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슬픔에게

날개를 달아 주고 싶다. 불을 켜서

오래 꺼지지 않도록

유리벽 안에 아슬하게 매달아 주고 싶다.

나의 슬픔은 언제나

늪에서 허우적이는 한마리 벌레이기 때문에

캄캄한 밤

바람에 흩날리는 나뭇잎이거나

아득하게 흔들리는 희망이기 때문에.


빈 가슴으로 떠돌며

부질없이 주먹도 쥐어 보지만

손끝에 흐트러지는 바람소리,

바람소리로 흐르는 오늘도

돌아서서 오는 길엔 그토록

섭섭하던 달빛, 별빛.


띄엄띄엄 밤하늘 아래 고개 조아리는

나의 슬픔에게

날개를 달아주고 싶다. 불을 켜서

희미한 기억 속의 창을 열며

하나의 촛불로 타오르고 싶다.

제 몸마저 남김 없이 태우는

그 불빛으로

나는 나의 슬픔에게

환한 꿈을 끼얹어 주고 싶다


나의 슬픔에게 - 이태수


8월 한낮의 지는 더위쯤

참고 견딜 수 있지만

밀물처럼 밀려오는 밤은 정말

견딜 수가 없다.

나로 하여금 어떻게

이 무더운 여름날의 밤을

혼자서 처리하라 하는가

내 주위를 머물다 떠난 숱한

서러운 세월의 강 이쪽에서

그리운 모든 이들의 얼굴을 떠올려 보지만

밤이 찾아오는 것만은 죽음처럼

견딜 수가 없다.

차라리 8월의 무더위 속에 나를 던져

누군가를 미치게 사랑하게 하라.

빈 들에서 부는 바람이 되어

서러운 강이 되어.......

[서러운 강 - 박용삼]

나의 느려터진 걸음이 다 지나갈 때까지
고욤나무 가지 끝에 매달린 매미 한 마리
울음 뚝 그치고
참고 있습니다
사람처럼 무서운 것이 지나갈 때에는 울음도 이렇게 참고 있어야 한다고, 그렇다고!

[말복-유홍준]

photo by bhlee

사용자 삽입 이미지



대체 나는 너를 기다리는 것일까
오늘은 비명없이도 너와 지낼 수 있을 거 같아
나 너를 기다리고 있다 말해도 좋은 것일까
(나희덕)

"아무에게 아무 말도 하지 말아라. 말을 하면 그 순간 모두가 다 그리워지기 시작할 테니까." (샐린저)

Don't ever tell anybody anything. If you do, you start missing everybody.
from The Catcher in the Ry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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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하나 꽃피어 - 조동화

나 하나 꽃피어
풀밭이 달라지겠느냐고
말하지 말아라

너도 꽃피고
나도 꽃피면
결국 풀밭이 온통
꽃밭이 되는 것 아니겠느냐

나 하나 물들어
산이 달라지겠느냐고 말하지 말아라

나도 물들고
너도 물들면
결국 온 산이
활활 타오르는 것
아니겠느냐

봄이여 눈을 감아라
꽃보다
우울한 것은 없다

[병상일기 5- 전초혜]

 

정동하 -친구야 너는 아니

https://youtu.be/Lr-243EKUf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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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필 때
꽃이 질 때
사실은
참 아픈거래

나무가 꽃을 피우고
열매를 달아 줄 때도
사실은
참 아픈거래

사람들끼리
사랑을 하고
이별을 하는 것도
참 아픈거래

우리 눈에
다 보이진 않지만
우리 귀에
다 들리진 않지만

이 세상엔 아픈 것들이 참 많다고
아름답기 위해서는 눈물이 필요하다고
엄마가 혼잣말처럼 하시던 이야기가
자꾸 생각나는 날

친구야
봄비처럼 고요하게
아파도 웃으면서
너에게 가고 싶은 내 마음
너는 아니?
향기 속에 숨긴 나의 눈물이
한 송이 꽃이 되는 것
너는 아니?

              -이해인 시 

 

 

(c)Rene Magritte



2월의 황혼- 사라 티즈데일

새로 눈 쌓여 매끄러운
산 옆에 서 있었습니다.
차가운 저녁 빛 속에서
별 하나가 내다봅니다.
내가 볼 수 있는 것을

보는 이는 나 밖에 아무도 없었지요.
나는 거기 서서 별이 나를 보는 한
내내 그 별을 바라보았습니다.

(bhlee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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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볼 수 있던 그 별을 보는 이는 아무도 없었지요....

지금은 나도 볼 수 없는 그 별은 어디로 간 것일까요?

 

 


 

 

photo by bhlee

@Santa Fe

겨울나무- 김혜순

나무잎들 떨어진 자리마다
바람 이파리들 매달렸다

사랑해 사랑해
나무를 나무에 가두는
등 굽은 길밖에 없는
나무들이
떨어진 이파리들이 아직도
매달려 있는 줄 알고
몸을 흔들어보았다

나는 정말로 슬펐다. 내 몸이 다 흩어져버릴 것만 같았다.
나는 이 흩어져버리는 몸을 감당 못 해 몸을 묶고 싶었다.
그래서, 내 몸 속의 갈비뼈들이 날마다 둥글게 둥글게
제자리를 맴돌았다. 어쨌든 나는 너를 사랑해 너는 내 몸
전체에 박혔어. 그리고 이건 너와 상관없는 일일 거야, 아마.

나는 편지를 썼다
바람도 안 부는데
굽은 길들이 툭툭
몸 안에서
몸 밖으로
부러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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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편지를 썼다. 바람도 안 부는데. 떨어진 이파리 아직도 매달려 있는 줄 알고 몸을 흔들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