 생각해봤어. 낮 달과 밤의 해처럼… 그렇게 살아도 된다고 말해주고 싶었어. (FBk에서 가져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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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bhlee
모순: 우연 그 기묘한 필연 - bhlee 정말 오래 전 쓴 이 글을 얼마전 두 주에 걸친 특강/워크숍 자료를 찾다가 외장하드에서 발견했다.
우연, 그 기묘한 필연 @ 이 글과 관련된 글 | 덧글 남기기
photo by bhlee
170811 @ 이 글과 관련된 글 | 덧글 남기기
선생님과 할머니 2010. 3. 12 금. 어제 언니가 내가 집에 있을 시간이 아닌 초저녁에 집으로 전화를 한 모양이다. "낮에도 전화 안 받고.... " "아. 어디 다녀온다고 했잖아. 중국출장." "응. 그건 엊그제 돌아 왔지. 그래서 어제 밤에 통화도 했잖아. " "아. 그랬나. 내가 정신이 이렇게 없어." 언니가 무료해서 낮에도 전화 했구나..... "저녁 먹었어?" 언니가 묻는다. "지금 먹으려고..". 막 식사를 끝냈지만 거짓말을 한다. 고속도로로 출퇴근 하는 학교에서 종일 복잡한 일로 지쳐 돌아온 밤, 나는 언니의 이야기를 그저 들어만 주면 되는데, 간단한 대답 몇 마디만 해주어도 되는데 그것도 버거워 혼자 있고 싶어질 때가 있다. "그래? 그럼 어서 식사해. 밤낮 이렇게 한 밤중에 저녁을 먹으니 어떻게 해. " "늘 그런데 뭐. 언니 이따가 또 잠 안 오면 전화해. 나는 2시에 자니까 걱정 말고." "알았어."
어제 언니와 통화한 일을 쓰다보니, 언니 때문인지 얼마전부터 떠오르던 기억이 있다.
청주에서 서울로 막 올라와 전학 온 나를 무척이나 예뻐해 주셨던 초등학교 6학년 때 담임선생님 손영자선생님. 지금은 어디계시는지, 생존해계시기는 하시는지.... 오빠가 동생들을 다 학교 보내고 돌봐준다는 것에 감동하시면서 내 손을 잡고 교회도 가시고(우리집은 불교집안이었는데) 늘 자신의 집에 데려가 주셨다. 선생님은 이혼인지 사별인지 알 수 없었지만 홀로 반신이 마비된 뼈만 남은 70이 넘은 친정어머니와 숙명여고 다니는 딸과 함께 3식구가 살고 계셨다. 할머니는 나를 유별나게 예뻐 하셨다. 지금와서 생각하면 얼마나 외로우면 그러셨을까 싶다. 나는 툭하면 선생님 댁에 가서 할머니 방에서 말동무 해드리면서 그 집에 있는 위인전기며 책들을 읽었다. 아이들의 보드라운 뺨에서 향긋한 냄새가 나듯이 노인들의 뻣뻣한 살가죽에서는 죽음의 냄새가 난다. 할머니 방은 중풍병자의 방에서 나는 특유의 냄새가 났다. 늘 깔끔하게 참빗으로 머리를 넘겨 쪽을 찌고 하얀 모시옷이나 무명옷을 입고 계셨지만 방에서는 알 수 없는 고통스런 냄새가 났다. 그래서 모두 ‘학교 다녀 왔어요’ 하고 문 열고 한 마디 하고는 나가버리는 쓸쓸한 방에 홀로 남겨진 할머니. 하루 종일 빈 방에서 식구들의 발소리만 기다리셨을 텐데. 그런 할머니의 냄새나는 방에 나는 방학 때면 종종 찾아가 한 나절 곁에 앉아서 배 깔고 누워 책을 보았던 거 같다. 할머니는 그게 좋아서 나만 가면 마비되어 어눌한 입으로 우우 거리시고 기억자로 곱은 손으로 손짓을 하시고는 동그랗게 끝을 말아서 고리처럼 굽혀놓은 파리채 손잡이로 곁에 놓인 작은 장을 열고는 그 속에 있는 곶감이나 다른 먹을 것을 꺼내 주셨다.
하루는 선생님이 지친 모습으로 돌아왔다. 또 일하는 식모가 그만 두겠다고 한 것이다. 선생님은 친정어머니 방문 앞, 마당에서 어린 나에게 호소를 했다. “다 할머니 때문이야. 똥오줌 받기 싫어서 아무도 붙어 있으려 하질 않아.” 매일 같이 출퇴근을 해야 하고, 할머니를 혼자 두고 갈 수는 없고, 일할 사람은 오고 싶지 않다고 하고...... 선생님도 나름대로 삶의 서러움과 어려움이 있을 텐데 남편도 없이 혼자서 감당해야하는 일들이 좀 많았을까. 울음이라도 터질 듯 폭발하기 직전의 표정으로 분노인지 절망인지 원망인지 설움인지 모른 심정을 초등학생 철부지 제자에게 호소하는 선생님과 방에서 그 말을 듣고 계실 할머니 사이에서 어린 나는 어찌할 바를 몰랐었다. 그 기억은 지금도 내 뇌리에 깊이 박혀있어서 가끔 선명히 떠오른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쩌면 선생님이 나를 늘 집에 데려가신 이유는 나를 이뻐하셔서이기도 하지만 빈집에 할머니 혼자 둘 수 없어서 나를 할머니 곁에 두고 외출하셨던 것 같다. 내가 그때나 지금이나 참 어리숙하고 남에게 잘 이용당하고 어떤 땐 그 속이 다 보여도 그냥 속아주는 아주 바보 같은 사람이니까. (영악스럽게, 아니면 자신을 무엇보다 소중히 여겨서, 자신을 지킬 줄 모르는 바보?) 내가 다음해 중학교에 진학하면서 그 학교 후배가 된 선생님의 딸은 얼굴에 주근깨가 약간 있었고 할머니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약간 통통하고 키가 컸던 언니로 기억이 난다. 내게도 잘해주었지만 살갑지는 않았다. 그때는 몰랐는데 이제와 생각하니 할머니 때문에 귀찮아서 학교에서 돌아오면 도망치듯 밖으로 나가던 언니였었다. 할머니는 그 모든 것을 다 빤히 눈치채고 계셨을 텐데 얼마나 외롭고 서럽고 또 구차했을까? 당신이 원해서 그런 병이 드신 것도 아닌데.
인간의 생명이란 무엇일까? 몸과 마음은 죽은 자와 방불한데 숨 쉬고 살아있는 수치심과 그럼에도 살고 싶은 맹목적인 욕망은 무엇이며, 아니 그럼에도 죽을 수도 없는 무기력은 또 무엇일까. 어쩌면 사랑하는 이들과 헤어져 홀로 미지의 세계로 사라지는 공포일까?
잉여인간... 자신이 자신의 몸과 마음을 맘대로 할 수 없어 누군가에게 의지해야만 하는 존재, 그리고 어디에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라는 것을 알면서도 살아가야 하는 사람.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는 사람이라고 스스로 생각하면서도 그럼에도 한 가족으로 살아가야 하는 사람.
이상하게 얼마전부터 그 할머니가 기억난다. 철없이 그냥 찾아와 곁에서 동화책을 읽고 집어주는 곶감을 먹어드린 것뿐인 데, 그런 나를 기다리고 예뻐하시던 정에 주린 할머니의 외로움이, 그리고 철부지 초등학생 제자 앞에서 울음이 터질듯 한 표정으로 한숨을 쉬면서 삶의 무게를 호소하시던 선생님의 고달픈 삶과 외로움이 생생하게 다가온다. 갑자기 그 선생님은 (어떤 의미로든) 할머니가 세상을 떠나시길 바라셨을까? 라는 의문이 든다.
그리고.... 그들 모두 속에서 나 자신의 여러 편린들을 본다.
2010.3.12. 금. 흐림. 바람이 심하다.
(언니는 하늘나라로 갔다. 코로나 때문에 뉴욕에서 한국으로 가보지도 못한 때 어린아이처럼 뼈만 남은 몸으로 홀로 떠나셨다. 이런 글이라도 남아서 언니의 기일인 엊그제 다시 미안한 마음을 기억한다.) @ 이 글과 관련된 글 | 덧글 남기기
032019
------------ If I can stop one heart from breaking,
만일 내가 단 한 사람의 마음이 부서지는 걸 막을수 있다면 만일 내가 한 생명의 아픔을 덜어주거나 한 사람의 고통을 식혀주거나, 아니면...
-에밀리 디킨슨
오늘 아침에 반박자 걸음으로 일어나 사랑하는 17년 전 제자 제니의 뜻밖의 선물을 받았다. 내가 문학과 글쓰기를 활용하는 문학치료사와 상담사의 길로 가도록 나를 향한 뜻은 긴 세월 준비 시키신 듯하다. 사랑스럽고 귀한 제니. 사랑과 배려가 넘치고 미술 영어 작곡 피아노 봐이올린 첼로 노래... 못하는 것이 없었던 제니. 그런데 난 그의 지치도록 타오르는 열정 뒤에 숨겨진 작은 어린아이, 외롭고 두렵고 힘겨운 아이를 보았다. 문학 수업마다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던 제니. 나중에 알고 보니 수업때마다 눈물이 나서 고개를 들 수 없었다던 제니. 수업이 끝나면 친구도 만나고 싶지 않고 혼자 있고 싶었고 긴긴 일기를 쓰게 되더라는 제니.
졸업 후 캔버스 앞에서 한 점도 찍을 수 없다고 어느날 문학치료를 받으러 찾아왔던 그녀. 진정한 자신을 찾고 생애 가장 중요한 선택을 했던 그녀.
이제는 자신만큼 재주꾼이고 사려깊으며 사랑스런 아들의 엄마가 되어 사랑하는 남편과 알콩달콩 행복한 그녀. 여전히 열정적이고 따듯하고 멋진 선생이 된 그녀. 나의 소중한 제자, 제니!! 글씨마저 예술인 그녀가 도장도 여러개 새겨 함께 보내주었다. 고마워 제니야!! 넌 늘 감동이야. 네가 가장 소중한 '선물'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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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분다.. 늦은 아침, 창을 열자 제법 센 찬 바람이 기다렸다는 듯 밀려 들어온다. 바람...하면 어떤 바람이 우리의 기억 속에서 제일 먼저 떠오를까? 오늘처럼 차가운 겨울바람? 산에 올라 땀을 식히던 그 맑고 시원한 바람?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얼마나 맑고 섬세하고 아름다운, 그래서 너무나도 소중한, 또 그래서 끙하고 가슴 저려오는 고백인가? 큰 바람이 불어야만 바람을 느끼는 우리들인데. 뿌리 깊은 나무를 흔드는 바람도 아니고 작은 이파리 하나가 흔들리는 그 작은 바람에도 그는 아팠다 한다.
오늘 찬바람 스치는 거리를 지나며 동주의 이 맑은 시구절을 습관처럼 외다가 아주 오래 전 30대인가, 어느 날이 떠올랐다. 지친 퇴근길에 일몰을 바라보며 혼자 중얼거렸던 기억ㅡ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살아있는 것'을 사랑해야지. 120324 ------------------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윤동주, 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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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인장 사랑 - bhlee (2007)
괜찮아...
그러니 네 상처투성이 온몸 그 가시로 홀로 아파하지마 도망가지마
맘껏 내 품에 안기렴 내 사랑
MP 02/22/2007
너무 슬프고 아프고 두려워서 꿈에서 깨어서 한참을 울었던 기억이 난다. --022207 참 많이 아팠던 시절이었다. 이젠 기억 저편에 있는 그런 시간을 기억할 수 있는 것이 journal의 힘이고 치유인 것 같다. @ 이 글과 관련된 글 | 덧글 남기기
<추억의 책갈피, 내 마음 갈피>
책을 정리하는 일은 쉽지 않다.
어려서부터 책을 사면 전공서적이 아닌 경우 대부분 그 책을 살 때 언제 어떤 마음이었는지 표지 안 쪽 첫페이지에 몇 줄 적곤 했었다. 수도없이 떠나보낸 책들. 그들을 다 버리려 할 때마다 그 몇 줄 글과 함께 한 번씩 책갈피를 스르륵 들쳐보면 줄쳐진 곳, 여백에 적혀있는 책과 대화한 나의 단상들을 만난다. 그 때의 시간과 추억이 소환되고 잊었던 그 시절 내 마음 갈피가 열린다.
대개의 경우 우리는 옛날 젊은/어린시절의 빛바랜 사진들을 보며 추억을 소환하곤 한다. 하지만 나에겐 누렇게 바랜 책갈피에서 발견하는 밑줄쳐진 글이나 메모와 나의 생각들이 추억의 젊은 시절 사진들을 보는 것보다 더 소중하게 느껴진다. 상실감이 더 크기 때문일까? 내가 이렇게 치열했고 순수했고 고민했구나. 이제는 잃어버린 그 시절의 나의 빛났던 “언어“가 아프다.
지난 겨울 너무 많이 아파서 꿈도 무엇도 다 힙겹고 무의미하고 버거웠던 때, 방을 가득채운 서류더미가 너무 고통스러웠다. 그래서 차마 나는 열어보지 못하고 도우미 아줌마를 시켜 수도 없이 버리고 버리고…방가득 쌓인 15박스 넘는 내가 정리했던 글들과 공부한 내용들을 버리고 나서 일주일 넘게 이유 없이 끙끙 앓았다.
내가 간직했던 수많은 영화사에 중요한 구하기 어려운 귀한 명작 영화 비디오도 씨디도 특수쓰레기 대형봉투 6자루정도 버렸다. 어딘가 기증하고 싶었는데 인터넷을 찾아도 모르겠고 기력이 없었다. 저질 체력 앞에 모든 꿈과 열정이 다 허무하고 고통스럽고 부담되어서 다 결별하고 싶었다.
지난 것은 지난 것대로 그 때를 살았던 것이니 되었지… 라는 스스로의 위로는 이번에는 가슴 속 빈 공간을 채워주진 못했다. 사실 그 빈 구멍이 무엇때문인지 나는 안다….
이제 다가오는 추수의 계절 나는 오히려 또 비워야지 생각한다. 아직도 남은 책들과 서류들과 모든 물건들을 다 정리해야지…. 이별은 면역이 없다는 걸 알지만 이젠 그래도 좀 쉽겠지?
ㅡㅡㅡㅡ
![]() 오늘 우연히 제목이 새삼 마음에 들어와 버리려 모아둔 책들 속에서 들쳐본 <현재라는 이름의 환상>. 다른 책갈피 메모보다 평범한 메모긴 하다. (빛바랜 줄 친 부분들도 지금 읽어보니 새로운 눈으로 읽힌다. ) @ 이 글과 관련된 글 | 덧글 남기기
텅 빈 것만이 아름답게 울린다 내 마음은 첼로 다 비워져 소슬한 바람에도 운다 누군가 아름다운 노래라고도 하겠지만 첼로는 흐느낀다 막막한 허공에 걸린 몇 줄기 별빛 같이 못 잊을 기억 몇 개 가는 현이 되어 텅 빈 것을 오래도록 흔들며 운다 다 비워져 내 마음은 첼로 소슬한 바람에도 운다 온 몸을 흔들어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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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새]
여름 바다 보다 겨울 바다를 더 좋아하는 건 바다는 그리움이어서 그런가 보다 영원히 바라보기만 하는 나의 눈먼 자유
내 곁에 내려와 넘실대는 하늘 내 안에서 나만큼 낮아지는 저항 못 할 부름이건만 그 푸르름에 몸 맡기고 익사할 용기 없어 여태 더듬거리고 머뭇거리며 마지막을 유보하고 있다
오늘도 산산조각 난 땅 끝에서 하얗게 부서지는 하늘 끝에서 이내 지워질 편지만 터벅터벅 남기며 아쉬워 아쉬워 돌아보는 물새가 된 나
080103 bhlee MP @ 이 글과 관련된 글 | 덧글 남기기
Vincent van Gogh- Cherry trees in full blo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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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복숭아나무 곁으로 - 나희덕
너무도 여러 겹의 마음을 가진 그 복숭아나무 곁으로 나는 왠지 가까이 가고 싶지 않았습니다 흰꽃과 분홍꽃을 나란히 피우고 서 있는 그 나무는 아마 사람이 앉지 못할 그늘을 가졌을 거라고 멀리로 멀리로만 지나쳤을 뿐입니다 흰꽃과 분홍꽃 사이에 수천의 빛깔이 있다는 것을 나는 그 나무를 보고 멀리서 알았습니다 눈부셔 눈부셔 알았습니다 피우고 싶은 꽃빛이 너무 많은 그 나무는 그래서 외로웠을 것이지만 외로운 줄도 몰랐을 것입니다 그 여러 겹의 마음을 읽는 데 참 오래 걸렸습니다 흩어진 꽃잎들 어디 먼 데 닿았을 무렵 조금은 심심한 얼굴을 하고 있는 그 복숭아나무 그늘에서 가만히 들었습니다 저녁이 오는 소리를
---- 여러겹의 마음을 가졌기에 그 나무가 까닭 없이 불편하였습니까. 멀리로 멀리로 지나쳐가며 혼자 "사람이 앉지 못할" 그늘을 가졌을 거라 스스로에게 그 나무 탓을 했나 봅니다. "내가 앉지 못할 그늘"을 가졌다 말하기 불편하였을까...... 그러면서도 자꾸 신경이 쓰여 나무를 멀리서 멀리서 지켜보았습니다. 그리고 흰꽃과 분홍꽃 사이에 수천의 빛깔이 있다는 것을 당신은 멀리서 멀리서 보면서 알았습니다. 눈부셔 눈부셔..... 알았습니다. "그동안 눈이 부셔서 직시하기 불편했을까요? 그리고 그 여러 겹 마음을 알 것도 같았다 합니다. 피우고 싶은 꽃빛이 너무 많아서라고, 하나의 꽃빛을 피우기엔 너무 많은 소망과 열정이 있어 켜켜히 마음을 피우고 있는 그 나무가 참 외로웠겠구나.......... 깨달았다 합니다.
그러다 또 생각합니다. 피우고 싶은 꽃빛이 너무 많아 외로웠을 것이지만 그 나무는 어쩌면 외로운 줄로 몰랐을 거라고. 그렇게 고고하게 홀로 제 열정을 따라 여러 꽃빛을 피우고 있는 그 나무는 외로운 줄도 몰랐을 거라고. 하지만, 오랜 세월이 지나서 또 알았다 합니다. 그 오랜 시간 당신은 그 나무를 떠나지도 못하고 멀리서 멀리서 계속 지켜보았군요. 외롭게 피워 올린 꽃잎들 다 흩어져 어디 먼 데 닿았을 무렵에야 그 나무 이제 화려하고 아름다운 여려 겹 꽃잎 같은 마음 다 흩날아가버리고 맨 몸으로 선 그 시간에야 비로소 당신은 그의 그늘에 앉았습니다. 사람이 앉지 못할 그늘을 가진 나무라 생각하던 그 나무 아래, 당신은 그제야 다가가 앉았습니다. 심심한 얼굴을 한 나무 곁에.
알 수 없네요. 그 나무가 심심한 얼굴을 하고 나서야 당신은 편하게 그에게 다가간 것인지 다가가 보니 외로운 줄도 몰랐을 듯, 열심히 겹겹이 피워내는 마음을 가진 그도 어쩌면 참 심심한 것을 알았다는 것인지. 심심하고 외로워서 더 여러겹 꽃빛을 피워 제 맘을 감싸 입고 있었는지도 모른다는 것을 알았다는 것인지. 그리고 당신은 들었습니다. 저녁이 오는 소리를. 이제, 어둠이 머지않아 내려올 소리를.
그 여러겹의 마음을 읽는 데 참 오래 걸렸다 하십니다. 그 몇 겹의 색깔을 읽어 보셨을까요. 까닭 없이 부담스러워 멀리서 멀리서 떠나지도 못하고 지켜만 본 당신, 당신도 그 나무처럼 외로웠나요?
그 저녁 당신이 찾아와 앉았던 그 나무, 여려 겹 꽃잎 다 흩어 보낸 그 나무를 생각할 때마다 수천의 꽃잎이 비명도 없이 떨어져 날아와 내 마음에 쌓입니다. 바람도 불어주지 않는데 바람도 불어주지 않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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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c. by bhlee06080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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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크리스마스의 주인공은 예수님이십니다 라는 문구가 있는 카드를 보냈다. 그래서 생각난 일.
-그의 이름은 임마누엘이라... 이를 번역하면 하나님이 우리와 함께 계시다 함이라. -지극히 높은 곳에서는 하나님께 영광이요 땅에서는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사람들 중에 평화로다. @ 이 글과 관련된 글 | 덧글 남기기
악몽 2T3
날 품어주던 오늘이 돌아 누었다.
나 꿈을 꾸었어 너무 어둡고 추웠어 진눈깨비 흩어지다가 어느새 주먹만 한 흰 눈이 아득한 바람을 타고 숨도 쉬지 않고 내려왔어 내 숨도 막았어
누군가에 도움을 청했지만 흩날리는 눈처럼 가볍게 섧게 날아갔어 눈길조차 없는 파닥이며 맴도는 작은 어둠이었어
눈 속에 갇혀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어 허리 끊어진 엉뚱한 몇 마디 투명한 단어들만 간신히 웅얼거렸어 악몽이었을까.
침상에 모로 돌아누운 그를 흔들어 깨웠다 아, 돌아눕는 얼굴 없는 얼굴 눈 코 입 그려 넣지 않은 헝겊 인형 같은
갑자기 등 뒤에서 날 부르는 소리 또 다른 꿈으로 지워질 또 다른 오늘이 시린 바람 속에 알 수 없는 선물상자를 들고 서서 나를 깨운다.
일어나야지 눈을 크게 뜨고 악몽을 받아들이는 건 용기 있어 아름다운 결단이야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용기 폭설을 떨치고 날아보는 작은 노래야
일어나야해 또다시 지워질 얼굴을 그려야 해
언젠가 다다를 오늘의 끝은 눈부신 현실일 거야
- BHLee
MP 07192007
--------------- 나는 꿈을 자주 꾼다. 하지만 좋은 꿈은 젊은 시절 외에 꾸지 못한다. 내내 그런 꿈을 어김없이 꾸었었다.
악몽이 현실이 된 꿈 중 예를 들면 어느 날 꿈에서 내가 수술대 위 눈부신 전등 아래 누워있고 옆 테이블에 내 손과 발이 장갑과 부츠처럼 잘려서 놓여있었다. 너무 생생해서 일기에 그림으로 그렸었었다. 그리고 잊힐 때쯤(한 달 후쯤?) 그날도 잠이 부족한 상태에서 새벽에 학교 가는 길.... 전철역으로 내려가는 층계에서 두 번을 굴렀다. 손목과 다리 모두 다치고... 어찌할 바를 몰라하고 있는데 새벽이라 지나가는 사람도 없었다. 마침 급한 듯 지나가던 아주머니가 날 도와주려고 애를 쓰시며 연락처를 묻는데 가족은 미국에 있고 아무도 생각나지 않았다. 머리가 백지가 된 패닉상태. 지나가던 청년이 --그 급한 새벽출근시간에--나를 업고 길 위로 올려주고 나는 간신히 택시를 타고 응급실로 갔던 거 같다.
암튼 내 악몽은 내 마음이 상태뿐 아니고 일어날 일들을 예고하는 내 내면의 지혜의 경고였으나 그 경고는 피할 길이 없었다. 지난여름에도 마찬가지였다. 오이디푸스처럼 꿈을 피해 도망가는 선택이었는데 꿈을 향해가는 선택이 되었고 아무 일도 아닌데 상상이상으로 심히 다치고 수술하고 아직도 회복 중이다. 그 외 늘 반복되는 꿈도 몇 가지 있다. 그 이유를 나는 스스로 분석도 하고 알고 있다. 그 꿈이 차차 빈도가 낮아지는 것도 사실이지만 여전히 꿈은 내게 악몽인 경우가 많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악몽은 단순한 꿈이 아니라 내 삶의 한 메타포가 되기 시작했던 거 같다. 정말 삶이 외롭고 버겁고 힘들었던 아주 오래전에 쓴 이 시도 산더미 같은 그 간의 공부했던 것들을 버리던 중 공책을 뒤적이다 우연히 발견한 것이다. 제목의 의미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하지만 저 시가 들려주는 내 마음을 나는 알고 있다. 어제의 나를 다시 만나는 이 마음을 어찌 표현해야 할까..........
가끔 악몽을 꾸고 나면 나도 영화의 주인공처럼 묻고 싶다.
-언제 이 악몽에서 벗어나 행복한 꿈을 꿀까? -그런 일은 없을 거야. 행복하면 꿈을 꾸지 않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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