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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와 나는 왜 숲이 아닌가] | 2024.09.11
오래된 서적(書籍)- 기형도 | 2024.09.04 나는 집으로 간다 - 여림 | 2024.08.19 여림- 살아야 한다는 근사한 이유 | 2024.08.19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 신동엽 | 2024.08.19 내 마음의 첼로 - 나해철 1 | 2024.08.17 고흐, 빗속의 밀밭 | 2024.07.30 물새 | 2024.07.30 당신도 없이 나를 견딥니다 | 2024.07.22 "이 땅의 날씨가 나빴고 나는 그 날씨를 견디지 못했다"- 기형도 | 2024.07.16 멀리 있어도 사랑이다 - 정윤천 | 2024.07.15 꽃잎- 도종환 | 2024.07.15 받아쓰다 - 김용택 | 2024.07.02 꽃잎 떨어져 바람인가 했더니- 이혜숙 4 | 2024.06.12 엄마와 어머니 사이 - 목필균 | 2024.06.04 쉽게 쓰여진 시 - 윤동주 | 2024.05.26 우리들의 시간 - 박경리 | 2024.05.11 주말을여는 책-내일신문 /헤럴드경제,"각질이 돼버린 묻어둔상처" | 2024.05.07 내 안의 모든 나이 4 | 2024.05.01 그 복숭아나무 곁으로 -나희덕 7 | 2024.04.30 [그대와 나는 왜 숲이 아닌가]
내가 참 많이 좋아하는 내 친구, 의사이며 화가인 그가 역시 의사이며 서예가인 남편과 함께한 6번째 동인전, "빛, 색, 묵, 흙"의 오픈닝 날이다. 가보지는 못하지만 마침 내가 화과자를 보냈는데 오프닝 날에 딱 맞추게 되어서 기분이 좋다.
그동안 그녀가 주로 그리는 옹기종기 모인 집들의 그림은 너무나 아름답고도 정이 넘친다. 한결같으면서도 늘 변화하는 그의 색감 그리고 무엇보다 변화하는 시점은 전시회마다 새로운 감동을 준다. 그동안의 그의 그림에는 따듯한 공동체의 힘이 있었다. 그만의 색채는 늘 화가를 닮아 매력적이고 정갈하며 아름답고 따듯하고 그러면서도 특유의 힘이 느껴진다. 그 묘한 힘은 무엇일까 생각해본다.
그런데 이번 여름 그 더위 속에서 작업한 그림들중 팜플렛에 있는 그림 한 점의 제목이 <숲으로 가면>이다. 옹기종기 모여있던 그녀의 마을의 집들이 나무들이 모인 숲으로 자리를 옮겼다. 더위를 이기고 남을 푸른 나무들이 모인 숲의 생명력이 태양마저 푸르게 물들였다.
그녀는 늘 멀리서 집들이 모인 마을을 조망한다. 이번 숲 그림도 그렇다. 그녀의 집과 나무는 외따로 돋보이게 서 있는 적이 없다. [함께 '그러나' 홀로/ 홀로 '그러나' 함께]가 현대인의 삶, 현대인의 공동체를, 그 삶의 숲을 보여준다면 어쩌면 그녀의 그림은 [함께 '그리고' 홀로]인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삶은 어쩌면 '그러나'와 '그리고'의 조화가 아닐까? 그 조화가 주는 따듯한 힘. 그게 늘 사회에 봉사하며 이웃에 헌신하는 삶을 살기로 유명한 그녀 부부의 마음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그녀의 그림을 가만히 보고 있노라면 알랭 드 보통의 말을 빌려서 "마치 우리 자신 내면의 어떤 중요한 곳, 진지하고 진정한 곳으로 돌아온 듯한 느낌"을 받는 것인지 모르겠다.
그녀의 <숲으로 가면>이라는 제목의 그림을 보자마자 곧바로 정희성의 시가 떠올랐다. 왜 일까... 생각해보다 몇 자 적어보았다. (다시 그녀의 다른 그림들의 사진을 받아보게 되었는데 이 글은 그 중에 한 점인 <숲으로 가면>에 대한 나의 감상임을 밝혀둔다.)
<숲 - 정희성>
숲에 가 보니 나무들은 제가끔 서 있더군 제가끔 서 있어도 나무들은 숲이었어 광화문 지하도를 지나며 숱한 사람들이 만나지만 왜 그들은 숲이 아닌가 이 메마른 땅을 외롭게 지나치며 낯선 그대와 만날 때 그대와 나는 왜 숲이 아닌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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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서적 - 기형도 @ 이 글과 관련된 글 | 덧글 남기기
나는 집으로 간다 - 여림 (1967-2002)
몇 번이나 주저앉았는지 모른다
--등단 후 3년 만에 요절한 비범한 재능을 가진 시인 여림(본명 여영진) ------------------- 이런 아까운 많은 아름다운 재능을 가진 이들이 머물렀던 짧은 삶을 생각하면 @ 이 글과 관련된 글 | 덧글 남기기
살아야 한다는 근사한 이유 - 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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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 신동엽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누가 구름 한 송이 없이 맑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네가 본 건, 먹구름 그걸 하늘로 알고 일생을 살아갔다.
네가 본 건, 지붕 덮은 쇠항아리 그걸 하늘로 알고 일생을 살아갔다.
닦아라, 사람들아 네 마음속 구름 찢어라, 사람들아, 네 머리 덮은 쇠항아리.
아침 저녁 네마음 속 구름을 닦고 티없이 맑은 영원의 하늘. 볼 수 있는 사람은 외경(畏敬)을 알리라
아침 저녁 네 머리 위 쇠항아릴 찢고 티없이 맑은 구원의 하늘 마실 수 있는 사람은 연민(憐憫)을 알리라 차마 삼가서 발걸음도 조심 마음 모아리며.
서럽게 아 엄숙한 세상을 서럽게 눈물 흘려
살아 가리라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누가 구름 한 자락 없이 맑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 이 글과 관련된 글 | 덧글 남기기
텅 빈 것만이 아름답게 울린다 내 마음은 첼로 다 비워져 소슬한 바람에도 운다 누군가 아름다운 노래라고도 하겠지만 첼로는 흐느낀다 막막한 허공에 걸린 몇 줄기 별빛 같이 못 잊을 기억 몇 개 가는 현이 되어 텅 빈 것을 오래도록 흔들며 운다 다 비워져 내 마음은 첼로 소슬한 바람에도 운다 온 몸을 흔들어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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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고흐, 빗속의 밀밭(1889)
비가 오고 있다 여보 움직이는 비애를 알고 있느냐
.... 그러나 여보 비오는 날의 마음의 그림자를 사랑하라 너의 벽에 비치는 너의 머리를 사랑하라
비가 오고 있다 움직이는 비애여 ...
여보 그래도 무엇인가가 보이지 않느냐 그래서 비가 오고 있는데!
<김수영, "비"(1958) 일부> @ 이 글과 관련된 글 | 덧글 남기기
[물 새]
여름 바다 보다 겨울 바다를 더 좋아하는 건 바다는 그리움이어서 그런가 보다 영원히 바라보기만 하는 나의 눈먼 자유
내 곁에 내려와 넘실대는 하늘 내 안에서 나만큼 낮아지는 저항 못 할 부름이건만 그 푸르름에 몸 맡기고 익사할 용기 없어 여태 더듬거리고 머뭇거리며 마지막을 유보하고 있다
오늘도 산산조각 난 땅 끝에서 하얗게 부서지는 하늘 끝에서 이내 지워질 편지만 터벅터벅 남기며 아쉬워 아쉬워 돌아보는 물새가 된 나
080103 bhlee MP @ 이 글과 관련된 글 | 덧글 남기기
photo by bhlee
072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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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땅의 날씨가 나빴고 나는 그 날씨를 견디지 못했다"- 기형도
오랫동안 글을 쓰지 못했던 때가 있었다. 이 땅의 날씨가 나빴고 나는 그 날씨를 견디지 못했다. 그때도 거리는 있었고 자동차는 지나갔다. 가을에는 퇴근길에 커피도 마셨으며 눈이 오는 종로에서 친구를 만나기도 했다. 그러나 시를 쓰지 못했다. 내가 하고 싶었던 말들은 형식을 찾지 못한 채 대부분 공중에 흩어졌다. 적어도 내게 있어 글을 쓰지 못하는 무력감이 육체에 가장 큰 적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나는 그 때 알았다.
그때 눈이 몹시 내렸다. 눈은 하늘 높은 곳에서 지상으로 곤두박질쳤다. 그러나 지상은 눈을 받아주지 않았다. 대지 위에 닿을 듯하던 눈발은 바람의 세찬 거부에 떠밀려 다시 공중으로 날아갔다. 하늘과 지상 어느 곳에서도 눈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러나 나는 그처럼 쓸쓸한 밤눈들이 언젠가는 지상에 내려앉을 것임을 안다. 바람이 그치고 쩡쩡 얼었던 사나운 밤이 물러가면 눈은 또 다른 세상 위에 눈물이 되어 스밀 것임을 나는 믿는다. 그 때까지 어떠한 죽음도 눈에 접근하지 못할 것이다.
<기형도, 메모(1988.11)/ 산문집 [짧은 여행의 기록]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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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메모를 쓴 몇달 후 1989년 3월 그는 뇌졸중으로 홀로 외롭게 세상을 떠나갔다.
겨우 만 29세. 아까운 사람. 아까운 천재.
그는 "또 다른 세상," 그가 견딜 수 있는 날씨가 있는 그 세상 위에 눈물이 되어 스몄을까.
하고 싶은 말이 그곳에서도 공중에 흩어졌을까? 그 곳은 어디일까. @ 이 글과 관련된 글 | 덧글 남기기
눈앞에 당장 보이지 않아도 사랑이다. 어느 길 내내, 혼자서 부르며 왔던 어떤 노래가 온전히 한 사람의 귓전에 가 닿기만을 바랐다면, 무척은 쓸쓸했을지도 모를 서늘한 열망의 가슴이 바로 사랑이다. 고개를 돌려 눈길이 머물렀던 그 지점이 사랑이다. 빈 바닷가 곁을 지나치다가 난데없이 파도가 일었거든 사랑이다. 높다란 물너울의 중심 속으로 제 눈길의 초점이 맺혔거든, 거기 이 세상을 한꺼번에 달려온 모든 시간의 결정과도 같았을, 그런 일순과의 마주침이라면, 이런 이런, 그렇게는 꼼짝없이 사랑이다. 오래전에 비롯되었을 시작의 도착이 바로 사랑이다. 바람에 머리카락이 헝클어져 손가락 빗질인 양 쓸어 올려보다가, 목을 꺾고 정지한 아득한 바라봄이 사랑이다. 사랑에는 한사코 진한 냄새가 배어 있어서, 구름에라도 실려오는 실낱같은 향기만으로도 얼마든지 사랑이다. 갈 수 없어도 사랑이다. 魂이라도 그쪽으로 머릴 두려는 그 아픔이 사랑이다. 멀리 있어도 사랑이다. @ 이 글과 관련된 글 | 덧글 남기기
꽃잎 - 도종환
처음부터 끝까지 외로운게 인생이라고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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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아쓰다 - 김용택 어머니는 글자를 모른다. 글자를 모르는 어머니는 자연이 하는 말을 받아 땅 위에 적었다. 봄비가 오면 참깨 모종을 들고 밭으로 달려갔고, 가을 햇살이 좋으면 돌담에 호박쪼가리를 널어두었다가 점심때 와서 다시 뒤집어 널었다. 아침에 비가 오면 "아침 비 맞고는 서울도 간다"라고 비옷을 챙기지 않았고 "야야, 빗낯 들었다"며 비의 얼굴을 미리 보고 장독을 덮고 들에 나갔다. 평생 바다를 보지 못했어도 아침저녁 못자리에 드는 볍씨를 보고 조금과 사리를 알았다. 감잎에 떨어지는 소낙비, 밤에 우는 소쩍새, 새벽하늘 구석의 조각달, 달무리 속에 갇힌 보름달, 하얗게 뒤집어지는 참나무 잎, 서산머리의 샛별이 글자였다. 난관에 처할 때마다 어머니는 살다가보면 무슨 수가 난다고 했다. 세상에는 내가 가보지 못한 수가 얼마나 많은가. 마을에서 일어나는 일이 남의 일 같지 않다고 했다. 사람이 그러면 못쓴다고 했다. 어머니는 해와 달이, 별과 바람이 시키는 일을 알고 그것들이 하는 말을 땅에 받아 적으며 있는 힘을 다하여 살았다. @ 이 글과 관련된 글 | 덧글 남기기
<꽃잎 떨어져 바람인가 했더니 - 이혜숙 > @ 이 글과 관련된 글 | 덧글 남기기
엄마와 어머니 사이 - 목필균 @ 이 글과 관련된 글 | 덧글 남기기
쉽게 쓰여진 시- 윤동주 @ 이 글과 관련된 글 | 덧글 남기기
우리들의 시간 - 박경리
목에 힘주다 보면 문틀에 머리 부딛혀 혹이 생긴다 우리는 아픈 생각만 하지 혹 생긴 연유를 모르고 인생을 깨닫지 못한다
낮추어도 낮추어도 우리는 죄가 많다 뽑내어 본들 徒勞無益(도로무익) 時間(시간)이 너무 아깝구나
----- * 徒勞無益(도로무익) 헛되게 애만 쓰고 아무 이로움이 없음 @ 이 글과 관련된 글 | 덧글 남기기
[주말을 여는 책 | ‘내 마음을 만지다’] 마음의 상처와 고통, 읽고 쓰면서 치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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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공인문학치료전문가 이봉희 교수가 펴낸 에세이 ‘내 마음을 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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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은 숨을 내쉬고 눈을 내리깔았다. 마치 공중에 퍼지는 모습을 지켜보기라도 하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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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중에서>
--------------- 5월이 터질듯 피어오르는 날이면 쉰이 넘은 나이에도 어김없이 가슴이 부풀어 오르는 것을 보면서 신기하기도 하고 때론 당혹스럽기도 합니다. 심지어 어떤 때는 5월의 설렘은 청년들의 특권인 것만 같아서 가을 중턱에 들어선 나이에 느끼는 그런 [철] 모르는 감정을 숨겨야 할 것만 같은 부끄러운 맘이 들기까지 합니다. 자라오면서, 그리고 세상 속 세월을 거치면서 가장 흔히 하는 말 중 하나는 철이 들어야 한다는 말, 철이 없다는 말, 철 모르는 어린아이 같다는 말.. 이 아닐까 합니다. 인생도 계절처럼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렇게 사철이 나뉘어 있기 때문일까요. 다만 계절은 돌아오지만 인생은 겨울이 지나도 봄은 되돌아오지 않는다는 것만 다르기에 한편 서글프고, 또 한편으로 그렇기에 우리의 하루하루가 더더욱 의미 있고 소중한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모리교수처럼 우리 안에 내 인생의 사계절을 모두 품고 살 수 있다면 얼마나 큰 축복일까요. 순수함을 잃지 않는 어린아이의 맘을 간직하고, 그 눈에 호기심이 별처럼 반짝이며 때로는 젊은 청년의 열정으로 내가 뿌리 내린 곳보다 더 아름답고 높고 깊은 새로운 세계를 향한 도전정신이 아직도 살아 숨 쉬며, 그러면서도 이제는 그 모든 것을 잘 제어하고 나의 옮길 발걸음과 내 몸과 맘을 앉혀놓을 자리를 분별하는 지혜를 가진 노년이 함께 내 안에 공존하고 있다면 그보다 아름다운 인생은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문득문득 감상주의적 환상과 순수함을 혼돈하거나, 자기 사랑으로 가득 찬 이기적 호기심과 심리적 불안정을 모험심으로 착각하거나, 때로는 쌓아 놓은 정보와 지식이 지혜인 양 허세를 부리거나, 세월과 성숙함이 저절로 비례하는 것으로 오해하고 연륜을 내세워 허망한 자기 자랑과 주장만 화석처럼 굳어지는 그런 노년이 될까 봐 무척 두렵습니다. 젊음이란 의지와 상상력이며 활력이 넘치는 감성이며, 삶의 깊은 샘에서 솟아나는 신선함이라는 사무엘 울먼의 유명한 글, [젊음]에서의 말도 결국은 우리 속에 살아 공존하는 모든 계절의 아름다움을 말하는 것입니다. 울만은 60살 노인이든 16살 청소년이든 우리들의 가슴 한 복판에는 무선 전신국이 있다고 합니다. 그 무선전신국이 인간과 저 높은 초월자에게서 오는 아름다움, 희망, 환호, 용기의 메시지를 수신하는 한 우리는 주름과 관계없이 청년이라고 합니다. 그렇지 못하면 청년이라도 이미 수 십 년을 더 늙어버린 주름투성이 노인과 다를 바 없는 것이라 합니다.
오늘 무너지도록 부신 햇살아래서 내 영혼의 안테나를 저 5월의 하늘, 그 가슴 한복판을 향해 높이 올리며 소리쳐 말하렵니다. [내 나이를 물어 무엇하랴. 나는 5월에 있다](피천득)라고... [이봉희- 덴버 중앙일보 문학칼럼 중에서 2005]
2007. 6. 1. @ 이 글과 관련된 글 | 덧글 남기기
Vincent van Gogh- Cherry trees in full blo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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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복숭아나무 곁으로 - 나희덕
너무도 여러 겹의 마음을 가진 그 복숭아나무 곁으로 나는 왠지 가까이 가고 싶지 않았습니다 흰꽃과 분홍꽃을 나란히 피우고 서 있는 그 나무는 아마 사람이 앉지 못할 그늘을 가졌을 거라고 멀리로 멀리로만 지나쳤을 뿐입니다 흰꽃과 분홍꽃 사이에 수천의 빛깔이 있다는 것을 나는 그 나무를 보고 멀리서 알았습니다 눈부셔 눈부셔 알았습니다 피우고 싶은 꽃빛이 너무 많은 그 나무는 그래서 외로웠을 것이지만 외로운 줄도 몰랐을 것입니다 그 여러 겹의 마음을 읽는 데 참 오래 걸렸습니다 흩어진 꽃잎들 어디 먼 데 닿았을 무렵 조금은 심심한 얼굴을 하고 있는 그 복숭아나무 그늘에서 가만히 들었습니다 저녁이 오는 소리를
---- 여러겹의 마음을 가졌기에 그 나무가 까닭 없이 불편하였습니까. 멀리로 멀리로 지나쳐가며 혼자 "사람이 앉지 못할" 그늘을 가졌을 거라 스스로에게 그 나무 탓을 했나 봅니다. "내가 앉지 못할 그늘"을 가졌다 말하기 불편하였을까...... 그러면서도 자꾸 신경이 쓰여 나무를 멀리서 멀리서 지켜보았습니다. 그리고 흰꽃과 분홍꽃 사이에 수천의 빛깔이 있다는 것을 당신은 멀리서 멀리서 보면서 알았습니다. 눈부셔 눈부셔..... 알았습니다. "그동안 눈이 부셔서 직시하기 불편했을까요? 그리고 그 여러 겹 마음을 알 것도 같았다 합니다. 피우고 싶은 꽃빛이 너무 많아서라고, 하나의 꽃빛을 피우기엔 너무 많은 소망과 열정이 있어 켜켜히 마음을 피우고 있는 그 나무가 참 외로웠겠구나.......... 깨달았다 합니다.
그러다 또 생각합니다. 피우고 싶은 꽃빛이 너무 많아 외로웠을 것이지만 그 나무는 어쩌면 외로운 줄로 몰랐을 거라고. 그렇게 고고하게 홀로 제 열정을 따라 여러 꽃빛을 피우고 있는 그 나무는 외로운 줄도 몰랐을 거라고. 하지만, 오랜 세월이 지나서 또 알았다 합니다. 그 오랜 시간 당신은 그 나무를 떠나지도 못하고 멀리서 멀리서 계속 지켜보았군요. 외롭게 피워 올린 꽃잎들 다 흩어져 어디 먼 데 닿았을 무렵에야 그 나무 이제 화려하고 아름다운 여려 겹 꽃잎 같은 마음 다 흩날아가버리고 맨 몸으로 선 그 시간에야 비로소 당신은 그의 그늘에 앉았습니다. 사람이 앉지 못할 그늘을 가진 나무라 생각하던 그 나무 아래, 당신은 그제야 다가가 앉았습니다. 심심한 얼굴을 한 나무 곁에.
알 수 없네요. 그 나무가 심심한 얼굴을 하고 나서야 당신은 편하게 그에게 다가간 것인지 다가가 보니 외로운 줄도 몰랐을 듯, 열심히 겹겹이 피워내는 마음을 가진 그도 어쩌면 참 심심한 것을 알았다는 것인지. 심심하고 외로워서 더 여러겹 꽃빛을 피워 제 맘을 감싸 입고 있었는지도 모른다는 것을 알았다는 것인지. 그리고 당신은 들었습니다. 저녁이 오는 소리를. 이제, 어둠이 머지않아 내려올 소리를.
그 여러겹의 마음을 읽는 데 참 오래 걸렸다 하십니다. 그 몇 겹의 색깔을 읽어 보셨을까요. 까닭 없이 부담스러워 멀리서 멀리서 떠나지도 못하고 지켜만 본 당신, 당신도 그 나무처럼 외로웠나요?
그 저녁 당신이 찾아와 앉았던 그 나무, 여려 겹 꽃잎 다 흩어 보낸 그 나무를 생각할 때마다 수천의 꽃잎이 비명도 없이 떨어져 날아와 내 마음에 쌓입니다. 바람도 불어주지 않는데 바람도 불어주지 않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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