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풍경'에 해당되는 글 269건
엄마와 어머니 사이 - 목필균 | 2024.06.04
쉽게 쓰여진 시 - 윤동주 | 2024.05.26 우리들의 시간 - 박경리 | 2024.05.11 봄날에선가 꿈 속에선가 - 릴케 | 2024.03.30 정념의 기 - 김남조 | 2024.03.21 새벽에 아가에게 - 정호승 | 2024.03.19 한 송이 꽃-도종환 | 2024.03.08 3월의 시 - 나태주 | 2024.03.02 산그늘에 마음 베인다 - 이기철 | 2024.02.10 초승달 - 박성우 | 2024.01.15 촛불 켜는 아침 - 이해인 3 | 2024.01.07 그대에게 가고 싶다 - 안도현 4 | 2024.01.03 화이트 크리스마스 ㅡ나태주 | 2023.12.24 하나의 나뭇잎이 흔들릴 때 - 이어령 | 2023.12.01 슬픔 - 김용택 1 | 2023.11.19 그리움을 주는 사람이 있다 - 김용오 | 2023.11.01 물속의 사막 - 기형도 2 | 2023.10.30 밤편지- 김남조 2 | 2023.10.24 시월 - 황동규 | 2023.10.01 사는 기쁨 - 황동규 | 2023.09.20 엄마와 어머니 사이 - 목필균 @ 이 글과 관련된 글 | 덧글 남기기
쉽게 쓰여진 시- 윤동주 @ 이 글과 관련된 글 | 덧글 남기기
우리들의 시간 - 박경리
목에 힘주다 보면 문틀에 머리 부딛혀 혹이 생긴다 우리는 아픈 생각만 하지 혹 생긴 연유를 모르고 인생을 깨닫지 못한다
낮추어도 낮추어도 우리는 죄가 많다 뽑내어 본들 徒勞無益(도로무익) 時間(시간)이 너무 아깝구나
----- * 徒勞無益(도로무익) 헛되게 애만 쓰고 아무 이로움이 없음 @ 이 글과 관련된 글 | 덧글 남기기
봄날에선가 꿈 속에선가 - 릴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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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념의 기 - 김남조 (1927. 9. 2-2023. 10. 10) @ 이 글과 관련된 글 | 덧글 남기기
새벽에 아가에게 - 정호승 @ 이 글과 관련된 글 | 덧글 남기기
한 송이 꽃-도종환
이른 봄에 핀 한 송이 꽃은 하나의 물음표다
당신도 이렇게 피어 있느냐고 묻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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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의 시 - 나태주 @ 이 글과 관련된 글 | 덧글 남기기
햇빛과 그늘 사이로 오늘 하루도 지나왔다
-------------- 아름다운 저녁놀에 고통을 매만져 반짝이면, 그때 손수건만 한 꿈이라도 헹구어 널어 말릴까? 가도 가도 닿지 못한 햇볕 같은 그리움이라도 널어놓는다. @ 이 글과 관련된 글 | 덧글 남기기
초승달 - 박성우
어둠 돌돌 말아 청한 저 새우잠, 누굴 못 잊어 야윈 등만 자꾸 움츠리나 욱신거려 견딜 수 없었겠지 더러는 베개에 떨어져 젖네.
-------------- 어떻게 이런 눈과 가슴과 언어를 가질 수 있을까?
초승달을 보면서 일기에 쓴 나의 말은 겨우 이거였는데.. "깜깜한 하늘에 차가운 초승달 내 가슴에 꽂힌 비수"
---------------- 초생달 [초승달]- 김강호
그리움 문덕쯤에 고개를 내밀고서
뒤척이는 나를 보자 흠칫 놀라 돌아서네
눈물을 다 쏟아내고 눈썹만 남은 내 사랑
(출처: [한국의 단시조 156편] 2015/책만드는 집) @ 이 글과 관련된 글 | 덧글 남기기
<촛불 켜는 아침- 이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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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에게 가고 싶다 - 안도현
해 뜨는 아침에는 나도 맑은 사람이 되어 그대에게 가고 싶다 그대 보고 싶은 마음 때문에 밤새 퍼부어 대던 눈발이 그치고 오늘은 하늘도 맨 처음인 듯 열리는 날 나도 금방 헹구어낸 햇살이 되어 그대에게 가고 싶다
그대 창가에 오랜만에 별이 들거든 긴 밤 어둠 속에서 캄캄하게 띄워 보낸 내 그리움으로 여겨다오 사랑에 빠진 사람보다 더 행복한 사람은 그리움 하나로 무장무장 가슴이 타는 사람 아니냐
진정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만큼 새날이 밝아오고 진정 내가 그대 가까이 다가가는 만큼 이 세상이 아름다워질 수 있다면 그리하여 마침내 그대와 내가 하나 되어 우리라 부를 수 있는 그날이 온다면 봄이올 때까지는 저들에 쌓인 눈이 우리를 덮여줄 따뜻한 이불이란 것도 나는 잊지 않으리
사랑이란 또 다른 길은 찾아 두리번거리지 않고 그리고 혼자서는 가지 않는 것 지치고 상처입고 구멍 난 삶을 데리고 그대에게 가고 싶다 우리가 함께 만들어야 할 신천지 우리가 더불어 세워야 할 나라 사시사철 푸른 풀밭으로 불러다오 나도 한 마리 튼튼하고 착한 양이 되어 그대에게 가고 싶다.
(2003) ----------
참 오랜 세월 새해아침이면 가슴에 떠오르는 노래입니다. 당신을 향한, 나의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한 노래입니다. 밤새 퍼부어 대던 눈발처럼 그리움에 서럽던 마음을 나의 눈물로 다 씻어 헹구고 새로 떠오른 햇살처럼 밝은 희망이 되어 당신에게 가고 싶습니다. 그 긴긴 밤을 지나는 동안 그리움 하나로 무장무장 타는 가슴이 사랑보다 더한 행복임을 자꾸자꾸 일깨워주시니 그도 감사합니다. 지치고 상처입고 구멍 난 삶을 데리고 이 모습 이대로 당신께 가고 싶습니다. 당신도 상처입고 구멍 난 삶을 데리고 당신 모습 그대로 내게 오고 싶다면 좋겠습니다. 우리 서로 울 곳이 필요할 때 서로의 등에 기대 말없이 그냥 울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서로 빙그레 웃음 지을 일이 있을 때 하늘 보며 떠올리는 달 같은 별 같은 얼굴이면 좋겠습니다.
올해도 나의 사랑하는 이들이 어둠에 묻혀 어둠이 되는 것을 거부할 수 있는 인내와 용기를 잃지 않기를 그래서 어둠도 빛나고 있음을 볼 수 있게 되기를 어둠 속에서 빛을 볼 수 있게 되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모든 이들에게 새해인사를 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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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 크리스마스 ㅡ나태주 @ 이 글과 관련된 글 | 덧글 남기기
하나의 나뭇잎이 흔들릴 때- 이어령
하나의 나뭇잎이 흔들릴 때 나는 하나의 공간이 흔들리는 것을 보았다 조그만 이파리 위에 우주의 숨결이 스쳐 지나가는 것을 보았다 하나의 나뭇잎이 흔들릴 때 나는 왜 내가 혼자인가를 알았다 푸른 나무와 무성한 저 숲이 실은 하나의 이파리라는 것을… 제각기 돋았다. 홀로 져야 하는 하나의 나뭇잎 한 잎 한 잎이 동떨어져 살고 있는 고독의 자리임을 나는 알았다 그리고 그 잎과 잎 사이를 영원한 세월과 무한한 공간이 가로막고 있음을 하나의 나뭇잎이 흔들릴 때 나는 왜 살고 있는가를 알고 싶었다 왜 이처럼 살고 싶은가를, 왜 사랑해야 하며 왜 싸워야 하는가를 나는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그것은 생존의 의미를 향해 흔드는 푸른 행커치프… 태양과 구름과 소나기와 바람의 증인… 잎이 흔들릴 때 이 세상은 좀 더 살만한 가치가 있다는 생의 욕망에 눈을 떴다 하나의 나뭇잎이 흔들릴 때 나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를 들었다 다시 대지를 향해서 나뭇잎은 떨어져야 한다 어둡고 거칠고 색채가 죽어버린 흙 속으로 떨어지는 나뭇잎을 본다 피가 뜨거워도 죽는 이유를 나뭇잎들은 우리에게 가르쳐 준다 생명의 아픔과 생명의 흔들림이 망각의 땅을 향해 묻히는 그 이유를 그것들은 말한다 거부하지 말라 하나의 나뭇잎이 흔들릴 때 대지는 더 무거워진다 눈에 보이지 않는 끈끈한 인력이 나뭇잎을 유혹한다 언어가 아니라 나뭇잎은 이 땅의 리듬에서 눈을 뜨고 눈을 감는다 별들의 운행과 나뭇잎의 파동은 같은 질서에서 움직이고 있음을 우리는 안다 하나의 나뭇잎이 흔들릴 때 하나의 나뭇잎이 흔들릴 때 우리의 마음도 흔들린다 온 우주의 공간이 흔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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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un Shiji(1926-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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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을 주는 사람이 있다- 김용오 @ 이 글과 관련된 글 | 덧글 남기기
<물속의 사막- 기형도>
밤 세시, 길 밖으로 모두 흘러간다 나는 금지된다 10222006 @ 이 글과 관련된 글 | 덧글 남기기
[밤편지 - 김남조]
편지를 쓰게 해다오. 이날의 할말을 마치고 늙도록 거르지 않는 독백의 연습도 마친다음 날마다 한 구절씩 깊은 밤에 편지를 쓰게 해다오 밤기도에 이슬 내리는 적멸을, 촛불에 풀리는 나직이 습한 樂曲들을 겨울 枕上(침상)에 적시이게 해다오 새벽을 낳으면서 죽어가는 밤들을 가슴저려 가슴저려 사랑하게 해다오
세월이 깊을수록 삶의 달갑고 절실함도 더해 젊어선 가슴으로 소리내고 이 시절 골수에서 말하게 되는 걸 고쳐 못 쓸 유언처럼 기록하게 해다오
날마다 사랑함은 날마다 죽는 일임을 이 또한 적어 두게 해다오 눈오는 날엔 눈밭에 섞여 바람 부는 날엔 바람결에 실려 땅 끝까지 돌아서 오는 영혼의 밤 외출도 후련히 털어놓게 해다오
어느 날 밤은 나의 편지도 끝 날이 되겠거니 가장 먼 별 하나의 빛남으로 종지부를 찍게 해다오 @ 이 글과 관련된 글 | 덧글 남기기
시월 1 내 사랑하리 시월의 강물을 석양이 짙어 가는 푸른 모래톱 지난날 가졌던 슬픈 여정(旅程)들을, 아득한 기대를 이제는 홀로 남아 따뜻이 기다리리. 3 며칠내 바람이 싸늘히 불고 오늘은 안개 속에 찬비가 뿌렸다 가을비 소리에 온 마음 끌림은 잊고 싶은 약속을 못다 한 탓이리. 6 창 밖에 가득히 낙엽이 내리는 저녁 나는 끊임없이 불빛이 그리웠다 바람은 조금도 불지를 않고 등불들은 다만 그 숱한 향수와 같은 것에 싸여 가고 주위는 자꾸 어두워 갔다 이제 나도 한 잎의 낙엽으로, 좀더 낮은 곳으로, 내리고 싶다.
<황동규, “시월(十月)” 중에서> @ 이 글과 관련된 글 | 덧글 남기기
<사는 기쁨-황동규 >
1 오디오 둘러메고 한강 남북으로 이사 다니며 개나 고양이 곁에 두지 않고 칠십대 중반까지 과히 외롭지 않게 살았으니 그간 소홀했던 옛 음악이나 몰아 들으며 결리는 허리엔 파스 붙이고 수박씨처럼 붉은 외로움 속에 박혀 살자. 라고 마음먹고 남은 삶을 달랠 수는 없을까? 2 사는 건물을 바꾸지 않고는 바꿀 수 없는 바램이 있다. 40년 가까이 아파트만 몇 차례 옮겨 다니며 '나의 집'으로 가는 징검다리거니 생각했다. 마지막 디딤돌에서 발을 떼면 마련한 집의 담을 헐고 마당 절반엔 꽃을 심자. 야생화 밟지 마라 표지 세워논 현충원 산책길엔 도통 없는 노루귀 돌단풍 은방울꽃 그래, 몰운대(沒雲臺)에서 눈 크게 뜨고 만난 은방울꽃 카잔차키스 묘소에 열심히 살고 있던 부겐벨리아 루비보다 더 예쁜 루비들을 키우는 노박덩굴을 심자 겨자씨 비유의 어머니 겨자도 찾아 심자. 나머지 반은 심지 않아도 제물에 이사 와 자리 잡는 풀과 민박 왔다 눌러 앉는 이름 모를 꽃들에게 내주자. 개미와 메뚜기 그리고 호기심 많은 새들이 들르고 벌레들도 섞여 살겠지. 그래, 느낌 서로 주고 받을 마당이 있고 귀 힘 아주 빠지기 전 오디오 볼륨 제대로 올려줄 집이 주어진다면! 오크통에 30년, 책상 구석에 30년, 세상 잊고 산 위스키 앞 세워 와인과 막걸리와 칵테일을 모아 친구들을 불러 먼저 가버린 자들도 번호 살아있다면 문자를 보내 파티를 열자, 바램은 아직 유효하다 3 유효할까? 파티 다음 날, 종일 속도 마하 0으로 움직이는 텅 빈 맛이 몸에 버틸 힘을 줄까? 가을 들어 처음으로 은행잎이 비행 연습을 시작하는 저녁 동향한 창밖으로 건너편 언덕 아파트의 모든 창들이 일제히 황금향으로 피어난다. 대가(代價)없이 자신을 태우는 황금의 절창들! 지금 사는 아파트에서는 한 해 가운데 이 한때가 가장 마음에 든다. '가장'이라는 말에는 지금까지라는 뜻이 숨어있고, 다음은 텅 빔? 조금 전 건물 입구에서 시들고 있는 꽃에게 안부를 물었다. 코끝에 맴돌자마자 사라지는 향기로 꽃은 답했다. 텅 빔? 바램의 속내가 가짐인가 텅 빔인가? 햇빛 스러지며 한 자락씩 황금에서 어둠으로 바뀌는 창들이 차례로 물음을 던진다. 4 그간 군(郡)에서 주차장 집어 넣고 매점과 화장실 내고 길 펴고 넓혀 오르내리는 맛을 한껏 줄인 몰운대. 발걸음 멈추게 하던 제비꽃 달개비들 사라지고, 숨었다 들키던 은방울꽃 자취 감추고 미끄러워 마음 잡아주던 바윗길은 보이지 않고 올라보면, 시야 가득 차 오는 비닐하우스들 뜬구름도 뜨지 않고 아, '몰운대'에서 풀려난 몰운대! 그 언저리에 집 한 칸 마련해 강원도에서 차를 몰다 덜 살고 싶을 때면 슬그머니 들러 낮에는 대에 올라 다른 아무 데도 눈 주지 않고 밤에는 모깃불 피워 놓고 모기 침 쿡쿡 맞으며 답답함에서 풀려나리라던 긴 긴 꿈에서 이젠 새삼 놓여 나지 않아도 괜찮게 되었는가? 영영 놓여나지 못하게 되었는가? 5 바위 틈에 발톱 박고 서 있는 나무 다섯 그루 바로 뒤에 야트막한 초막 비어있다. 그 뒤로 흐르는지 안 흐르는지 말없이 넓게 펼쳐진 물, 물 건너 그림자 하나 없이 커다랗고 깨끗한 산, 원나라 화가 예찬(倪瓚)의 한없이 맑고 적적한 산수는 은둔 신호만 켜지면 모든 것 놔두고 들어가 신선인 듯 가볍게 거닐고 싶었던 곳. 오늘 그의 그림 다시 들여다보니 사람들도 짐승들도 그냥 들여다보기만 했을 뿐 멧새 하나 날지 않는다 들어오려면 그림자도 놔두고 오라? 읽던 책 그대로 놔두고 휴대폰은 둔 데 잊어버리고 백주(白酒)한 병 치고 들어가 물가에 뵈지 않게 숨겨논 배를 풀어 천천히 노를 저을까? 건너편을 겨냥했으나 산이 통째로 너무도 크고 맑아 무심결에 조금 더 무심해져서 느낌과 꿈을 부려놓고 그냥 떠돌까? 바람이 인다. 갑자기 구름떼들이 이리저리 몰려 다니고 여기저기 물기둥들이 솟아 상체를 흔들고 얼음처럼 투명한 해가 불타며 하늘 한가운데로 굴러 나온다. 바위에 발톱 박은 나무들이 불길처럼 너울대자 부리 날카론 새들이 큰 소리로 울부짖으며 몰려 든다. 느낌과 상상력을 비우고 마감하라는 삶의 끄트머리가 어찌 사납지 않으랴! 예찬이여, 아픔과 그리움을 부려놓는 게 신선의 길이라면 그 길에 한참 못 미치는 아이들의 웃음소리 간간이 들리는 곳에서 말을 더듬는다 벗어나려다 벗어나려다 못 벗어난 벌레 문 자국같이 조그맣고 가려운 이 사는 기쁨. 용서하시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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