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 라이너 마리아 릴케

그리고 당신은 기다립니다, 당신의 삶을
영원히 부요케할 그 하나를 계속 기다리고 있습니다
강렬하고, 독특하고 비범하며
잠자는 돌들을 일깨우는 그 하나,
당신에게 당신을 계시해 줄 심연을.

땅거미지는 시간, 당신은 금박과 갈색빛의
책들이 꽂힌 책장을 바라봅니다. 그리고
생각합니다, 당신이 여행했던 먼 나라들을
그림들과 당신이 얻었다가 잃어버린
여인들이 입었던 가물거리는 빛의 가운들을

그러다 문득 깨닫지요
바로 그거였어! 그리곤 일어섭니다.
두려움과 여러 사건과 기도로 이루어진
당신의 먼 과거, 그 어느 해를 기억해냈으니까요.
(tr. bhlee)

유령-되기   -김언

 

그 사이 나는 아프고 늙지는 않았어요

그날의 햇살과 눈부신 의심 속에서

 

내가 유령인 것은 중요하지 않아요

내가 어는 시대를 살고 있느냐, 그게 문제겠지요

 

그렇다면 얼굴이 생길 때도 되었는데

얼굴 다음에 표정이 사라집니다

윤곽이 사라진 다음에 드디어 몸이 나타났어요

내 몸이 없을 때 더없이 즐거운 사람

 

그 얼굴이 깊은 밤의 명령을 내린다면

누군가는 아프다고 명령할 겁니다

그날의 태양과 눈부신 의심속에서

 

감정의 동료들은 여전히 집이 되기를 거부하지요

, 나무, 사람들의 데모 행렬엔 한 사람쯤

흘러다니는 내가 있어요

 

허공과 바닥을 섞어가며

흙발과 진흙발을 번갈아가며

공기가 움직일때 나도 따라 걷는 사람

 

그가 유령인 것은 중요하지않아요

다만 어느 시대를 살고있느냐가 문제겠지요

나는 중요하지 않아요.

 

[출발 - 김남조]

 

 

남은 사랑 쏟아 줄

새 친구를 찾아 나서련다

거창한 행차 뒤에

풀피리를 불며 가는

어린 牧童을 만나련다

깨끗하고 미숙한 청운의 꿈과

우리 막내둥이처럼

측은하게 외로운 사춘기를

 

평생의 사랑이

아직도 많이 남아

가슴앓이 될 뻔하니

추스리며 추스리며 길 떠나련다

머나먼 곳 세상의 끝까지도

가고 가리라

남은 사랑 다 건네주고

나는 비어

비로소 편안하리니

그리운 나무 - 정희성

 

사람은 지가 보고 싶은 사람 있으면

그 사람 가까이 가서 서성대기도 하지

나무는 그리워하는 나무에게로 갈 수 없어

애틋한 그 마음을 가지로 벋어

멀리서 사모하는 나무를 가리키는 기라

사랑하는 나무에게로 갈 수 없어

나무는 저리도 속절없이 꽃이 피고

벌 나비 불러 그 맘 대신 전하는 기라

아아, 나무는 그리운 나무가 있어 바람이 불고

바람 불어 그 향기 실어 날려 보내는 기라

 

    제3회 나사렛대학교 글쓰기문학치료워크숍

내마음을 만지다-잃어버린 목소리를 찾아서

 

F/C 이봉희교수(나사렛대학교 재활복지대학원 문학치료학과 교수/

                    미국공인문학치료사/공인저널치료사)

일시: 2016. 11. 10 19;00-21:00

       2016. 11. 24. 19:00-21:00

장소: 나사렛관 51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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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journaltherapy.org/3606

 

http://journaltherapy.org/3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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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날씨 늦은 저녁시간에도 먼 곳에서 찾아와 우리 학생들과 함께 워크숍에 참여해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너무 짧은 만남이라 아쉬웠습니다.

다음에 다시 만나뵐 기회가 있기를 소망합니다.

 

 

너의 노오란 우산깃 아래 서 있으면
아름다움이 세상을 덮으리라던
늙은 러시아 문호의 눈망울이 생각난다.
맑은 바람결에 너는 짐짓
네 빛나는 눈썹 두어 개를 떨구기도 하고
누군가 깊게 사랑해 온 사람들을 위해
보도 위에 아름다운 연서를 쓰기도 한다.
신비로와라 잎사귀마다 적힌
누군가의 옛 추억들 읽어 가고 있노라면
사랑은 우리들의 가슴마저 금빛 추억의 물이 들게 한다.
아무도 이 거리에서 다시 절망을 노래할 수 없다.
벗은 가지 위 위태하게 곡예를 하는 도롱이집 몇 개
때로는 세상을 잘못 읽은 누군가가
자기 몫의 도롱이집을 가지 끝에 걸고
다시 이 땅 위에 불법으로 들어선다 해도
수천만 황인족의 얼굴 같은 너의
노오란 우산깃 아래 서 있으면
희망 또한 불타는 형상으로 우리 가슴에 적힐 것이다.

[은행나무- 곽재구]
 

잠자리- 김주대

 

지고 온 삶을 내려놓고

흔들리는 끝으로 간다

날개를 접으면

불안의 꼭대기에도 앉을 만하다

어떤 것의 끝에 이르는 것은 결국

혼자다

허술한 생계의 막바지에

목숨의 진동을 붙들고

눈을 감는다

돌이킬 수 없는 높이를 한참 울다가

죽고 사는 일 다 허공이 된다

Rod McKuen-After the Midnight

 

내가 너무너무나도 좋아하는 Rod McKuen.

이 사람의 목소리가 전하는 영혼의 고독의 깊이는 아무도 따라올 수 없다.

품- 정현종

 

비 맞고 서 있는 나무들처럼

어디

안길 수 있을까

비는 어디있고

나무는 어디 있을까

그들이 만드는 품은 또

어디 있을까

 

(사랑한 시간이 많지 않다. 1989)

수수께끼 같은 말만큼이나 이 그림은 칼로가 가장 허무러질 듯 연약함을 느끼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녀의 작은 머리와 부서진 날개---불타고 있는 사철 푸른 나무가지 한가운데 헐벗은 모습으로 서서 그녀는 이제는 그녀의  시간이 되었나 생각하고 있다.  그녀는 스스로에게 물었다. 떠나려고?  아니, 부서진 날개야. 그녀가 대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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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ed her only for therapeutic and/or educational purposes

from The Diary of Frida Kahlo: An Intimate Self Portrait (All Rights Reseved)

used here only for therapeutic and/or educational puposes.

(NY Union Square 근처 Strand Book Store에서 발견하고 너무나 좋아서 구입한  프리다 칼로의 그림 저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