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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묻고 싶다 | 2022.09.02
사랑 외 이봉희 | 2021.12.18 나의 가족 -언니(#3-2) | 2021.06.04 편지 | 2020.11.26 구름 ㅡ 이봉희 6 | 2020.11.26 사랑이 없으면 아무것도 아닌 존재다.(You are Nothing without Love) 3 | 2020.09.03 침묵 | 2020.06.12 지혜: 분별의 마음 | 2020.03.01 새로운 여행 | 2020.01.02 my sky-4 12 | 2019.11.26 너는 해바라기처럼 웃지 않아도 좋다 1 | 2019.11.17 분갈이 | 2019.11.12 Adobe MAX 2019 | 2019.11.05 마지막 잎새 | 2019.06.16 나의 가족 (3 )- 언니와 이별의 노래 2 | 2019.05.13 나의 가장 소중한 것-어머니날 추억#1 4 | 2019.05.10 Creativity & Technology in the Age of AI - OFFF at Barcellona 1 | 2019.04.26 나의 가족(2) - 내겐 아빠 같았던 큰오빠 | 2019.04.08 나의 가장 소중한 것(2)-세상에 단 하나 뿐인 책 | 2019.04.03 봄이 오는데.. | 2019.03.20 <길을 묻고 싶다> @ 이 글과 관련된 글 | 덧글 남기기
21세기 한국시단 - 이봉희
[사랑] - 이봉희
고통이 말했다 내게 기대렴 고통이 말했다 너 혼자 살 수 없단다 고통이 말했다 내 품에 안기렴 고통이 말했다 내게 돌아와 널 사랑해
계간 『문예연구』 2010년 겨울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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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봉희 시인 2003 문예연구로 등단. 나사렛대학교 교수. 미국공인문학치료전문가(CPT)/공인저널치료전문가(CJT). 한국글쓰기문학치료연구소 소장(https://www.journaltherapy.org). 한국시인협회회원. 전미문학치료학회공식한국대표. -----------------------------------------------------
나를 번역하지 말라, 악몽- 구토, 마지막 잎새. 박제 - 이봉희 / 21세기 한국시단
[나를 번역하지 말라] - 이봉희
나를 함부로 펼치지 말라 나를 분석하지 말라 당신의 문법으로 띄어 쓰고 쉼표를 넣고, 밑줄을 치고, 마침표를 찍지 말라 나의 말없음표를 당신의 언어로 채워 넣지 말라 아직 다 쓰이지 못한 나를 꼬리말, 머리말, 주석과 요약문을 달지 말라 나는 바벨의 언어니 당신의 언어로 이해했다 함부로 전하지 말라 당신의 진부한 해석은 오직 당신을 위한 빛나는 업적일 뿐이니 눈물 한 방울 나눈 적 없는 나의 옷을 입어본 적 없는 번쩍이는 당신의 언어로 나를 목 메달아 덜렁 덜렁 간판으로 내걸지 말라 나는 강물처럼 흐르는 노래이니 나를 움켜쥐지 말라 나는 당신과 다른 언어이니 나를 함부로 번역하지 말라
제10회 전국계간문예지 사화집, 2008 중에서
[악몽-구토] - 이봉희
구토증에시달린다.모든소리와활자가허기지고목말라죽어가는귀에서목에서코에서눈에서가슴에서출혈을일으키며도로토해져나온다.삼킬수가없다.화려하고끈적이는플라스틱언어들이신기루처럼과일쟁반에탐스럽게올려져나오고알수없는구토증은계속된다.당신은누구인가.당신도플라스틱인가.드럼처럼머리를두드려대는삼킬수없는기계음인가.한가지주제의변주만반복하는지루한악기인가.영원한무한대복제인가.저춤추는무희는누구인가.거짓예언자의머리를받쳐들고무희에게다가가는당신은누구인가.저입맞춤은무엇인가.저위에손짓하는탐스러운포도송이의향기는무엇인가.손을뻗어도뻗어도닿을수없는저터질듯한노래는신기루인가깔깔대는환상일뿐인가.아,목마르다.
계간 『문예연구』 2010년 겨울호 발표
[마지막 잎새] - 이봉희
내가 네게 이미 시들어 죽어버린 생명이라면 불가능한 현실이라면
난 차라리 가난한 화가의 마지막 잎새이고 싶다
못 견딜 눈서리 된바람에도 현실보다 강인한 생명을 나누는 죽음
그렇게 영영 지지 않는 아름다운 환상이고 싶다
계간 『문예연구』 2008년 가을호 발표
[박제]- 이봉희
영원히 곁에 두기위해 신성한 제의처럼 새를 잡았다. 피를 다 빼어내고 가슴을 다 후벼 가져가고 그 속에 건조한 짚을 넣었다. 살아 있을 때 보다 더 빛나도록 유리 눈을 박고 날개를 닦아주고 다시는 이 땅에 내려오지 말라고 영원한 비상의 몸짓으로 펼쳐놓았다.
새는 다시는 이 낮은 곳에 내려앉지 않을 것이다, 영원히 그러나 노래하지도 통곡하지도 못할 것이다 안식의 날개를 접지도 눈을 감지도 못할 것이다, 영원히
계간 『문예연구』 2006년 봄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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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5.31. @ 이 글과 관련된 글 | 덧글 남기기
photo by bhlee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에게 말했다. "당신이 필요해요."
그래서 나는 정신을 차리고 길을 걷는다 빗방울까지도 두려워하면서 그것에 맞아 살해되어서는 안 되겠기에
- 베르톨트 브레히트, <아침저녁으로 읽기 위하여>
누군가가 나보다 더 나를 필요로 한다는 것은 또 얼마나 큰 용기를 주는지요. 그러므로 이제 브레히트의 말처럼 "정신을 차리고" 나의 길을 가려합니다. 나를 필요로 한다고 고백하는, 사실은 '내가 필요로 하는'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말입니다. [이봉희, <내 마음을 만지다> 중에서]
012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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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ctory by Rene Magritte (here only for therapeutic and/or educational purpos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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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허다한 죄를 덮느니라. " 그리고 인간은 과연 그런 사랑을 할 능력이 있을까?
두 말씀 앞에 가만히 또 나를 돌아본다. @ 이 글과 관련된 글 | 덧글 남기기
[침묵]
그 곳에
-- photo by bh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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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해야 할 지혜: 분별의 마음(discerning heart)>
"지옥은 너무 늦게 발견한 진실(Hell is truth seen too late)"이라고 흄(Hume)은 말했다. 어떤 잘못도 늦게라도 깨닫고 대처하는 것이 아예 진실을 보지 못하고 외면하는 것보다 옳다. ...왜 이리 세상의 어리석음은 반복되는 것일까? 과거를 외면하는 자는 과거를 반복하고야 만다는 것을 왜 인간들은 계속 잊는 것일까?
자신이 역사에서 배운 유일한 진실은 "인간이 역사를 통해 배운것이 없다는 점"이라고 세계적 역사학자 토인비가 말했다. 사건과 이름만 다르지 인간의 역사에서 반복되는 인간의 어리석음을 한마디로 지적한 것이다.
"저희는 귀가 있어도 듣지 못하고 눈이 있어도 보지 못한다"는 인간의 어리석은 아집과 오만함에 대한 영원한 진리 앞에 다시 한 번 겸허해야 하겠다. 이것이야말로 보이지 않는 질병이 아니고 무엇일까?
나는 눈감고 귀막고 아집에 갇혀 어떤 우매함과 잘못을 반복하고 있는 것일까. 나를 진리앞에 겸손케 하소서ㅡ 분별의 지혜를 가진 "마음"을 주시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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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진정한 여행은 새로운 경치를 찾아가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눈을 갖는데 있다. - 마르셀 푸르스트
2020 새해가 되었다. 나약함과 상처 속에 감추어진 희망과 가능성을 찾아내는 눈 내가 시들어가는 꽃들, 헐벗은 겨우나무를 사랑하듯이 그런 마음을 사람들에서도 발견하는 눈 겉 모습 너머의 진실을 바라보는 눈과 동시에 그 진실이 추악할 때 맞서 싸우거나, 그럴 수 없는 일이면 용서하는 눈 어둠 속에서 빛을 바라보는 눈, 그런 여정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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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bhlee at Seattle(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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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은 오늘 무슨 일로 그리 하염없이 흘러내리는지 그 아래 같이 젖으며 산길을 걸었다. 지는 가을빛이 저홀로 더욱 고운데 저만치서 무심한 듯 비둘기 한 마리 아무도 없는 내 길을 앞서고 있었다.
빗물을 가린 나를 가린 우산ㅡ 그 끝에 낙엽 하나 떨어져 가만히 나를 들여다보았다 “너는 해바라기처럼 웃지 않아도 좋다”*고 말해주면서...
111719(MP) (* 이용악-장마개인 날의 한구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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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디에 심겨졌을까?>
작년인가 작은 고무나무 화분을 하나 샀다. 지난 여름 분갈이를 해주자 신통하게 매주 연두빛 반짝이는 새 잎이 뾰죽이 얼굴을 내밀더니 갑자기 내 가슴 높이만큼 커졌다. 두 배로 자란 나무를 보며 대견하면서도 마음이 짠하다.
작은 화분에 심겨진 채 있었다면 사랑해사랑해만 해준다고 햇살 좋은 창가에 놓아준다고 새 잎을 맘껏 피울 수 있었을까?
스스로 분갈이를 할 수 없는 화분 속의 나무들, 우리는 어떤 화분 속에 심겨져 있을까?
나는 어디에 심겨져 있을까?
(MP) --------------------- 저는 시냇가에 심은 나무가 철을 따라 열매는 맺으며 그 잎사귀가 마르지 아니함 같으니....... (시1:3) @ 이 글과 관련된 글 | 덧글 남기기
https://theblog.adobe.com/adobe-max-2019-3d-design-creativity/ Discover a New World of 3D Creativity at Adobe MAX 2019 in LA.
Adobe MAX 2019 is a chance to experience everything that Adobe does in the world of design – and these days, that means design in three dimensions (a leading design trend in the last year). The company’s global ‘creativity conference,’ which takes place in Los Angeles from November 4-6, provides a chance both to explore Adobe’s work at the frontiers of computer graphics and to discover what its existing tools can do for your workflow: tools that now include 3D material-creation packages Substance Painter and 3D design and rendering software Adobe Dimension.
During this year’s show, guest speakers including graphic designer Erin Kim, brand image consultant at foam Studio, and Christophe Desse, lead technical artist at AAA game developer Naughty Dog, will share their own experiences of making the switch from working in 2D to working in 3D using Adobe’s tools, and the enormous gains in creative flexibility that can result. ![]() From fake 3D to flawless 3D with Adobe DimensionErin Kim, now a senior product designer at Adobe, but whose career in graphic design includes spells at both R/GA and Pentagram, wants to help “[people] like myself a few years ago: graphic designers without any former training in 3D,” become more efficient and creative by mastering 3D skills. In her session, Adobe Dimension: Enabling 2D Designers to Push the Boundaries of Creativity, which runs on Tuesday, November 5 at 8:15AM and Wednesday, November 6 at 10:15AM, Erin will discuss how Dimension automates technical tasks. This includes tasks like texturing and lighting, which helped to smooth her journey from software like Adobe Photoshop and Adobe Illustrator.
“Before Adobe, I frequently created 3D mockups for everything from package designs to sneaker campaigns. During that time, I would ‘fake’ the 3D effect [with] painstaking and time-consuming 2D image manipulation,” she says. “As I started using 3D software, I learned to make very simple models fairly quickly [but] the real challenge was how to make [them] look realistic. I often ended up coming back to Photoshop to [add] effects such as lights and shadows because I couldn’t get beyond the gloomy greyish screen on the 3D application.”
“When I joined Adobe, everything changed. I knew immediately that Dimension was the 3D app I had been dreaming of – [an app for] 2D designers like myself who wanted to work in 3D but had been intimidated by its complexity. Ever since then, my personal mission has been [to deliver] user experience in the most accessible way, without a big learning curve.”
In her talk, Erin will demonstrate how Dimension can be used for a range of tasks, from logo and packaging designs right up to creating a complete photorealistic 3D scene. “The thing that I want my audience to remember is [that] 3D is relevant, accessible and even fun,” she says. ------------------ S6106 - Adobe Dimension: Enabling 2D Designers to Push the Boundaries of Creativity
SPEAKER: Erin Kim, Senior Product Designer, Adobe Dimension, Adobe Are you a graphic designer who wants expand your repertoire to include 3D design? See how Adobe Dimension can make the world of 3D accessible to you. Join Dimension Senior Product Designer Erin Kim, who made the leap from 2D to 3D design with Dimension, to discover how you can use the easy 3D tools and familiar interface with assets from Photoshop and Illustrator to visualize packaging and logo designs or craft the perfect photorealistic scene. As Erin shares her journey into 3D with Dimension, you’ll learn:
About the latest features in Dimension that will boost your creativity even further Technical Level: General Audience
Lab Platform: N/A
Type: Session
Category: How To
Track: Drawing & Digital Painting, Graphic Design & Creative Imaging, 3D & Immersive
Product: Dimension
Audience Types: Art/Creative Director, Educator, Game Developer, Graphic Designer, Motion Graphics/Visual Effects Artist, Print Designer, Web Designer, Illustra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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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rin will speak on Tuesday and Wednesday. (for over 300 attendees! )
She is going to do the Barcelona workshop on Monday. I am so proud of her! I'll keep my fingers crossed for 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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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잎새 - 이봉희
내가 네게 이미 시들어 죽어버린 생명이라면 불가능한 현실이라면 난 차라리 가난한 화가의 마지막 잎새이고 싶다 못 견딜 눈서리 된바람에도 현실보다 강인한 생명을 나누는 죽음 그렇게 영영 지지 않는 아름다운 환상이고 싶다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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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의 노래와 둘째 언니
1960년대 초에는 오늘날처럼 학생의 우상이 되는 연예인은 없었다. 노래를 부르는 10대 가수는 아예 없었다. 내가 초등학교 때 듣는 노래는 가끔 오빠가 좋아하는 노래, “검푸른 저 산 넘어, 이슬이 석양빛에 소리 없이 사라져...(나중에야 그것이 영화 <셰인>의 주제가임을 알았다)“ 라든가 암으로 42살에 돌아가신, 살아 계셨다면 지금 70을 훨씬 넘기셨을 당시 영어 선생이던 멋쟁이 큰언니가 벚꽃 만발한 무심천 둑을 내 손을 잡고 거닐면서 불러주던 무언지 모를 영어노래들이 동요 말고 내가 아는 전부였다. 그 중에 내가 열심히 따라하던 ”새드 무비(Sad Movies)"는 언니가 친절히 그 노래의 내용을 다 설명해주기도 했지만 당시 우리나라 가수들이 영어와 섞어 불러서 어린아이에서 어른까지 히트시킨 노래였다.
당시는 전등불을 시에서 일방적으로 켜주고 끄는 시간이 정해져 있었기 때문에 밤마다 불이 '나가는' 시간이 통금처럼 정해져 있었다. 저녁 식사시간에 들어와서 11시인가 12시가 되면 불이 나갔다. 그래서 늘 어머니나 언니들은 불 나가기 전에 숙제하라고 종용을 하시곤 했었다. 불이 나가면 특히 밤이 긴 겨울이면 언니들과 촛불을 켜놓고 그림자놀이를 했다. 그러다가 한 이불 속에 동그랗게 둘러서 누우면 둘째 언니는 어김없이 어둠 속에서 노래를 부르곤 했었다. 다 큰 초등학생 동생들을 위해 자장가를 불러주었을 리는 없고 아마 말로 표현 못한 가슴속의 무엇인가를 어둠 속에서 노래로 대신했었던 것 같다.
그건 노래가 아니라 차라리 말 못할 하소연이었다. 그 언니가 “아름다운 꿈만을 가슴 깊이 안고서 외로이. 외로이 저 멀리 나는 가야지,....말없이 나는 가야지” 하고 부를 때면 정말 내일 아침이면 어디로 가버리려고 몰래 보따리라도 싸 놓은 게 아닌가, 은근히 걱정되어서 졸린 데도 자지 말고 깨어 있어야 할 것 같은 두려움과 사명감에 끙끙대다가 잠이 들곤 했었다. 그 언니는 결국 폐가 너무 나빠서 채 피지도 못한 20대 초반에 자신이 즐겨 부르던 노래, “산장의 여인”처럼 요양소로 떠나야 했었다.
큰오빠가 언니를 면회하러 가면 언제나 내가 보내준 편지(그때 내가 초등학교 1학년쯤이었을 거다.)를 보면서 울고 있었다고 말하던 것이 기억난다. 지금 와서 생각하면 언니는 그 곳에서도 의사 몰래(결핵 환자는 크게 웃지도 못하게 했었다.) 밤이면 [노래]를 불렀을 것 같다. 그곳에서 떠나고 싶은 마음을 또다시 같은 노래 가락들 속에 실어서 “말없이 나는 가야지” 하고 불렀을 건 만 같다. 언니의 노래는 어쩌면 내가 책 한 권 내지 않으면서도 혼자서 항상 무언가를 끄적이는 독백의 습관과 어쩌면 같은 것이었는지 모른다.
사실 나는 고등학교 때 그 언니가 너무 불쌍해서 학교 수업 중에도 혼자서 책 위에 눈물을 떨구며 소리없이 운 적도 많았다. 그래서 친구들에게 오해도 많이 받았었다. "어머머 쟤봐 울어...."라고 나를 보고 깔깔대던 아이들의 소리가 기억이 난다.
언니는 요양원에서 20살 대학초년생 때 폐하나를 떼어냈다. 평생 온갖 병을 다 겪고, 암도 이겨내고, 늘 숨이 차서 고생하며 살더니, 10년 전 수술을 하고 그 와중에 또 하나밖에 없는 폐가 폐렴에 걸려 회복의 기미가 보이질 않았다. 몇 달간 중환자실에서 산소호흡기에 의지해서 견디더니 기적같이 고비를 넘겼었다. 의사도 포기했었기에 불사조라고 했다. 당시 무의식속에서 이 세상과 저세상을 오가며 겪는 영적인 싸움이 얼마나 무섭고 치열했던지 그 싸움을 할때는 몇일 사이에 완전 뼈와 가죽만 남기도 했었다. 그렇게 힘겹게 살아남았는데 너무 지쳤는지 그 다음 해인가 뜻밖에 알츠하이머 초기라는 진단을 받았다. 10년이 넘도록 치료를 받으며 그래도 잘 견디어왔다. 오랜 옛일은 나보다도 훨씬 더 총기있게 선명히 기억하는데 이제 점점 현재에서 뒷걸음질쳐가고 있다. 단기 기억이 눈에 띄게 나빠지는 요즘의 언니를 보며 마음이 너무 아프다. 아직은 통화도 하고 이것저것 안부도 묻지만 조마조마 불안하기만 하다. 이젠 통화 중에 언니가 기억 못해도 스트레스 줄까봐 그냥 다 받아주고 있다.
몸이 약해 무척 예민하긴 했지만 항상 잘 웃고 긍정적이고 깔끔하고 음식솜씨며 살림이 야무지던 언니. 치매걸린 시부모님 두 분을 집에서 다 보살피던 언니.형부도 오래 전 암으로 떠나가시고 자녀도 없이 저렇게 언니는 20살 어린나이 요양소에 홀로 남겨졌을 때처럼 혼자 과거 속에 남겨지는 것일까? 그런 날이 올까봐 문득문득 그런 이별아닌 이별이 두렵고 눈물이 난다.
약한 몸으로 자기 때문에 동생들 결핵 걸렸다고 미안해하던 언니. 책을 손에서 놓지 않던 언니. 서울에서 서울대 이대 경기고 다니던 큰오빠 언니 작은오빠 뒷바라지 다 해주던 언니. 그리 해맑게 자신을 위한 욕심 없이 정말 열심히 사셨는데 삶은 끝까지 언니에게 자비롭지 못하다는 생각마저 든다.
생은 그런 것이다. 내가 살아오면서 자주 느끼는 슬픔은 생이 그런 것이라고 가르쳐주고 있었다.
9/22/2010 @ 이 글과 관련된 글 | 덧글 남기기
( 그림에 있는 아이가 입었던 옷과 내가 즐겨입었던 티셔츠)
엄마, 어느새 또 5월 8일이 돌아왔어요. 매년 5월 8일만 잘해드리는 것 같아서 죄송해요. 하지만 엄마, 제가 엄마 사랑하는 거 아시죠? 매년 그래왔던 것처럼 이번에도 “시”를 준비했어요. ------------------------------------------
다 지난 까마득한 옛일인데 아직도 미안하고 가슴이 아프다. 그래서 딸이 내게 보낸 수 많은 카드들 중 어머니날이면 잊지않고 다시 꺼내보는 카드 중 하나가 이 편지(시)이다.
딸아이는 어려서부터 피아노 학원들 다녀오거나, 유치원에서 집에 오는 길에 길가에 핀 작은 꽃이나 작은 돌, 또는 예쁜 작은 카드를 만들어 "써프라이즈!!!" 라고 말하며 고사리 같은 손으로 내게 자랑스럽게 건네곤 했었다.
우리는 늘 서로에게 쪽지나 카드를 써주곤 했었지. 지금도 일년에 한 번 만났다 헤어질 때는 어딘가에 편지나 카드를 써서 서로에게 남기곤 한다. 언젠가 아이가 정말 힘들어 할때 내가 그냥 포스트 잇에 세상에서 네가 가장 예쁘고 아름답다고 적어 컴퓨터 모니터 앞에 붙어주었는데 일년 후 가 보니 그 낡은 포스트 잇을 그대로 붙여두고 있었다. 딸애가 유학을 떠나던 날 현관문에 붙여놓고 간 쪽지가 아직도 그곳에 붙어 있듯이.
080508 @ 이 글과 관련된 글 | 덧글 남기기
Creativity & Technology in the Age of AI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유럽에서 가장 큰 디자인 컨퍼런스 중 하나인 OFFF Creativity and Tech. in the age of AI (AI 시대에 창조성과 테크놀로지)를 주제로 3명이 Adobe 대표로 발표했다. 오디언스가 3000명가까이 모였다고 한다.
커퍼런스 발표 후 live webcast. 흥미롭고 재미있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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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가 갑자기 하늘 나라로 가신지 벌써 4년이 되었다. 까마득해 보이기도 하고,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
육신의 고통이, 통증이 이리 절대 고독인 걸 내가 그때는 왜 미처 몰랐을까? 오빠 사랑해요. 감사해요. @ 이 글과 관련된 글 | 덧글 남기기
(c)2008E.Kim from my lovely and precious daughter to m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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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bhlee>
여릿여릿 봄이 오는데
설렘으로 피어나는 눈부신 생명 곁에서 나는 조용히 사라져가는 것들에게 눈길이 간다.
곧 스러질 것, 잊혀질 것들의 아름다움에,
추억이 더 많은 고독에 뒤돌아보며 돌아보며 자꾸 마음이 따라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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