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에 해당되는 글 646건

더딘 사랑  - 이 정 록

돌부처는

눈 한번 감았다 뜨면 모래무덤이 된다

눈 깜짝할 사이도 없다

 

그대여

모든 게 순간이었다고 말하지 마라

달은 윙크 한번 하는 데

한 달이나 걸린다

photo by bhlee(Seattle)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다시 올까
나와 네 외로운 마음이
지금처럼 순하게 겹친
이 순간이

[천상병]
ㅡㅡ

 

다시 올까?
이 시는 읽을 때마다 가슴 어딘가가 아려온다. 
다시 읽는다. 
다시 올까? 이 순간이, 지금처럼 너와 내 외로운 마음이 "순하게" 겹쳐진 그 순간의 행복감, 지극함을 읽는다.

하지만 이어서 나도 시인처럼 그 뒤에  그림자가 따라온다. 
그 행복의 순간 시인은 그것이 아름다운 만큼, 찬란한 만큼 위태롭다는 너무나 지독한 현실을 알고 있다. 
행복의 비현실성. 
현실의 비행복성. 

 

왜 지극히 아름다운 것에 감동받을 때 알 수 없는 슬픔이 따라올까어려서부터 난 이것이 의문이었다.
그리고 어느 날 아침 출근길에 우연히 새벽같이 문을 연 명동지하상가 레코드가게에서 터져나온 파바로티의 "파니스안젤리쿠스...."가 가슴을 찌르고 그 아름다움 뒤의 슬픔을 경험하면서 갑자기 이거구나 생각하게 되었다.   늘 출근을 일찍해서 아주 짧게 일기를 쓰고 하루를 시작하던 나는 그날 일기장에 긴 글을 썼었다. 철학과 성경 그리고 문학에 연결된  나의 답을 찾았었다!!!! 
(지금은 누군가의 두 사람의 부주의로 두번에 걸쳐 다 소실된 몇십년 된 나의 일기장들!!!) 
상담심리/문학치료가 전공이 된 후에도 그 답은 변함이 없다. 실존의 문제이기도 하니까.
나름 나의 답을 찾았다고 슬픔이 없어지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그 슬픔을 고이, "순하게"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   

슬픔이 반드시 아픔은 아님도.... 


이젠 또 이렇게 말하지.. 뻔하긴 하지만. 
이 순간의 기억으로 남은 날들을 견딜 수 있다고,  멀리 떠밀려가도 되돌아 올 수 있다고... 나 자신으로.... 
당연한 것이라고.  절실하고 간절할수록 그 모순이 존재한다고. 

이제는 슬픔 뒤에 따라오는 아름다운 여명을 본다.

 

======================

[댓글]

이미 그 순간이 악세비치님의 순간에 남아있는듯한데요?
고체 같은 저 구름 녀석들이 떠오르기 시작했습니다
큰 하늘을 갖는 것은 참 행복이에요....
시애틀은 아직 못 가봤는데.......
 
 acsebichi   2009-04-17 00:54:51  [답글] 맞아요. 하늘이 땅과 맞닿아 대형스크린처럼 펼쳐져 있는 곳에서는 늘 겸손해지면서도 또 한편 가슴속에선 울컥울컥 무엇인가가 솟아 나오려고 하지요. 시시각각 한 순간도 똑같은 모습을 보이는 적 없는 살아있는 거대한 하늘은 늘 저를 깨어있게 해 주었던 거 같아요. 그리곤 막 그 속으로 질주해 들어가고 싶은...
뛰어서... 달려서... 하늘까지,
시애들 public market 앞이에요. 저 길 건너에 최초의 스타벅스커피숍이 있지요.
 
 * Twinkle Rose   2009-04-16 13:03:28 [답글] 이사진을 보고있으니, 날다님이 호주 가서 찍으신 펠리칸 사진이 연상되네요.
다르지만, 무언가를 떠올릴 수 있는 연결고리가 있다는 것, 참 재밌는 일이에요^^
 
 *날다나무   2009-04-16 21:05:29 [답글] 그러게요.. 제가 찍은 펠리칸 사진이 떠오르네요. 비둘기보다는 몇배로 크고 도도했지만,,,ㅋㅋ
이 사진의 재미는 엄청난 물살을 가르면서 접근하는 배가 있음에도 끝까지 태연한 비둘기 두마리가 아닌가 싶네요..^^
 
  acsebichi   2009-04-17 00:45:34 [답글] 새가 워낙 작게 나와서...정말 갈매기가 비둘기 같이 보이네요. 
  acsebichi   2009-04-17 01:01:14 [답글] 무언가 서로 연결된 고리가 있다,,끝없이 이리저리 이어지는.
그 모든 고리의 축은 무엇일까 갑자기 궁금해져요.^^
  

*라디오   2009-04-17 23:16:23 [답글] 저도 고리 하나 달고 갑니다, 계속 생각하시라고..^^; 
  acsebichi   2009-04-18 10:22:35 [삭제] [답글] 앗, 생각의 끈을 더 쭈욱 늘려야 겠어요.^^

 
*potozle   2009-04-16 18:09:45 [답글] 구름을 소재로만 찍은 사진작가가 생각나네요 저도 소재를 구름으로 잡아볼까 생각중인데 ,, (그작가 이름이 모지? 이눔의 나이땜에 ㅋㅋ) 
  acsebichi   2009-04-17 00:55:39  [답글] 구름.. 멋진 소재 같아요. 기대할게요. ^^ (스티글리츠 아닌가요? 조지아 오키프의 남편) 
 
 *라디오   2009-04-16 18:23:15 [답글] 다시 오거든 꽉 잡으세요! ^^; 
  acsebichi   2009-04-17 00:57:39  [답글] 꽈-악....바람의 한 쪽 끝을 잡듯이요? 
  라디오   2009-04-17 23:17:33 [답글] 그렇지요, 허공에의 손질!
 
* jubilate   2009-04-17 02:32:29 [댓글] 기다렸어요. 악세비치님께서 나타나시기를..
시원한 사진이 눈길을 끌길래 눌러보니 님의 사진이군요. 님의 사진엔 사진과 함께 항상 얘깃거리가 풍성하게 오가더라구요.
악세비치님은 외국에 자주 다니시나 봅니다. 세계의 다양한 문화를 경험하며 곳곳마다 둘러보신 님은 좋으시겠어요.~^^
저 배에서 뿜는 듯 보이는 물살은 뭔지..단순히 뱃머리가 속력을 내며 전진하면서 생기는 현상이라하기엔 물살이 너무 높아 보이는군요?...공중으로 날아오르며 펼쳐진 물살의 모양이 새의 날갯짓 같아 보여요. 잠시 쉬고 있는 갈매기도,하늘의 구름도 모두 날개가 있는 듯 한데 내게도 날개가 있다면 어울려 날아 오르고 싶군요.ㅎㅎ
짧지만 되뇌이게하는 여운이 있는 시도 좋습니다.
 
  acsebichi   2009-04-18 10:20:24  [답글] 기다렸다는 말에 순간 행복해지네요^^;;
외로운, 그리고 늘 지친 귀갓길이면 누군가가 날 기다려주길 바라곤 했었죠.
어릴 때는 길모퉁이에서 엄마가 기다리고 있다가 '어서 와' 하고 안아주었으면, 20대엔 그 사람이 기다리고 있었으면.. 그런 생각했었지요. 제 그림자에 괜히 설레기도 하고. 아, 그러고 보니 기다리던 사람들이 많았던 것도 같네요. 내가 가는 곳이면 나타나 나를 깜짝깜짝 놀라게 하던 사람들. 와락 감동과 행복을 안겨주던 사람들. 앞으로 남은 삶에 날 기다리는 것은 무엇일지... 나는 무엇을 어느 길목에서 이 나이에도 기다리는 것인지. "마지막 만남" 앞에서 후회가 없으면 좋으련만. 주빌라테님의 한마디에 제가 너무 멀리 왔네요.^^

jubilate   2009-04-19 20:57:27 [답글] 멀리 가도 좋은 걸요. 얘기 나눌 수 있어서..^^
님의 얘기따라 가다보면 언제 멀리 왔는지도 모르게 얘기에 빠지곤 해요.

제가 얼마 전 인터넷을 이용하다 우연히 악세비치님에 관해서 좀 더 많은 것을 알게 되었어요..이말을 해야하나 말아야하나 조심스러웠는데..솔직하기로 했어요.^^  
  acsebichi   2009-04-21 23:28:00 [답글] 헉. 그러셨어요. 들켰나요? 궁금하네요. 좋은 일이었겠지요? ㅎ
얘기 나누다.. 나누다.. 참 이쁜 말이죠....
우리 많이 나눠요.^^ 
 
  *Twinkle Rose   2009-04-21 13:00:18 전 요새, 혼자 꿈꾸고 있어요. 흠.. 
  acsebichi  [답글] 2009-04-21 23:39:05 흠..
그 꿈이 로즈님을 잊지않고 기억해주길 바래요.... 
  Twinkle Rose [답글]   2009-04-22 01:14:10 그러길 바란답니다. 아주 간절히.
제발 그 꿈이 나를 잊지않고 기억해주길. 근데, 과연 그럴까 모르겠어요.
그래서 오늘은 걷고 또 걷고 하늘보며 걷고... 그렇게 걸어다녔답니다^^  


 *어느오후   2009-04-20 11:37:36 [댓글]푸르고, 푸르고, 푸르군요. 역시 지구는 초록별!
전과 같을 수 있을까, 다시 맞은 그 순간? 
   acsebichi   2009-04-21 23:41:41 초록별 오후님...
어릴 때 늘 재밌다고 생각했던 게 있죠. 파란불이라는데 늘 초록색신호등이 켜졌죠.
동요 중에 파란 마음 하얀 마음이든가요? '우리들 마음에 빛이 있다면 여름엔 여름에 파랄 거예요. 산도들도 나무도 파란 잎으로 파랗게 파랗게 덮인 속에서 파아란 마음으로 자라니까요~'라는 동요가 있는데 그거 부를 때 파랗게파랗게 라는 말을 할 때마다 파란색이 터지듯 입술에서 퍼져 나오는 기분이 들곤 했었죠. 하얗게 하얗게라는 가사가 눈이 부시게 느껴지듯이요.^^

'전과 같을 수 있을까?' 그렇죠. '다시 올 수 있을까?'라는 말도 결국 같은 물음 아닐까요, 오후님!
오늘은 바람이 많이 부는 오후였어요. 따뜻한 차를 나도 모르게 자꾸 자꾸 마셨죠....

 

============

나는 이 온라인 모임이 있던 때가 참 자주 그립다. 
작가, 교수, 사진가, 그외 사회 곳곳에서 삶의 아름다움에 진심이며 삶을 고민하시는 분들이 모인 곳이었다. 모두 익명이었다. 
이 카페를 주관하셨던 멋진 편집장이셨던 분이(지금은 대학교에서 강의도 하신다)  카페를 닫으셨고 우리는 다 흩어졌다. 
아니 어디선가 그 분 중심으로 다른 방식으로 소통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 분은 더 많이 더 깊이 더 멀리 본인이 가시려는 길로 가셨다.  이 카페보다 더 중요한....  정말 잘하신 일이다! 
하지만 나는 이곳이 문득문득 너무나도 그립다.  외로울때면 더욱. 
소통의 부재.....
모두들 [문학치료연구소]라고 하면서 왜 특강 소식이나, 치료모임 소식은 더 이상 올라오지 않느냐고 한다. 
여전히 활동하고 있지만 나는 남은 생 독백으로라도 다시 내 맘을 소통하고 싶은가 보다. 
순수하게, 그래, 그냥  순하게 겹치고 싶은가보다. 
이야기가 통하는 사람들과.  어디서 무슨 일을 하시든지 마음의 흐름이 같은 순한 사람들과. 


 

  구름이 구름을 만나면
  큰 소리를 내듯이
  아, 하고 나도 모르게 소리치면서
  그렇게 만나고 싶다, 당신을.

  구름이 구름을 갑자기 만나면
  환한 불을 일시에 켜듯이
  나도 당신을 만나서
  잃어버린 내 길을 찾고 싶다.

  비가 부르는 노래의 높고 낮음을
  나는 같이 따라 부를 수가 없지만
  비는 비끼리 만나야 서로 젖는다고
  당신은 눈부시게 내게 알려준다.

  [비 오는 날- 마종기]

 

먼 곳이 생겨난다
나를 조금조금 밀어내며 먼 곳이 생겨난다
  ㅡ문태준

 

-----------------------

SSA: 글보다 사진! 여명인지 노을인지 하얗고 노란 햇빛과 마천루도 왜소하게 만드는 구름과 하늘.

   왼쪽 구름속의 파란 점은 pale blue dot 같아요.
-->답글/Bonghee Lee:    사진은 노을이야. 
하루도 같은 모습인 적 없는 놀라운 하늘~ 특히 노을~~ 참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지만 
시인의 언어가 없는 나는 언제부턴가 “나의 하늘”을 찍는 습관을 허망히 내려놓게 되었어.. 

사람들은 언어가 갈 수 없는 곳에 미술이나 음악이 있다하지만 사진으로는 내가 보고 느낀 그 하늘이 담기지 않네.
내가 무슨 사진을 찍을 줄 아는 전문가도 아니고. 스티글리츠도 아니고!!!! ㅋ

그래도 찍는 이유는 그 벅차던 시간/그 순간/그 느낌을 그래도 떠올리며 기억하고 싶어서인 거지.
그래서 “내가” 기억한, 내가 만난 주관적 "나의 하늘"인 거지^^.

-->답글/ SSA: 선생님의 하늘을 보면서 선생님의 느낌을 공감합니다. 

    스티글리츠의 사진보다 더 공감이 되요^^
--------------
LEE HJ: 어머나!! 교수님, 사진이 환상적이에요!!
-->답글/ Bonghee Lee: 하늘이 환상적이니까!!^^ HJ이 잘지내는 거지?
--------------------
JYKim: 우아....교수님 사진작가도 하세요? 
-->답글/ Bonghee Lee: 긁적. JY님, 예술가는 “하늘” 이죠!!
사진작가라면 오죽 좋겠어요. 하고 싶은거 다 하며 살 수 있다면요^^

사람들은 왜 모를까 - 김용택

이별은 손 끝에 있고
서러움은 먼데서 온다
강 언덕 풀잎들이 돋아나며
아침 햇살에 핏줄이 일어선다
마른 풀잎들은 더 깊이 숨을 쉬고
아침 산그늘 속에
산벚꽃은 피어서 희다
누가 알랴 사람마다
누구도 닿지 않은 고독이 있다는 것을
돌아앉은 산들은 외롭고
마주 보는 산은 흰 이마가 서럽다
아픈 데서 피지 않은 꽃이 어디 있으랴
슬픔은 손 끝에 닿지만
고통은 천천히 꽃처럼 피어난다
저문 산 아래
쓸쓸히 서 있는 사람아
뒤로 오는 여인이 더 다정하듯이
그리운 것들은 다 산 뒤에 있다
사람들은 왜 모를까 봄이 되면
손에 닿지 않는 것들이 꽃이 된다는 것을

 

-----------

사람들은 왜 모를까 봄이 되면 손에 닿지 않는 것들이 꽃이 된다는 것을.... 

photo by bhlee0105

 


어스름. 땅거미... 그리고 꿈결

하늘은 항상 땅보다 천천히 어두워진다.

땅 위에 어둠이 덮인 후에도 아직은 바라볼 무엇이
하늘에는 있다.

달도 별도 보이지 않는 흐린 날도, 비오는 날도, 

나는 밤이면

늘 하늘을 바라보곤 한다.

이런 시간이면 떠오르는 노래-
김광석의 <거리에서>

길에게 길을 물었습니다

 

뒤돌아선 표지판 앞에서

길을 물었습니다

당신께로 가는 길을

세상에서 가장 가깝고 가장 먼 길을

세상에서 가장 외롭고 쓸쓸한 길을

세상에서 가장 높고 가장 낮은 길을

얼굴 없는 표지판 앞에서

침묵하는 표지판 앞에서

울음 터질 것 같은 가슴으로 물었습니다

당신께로 가는 길을 물었습니다

 

Trail Rodge Rd. Mt Rocky2004

(사진/글-bhlee)
사진이 없어져서 (늘 내가 모든 자료를 그렇게 잃어버리듯이) 한 제자의 페북에서 가져왔던 거다.
정말 아쉽다. 처음 내가 찍었던 것과 너무 다르고 다 흐려져버린 20년 넘은 사진.

얼굴 없이 돌아선 표지판이 원본과 달리 이 사진에는 잘 나오지 않는구나. 
그래 그것도 그런대로 의미가 있지. 그게 길이지.... 
오래되어 낡은 지도처럼.  

오래되어 빛바랜 추억처럼 

"방황한다고 모두가 길을 잃은 것은 아니다" - 톨킨

 

photo bhlee

----------------

KKSup님: 맞아요, 방황의 길에서 새로운 길이 열리기도 하니까요.

-->
BHL: 맞습니다 선생님. 길이 열릴거에요.
내가 생각한 내게 간절했던 길이 아니어도 또 열린 다른 길이 ‘나의 길’인 것을 알 수 있는 지혜와
그걸 받아들이고 성실히 걸어가는 성숙함을 올해에 나에게 기대하고자 합니다.
어느날 그 길이 끝나고 돌아보며 감사할 것을 아니까요^^ 

 

 

나의 밤 기도는
길고
한 가지 말만 되풀이 한다

가만히 눈을 뜨는 건
믿을 수 없을 만치의
축원

갓 피어난 빛으로만
속속들이 채워 넘친 환한 영혼의
내 사람아

쓸쓸히
검은 머리 풀고 누워도
이적지 못 가져 본
너그러운 사랑

너를 위하여
나 살거니

소중한 건 무엇이나 너에게 주마
이미 준 것은
잊어버리고
못다 준 사랑만을 기억하리라
나의 사람아

눈이 내리는
먼 하늘에
달무리 보듯 너를 본다

오직
너를 위하여
모든 것에 이름이 있고
기쁨이 있단다
나의 사람아

참 좋은 당신 - 김 용 택

어느 봄날
당신의 사랑으로
응달지던 내 뒤란에
햇빛이 들이치는 기쁨을
나는 보았습니다.
어둠 속에서 사랑의 불가로
나를 가만히 불러내신 당신은
어둠을 건너온 자만이 만들 수 있는
밝고 환한 빛으로 내 앞에 서서
들꽃처럼 깨끗하게 웃었지요.

아!

생각만 해도

좋은
당신.

-------------------

 

너무나 잘 알려진 시이다.

생각만 해도

좋은

당신

나는 어떤 사람이 참 좋은가?

늘 환히 웃어주는 자?

누가 늘 환히 웃을까?

 

시인은 어둠 속에서 사랑의 불가로 나를 가만히 불러내신 당신ㅡ그는 어둠을 건너온 자라고 말한다. 

그의 웃음은 “어둠을 건너온 자만이 만들 수 있는”

어둠을 아는 자만이 지을 수 있는  “밝고 환한 빛”이다. 
그의 존재가 어둠을 밝히는 깨끗한 빛이다. 
그게 그의 웃음이다. 


어둠을 건너 온 자... 어둠을 아는 자,  그래서 

삶이 끝나는 날까지 수없이 지나야할 어둠의 길목과 터널마다 

그 자신이 빛이 된 사람,

참 좋은 당신. 

[덕담 한마디- 김지하]

 

    새해에는 빛 봐라
    사방문 활짝 열어제쳐도
    동지 섣달
    어두운 가슴속에서 빛 봐라
    샘물 넘쳐흘러라
    아이들 싱싱하게 뛰놀고
    동백잎 더욱 푸르러라
    몰아치는 서북풍 속에서도
    온통 벌거벗고 싱그레 웃어라
    뚜벅뚜벅 새벽을 밟고 오는 빛 속에
    내 가슴 사랑으로 가득 차라
    그 사랑 속에
    죽었던 모든 이들 벌떡 일어서고
    시들어가는 모든 목숨들
    나름나름 빛 봐라
    하나같이 똑 하나같이
    생명 넘쳐흘러라
    사방문 활짝 열어제쳐도
    동지 섣달
    어두운 가슴속에서
    빛 봐라
    빛 봐라
    빛 봐라

나는 세상을 너무 사랑할까 두렵다 - 이기철

  

나팔꽃 새 움이 모자처럼 볼록하게 흙을 들어 올리는 걸 보면 나는 세상이 너무 아름다워질까 두렵다

어미 새가 벌레를 물고 와 새끼 새의 입에 넣어주는 걸 보면 나는 세상이 너무 따뜻해질까 두렵다

 

몸에 난 상처가 아물면 나는 세상을 너무 사랑할까 두렵다

저 추운 가지에 매달려 겨울 넘긴 까치집을 보면 나는 이 세상을 너무 사랑할까 두렵다

이 도시의 남쪽으로 강물이 흐르고 강둑엔 벼룩나물 새 잎이 돋고 동쪽엔 살구꽃이 피고

서쪽엔 초등학교 새 건물이 들어서고 북쪽엔 공장이 지어지는 것을 보면

나는 이 세상을 너무 사랑할까 두렵다

 

서문시장 화재에 아직 덜 타고 남은 포목을 안고 나오는 상인의 급한 얼굴을 보면

찔레꽃 같이 얼굴 하얀 이학년이 가방을 메고 교문을 들어가는 걸 보면

눈 오는 날 공원의 벤치에 석상처럼 부둥켜안고 있는 가난한 남녀를 보면

나는 이 세상을 너무 사랑할까 두렵다

 

그러고 보면 나는 이 세상 여리고 부드러운 것만 사랑한 셈이다

이제 좀 거칠어지자고 다짐한 것도 여러 번, 자고 나면 다시 제 자리에 와 있는 나는

아, 나는 이 세상 하찮은 것이 모두 애인이 될까 두렵다

흙으로 그릇을 빚는데

그 안에 빈자리가 있어

그릇으로 쓰네

- 노자 [도덕경] 11장

 

埏埴以爲器 當其無 有器之用(연식이위기 당기무 유기지용)

-----

그러므로 있음은 이로움을 위한 것이고 

없음은 쓸모를 위한 것이다. 

故有之以爲利 無之以爲用(고유지이위리 무지이위용)

 

-------------

조용히 하나씩 비워야하는 시간

비움도 "빚는 일"임을 새삼 느끼는 요즘이다. 

  

 

즐거운 편지 - 황동규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맬 때에  오랫동안  전해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  보리라

진실로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내  나의  사랑을  한없이  잇닿은
그  기다림으로  바꾸어  버린데  있었다.
밤이  들면서  골짜기엔  눈이  퍼붓기  시작했다
내  사랑도  언제쯤에선  반드시  그칠  것을  믿는다
다만  그때  내  기다림의  자세를  생각하는  것뿐이다
그동안에  눈이  그치고
꽃이  피어나고
낙엽이  떨어지고
또  눈이  퍼붓고  할  것을  믿는다

사랑하는 옴마!
엄마, 나는 크리스마스 하면 나 초등학교 때 엄마가 TV세트 앞에 이쁘게 포장해서 선물 잔뜩 올려놨던 기억이 나. 돌이켜 생각해 보면 난 너무나 엄마에게 좋은 추억을 많이 선물 받았는데 역으로 내가 엄마한테는 (특히 유학오기 전까지) 아픈 상처만 많이 줬던 기억이 나서 참 많은 후회가 돼.  엄마, 우리는 명절 때 왁자지껄한 적이 없었지만 이제 내 가슴속에 남는 것은 그때의 쓸쓸했던 것이 아니라, 엄마가 그런 나를 위해서 얼마나 가슴 아파하고 채워주려고 노력했는지야. 그리고 엄마의 그 사랑이야 말로 내게는 가장 감사한 선물이고 내가 받은 가장 큰 축복이야.  엄마, 이 사실을 이렇게 뒤늦게야 깨달아서 너무 미안해. 우리 옴마 늘 고맙고, 미안하고 사랑해--우주 최고로.  우리 좀 이따 만나~~~  2011 크리스마스 옴마딸.
----

늘 그렇듯 자료 찾다가 우연히 발견한 추억의 카드 편지. 
내가 여기저기서 받은 손편지들이 박스로 넘친다. 버릴 수 없는 마음이 가득해서 간직한 것들이... 
이렇게 우연히 마주치는 추억은 언제나 선물 같은 조우이다. 
이상도 하지. 내가 뭔가 해준 건 하나도 기억이 안 나고 자꾸 못해준 것만 기억난다. 
서로서로 그런다...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인가 보다.  준 것이 아니라 받은 것만 생각나는 거.... 

많이 보고 싶지만 멀리서 그리워할 수 있는 것도 감사하다. 
(우린 서로 보고 싶단 말도 자제한다...... 왜 그러는지 서로 안다.....) 

photo by bhlee


나의 마음은 비어있다
오직 네가 와서
가득 채워 주기를 기다리는 뜻으로
이것을 하나 마련하였다

소리치는 것보다
차라리 눈을 감고 인내의 한 때
그리고 멀리
떠나가면 그만인 구름 같은 마음을

아아 이 조그만 면적에 기대서
나는 나의 반평생을 저울질 한다.
.........

귀를 기울이면 가랑잎이 지는데
조심스런 네 발자국 소리가 들린다.
비어있는 내 마음의 갈구의 표지(標識)
창에 불이 켜 있는 것을 보아라.


<"이형기- 창2"  일부>

<지나친 내 마음의 오지랖>

 

에효... 오늘은 이런저런 오지랖으로 하루가 저물어가 버리고 있다. 

어둑해지는 시간, 집에 오다가 웬 할아버지가 지하철 입구에서 “이리 가면 H아파트 건너편 맞나요”한다. 네.. 하고 가려다가 "건너편"이라는 애매한 말이 그만 덜컥 맘이 걸려서 뒤돌아섰다. "그런데 어디 가시는데요?"

 

외모는 깔끔해 보이시는 그 할아버지 어디로 가는지도 몰라서 휴대폰을 뒤적뒤적 거리시기를 2-3분. 결국 메시지를 찾아 H아파트 건너편으로 오면 찾을 수 있다고 했다고만 하신다. 전철역에서 10여분은 족히 걸리는 H아파트, 그 아파트가 얼마나 긴데 정확히 건너편 어디로 가시냐고 또 묻는다. 기억을 못 해 간신히 또 한참을 걸려서 메시지를 찾더니 [평생학습관]이라 하신다. 더 자세히 묻고 알아낸 것은 검도부 제자가 그 아파트 건너편에 있으니 그곳으로 오라고 했다는 거다.

그 장소가 내가 지나다가 보았던 기억이 나는데 아주 좁은 골목에 있고 눈에 띄지도 않아서 찾기 쉽지 않은 곳이다. 사람들에게 물어도 아마 모를 거다. 네이버 지도로 찾아서 보여드려도 알지 못하시겠기에 그 제자에게 전화를 걸어달라고 했다. 마중 나오라고 하겠다고. 또 전화번호를 찾지 못하신다. 할 수 없이 내가 그분의 폰(나와 다른)을 달라 해서 겨우 메시지에서 번호를 찾았다. 그랬더니 또 나보고 걸어 달라 신다. "선생님이 전화하셔야 해요."  결국 통화가 되어 그 선생 성함 대면서 제자에게 어디 어디로 모시러 오라고 하고 근처 큰길에 모셔다 주었다. “거기 골목이라 혼자 못 찾으시니까 꼭 여기서 기다리세요” 하고. 나도 바빠서 급히 돌아섰다.

 

그런데 길을 건너자 그만 맘이 아프기 시작한다.

"선생님 잘못 아니에요. 괜찮아요. 아무 걱정 마세요. 돌아가실 때도 길 안내해 달라고 하세요 꼭!!!" 이 말을 못 해서.
내가 계획했던 시간이 어그러진 게 아까운 게 아니라 "선생님 잘못 아니라고, 괜찮다"라고 말해주지 못한 게 내내 맘에 걸려서....
귀도 어두운 그분께 “어딘데요?”라고 큰 소리로 계속 물은 게 꼭 추궁(?)한 거 같아 맘에 걸려서.

얼마나 초조하셨을까? 
겁에 질려 자신감이 없어져서 다음에 또 밖에 나가기 두려워하면 어쩌나 걱정이 된다.
젊은 시절 검도선생으로 일하던 그 꼿꼿하던 시절이, 그 추억이 그리워
제자가 오라는 초대에 용기내어 
이렇게 추적추적 겨울비 오는  저녁시간  낯선 길을 혼자 찾아나셨을 텐데....
자꾸자꾸  마음이 쓰인다. 괜찮다고 누구나 다 그렇다고 말해드릴 걸...
(물론, 제자가 잘못했네요. 모시러 온다고 했어야죠...라고 했지만..)

이래서 또 난 기력이 빠져서 멍하니 있다. 오늘도 하루가 그냥 가버리고 있고...
늘 이런 내 “마음의 오지랖”-- 그 후유증이 문제다. 이런 아픔이 문제다.

아마... 검도부 제자들 만나서 다시 힘을 얻고 가셨을 거야. 내 삶이 그래도 헛된 것은 아니었다고 위로받으시며...
그렇게 나도 나를 다독인다--너무 미안해하지 말라고.

--------------

(늘 부정적인 의미로 쓰이는 오지랖이란 말을 쓰고 나니, 이게 내 문제를 제대로 표현한 말일까, 궁금하여 새삼 뜻을 찾아본다.)

오지랖: 본래 뜻은 웃옷이나 윗도리의 앞자락이며, ‘오지랖이 넓다’는 옷자락이 넓게 펼쳐지듯 남의 일에 주제넘게 간섭하는 모습을 비유합니다. ‘오지랖이 넓다’는 말은 오늘날에도 종종 쓴다. 그런데 이 말이 그다지 좋은 뜻은 아니다. 옷의 앞자락이 넓으면 몸이나 다른 옷을 넓게 겹으로 감싸게 되는데, 간섭할 필요도 없는 일에 주제넘게 간섭하는 사람을 비꼬는 말이다.

 

그런데 또 한편 오지랖이 넓다는 것은 가슴이 넓다는 말이다. 즉 남을 배려하고 감싸는 마음의 폭이 넓다는 것을 말한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오지랖이 넓은 것이 미덕이다. 다만 그것이 지나쳐서 남에게 도움이 되기보다는 오히려 귀찮게 하는 결과를 가져올 때, 이를 경계하여 ‘오지랖이 넓다’고 하는 것이다.

 

오늘날 개인주의 사회에서는 오지랖이 넓은 게 문제가 아니라, 제 몸과 관계없는 사람에게는 좀처럼 눈길도 주지 않는 세태가 더 문제다. 오히려 사람들의 오지랖이 너무 좁다는 데 우리 사회의 어두운 그림자가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네이버 지식백과] 오지랖 ([좋은 문장을 쓰기 위한 우리말 풀이사전] 2004/2011 박남일)

[가장 따뜻했던 계란 하나]
 
늘 기운이 없었던 고3. 얼굴도 머리도 노랗고 말랐던 나.
그래도 모두 잠든 밤, 밤새워 혼자 공부해 보겠다고
난방도 없는 외풍 센 마루에 나와 상을 펴고 쪼그리고 앉아 밤을 새우던 때,
새벽이면 아득하게 힘이 빠져나가고 오슬오슬 추위와 허기로 떨곤 했다.
어느 새벽, 마당 건너 사랑방에서 화장실을 다녀오던 작은 오빠가
드르륵 문을 열고 아무 말없이 들여 밀고 간 따듯한 계란프라이 하나.
당시 우리들에겐 유일한 고급 도시락 반찬이었던 계란 하나ㅡ
그 고소한 냄새의 계란 맛이 어땠는지는 전혀 기억에 없다.
다만 그걸 먹고 나니 갑자기 자꾸 감기던 눈이 뜨이던
신기한 기억만 또렷할 뿐.
불 켜진 마루를 보고, 동생을 위해 말없이 부엌에 가서
석유풍로를 켜고 계란을 부쳐다 준 오빠의 마음,
어려서 큰오빠의 사랑을 받던 나보다는
외로울까 언니만을 챙기던 작은 오빠의 그 말없는 배려에
지쳐 한기에 떨던 내 외로운 가슴이 얼마나 따듯해졌던지 그 온기를 기억할 뿐.
 
가장 따듯했던 그날의 계란프라이 하나ㅡ
지금도 내 맘 오슬오슬 시린 날이면
말없이 찾아와 주는 따듯한 기억
ㅡㅡㅡㅡ
지난 주 특강 준비하려고 보니, 지난달에도 특강때문에 작업했던 PPT가 갑자기 문제가 생겼다. 혼자 해결하려 끙끙대다가 다음날 서비스센터로. 기기문제가 아니라는건 알았다. 그래도 혹시 도움을 기대했지만 전~혀 아니었다.할 수없이 78된 오빠에게 SOS. 지난달 이사 간 먼 곳에서 밤늦게 찾아와 해결해주고 갔다.
 
오빠는 내가 미국가서 긴 기간 집을 비우는 때면 빈 집에 와서 화분도 살펴주고 말없이 여기저기 고장난 거 다 손봐준다.  회사일도 바쁜데 음악과 함께 사는 나를 위해 내가 아끼는 정말 오래된 맥킨토시 앰프도 어렵게 충주까지 수리해 줄 수 있는 사람 찾아가서 다 고쳐다 주고,  현관문 손잡이 잠금장치 수리해놓고. 이 모든 걸 아무 말없이….  내가 귀국하는 날이면 늘 비행기도 멀미를 해서 고통받는 나를 위해 시간 맞춰서 문 앞에 죽을 배달해놓는다. (난 거의 28년 차이 났던 이젠 하늘에 계신 큰오빠 사랑도 엄청받았는데 정말 복이 많다. 그저 감사하다. )


사진도 잘 찍고… 예술적 재능이 풍부한 수학천재 오빠. 어려서 천재소리 듣던 오빠가 참 아깝다!! 세상엔 타고난 재능을 펼치지 못하는 슬픈 삶이 얼마나 많은가. 

키크고 영국 신사같이 멋쟁이였던 오빠가
이제 나이들어 띄엄띄엄 걸어가는 굽은 뒷모습, 벗겨진 뒷 머리가 왜케 아프고 슬픈지…. 뒷모습에 대고 오빠부부 오래오래 건강하고 행복하기만 기도한다. 

-------------

<"가장 따듯했던 계란 하나"는 아주 오래 전 썼던 일기이다. 남들에겐 고마움을 잘 표현하는 나도 가장 가까운 내 가족에겐 왜 못했을까? (울딸에겐 예외~^^) 
맘은 혼자 간직하면 안되고 표현하고 나눠야 할 거 같아서 쑥스럽지만 저 글을 오빠에게 보내려한다. 더이상 뒤늦은 후회하지 않으려고. "오글거리지? ㅋㅋ" 라고 덧붙여서^^>

 

 

 

지금 나는 가시 뿐인 아픔이라도

어느 날 꽃으로 피어나리라

 

 

글 이봉희(C)2017

나사렛대학교 대학원 문학치료학과 교수

미국공인문학치료전문가(CPT)/공인저널치료전문가(CJT)

상담심리사/ 내 마음을 만지다저자

 

 

 

 

            자신감은 어떤 모습이든 지금의 나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데서 나옵니다. 때로 초라하고 

            비참한   순간에도 내 속에 꺼지지 않고 남아있는 힘과 가능성을 찾고 그것을 믿어주는 것

            자신감은 결과와 무관히 자신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마음입니다.

 

 

 

 

사람들은 모두 그 나무를 썩은 나무라고 그랬다.

그러나 나는 그 나무가 썩은 나무가 아니라고 그랬다.

그 밤, 나는 꿈을 꾸었다.

그리하여 나는 그 꿈속에서 무럭무럭 푸른 하늘에 닿을 듯이

가지를 펴며 자라가는 그 나무를 보았다.

나는 또다시 사람을 모아 그 나무가 썩은 나무가 아니라고 그랬다.

 

그 나무는 썩은 나무가 아니다.

 

- 천상병, ‘나무

 

 

흔히 사람들은 자신감을 가지라고 격려합니다. 자신감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요? 무엇인가 성취했을 때? 그렇습니다. 하지만 성공을 통해서만 자신감이 생긴다면, 자신감을 갖기란 얼마나 힘이 들까요? 그 자신감은 얼마나 위태로울까요? 세상에는 성공하는 순간보다 실패하고 실수하는 순간들이 더 많은데 말입니다. 그 누구도 실패나 좌절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한 사람도 없습니다. 자신감은 때로 극복할 수 없는 것을 받아들이고 상실한 것들을 인내하면서, 실패하는 나를 포용하는 마음에서부터 생길 수 있습니다.

 

나의 초는 양쪽에서 불타고 있습니다.

밤이 채 가기 전 다 타버리겠지만

, 내 적들과 오, 내 친구들이여,

나의 초는 아름다운 빛을 냅니다!

- 에드나 세인트 빈센트 멀레이(미국 시인·극작가)

 

시인은 자신의 삶을 양초에 빗대어 말하고 있습니다. 그 초는 어쩌면 버거운 고통과 현실 때문에, 마치 양쪽으로 타들어가는 초처럼 버티기 힘들거나 곧 꺼져버릴 듯 위태롭게 보입니다. 그런데 이 시인은 주눅 들거나 비관하거나 자신을 부끄러워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 촛불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세상을 향해 당당하게 말합니다. 이 시가 보여주는 아름다운 빛은 바로 있는 그대로의 자신의 삶에 대한 긍지에서 나옵니다. 이처럼 자신감은 어떤 모습이든 지금의 나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데서 나옵니다. 고통 받고 있는 나, 세상에서 패배한 나, 뒤돌아오면 회한으로 가득한 나, 그런 내 모습을 너그럽게 포용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당히 타오르기를 포기하지 않는 나에 대한 긍지가 바로 자신감입니다.


    "겁쟁이들이 제일 먼저 포기하는 것은 자기 자신이다. 그 후부터는 다른 모든 것은 쉽게 저버릴 수 있다."   - 맥카시(미국 소설가비평가) 

 

자신감은 결과와 무관히 자신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것입니다. 실패하고 좌절하고 초라한 나의 모습을 대할 때마다 이것이 나의 전부가 아니다라고 따듯하고 너그러운 마음으로 지친 나를 받아주고 품어주는 마음이 자신감입니다. 지금 이 모습이 나의 전부가 아님을 참으로 믿어야 합니다. 그럴 때 아직 내게 남아있는 것이 무엇인지 발견하게 됩니다. “끝났다고 울지 않고 이제 시작이라고 웃을 수 있는자신감이 생깁니다. 자신감은 결과에 관계없이 노력하고 투쟁하고 있는 자기 자신에 대한 긍지입니다. 단순히 고통스런 상황을 극복하고 이겨낼 수 있다는 믿음 이상의 마음입니다. 바이런이 쓴 시를 보면 이해가 될지 모릅니다.

 

내 영혼이 고통 속으로 이끌려가는 것을 느끼지만그렇다고 그것의 노예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나를 쫓는 수많은 격심한 고통이 있다.그것들은 나를 짓누를 수는 있지만, 나를 업신여기지는 못하리라.

그것들이 나를 고문할 수는 있겠지만, 하지만 나를 굴복시키진 못하리라 -바이런(영국 시인)

 

그렇기에 병상에 있던 미국 작가 피츠제럴드도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의 구원은 행복과 기쁨이 아니라 투쟁에서 나오는 보다 깊은 만족감에 있다라고요. 그 깊은 만족감이 나에 대한 긍지이며 사랑이며 자신감입니다. 큰소리만 치는 것이 용기가 아니듯이 말입니다. 하루가 끝나는 순간 실패한 자신을 바라보면서 내일 다시 시작할거야.” 라고 말하는 조용한 목소리가 자신감입니다. 때로 초라하고 비참한 순간에도 내 속에 꺼지지 않고 남아있는 아름다운 힘과 가능성을 찾고 그것을 믿어주는, 나의 존재에 대한 따뜻한 긍정과 사랑입니다. 지금 나는 가시뿐인 아픔이라도 어느 날 꽃으로 피어나리라는 나에 대한 믿음에서부터 자신감이 나오는 것입니다.

 

눈먼 손으로

나는 삶을 만져보았네

그건 가시투성이였어.

가시투성이 삶의 온몸을 만지며

나는 미소 지었지.

이토록 가시가 많으니

곧 장미꽃이 피겠구나 하고.

- 김승희, '장미와 가시' 중 일부

 

(C)2017이봉희 저작권이 있으며 일부 혹은 전부를 사전 승인 없이 인용하거나 사용할 수 없음.

HATO 원고: 병원 환자들과 장기요양환자들, 그리고 가족을 위한 잡지에 기고한 글임.


 

아버지의 전화 - 김수원 (2024 시민공모작)

 

아픈 데는 없니

그게 사랑한다는 말이다

별일 없니

걱정된다는 말이다

 

바쁘니

보고 싶다는 말이다

나는 괜찮아

외롭다는 말이다 

 

문득 전화가 뚝 끊어지는 것은 

울고 있다는 말이다

많이 아프다는 말이다

 

위로받고 싶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