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 심보선 

 

거울 속 제 얼굴에 위악의 침을 뱉고서 크게 웃었을 때 자랑처럼 산발을 하고 그녀를 앞질러 뛰어갔을 때 분노에 북받쳐 아버지 멱살을 잡았다가 공포에 떨며 바로 놓았을 때 강 건너 모르는 사람들 뚫어지게 노려보며 숱한 결심들을 남발했을 때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 것을 즐겨 제발 욕해달라고 친구에게 빌었 때 가장 자신 있는 정신의 일부를 떼어내어 완벽한 몸을 빚으려 했을 때 매일 밤 치욕을 우유처럼 벌컥벌컥 들이켜고 잠들면 꿈의 키가 쑥쑥 자랐을 때 그림자가 여러 갈래로 갈라지는 가로등과 가로등 사이에서 그 그림자들 거느리고 일생을 보낼 수 있을 것 같았을 때 사랑한다는 것과 완전히 무너진다는 것이 같은 말이었을 때 솔직히 말하지면 아프지 않고 멀쩡한 생을 남몰래 흠모했을 때 그러니까 말하자면 너무너무 살고 싶어서 그냥 콱 죽어버리고 싶었을 때 그때 꽃피는 푸르른 봄이라는 일생에 단 한번뿐이라는 청춘이라는

인터넷은 정말 놀랍다. 자료를 검색하다가 깜짝놀랐다.
1980년 동아일보 한 칼럼에 연재되었던 나의 글을 발견했다.

참 아름답고 순수했던 시절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그때도 지금도 변함없는 그 무엇이 보인다....

그래서 씁슬히 웃는다.


 


http://newslibrary.naver.com/viewer/index.nhn?articleId=1980101600209204012&edtNo=2&printCount=1&publishDate=1980-10-16&officeId=00020&pageNo=4&printNo=18164&publishType=00020

 

http://newslibrary.naver.com/viewer/view.nhn?editNo=2&printCount=&publishDate=1980-10-11&officeId=00020&pageNo=5&printNo=18160&publishType=00020&articleId=&serviceStartYear=1920&serviceEndYear=1999

 

http://newslibrary.naver.com/viewer/index.nhn?articleId=1980101400209204004&edtNo=2&printCount=1&publishDate=1980-10-14&officeId=00020&pageNo=4&printNo=18162&publishType=00020

 

아마 이 때쯤 문예진흥원(지금의 문예교육진흥원)주최 주부백일장이 있었던 기억이 난다.

사실 이 당시 주부백일장은 시와 산문이 한 해 씩 번갈아가면서 장원을 주기로 했다. 내가 산문부 일등(그때는 산문부 장원이라고 말했었다)을 하는 해에 시가 전체 장원을 하는 해라서 좀 속이 상했던 기억이 난다.
물론 얼떨떨하기는 했다. 남들처럼 벼르다가 나간게 아니라 아침에 출근해서 신문을 보고 문득 한 번 나가볼까 하는 생각에 예정에도 없이 점심시간에 부랴부랴 대학로에 가서 참여했었기 때문이다.  잔디밭에 앉아서 주어진 시간에 즉흥적으로 글을 썼던 기억이 난다. 제목은 거울.... 

그때 김수현작가가 AAA인가 A+++인가를 주었던 기억이 난다.

 

난 글쓰기를 배우고 계속 했어야 한다.

국민학교(초등학교)때 글짓기 대회에서 시장상, 도지사 상을 휩쓸던 어린시절. 

작가가 되겠다고 늘 생각했던 꿈을 더이상 쫓지 못했던 건 살고 싶은 의욕이 없는 고달픈 청소년을 보냈기 때문이다. 

당시 나는 내가 뭘하고 싶은지 더 이상 묻지 않았다. 물을 만큼 내 자신의 꿈이 중요하지 않았다.

 

예전의 나와 정말 참 많이도 달라진 나를 본다.

세상을 보는 눈도, 사람을 보는 눈도,... 그리고 그 무엇보다 나를 보는 눈도.....

 

그래도 짝사랑하던 애인에게 버림받은 듯 나는 작가가 되고 싶었던 꿈을 생각하면 가슴이 더없이 쓸쓸하긴 하다.

2011.9. 24.   

4-5회 나사렛대학교 대학원 문학치료학과 재활복지특성화 지원사업

글쓰기문학치료 워크숍을 아래와 같이 개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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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날 짜 :  2017. 12. 15 ( 금 ) 
▣ 시 간 : 10:00~12:00 / 13:00~15:00 (4-5회 연속 총 4 시간)
▣ 장 소 : 나사렛대학교 나사렛관 516호
▣ 대 상 : 문학치료학과 재학생 및 수료생/학부생  

 

           2018년도 나사렛대학교 입학을 원하시는 분에게도 특별히 기회를 드립니다.         
         단, 워크숍 진행상 인원제한이 있어서 선착순 마감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해바랍니다.)


▣ 참석 신청 및 자세한 문의 : 담당자 정수연
   email ) sy1595@naver.com
   연락처) 010-8959-7142

   cafe.naver.com/poetryjournaltherapy

 

 

국내유일의 미국공인문학치료사(CAPF) / 공인저널치료사(CJF)이며 심리상담사이신 이봉희 교수님께서 진행해 주시는 이번 워크숍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오늘도 멀리 있는 딸아이에게 문자를 보내다가 "너가 행복하니까 엄마도 정말 행복하다" 라고 썼다가 얼른 고친다.

"너에게 행복한 일이 있어서 엄마도 정말 행복하다.!"라고. 

내 딸이 엄마를 행복하게 하기 위해서 자신이 행복해야한다는 부담을 주기 않기 위해서. 

인생은 힘들고 때로는 불행하다고 느끼는 순간이 얼마나 많은데 엄마를 위해서 그것을 숨기려하지 않도록.  삶은 힘겨운 것임을 알게 해주고 싶어서. 힘겹워하는 순간에도 딸을 보며 엄마가 불행하진 않다는 것을 알게해주고 싶어서. 엄마는 우리 딸이 불행한 순간도 넘어지는 순간도 있지만 긴긴 어둠의 터널 속에 있기도 하지만 그곳에서 인내할 줄 알고, 맞서 싸울 줄 알고, 빛을 찾아내려고 노력하는 것을 포기하지 않고 최선 다하는 것을 칭찬해주고 싶고 그런 딸이 자랑스럽고 행복하다는 것을 알게 해주고 싶어서.............

 

 

한국심리치료학회 추계학술대회 워크숍

트라우마와 글쓰기문학치료 -  이봉희교수(나사렛대학교 재활복지대학원 문학치료학과)

2017.11. 3.  9:00-12:30

서울여대 50주년 기념관

 

트라우마와 글쓰기문학치료에 대한 강의와 함께 실제 글쓰기로 참여하는 워크숍

50여명의 교수와 대학원생, 현장에서 일하는 치료사분들이 참여하였다.

쉬는 시간도 거의 없이 3시간넘게 이어진 강의를 집중해서 들으시고 글을 쓰면서 눈시울을 붉히시기도 하고

식사시간 교수들의 문학치료에 대한 엄청난 관심에 (늘 그렇지만) 문학치료의 잠재력에 다시 자부심을 갖게 되었다.

문학치료가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져서 도움이 되면 좋겠다.

다음에는 오전 오후 하루를 시간을 내서 초청하겠다고 한다. 

 

 

 

 

 

글쓰기치료 신간

 

표현적 글쓰기(Expressive Writing: Words that Heal)

페니베이커/에반스 저, 이봉희 역

 

심리학자이면서 표현적글쓰기의  정서적, 신체적 치료효과를 30년 가까이 과학적으로 연구/증명해 온 세계적인 글쓰기치료의 선구자이며 전문가인 페니베이커 교수의 글쓰기치료와 에반스박사의 치료적 글쓰기 기법과 실제 사례가 어우러진 책으로 전문가나 일반인 모두에게 유익한 책이다.

 

*이 책은 올해의 책 (책을 만드는 장인들이 추천한 꼭 한 번은 읽어야할 책들) 선정되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글쓰기와 언어의 힘을 알게 되시는 기회가 되면 좋겠네요...

 

 

 

여름내 작업한 글쓰기/문학치료 관련 나의 12번째 책이 나왔다.

많은 분들의 상처입은 마음의 치료에 도움이 되기를 진심으로 소망한다!

 

(다른 원고가 밀려서 역자 후기를 미처 쓰지 못한 채 출판된 것이 마음에 걸렸다. 

음... 그래서일까? 책을 받고 보니 편집팀에서 쓴 책 소개가 아쉽기는 하다.

 

학술서적이지만 일반인들에게 더 다가갈 수 있겠다는 생각에 정말 큰 위안이 된다!

 

 

Vincent van Gogh- wheatfield with reaper and sun(1889)

"추수꾼ㅡ수확하느라 끔찍한 뙤약볕에서 사력을 다해 일하고 있는 흐릿한 이 인물에서ㅡ나는 죽음의 이미지를 발견한다. 그가 베어들이는 밀이 바로 인류를 나타낸다는 의미에서다. 그러므로 전에 그렸던 <씨 뿌리는 사람>과는 반대되는 그림이라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 죽음 속에 슬픔은 없다. 태양이 모든 것을 순수한 황금빛으로 적셔주는 환한 대낮에 발생한 죽음이기 때문이다."- 고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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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저를 추수하시려고 이렇게 쭉정이 같은 저를 아직도 저 뙤약볕 아래 두고 계십니까? 

언제까지...

칼로 사과를 먹다 - 황인숙 


사과 껍질의 붉은 끈이 
구불구불 길어진다. 
사과즙이 손끝에서 
손목으로 흘러내린다. 
향긋한 사과 내음이 기어든다. 
나는 깎은 사과를 접시 위에서 조각낸 다음 
무심히 칼끝으로 
한 조각 찍어올려 입에 넣는다. 
"그러지 마. 칼로 음식을 먹으면 
가슴 아픈 일을 당한데." 
언니는 말했었다. 

세상에는 
칼로 무엇을 먹이는 사람 또한 있겠지. 
(그 또한 가슴이 아프겠지) 

칼로 사과를 먹으면서 
언니의 말이 떠오르고 
내가 칼로 무엇을 먹인 사람들이 떠오르고 
아아, 그때 나, 
왜 그랬을까… 

나는 계속 
칼로 사과를 찍어 먹는다. 
(젊다는 건, 
아직 가슴 아플 
많은 일이 남아 있다는 건데. 
그걸 아직 
두려워한다는 건데.)


나는 곧은 나무보다  

굽은 나무가 더 아름답다. 

곧은나무의 그림자보다  

굽은 나무의 그림자가 더 사랑스럽다. 

함박눈도 곧은 나무보다 

굽은 나무에 더 많이 쌓인다. 

그늘도 곧은 나무보다 

굽은 나무에 더 그늘져 

잠들고 싶은 사람들이 찾아와 잠이 든다. 

새들도 곧은 나뭇가지보다  

굽은 나뭇가지에 더 많이 날아와 앉는다. 

곧은 나무는 자기의 그림자가  

구부러지는 것을 싫어하나 

고통의 무게를 견딜 줄 아는

굽은 나무는 자기의 그림자가 

구부러지는 것을 싫어하지 않는다.

 

나무에 대하여 - 호승

나의 슬픔에게

날개를 달아 주고 싶다. 불을 켜서

오래 꺼지지 않도록

유리벽 안에 아슬하게 매달아 주고 싶다.

나의 슬픔은 언제나

늪에서 허우적이는 한마리 벌레이기 때문에

캄캄한 밤

바람에 흩날리는 나뭇잎이거나

아득하게 흔들리는 희망이기 때문에.


빈 가슴으로 떠돌며

부질없이 주먹도 쥐어 보지만

손끝에 흐트러지는 바람소리,

바람소리로 흐르는 오늘도

돌아서서 오는 길엔 그토록

섭섭하던 달빛, 별빛.


띄엄띄엄 밤하늘 아래 고개 조아리는

나의 슬픔에게

날개를 달아주고 싶다. 불을 켜서

희미한 기억 속의 창을 열며

하나의 촛불로 타오르고 싶다.

제 몸마저 남김 없이 태우는

그 불빛으로

나는 나의 슬픔에게

환한 꿈을 끼얹어 주고 싶다


나의 슬픔에게 - 이태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