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아폴로에서 /천상병

참으로 오랜만에 음악을 듣는것이다. 내 마음의 빈터에 햇살이 퍼질 때, 슬기로운 그늘도 따라와 있는 것이다. 그늘은 보다 더 짙고 먹음직한 빛일지도 모른다.  

새는 지금 어디로 갔을까? 골짜구니를 건너고 있을까? 내 마음 온통 세내어 주고 외국 여행을 하고 있을까?  

돌아오라 새여! 날고 노래하기 위해서가 아니고! 이 그늘의 외로운 찬란을 착취하기 위하여!

04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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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 어딘가 통증이 있을 때 사람들이 호흡법으로 긴장을 풀 듯이

나는 내 심장 어디께 통증이 있을 때면 천상병님의 시를 읽는다.

<구해야 할 지혜: 분별의 마음(discerning heart)>

 

"지옥은 너무 늦게 발견한 진실(Hell is truth seen too late)"이라고 흄(Hume)은 말했다.

어떤 잘못도 늦게라도 깨닫고 대처하는 것이 아예 진실을 보지 못하고 외면하는 것보다 옳다.

...

왜 이리 세상의 어리석음은 반복되는 것일까? 과거를 외면하는 자는 과거를 반복하고야 만다는 것을 왜 인간들은 계속 잊는 것일까?

 

자신이 역사에서 배운 유일한 진실은 "인간이 역사를 통해 배운것이 없다는 점"이라고 세계적 역사학자 토인비가 말했다. 사건과 이름만 다르지 인간의 역사에서 반복되는 인간의 어리석음을 한마디로 지적한 것이다.

 

"저희는 귀가 있어도 듣지 못하고 눈이 있어도 보지 못한다"는 인간의 어리석은 아집과 오만함에 대한 영원한 진리 앞에 다시 한 번 겸허해야 하겠다. 이것이야말로 보이지 않는 질병이 아니고 무엇일까?

 

나는 눈감고 귀막고 아집에 갇혀 어떤 우매함과 잘못을 반복하고 있는 것일까. 나를 진리앞에 겸손케 하소서ㅡ 분별의 지혜를 가진 "마음"을 주시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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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네게 무엇을 줄꼬, 너는 구하라.
---나의 하나님 여호와여. 주께서 종으로 왕이 되게 하셨사오나 종은 작은 아이라 출입할 줄을 알지 못하고 주의 택하신 백성 가운데 있나이다.... 그런즉 "지혜로운 마음"을 종에게 주사 선악을 분별하게 하옵소서. 누가 주의 백성을 다스릴 수 있겠습니까?  (So give your servant a discerning heart to govern your people and to distinguish between right and wrong. For who is able to govern this people of yours?)

물새들이 날개를 접고 엎드려
미친 바람이 지나가기를 기다리고 있다
지난 세월의...
우리들의 모습도 바로 저러했을까

 

[겨울바다2 - 신경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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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c)Hundert Wasser

 

 

 

 

 

 

 

 

<새가 있던 자리 -천양희>

잎인 줄 알았는데 새네
저런 곳에도 새가 앉을 수 있다니
새는 가벼우니까...
바람 속에 쉴 수 있으니까
오늘은 눈 뜨고 있어도 하루가 어두워
새가 있는 쪽에 또 눈이 간다
프리다 칼로의 ‘부서진 기둥’을 보고 있을 때
내 뼈가 자꾸 부서진다
새들은 몇 번이나 바닥을 쳐야
하늘에다 발을 옮기는 것일까
비상은 언제나 바닥에서 태어난다
나도 그런 적 있다
작은 것 탐하다 큰 것을 잃었다
한 수 앞이 아니라
한 치 앞을 못 보았다
얼마를 더 많이 걸어야 인간이 되나
아직 덜 되어서
언젠가는 더 되려는 것
미완이나 미로 같은 것
노력하는 동안 우리 모두 방황한다
나는 다시 배운다
미로 없는 길 없고 미완 없는 완성도 없다
없으므로 오늘은 눈 뜨고 있어도 하루가 어두워
새가 있는 쪽에 또 눈이 간다

어디에서나 나를 지켜보는 새의 눈이 있다.

*출처 [나는 가끔 우두커니가 된다]/창비,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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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journaltherapy.org/55

<변명- 마종기>

 

흐르는 물은
외롭지 않은 줄 알았다
어깨를 들썩이며 몸을 흔들며...
예식의 춤과 노래로 빛나던 물길,
사는 것은 이런 것이라고 말했다지만
가볍게 보아온 세상의 흐름과 가버림.
오늘에야 내가 물이 되어
물의 얼굴을 보게 되다니.

그러나 흐르는 물만으로는 다 대답할 수 없구나.
엉뚱한 도시의 한쪽을 가로질러
길 이름도 방향도 모르는 채 흘러가느니
헤어지고 만나고 다시 헤어지는 우리.

물이 낮은 곳으로 흐르는 마음도 알 것 같으다.
밤새 깨어 있는 물의 신호등,
끝내지 않는 물의 말소리도 알 것 같으다.

 

 

출처: 『그 나라 하늘빛 』/문학과 지성사


[겨울기도 1-마종기]

하느님, 추워하며 살게 하소서.
이불이 얇은 자의 시린 마음을
잊지 않게 하시고
돌아갈 수 있는 몇 평의 방을
고마워하게 하소서.

겨울에 살게 하소서.
여름의 열기 후에 낙엽으로 날리는
한정 없는 미련을 잠재우시고
쌓인 눈 속에 편히 잠들 수 있는
당신의 긴 뜻을 알게 하소서.

(c)Bruni Bruno-luna turca(here only for therapeutic and/or educational  purposes)



서로 사랑해야 할 일 찾아다니다가
어느 날 네 가슴에 핀 동백꽃을 보고
평생 동안 날아가 나는 울었다


[동박새 - 정호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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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나이

으스러지도록
달을 안고 울고 있다
안개로 흩어지는 달
으스러지는

한 사나이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진정한 여행은 새로운 경치를 찾아가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눈을 갖는데 있다.  - 마르셀 푸르스트

 

 

 

2020 새해가 되었다.
나의 새로운 한 해의 여정은 새로운 눈을 열리는 여정이 되기를.
따뜻한 눈, 포용하는 눈, 나의 나약함과 타인의 나약함을 모두 받아주는 친절한 눈

나약함과 상처 속에 감추어진 희망과 가능성을 찾아내는 눈

내가 시들어가는 꽃들, 헐벗은 겨우나무를 사랑하듯이 그런 마음을 사람들에서도 발견하는 눈

겉 모습 너머의 진실을 바라보는 눈과 동시에

그 진실이 추악할 때 맞서 싸우거나, 그럴 수 없는 일이면 용서하는 눈

어둠 속에서 빛을 바라보는 눈,
저 높은 곳에 소망을 두고 뚜벅뚜벅 길 없는 길을 찾아가는 믿음의 눈
눈물를 부끄러워하지 않고 눈물로 씻긴 후 더 맑아진 눈을 소망하기를

그런 여정이기를.

 

 

 

 

 

photos by bhlee @NYC121419 

 

한겨울 공원
한 쪽엔 계절을 잊은 봄 꽃, 
또 한 쪽엔 뒤늦게까지 서성이다 떠나가는 가을
모두 제 길을 잃은 것일까


땅에 누워서야

떠나간 잎들과
다시 하나가 되는
초겨울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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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하려 하기 보다 함께 느끼며 살고 싶었다.
그것이 그렇게 어려운 일인 것일까?

 

 

한번 더
나를 헐어서
붉고 붉은 편지를 쓸까봐
차갑게
비웃는 바람이
내팽개친 들 또 어떠랴
눈부신 꿈 하나로
찬란하게
죽고만 싶어라

[낙엽 쌓인 길에서 - 유안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