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밤 기도는 @ 이 글과 관련된 글 | 덧글 남기기
나는 집으로 간다 - 여림 (1967-2002)
몇 번이나 주저앉았는지 모른다
--등단 후 3년 만에 요절한 비범한 재능을 가진 시인 여림(본명 여영진) ------------------- 이런 아까운 많은 아름다운 재능을 가진 이들이 머물렀던 짧은 삶을 생각하면 @ 이 글과 관련된 글 | 덧글 남기기
살아야 한다는 근사한 이유 - 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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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 신동엽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누가 구름 한 송이 없이 맑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네가 본 건, 먹구름 그걸 하늘로 알고 일생을 살아갔다.
네가 본 건, 지붕 덮은 쇠항아리 그걸 하늘로 알고 일생을 살아갔다.
닦아라, 사람들아 네 마음속 구름 찢어라, 사람들아, 네 머리 덮은 쇠항아리.
아침 저녁 네마음 속 구름을 닦고 티없이 맑은 영원의 하늘. 볼 수 있는 사람은 외경(畏敬)을 알리라
아침 저녁 네 머리 위 쇠항아릴 찢고 티없이 맑은 구원의 하늘 마실 수 있는 사람은 연민(憐憫)을 알리라 차마 삼가서 발걸음도 조심 마음 모아리며.
서럽게 아 엄숙한 세상을 서럽게 눈물 흘려
살아 가리라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누가 구름 한 자락 없이 맑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 이 글과 관련된 글 | 덧글 남기기
텅 빈 것만이 아름답게 울린다 내 마음은 첼로 다 비워져 소슬한 바람에도 운다 누군가 아름다운 노래라고도 하겠지만 첼로는 흐느낀다 막막한 허공에 걸린 몇 줄기 별빛 같이 못 잊을 기억 몇 개 가는 현이 되어 텅 빈 것을 오래도록 흔들며 운다 다 비워져 내 마음은 첼로 소슬한 바람에도 운다 온 몸을 흔들어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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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고흐, 빗속의 밀밭(1889)
비가 오고 있다 여보 움직이는 비애를 알고 있느냐
.... 그러나 여보 비오는 날의 마음의 그림자를 사랑하라 너의 벽에 비치는 너의 머리를 사랑하라
비가 오고 있다 움직이는 비애여 ...
여보 그래도 무엇인가가 보이지 않느냐 그래서 비가 오고 있는데!
<김수영, "비"(1958) 일부> @ 이 글과 관련된 글 | 덧글 남기기
[물 새]
여름 바다 보다 겨울 바다를 더 좋아하는 건 바다는 그리움이어서 그런가 보다 영원히 바라보기만 하는 나의 눈먼 자유
내 곁에 내려와 넘실대는 하늘 내 안에서 나만큼 낮아지는 저항 못 할 부름이건만 그 푸르름에 몸 맡기고 익사할 용기 없어 여태 더듬거리고 머뭇거리며 마지막을 유보하고 있다
오늘도 산산조각 난 땅 끝에서 하얗게 부서지는 하늘 끝에서 이내 지워질 편지만 터벅터벅 남기며 아쉬워 아쉬워 돌아보는 물새가 된 나
080103 bhlee MP @ 이 글과 관련된 글 | 덧글 남기기
명사산 추억 - 나태주 @ 이 글과 관련된 글 | 덧글 남기기
photo by bhlee
072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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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땅의 날씨가 나빴고 나는 그 날씨를 견디지 못했다"- 기형도
오랫동안 글을 쓰지 못했던 때가 있었다. 이 땅의 날씨가 나빴고 나는 그 날씨를 견디지 못했다. 그때도 거리는 있었고 자동차는 지나갔다. 가을에는 퇴근길에 커피도 마셨으며 눈이 오는 종로에서 친구를 만나기도 했다. 그러나 시를 쓰지 못했다. 내가 하고 싶었던 말들은 형식을 찾지 못한 채 대부분 공중에 흩어졌다. 적어도 내게 있어 글을 쓰지 못하는 무력감이 육체에 가장 큰 적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나는 그 때 알았다.
그때 눈이 몹시 내렸다. 눈은 하늘 높은 곳에서 지상으로 곤두박질쳤다. 그러나 지상은 눈을 받아주지 않았다. 대지 위에 닿을 듯하던 눈발은 바람의 세찬 거부에 떠밀려 다시 공중으로 날아갔다. 하늘과 지상 어느 곳에서도 눈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러나 나는 그처럼 쓸쓸한 밤눈들이 언젠가는 지상에 내려앉을 것임을 안다. 바람이 그치고 쩡쩡 얼었던 사나운 밤이 물러가면 눈은 또 다른 세상 위에 눈물이 되어 스밀 것임을 나는 믿는다. 그 때까지 어떠한 죽음도 눈에 접근하지 못할 것이다.
<기형도, 메모(1988.11)/ 산문집 [짧은 여행의 기록]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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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메모를 쓴 몇달 후 1989년 3월 그는 뇌졸중으로 홀로 외롭게 세상을 떠나갔다.
겨우 만 29세. 아까운 사람. 아까운 천재.
그는 "또 다른 세상," 그가 견딜 수 있는 날씨가 있는 그 세상 위에 눈물이 되어 스몄을까.
하고 싶은 말이 그곳에서도 공중에 흩어졌을까? 그 곳은 어디일까. @ 이 글과 관련된 글 | 덧글 남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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