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여, 때가 되었습니다
지난 여름은 참으로 위대했습니다
당신의 그림자를 해시계 위에 놓으시고
벌판에는 바람을 놓아 주십시오.

마지막 과일들을 여물게 하시고
따뜻한 이름도 주시어
그것들을 완성되게 하시고
진한 포도주에 마지막 단맛을 부어 주십시오.

지금 집이 없는 사람은
이제 집을 짓지 않을 것입니다.
지금 외로운 사람은
오랫동안 외로워할 것입니다.
잠 못 들어 책 읽으며
긴 편지를 쓸 것입니다
낙엽 흩날리는 가로수 길을
불안스레 이리 저리 헤맬 것입니다.

[가을날- 라이너 마리아 릴케]
091706

코스모스 - 이형기

 

언제나 트이고 싶은 마음에
하야니 꽃피는 코스모스였다.

돌아서며 돌아서며 연신 부딪치는
물결 같은 그리움이었다.

송두리째ㅡ희망도, 절망도,
불타지 못하는 육신

머리를 박고 쓰러진 코스모스는
귀뚜리 우는 섬돌가에
몸부림쳐 새겨진 어룽이었다.

그러기에 더욱
흐느끼지 않는 설움 홀로 달래며
목이 가늘도록 참아내련다.

까마득한 하늘가에
내 가슴이 파랗게 부셔지는 날
코스모스는 지리.   

 

ㅡㅡ 

그림:bhlee

 

가을하늘이 숨이 막히도록 푸르게 점점 높아만 갑니다. 어느새 한해도 이 가을이 질 때 함께 저물어갈 것입니다. 흘러가는 시간은 물처럼 내 손에 잡히지 않지만 우리에겐 잊히지 않는 이야기들이 시간의 굽이굽이마다 꽃으로 피어납니다. 

가을이면 생각나는 꽃은 국화와 코스모스입니다. 싸늘한 국화의 향기가 쓸쓸함과 외로움, 고독함의 냄새와 닮았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코스모스는 ‘그리움’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합니다.

트이고 싶은 마음, 목이 가늘도록 참아내던 우리 가슴 깊은 곳의 이루지 못한 '간절함'을 그리움이란 설움으로 말없이 피워내고 있는 코스모스를 보면서 남은 한 해, 나의 그 간절함이 무엇이었는지 기억하고 싶습니다.

돌아서며 돌아서며 연신 부딪치는 물결이 오늘도 목이 가늘도록 날 바라보며 손짓하고 있는 데 나는 무심히 등 돌리고 부지런히 세상의 물결을 쫓아 떠밀려가고만 있는 것은 아닌가요. 이 한해가 저물기 전에, 인생의 겨울이 오기 전에, 문득 뒤돌아 달려가 그 그리움을 맞이하고 싶습니다. 

그리움은 내 가슴 깊은 속에서 나를 부르는 소리이며 온전히 꽃피워야할 '나의 참 모습'입니다. 고달프고 외로운 나그네로 세상에 살되 영원한 고향을 기억하며 세상에 물들지 않도록 나를 일깨워 살아있게 하는 손짓입니다. 저 까마득한 하늘가에 내가 파랗게 파랗게 부셔져 하늘과 나,  하나가 되는 그날을 위해..

술 한 잔 - 정호승

인생은 나에게
술 한 잔  사주지 않았다
가을밤 막다른 골목 끝 포장마차에서
빈 호주머니를 털털 털어
나는 몇번이나 인생에게 술을 사주었으나
인생은 나를 위해 단 한 번도
술 한잔 사주지 않았다
눈이 내리는 날에도
돌연 꽃 소리없이 피었다
지는 날에도

차라리 당신을 잊고자 할때 - 도종환

차라리 당신을 잊고자 할 때
당신은 말없이 제게 오십니다.
차라리 당신에게서 떠나고자 할 때
당신은 또 그렇게 말없이 제게 오십니다.
남들은 그리움을 형체도 없는 것이라 하지만
제게는 그리움도 살아있는 것이어서
목마름으로 애타게 물 한잔을 찾듯
목마르게 당신이 그리운 밤이 있습니다.
절반은 꿈에서 당신을 만나고
절반은 깨어서 당신을 그리며
나뭇잎이 썩어서 거름이 되는 긴 겨울동안
밤마다 내 마음도 썩어서 그리움을 키웁니다.
당신 향한 내 마음 내 안에서 물고기처럼 살아 펄펄 뛰는데
당신은 언제쯤 온몸 가득 물이 되어 오십니까
서로 다 가져갈 수 없는 몸과 마음이
언제쯤 물에 녹듯 녹아서 하나되어 만납니까
차라리 잊어야 하리라 마음을 다지며 쓸쓸히 자리를 펴고 누우면
살에 닿는 손길처럼 당신은 제게 오십니다.
삼 백 예순 밤이 지나고 또 지나도
꿈 아니고는 만날 수 없어
차라리 당신 곁을 떠나고자 할 때
당신은 바람처럼 제게로 불어오십니다

 

used here only for therapeutic and/or educational purposes

여름의 끝 - 박연준
 
 
오래된 시간 앞에서 새로 돋아난 시간이 움츠린다
머리에 조그만 뿔이 두 개 돋아나고
자꾸 만지작거린다
결국 도깨비가 되었구나, 내 사랑
 
신발이 없어지고 발바닥이 조금 단단해졌다
일렁이는 거울을 삼킬 수 있을 것만 같았는데
수천 조각으로 너울거리는 거울 속에
엉덩이를 비추어 보는 일은
이제 그만하고 싶다
 
두 손으로 만든 손우물 위에
흐르는 당신을 올려놓는 일
쏟아져도, 쏟아져도 자꾸 올려놓는 일
 
배 뒤집혀 죽어 있는 풀벌레들,
촘촘히 늘어선 참한 죽음이
여름의 끝이었다고
징— 징— 징—
파닥이는 종소리
 

수련-정호승

 

물은 꽃의 눈물인가

꽃은 물의 눈물인가

물은 꽃을 떠나고 싶어도 떠나지 못하고

꽃은 물을 떠나고 싶어도 떠나지 못한다

새는 나뭇가지를 떠나고 싶어도 떠나지 못하고

눈물은 인간을 떠나고 싶어도 떠나지 못한다 

 

글쓰기문학치료: 내마음을 만지다

 

일시: 8/23-9/13 매주 목요일 저녁 7:30-9:30

장소: 여의도 성천아카데미 강의장

 

강의소개:

최고의 독서는 한 사람의 인생사를 경청하는 것이라 했다. 오늘도 바쁘게 돌아가는 하루를 살면서 나는 얼마나 로서 살았을까? 업무를 위한 독서는 열심히 하면서 나는 내가 누구인지, 어디에 있는지, 무엇을 원하는지 진심으로 나를 읽어준 적이 얼마나 있을까? [글쓰기문학치료-내 마음을 만지다]는 닫혀있는 내 마음 갈피를 펼쳐 지금 그 모습 그대로 어떤 비난이나 질책 없이 존중하고 공감하고 경청해주는 친절한 자기관찰시간이 되도록 마련되었다.

 

이론 강의에 그치지 않고 시, 영화, 등 다양한 문학매체를 활용하여 업무스트레스, 관계의 고통, 불안, 분노, 수치심, 외로움, 낮은 자존감 등 감정적 문제를 치유할 수 있는 여러 저널(글쓰기)기법을 소개하고 실습을 통해 체험한다. 치료적 글쓰기는 남과 소통하기 위한 잘 쓰는 글이 아니라 오직 자기 자신과 소통하기 위한글쓰기이므로 맞춤법, 문법, 글씨체, 글의 주제 등 어떤 규칙과 판단, 비난과 검열에서 자유로운 글쓰기이다.

 

우리는 자신의 감정을 말로 표현하는 것 뿐 아니라 글로 씀으로써 말에 물리적인 실재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내면의 감정을 글로 써서 외적으로 표현할 때, 우리는 역설적이게도 다시 내적 자기로 돌아가게 되고 처음으로 진실한 경험을 하게 된다. 이 강좌를 통해 내 마음을 만나고 표현하고 경청해주면서 정서적 통찰과 치유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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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23 7:30-9:30) 왜 나는 아프다고 말하지 못할까?

-왜 치유를 이야기 하는가: 불편한 진실(대물림)과 친절한 자기관찰

 

2(8/30) 내 안의 시인(목소리)을 찾아주는 문학치료

-문학의 치유적 힘: 삶 속에서 문학을 새롭게 바라보는 7가지 시선

 

3(9/6) “이 연필 속에 말들이 웅크리고 숨어있다.”

-왜 감정표현글쓰기인가?: 나를 찾아가는 글쓰기문학치료

 

4(9/13) 내 마음을 만지다: 당신은 혼자가 아니에요

-관계의 고통과 스트레스를 위한 글쓰기/ 어둠에서 빛을 보기

 

준비물: 매시간 강의 후에 간단히 글쓰기문학치료 체험실습을 합니다.

줄쳐지지 않은 대학노트 크기의 공책 혹은 스케치북, 그리고 12가지 사인펜 하나 준비해주십시오.

 

자세한 문의는 journaltherapy@hanmail.net로 해주십시오.

 

 

 

待人春風 持己秋霜(대인춘풍 지기추상) - 채근담(菜根譚)

 

 

타인을 대(대접)할 때는 춘풍, 봄바람처럼 따스하고 부드럽게 하고

자기한테는 추상, 가을 서릿발처럼 매섭고 엄함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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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다.

그런데 문득.... 자기자신의 부족함과 실패, 실수도 따뜻하게 부드러운 눈길로 받아주는 것도 얼마나 중요한지 생각한다. 

 

그렇다고 무책임하거나 불성실하거나 함부로 행동하라는 뜻은 아니니까.

최선다해도 실수할 수 있음을 알고 그럴 때 자신을 지나치게 비난하거나 나무라지 않고, 좌절하지 않고

다시 또 시도하고 일어서면 된다고 스스로를 다독거리는 일,

그래서 역기능적 완벽주의에서 벗어나는 것이 중요하니까.

 

그리고 자신에게 추상같은 사람이 남을 진정 춘풍처럼 받아줄 수 있을까 문득 생각해본다.  

 

맨드라미에게 부침-권대웅

언제나 지쳐서 돌아오면 가을이었다.
세상은,
여름 내내 나를 물에 빠뜨리다가
그냥 아무 정거장에나 툭 던져놓고
저 혼자 훌쩍 떠나가 버리는 것이었다.
그때마다 고개를 들고 바라보면
나를 보고 빨갛게 웃던 맨드라미
그래 그런 사람 하나 만나고 싶었다.
단지 붉은 잇몸 미소만으로도 다 안다는
그 침묵의 그늘 아래
며칠쯤 푹 잠들고 싶었다.
헝클어진 머리를 쓸며 일어서는 길에
빈혈이 일어날 만큼 파란 하늘은 너무 멀리 있고
세월은 그냥 흘러가기만 하는 것 같아서 싫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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