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진정한 여행은 새로운 경치를 찾아가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눈을 갖는데 있다.  - 마르셀 푸르스트

 

 

2020 새해가 되었다.
나의 새로운 한 해의 여정은 새로운 눈을 열리는 여정이 되기를.
따뜻한 눈, 포용하는 눈, 나의 나약함과 타인의 나약함을 모두 받아주는 친절한 눈

나약함과 상처 속에 감추어진 희망과 가능성을 찾아내는 눈

내가 시들어가는 꽃들, 헐벗은 겨우나무를 사랑하듯이 그런 마음을 사람들에서도 발견하는 눈

겉 모습 너머의 진실을 바라보는 눈과 동시에

그 진실이 추악할 때 맞서 싸우거나, 그럴 수 없는 일이면 용서하는 눈

어둠 속에서 빛을 바라보는 눈,
저 높은 곳에 소망을 두고 뚜벅뚜벅 길 없는 길을 찾아가는 믿음의 눈
눈물를 부끄러워하지 않고 눈물로 씻긴 후 더 맑아진 눈을 소망하기를

그런 여정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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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에게 가고 싶다 - 안도현

 

 

해 뜨는 아침에는

나도 맑은 사람이 되어

그대에게 가고 싶다

그대 보고 싶은 마음 때문에

밤새 퍼부어 대던 눈발이 그치고

오늘은 하늘도 맨 처음인 듯 열리는 날

나도 금방 헹구어낸 햇살이 되어

그대에게 가고 싶다

 

그대 창가에 오랜만에 별이 들거든

긴 밤 어둠 속에서 캄캄하게 띄워 보낸

내 그리움으로 여겨다오

사랑에 빠진 사람보다 더 행복한 사람은

그리움 하나로 무장무장

가슴이 타는 사람 아니냐

 

진정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만큼

새날이 밝아오고

진정 내가 그대 가까이 다가가는 만큼

이 세상이 아름다워질 수 있다면

그리하여 마침내 그대와 내가

하나 되어 우리라 부를 수 있는

그날이 온다면

봄이올 때까지는 저들에 쌓인 눈이

우리를 덮여줄 따뜻한 이불이란 것도

나는 잊지 않으리

 

사랑이란

또 다른 길은 찾아 두리번거리지 않고

그리고 혼자서는 가지 않는 것

지치고 상처입고 구멍 난 삶을 데리고

그대에게 가고 싶다

우리가 함께 만들어야 할 신천지

우리가 더불어 세워야 할 나라

사시사철 푸른 풀밭으로 불러다오

나도 한 마리 튼튼하고 착한 양이 되어

그대에게 가고 싶다.

 

(2003)

Journal Therapy | 2009.12.31 13:23 신고 | PERMALINK | EDIT/DEL | REPLY
해마다 새해아침이면 가슴에 떠오르는 노래입니다.
당신을 향한, 나의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한 노래입니다.
밤새 퍼부어 대던 눈발처럼 그리움에 서럽던 마음을
나의 눈물로 다 씻어 행구고
햇살처럼 밝은 희망이 되어 당신에게 가고 싶습니다.
그 긴긴 밤을 지나는 동안
그리움 하나로 무장무장 타는 가슴이
사랑보다 더한 행복임을 자꾸 자꾸 깨닫게 해주시니 그도 감사합니다.
지치고 상처입고 구멍난 삶을 데리고 당신께 가고 싶습니다.
당신도 상처입고 구멍난 삶을 데리고 내게 오고 싶어지면 좋겠습니다.
우리 서로 울 곳이 필요할 때 서로의 등에 기대 말없이 울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서로 빙그레 웃음지을 일이 있을 때 하늘 보며 떠올리는
달 같은 별 같은 얼굴이면 좋겠습니다.

올해도 나의 사랑하는 이들이
어둠 속에서도 빛을 볼 수 있게 되기를
어둠도 빛나고 있음을 볼 수 있게 되기를
어둠에 묻혀 어둠이 되는 것을 거부할 수 있는
인내와 용기를 잃지 않기를 간절히 기구합니다.

모든 이들에게 새해인사를 드립니다.
| 2014.01.02 04:59 | PERMALINK | EDIT/DEL | REP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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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 크리스마스 ㅡ나태주

 

크리스마스 이브

눈 내리는 늦은 밤거리에 서서

집에서 혼자 기다리고 있는

늙은 아내를 생각한다

시시하다 그럴테지만

밤늦도록 불을 켜놓고

손님을 기다리는 빵 가게에 들러

아내가 좋아하는 빵을 몇 가지 골라 사들고 서서

한사코 세워주지 않는 택시를 기다리며

20년하고서도 6년 동안 함께 산 동지를 생각한다

아내는 그동안 네 번 수술을 했고

나는 한 번 수술을 했다

그렇다,

아내는 네 번씩 깨진 항아리고

나는 한 번 깨진 항아리다

눈은 땅에 내리자마자 녹아 물이 되고 만다

목덜미에 내려 섬뜩섬뜩한 혓바닥을 들이밀기도 한다

화이트 크리스마스

크리스마스 이브 늦은 밤거리에서

한 번 깨진 항아리가

네 번 깨진 항아리를 생각하며

택시를 기다리고 또 기다린다

<시집, 슬픔에 손목 잡혀 (시와시학사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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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를 위하여ㅡ김시태

 

 

​너무 많이 걸었습니다
희미한 고향집과 어머니
그 개구쟁이들
그들을 도로 돌려주소서
조그만 카드 속에 정성을 담던
그 소년들도 돌려주소서
첫아이 보았을 때 기도드리던
그 아빠와 엄마도 돌려주소서
아이들과 손잡고 이야기하며
성당을 찾던 그 시절이
얼마나 행복했던가를...
한 번 더 그 종소리 듣게 하시고
눈 내리는 아침을 걷게 하소서
살면서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인가를 깨닫게 해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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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un Shiji(1926-2013)

 



[슬픔 -김용택 ] 


외딴 곳
집이 없었다
짧은 겨울날이
침침했다
어디 울 곳이
없었다

 

---

지난 주에는 갑자기 눈보라가 쳤습니다. 슬픈 재즈 같이 젖은 눈이 아프다는 소리도 없이 잿빛 바람에 마구 휩쓸려 불려 다녔습니다. 누군들 곱고 하얗게 내려 쌓이고 싶지 않을까요.

세상은 온통 고장 난 시계처럼 하루 종일 희미한 눈을 뜨고 있었습니다.
가슴속의 다 타고난 재가 불어오고, 불려 다녔습니다. 공연히 해묵은 아픔이 가슴을 적셨습니다. 이 작은 냉기에도 마음이 또 다시 위축됩니다. 하루하루 손에 남은 건 녹아버린 눈송이 같은 젖은 방울 몇 점 뿐.
해 놓은 일도, 남겨진 것도 없이 무산된 계획만 헛손질하며 가버리는 하루, 하루, 그리고 또하루....


늘 손잡아 주던 엄마가 이젠 혼자가라고 나를 남겨둔 정류장 앞에 선 어린아이처럼 초조하고 불안하기도 합니다. 이런 흐린 날은 어려서부터 공연히 서둘러 집에 가고 싶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시인은 집이 없었다고 합니다.
외딴 곳에 홀로 남겨진 것처럼  반복되는 일상의 삶이 갑자기 낯설게 느껴지는 날이 있습니다. 익숙하던 길이 갑자기 보이지 않는 날이 있습니다. 잿빛 바람이 불고 날은 쉽게 어둑어둑해지는 겨울날이 우리 삶의 여정에는 누구에게나 있습니다. 

외딴 곳, 침침한 곳에서 시인이 집을 찾는 이유는 울 곳이 필요해서입니다. 우리 모두 길을 잃은 듯 외로운 날, 서로에게 집이 되어주면 좋겠다고 시인은 말하고 있습니다.

서로에게 이슬을 막아주는 지붕이 되고 기대어 울 수 있는 벽이 되고 희망이 될 수 있는 동으로 난 작은 창이 되어 이 외딴 세상에서 살아가면 좋겠습니다.  그런 희망으로 시를 감히 고쳐 읽어 봅니다.  "
외딴 곳, 짧은 겨울날이 침침했다. 작은 창에 불이 켜졌다. 나는 그대의 가슴에, 그대는 내 가슴에  집을 짓고  이름 없는 설움을 비워내며 조용히 울었다." (2005 bhlee, 문학칼럼 중에서)


| 2011.07.16 00:51 | PERMALINK | EDIT/DEL | REP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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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s by bhlee @NYC121419 

 

한겨울 공원
한 쪽엔 계절을 잊은 봄 꽃, 
또 한 쪽엔 뒤늦게까지 서성이다 떠나가는 가을
모두 제 길을 잃은 것일까


땅에 누워서야

떠나간 잎들과
다시 하나가 되는
초겨울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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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하려 하기 보다 함께 느끼며 살고 싶었다.
그것이 그렇게 어려운 일인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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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터들 - 로버트 프로스트



지나가다 들여다 본 들판에

눈이 내린다. 밤이 내린다, 줄기차게, 아 줄기차게 .
땅은 눈 아래에 모두 부드럽게 덮여
몇 그루 잡목과 그루터기만 보일 뿐

빈 들은 숲에 둘러싸여 그 안에 갇혀있고,
짐승들은 모두 굴속에 갇혀 숨을 죽인다.
나는 정신이 멍해져 셈을 셀 수도 없이
어느 샌가 그 고독에 에워싸인다.

지금도 고독한데 이 고독이 줄어들기까지
고독은 더욱 깊어져야만 하리
아무 표정 없는, 표정 지을 것도 없는
밤 눈(雪)의 텅 빈 백색.

인간이 살지 않는 별들ㅡ그 별과 별 사이의  
텅 빈 공간이 무서운 것이 아니다.
내 마음 속 가까이서 나를 무섭게 하는 것
그건  내 안의 황폐한 빈 터들.


(번역;bhlee)

---
한 밤, 숲속을 홀로 지나 본 경험이 있는가?  외딴 마을을 홀로 어둠속에서 걸어본 적 있는가?  게다가 모든 것을 형태도 없이 덮어버리는 백색의 눈과 침묵.... 그 안에서 느끼는 전율 같은 두려움. 

하지만 자연의 이 극단적인 고독, 그 죽음과도 같은 침묵과 어둠과 백색의 폐쇄성 앞에서 느끼는 두려움은 그 근원이  바로 인간 내부에 있는지  모른다.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과 별 사이의 그 무한 공간보다 인간 마음 속의 빈 공간이 더 겁이 나는 것을 이 시는 깨우쳐준다.  별과 별 사이의 실제 거리는 엄청나겠지만 사람이 살지 않는 별끼리는 텅비 공간의 두려움이 없다. 하지만 사람사이의 작은 공간, 아니 그보다 더 작은 내 마음 속의 `황량한 공간`이야말로 가장 공활한 것을, 가장 두려운 것을. 진정 우리를 두렵게 하는 것은 외적인 적막감(loneliness)이 아니라 자기 자신에 도사리고 있는 마음의 황폐함(desert places)인 것을.

오늘 눈이 많이 온 곳이 있었다. 
내 맘의 숲에도 눈이 내렸던가?

 

3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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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무한한 공간의 영원한 침묵이 나를 두렵게 한다." -- 파스칼,  [팡세] 1부 "신없는 인간"

 

 



| 2008.01.23 14:02 | PERMALINK | EDIT/DEL | REP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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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01.23 14:07 | PERMALINK | EDIT/DEL | REP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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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PTKOREA | 2008.01.25 02:26 | PERMALINK | EDIT/DEL | REPLY
구두한켤레: 밤 눈의 텅빈 백색은 뻥카야.
시적인 엄살이지.
엄살치고는 드러나는,드러내지 못하고 그냥 혼서 견뎌내는 거지.
그야마로 그냥.

이런거야 , 도대체 지워지지가 않아
지우고 싶은데, 지워지지가 않아

2008/01/24
acsebichi 눈을 감고, 외면하고, 태우고, 덮고, 얼려버리고, ....
지우려면 기억해야합니다, 천천히, 자세히, 깊이. 용기를 가지고.
그리고, 그래서, 지우지 못합니다.
모르겠네요...

그렇군요. 텅빈 백색은 항상 '그리라...'고 손짓하니까. 백색은 백색인 채로 백색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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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더
나를 헐어서
붉고 붉은 편지를 쓸까봐
차갑게
비웃는 바람이
내팽개친 들 또 어떠랴
눈부신 꿈 하나로
찬란하게
죽고만 싶어라

[낙엽 쌓인 길에서 - 유안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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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삶을 생각하기보다
죽음을 먼저 생각하게 될까봐 두려워라

세상이 나를 버릴 때마다
세상을 버리지 않고 살아온 나는

아침 햇살에 내 인생이 따뜻해질때까지
잠시 나그네새의 집에서 잠들기로 했다.

솔바람 소리 그친 뒤에도 살아가노라면
사랑도 패배할 때가 있는 법이다.

마른 잎새들 사이로 얼굴을 파묻고 내가 울던 날
싸리나무 사이로 어리던 너의 얼굴

이제는 비가 와도
마음이 젖지 않고

인생도 깊어지면
때때로 머물 곳도 필요하다

 


[쓸쓸한 편지 - 정호승] 

송아지 | 2007.03.31 23:42 | PERMALINK | EDIT/DEL | REPLY
나의 고백같은 시이다...이제는 잠을 깰 때인데 너무 깊은 잠을 자서 아직도 많은 것이 부자연스럽다. 어쩌면 좀더 시간이 오래 걸릴지, 영원히 이 모든 것이 꿈같을지 모르겠다. 어딘가 불편하고 빨리 깨고 싶은 꿈. 늘 많은 두려움이 있지만 두려움은 그대로 놓아두어야 겠다. 두려움에 나를 내어 놓지 말아야겠다. 잠시후면 지나가버릴 일들, 아무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으니, 아무도 마음쓰지않고 곧 잊어버릴테니 너무 두려워하지말자. 그냥 잠시 두려울 뿐 다 지나 가는 것. 힘이 들면 잠시 혼자 눈을 감고 쉬면 된다 내 마음이 머물곳을 찾아서. 이제는 지지말자...

후기: ..해야겠다, ..하자 내 감정에 휘둘리지않으려고 애쓰는 모습이 보인다. 아이를 위해, 그리고 이제는 피하지말자는 마음으로 오늘 매우 불편하고 어색한 모임에 참석했었다. 마치 연극을 하듯 가면을 쓴듯 스스로 부자연스러운 모습으로 시간이 흐르기만을 기다렸다. 낯선 사람들중에 섬 같은 나의 모습...아무려면 어때. 이젠 나의 그런 모습에 좀 담담해지는 것 같다. 모두가 제각각인걸. 남에게 별 도움이 안되지만 다들 알아서 잘 사는걸. 날 이상하게, 불쌍하게 볼까? 아무도 관심없을지도 모르지. 남의 눈을 신경쓸 것 없다. 해만 끼치지않고 살면되겠지. 오늘은 이정도에 만족한다.
| 2014.02.24 16:03 | PERMALINK | EDIT/DEL | REP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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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룩에 대하여 - 장석남 ]

 

못 보던 얼룩이다 


한 사람의 생은 이렇게 쏟아져 얼룩을 만드는 거다


빙판 언덕길을 연탄을 배달하는 노인

팽이를 치며 코를 훔쳐대는 아이의 소매에

거룩을 느낄 때


수줍고 수줍은 저녁 한 자락씩 끌고 집으로 갈 때

千手千眼(천수천안)의 노을 든 구름장들 장엄하다

 

내 생을 쏟아서

몇 푼의 돈을 모으고

몇 다발의 사랑을 하고

새끼와 사랑과 꿈과 죄를 두고

적막에 스밀 때


얼룩이 남지 않도록

 

맑게

울어 얼굴에 얼룩을 만드는 이 없도록

맑게

노래를 부르다 가야 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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