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by bhlee at Seattle(2007)  

 


어째서 무엇이 이렇게 내 안에서 캄캄한가
옅은 하늘빛 옥빛 바다의 몸을 내 눈길이 쓰다듬는데
어떻게 내 몸에서 작은 물결이 더 작은 물결을 깨우는가
어째서 아주 오래 살았는데 자꾸만 유치해지는가
펑퍼짐한 마당바위처럼 꿈쩍 않는 바다를 보며
나는 자꾸 욕하고 싶어진다
어째서 무엇이 이렇게 내 안에서 캄캄해만 가는가  [이성복]

chopin | 2008.06.11 12:00 | PERMALINK | EDIT/DEL | REPLY
beyond the missouri sky라는 챨리 헤이든과 팻 메스니의 앨범 자켓그림이 생각납니다.
갑자기 그 음악도 듣고 싶어 지고...
웅장한 그림을 맞는 마음은 오히려 차분한 마음입니다...
캄캄한 하늘과 검은바다가 맞다은 곳,
김민기의 친구란 곡도 생각나고...
시애틀에 가면 저런 하늘을 볼수 있는 건가요?
bhlee | 2008.06.11 12:01 | PERMALINK | EDIT/DEL
이건 Space Needle 전방대에서 찍은 거에요.
검은 구름을 몰아내듯 빛이 서서히 다가오고 있던 그 광경이 정말 경외심을 불러오던 기억이 납니다.

그래서 사진을 찍나 봅니다. 어디서 들은 듯도 한데 사진은 순간을 영원으로 붙잡아 둔다는. 나는 기억을 붙잡아 둔다고도 말하고 싶어요. 우리의 기억은 새롭게 각색된 기억이기 때문에 그 순간을 그대로 잡아두고 싶어하는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늘... 깨닫는 것은 그 때의 감동을 "기억"할 뿐이지 다시 되살릴 수는 없다는 것이더군요.
그게 시간성 속에 있는 인간의 한계일가요
toronto | 2008.06.11 12:01 | PERMALINK | EDIT/DEL | REPLY
사진...참..좋습니다..
살아가면서 이런 기회를 몇번이나 간직할수 있을지.......
bhlee | 2008.06.11 12:10 | PERMALINK | EDIT/DEL
맞아요. 그런 기회가 오기 힘들죠.

전에 내 동기 준 시인이신 선생이 자기는 등산을 하거나 하면 육체적인 흥분을 느낄 때가 있다고 해서 무척 신기했었어요. 그런데 어느 날 운전을 하면서 알지도 못하는 길을 이리저리 방황하고 있을 때 갑자기 모퉁이를 돌자 활활 불타오르는 하늘을 만나게 되었었어요. 그렇게 살아서 타오르는 하늘은 처음이었어요. 정말 숨이 멎는 줄 알았어요. 몸이 그렇게 반응하는 것은 처음이었던 거 같아요. 뭐 스탕달 신드롬까지는 아니지만...

그 때의 하늘은 다만 기억 속에 있는 그 하늘일 뿐이지만 평생토록 결코 잊지 못할 만남이었던 거 같습니다. 많은 아픔과 많은 감사와 많은 고통이 수반되는 기억이지요...

어쩌면 이런 순간의 조우 때문에, 그 추억과 기대때문에 풀한포기 없는 길을 뚜벅뚜벅 살아가는 지 모른다는 생각 가끔합니다.
SM | 2008.06.11 12:02 | PERMALINK | EDIT/DEL | REPLY
커다란 붓에 먹을 듬뿍 먹여 화선지에 슥슥 그려놓은 동양화 같습니다..
태초의 세계가 저랬으려나...
bhlee | 2008.06.11 12:09 | PERMALINK | EDIT/DEL
느낌이 그렇죠?

어쩌면 중광스님이 사용하던 자루걸레보다 더 더욱 커다란 특별한 붓이 필요할 거 같아요.
우주에 편재하는 신의 손이 사용하는 "허공"만큼 거대한 붓.... ^^
potozle | 2008.06.11 14:09 | PERMALINK | EDIT/DEL | REPLY
자연앞에서 누구하나 위대하다 자랑할 사람은 없을거같아여 ,,
세상 모든 미물들보다 우등?하다 소리치는 인간이 제일 작은듯 느껴지는것은 저혼자만의 생각인지 ㅎㅎ
40줄을 넘으면서 문득하늘의 구름들이 너무 좋아보이고 보아도 보아도 맘이가는것은 ,,
사진의 소재로 좀더 큰 풍경을 맞이하고싶네요 ,,,
부러버요 ㅎㅎㅎ
bhlee | 2008.06.11 14:10 | PERMALINK | EDIT/DEL
맞아요. 자연은 늘 우리를 돌아보게 하네요.

광활한 하늘 아래 설 때, 그 아래서 나의 작음을 알고 겸손해지는 것 뿐 아니라

아주 작은 풀섶의 깨알만한 꽃이 겨울 흙을 뚫고 홀로 피어 흔들리는 것,

그 이름 없고 연약한 풀꽃이 전해주는 놀라운 존재의 의미를 접할 때에도 마찬가지로 우리는 자신을 돌아보게 되는 것 같습니다.
유수정 | 2011.07.09 09:06 | PERMALINK | EDIT/DEL | REPLY
와아..
자연도 찍은 이도 대단한 예술가.
지금 내 마음은 찍은이에게 한 표 더..
자연은 무심히 그린 그림이겠지만
찍은이는 그 순간 섬광같은 무엇을 느꼈을 터.
탄성..
Journal Therapy | 2011.08.14 06:26 신고 | PERMALINK | EDIT/DEL
수정아 오랜만이야. 요즘 어떻게 지내는지? 여전히 강의 때문에 전국을 누비는 것일까?

오늘 KTX타고 집에 오는데 기막힌 일몰을 보았어.
마치 종일 내리는 비 너머에도 여전히 태양은 존재한다고, 나 여기 있다고 이렇게 어떤 빗줄기에도 뜨겁게 식지 않고 타고 있다고 말하는 듯이, 어떤 어둠 뒤에서도 이렇게 빛나게 살아있다고 말하는 듯이.
카메라가 없는게 너무 아쉬웠단다.
유수정 | 2011.07.13 02:40 | PERMALINK | EDIT/DEL | REPLY
그대는 언제나, 누군가와 대화하고 있는 듯 하이.
스스로와.. 사물들과도, 특히 자연과..
그들이 하는 이야기를 알아 듣는 귀가 있는 게지.
사실 그대의 동안보다 더 부러운 것은 그 섬세함.
말하지 않는 것을 들을 줄 아는.. 에구..
bhlee | 2011.07.14 02:21 | PERMALINK | EDIT/DEL
수정아. 너야말로 귀가 밝지. 그래서 음악을 했고 그래서 이제는 사람 마음을 듣는 일을 하잖아. 그치? 근데 너 요즘도 잠을 못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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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 손 - 도종환]

 

말 없는 왼손으로
쓰러진 오른손을 가만히 잡아주며
잠드는 밤

 

오늘도 애썼다고
가파른 순간순간을
잘 건너왔다고

 

제 손으로
지그시 잡아주는
적막한 밤

 

어둠속에서
눈물 한방울 깜빡깜빡
그걸 지켜보는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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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은 혼자 분주하다 - 이기철
  
저녁이 되면 먼 들이 가까워진다
놀이 만지다 두고 간 산과 나무들을
내가 대신 만지면
추억이 종잇장 찢는 소리를 내며 달려온다
겹겹 기운 마음들을 어둠 속에 내려놓고
풀잎으로 얽은 초옥에 혼자 잠들면
발끝에 스미는 저녁의 체온이 따뜻하다
오랫동안 나는 보이는 것만 사랑했다
이제는 보이지 않는 것도 사랑해야 하리라
내 등뒤로 사라진 어제, 나 몰래 피었다 진 들꽃
한 번도 이름 불러보지 못한 사람의 이름
눈 속에 묻힌 씀바귀
겨울 들판에 남아 있는 철새들의 영혼
오래 만지다 둔 낫지 않은 병,
추억은 어제로의 망명이다
생을 벗어버린 벌레들이 고치 속으로 들어간다
너무 가벼워서 가지조차 흔들리지 않는 집
그렇게 생각하니 내 생이 아려온다
짓밟혀서도 다시 움을 밀어 올리는 풀잎
침묵의 들판 끝에서
추억은 혼자 분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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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처럼 꽉 물고 놓지 않으려는 마음을
게발처럼 뚝뚝 끊어버리고
마음 없이 살고 싶다.
조용히, 방금 스쳐간 구름보다도 조용히
마음 비우고가 아니라
그냥 마음 없이 살고 싶다
저물녘, 마음 속 흐르던 강물들 서로 얽혀
온 길 갈 길 잃고 헤맬 때
어떤 강물은 가슴 답답해 둔치에 기어올랐다가
할 수 없이 흘러내린다
그 흘러내린 자리를
마음 사라진 자리로 삼고 싶다
내림 줄 쳐진 시간 본 적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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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bhlee

 

 

 

사람들은 모두 그 나무를 썩은 나무라고 그랬다.

그러나 나는 그 나무가 썩은 나무가 아니라고 그랬다.

그 밤, 나는 꿈을 꾸었다.

그리하여 나는 그 꿈속에서 무럭무럭 푸른 하늘에 닿을 듯이

가지를 펴며 자라가는 그 나무를 보았다.

나는 또다시 사람을 모아 그 나무가 썩은 나무가 아니라고 그랬다.

 

그 나무는 썩은 나무가 아니다.

 

- 천상병,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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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는 대학생 때 이후 산에 가지 못해서 잘 몰랐었다.

그런데 덴버에서 연구교수를 할 때 록키산과 그 근처 산을 자주 갔었다.
그때 정말 놀랐던 기억이 난다.

나무는 죽어서도 살아있다는 것에......  살아있는 아름다움이며 예술이라는 것에. 

처음 천상병의 시, <나무>를 읽었을 때와는 또 다른 의미를 알게 되었다.

꿈에서나 볼 수 있는 나무의 생명력--

사람들의 눈에는 그저 썩어버린 나무가 여전히 당당히 견디며 서 있는 아름다움.
마지막 순간 제 몸을 땅에 누이는 그 때 조차도 경이로운 예술품이라는 것을.
때로 거기서 녹색 싹을 틔우기도 하는 나무

나무는 쓰러져서도
말라 조각품이 되는 죽음이 비켜가는 아름다움이다.

 

photo by bh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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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은 오늘 무슨 일로

그리 하염없이 흘러내리는지

그 아래 같이 젖으며 산길을 걸었다.

지는 가을빛이 저홀로 더욱 고운데 

저만치서 무심한 듯 비둘기 한 마리

아무도 없는 내 길을 앞서고 있었다.

 

빗물을 가린

나를 가린 우산ㅡ

그 끝에 낙엽 하나 떨어져

가만히 나를 들여다보았다

“너는 해바라기처럼 웃지 않아도 좋다”*고 말해주면서...

 

111719(MP)

(* 이용악의 시구절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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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urnal Therapy | 2019.11.17 23:39 신고 | PERMALINK | EDIT/DEL | REPLY
장마 개인 날- 이용악

하늘이 해오리의 꿈처럼 푸르러
한 점 구름이 오늘 바다에 떨어지련만
마음에 안개 자욱히 피어오른다
너는 해바라기처럼 웃지 않아도 좋다
배고프지 나의 사람아
엎디어라 어서 무릎에 엎디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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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gramho.com/explore-hashtag/%EB%82%B4%EB%A7%88%EC%9D%8C%EC%9D%84%EB%A7%8C%EC%A7%80%EB%8B%A4

 

 

참고:

https://www.journaltherapy.org/2791

 

https://www.journaltherapy.org/2783

 

https://www.journaltherapy.org/27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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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디에 심겨졌을까?>

 

작년인가 작은 고무나무 화분을 하나 샀다.

지난 여름 분갈이를 해주자 신통하게

매주 연두빛 반짝이는 새 잎이 

뾰죽이 얼굴을 내밀더니 

갑자기 내 가슴 높이만큼 커졌다.

두 배로 자란 나무를 보며 대견하면서도

마음이 짠하다.


저리 맘놓고 자랄 수 있던 나무가

작은 화분에 심겨진 채 있었다면

사랑해사랑해만 해준다고

햇살 좋은 창가에 놓아준다고

새 잎을 맘껏 피울 수 있었을까?

 

스스로 분갈이를 할 수 없는

화분 속의 나무들,

우리는 어떤 화분 속에 심겨져 있을까?

 

나는 어디에 심겨져 있을까?

 

(M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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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시냇가에 심은 나무가 철을 따라 열매는 맺으며

그 잎사귀가 마르지 아니함 같으니....... (시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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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 사진과 글은 연두별김혜경선생님 블로그에서 가져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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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칼렛: 늘 같은 꿈을 꾸어요너무 춥고 배고팠어요. 너무 무섭구요.

              안개 속에서 찾으려 헤메는데 그걸 찾을 수가 없었어요.....  

레트: 뭘 찾는데  

스칼렛: 그게 뭔지는 알 수가 없어요

............꿈속에서 달리고 달리고 달려도 내가 무얼 찾는지 알 수 없어요. 그건 언제나 안개 속에 숨어 있어요. 만일 그걸 찾는다면 영원히 안전해질 텐데. 다시는 춥거나 배고프지 않을 텐데..

레트:  그게 사람이야 아니면 다른 무엇이야?

스칼렛: 몰라요. 생각해본 적 없어요레트, 언젠가 그걸 찾고 행복해지는 그런 꿈을 꿀 수 있을까요?

레트: 그런 꿈을 꾸지는 않을 거야행복해지면 더 이상 이런 악몽을 꾸지 않을 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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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과 결핍.
그래, 꿈속에서는 그렇게 원하는 것을 마침내 '발견하는' 꿈을 꾸지는 않는다.
현실에서 그것을  찾으면 더 이상 꿈을 꾸지 않게 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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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s://www.youtube.com/watch?v=b77c1J38Bk8(here only for therapeutic and/or educational purposes)

 

Perhaps it was this combination that brought back her old nightmare that evening, for she awoke, cold with sweat, sobbing brokenly. She was back at Tara again and Tara was desolate. Mother was dead and with her all the strength and wisdom of the world. Nowhere in the world was there anyone to turn to, anyone to rely upon. And something terrifying was pursuing her and she was running, running till her heart was bursting, running in a thick swimming fog, crying out, blindly seeking that nameless, unknown haven of safety that was somewhere in the mist about her.

 

“Oh, Rhett. I was so cold and so hungry and so tired and I couldn’t find it. I ran through the mist and I ran but I couldn’t find it.”

“Find what, honey?”

“I don’t know. I wish I did know.”

“Is it your old dream?”

“Oh, y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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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h, Rhett, it’s awful to be hungry.”

 

“It must be awful to dream of starvation after a seven-course dinner including that enormous crawfish.” He smiled but his eyes were kind.

 

“Oh, Rhett, I just run and run and hunt and I can’t ever find what it is I’m hunting for. It’s always hidden in the mist. I know if I could find it, I’d be safe forever and ever and never be cold or hungry again.”

“Is it a person or a thing you’re hunting?”

“I don’t know. I never thought about it. Rhett, do you think I’ll ever dream that I get there to safety?”

“No,” he said, smoothing her tumbled hair, “I don’t. Dreams aren’t like that. But I do think that if you get used to being safe and warm and well fed in your everyday life, you’ll stop dreaming that dream. And, Scarlett, I’m going to see that you are safe.”

 

from Chapter 48

Gone with the Wind, by Margaret Mitch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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