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풍경'에 해당되는 글 269건
오래된 수틀 - 나희덕 | 2022.01.23
크리스마스를 위하여ㅡ김시태 | 2021.12.25 데스마스크 - 허만하 | 2021.12.20 두꺼비- 권정생 | 2021.12.18 흰 바람벽이 있어 - 백석 | 2021.12.18 용서의 의자 - 정호승 | 2021.09.06 여름의 끝 - 박연준 | 2021.08.30 팽나무 식구 ㅡ문태준 | 2021.08.22 고독- 릴케 | 2021.06.09 꽃 피는가 싶더니 꽃이 지고 있습니다 - 도종환 | 2021.06.04 참 좋은 당신 - 김용택 | 2021.05.12 꽃샘바람 - 이해인 4 | 2021.03.29 그녀에게- 박정대 | 2021.03.11 도종환- 귀가 | 2021.03.08 길 위에서 - 나희덕 | 2021.01.29 여행자 - 기형도 2 | 2021.01.19 지상의 방 한칸- 김사인 | 2020.12.21 길- 신경림 1 | 2020.11.23 가을날 - 라이너 마리아 릴케 1 | 2020.10.28 나의 못난 것들아 - 박노해 | 2020.09.22 오래된 수틀 - 나희덕
누군가 나를 수놓다가 사라져버렸다
씨앗들은 싹을 틔우지 않았고 꽃들은 오랜 목마름에도 시들지 않았다 파도는 일렁이나 넘쳐흐르지 않았고 구름은 더 가벼워지지도 무거워지지도 않았다
오래된 수틀 속에서 비단의 둘레를 댄 무명천이 압정에 박혀 팽팽한 그 시간 속에서
녹슨 바늘을 집어라 실을 꿰어라 서른세 개의 압정에 박혀 나는 아직 팽팽하다
나를 처음으로 뚫고 지나갔던 바늘 끝, 이 씨앗과 꽃잎과 물결과 구름은 그 통증을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기다리고 있다
헝겊의 이편과 저편, 건너가면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언어들로 나를 완성해다오 오래 전 나를 수놓다가 사라진 이여 @ 이 글과 관련된 글 | 덧글 남기기
크리스마스를 위하여ㅡ김시태
너무 많이 걸었습니다 @ 이 글과 관련된 글 | 덧글 남기기
<데스마스크 Death Mask -허만하> @ 이 글과 관련된 글 | 덧글 남기기
물레방아가 있는 좁다란 오솔길로 두꺼비 한 마리가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맨드라미처럼 생긴 볏이 붉은 해처럼 고운 수탉 한 마리가 두꺼비 곁으로 다가왔습니다. "고맙다, 수탉아." 둘은 시냇물이 흐르는 둑길을 걸었습니다. 걸으면서 수탉은 먹을 것을 찾았습니다. 보리알, 과자 부스러기, 죽은 메뚜기의 시체, 여러 가지 벌레들이랑, 길바닥엔 먹을 것이 수없이 많았습니다. 그것을 주워 먹느라 수탉은 숫제 아래만 내려다보고 걸었습니다. 반대로 두꺼비는 그 큰 눈으로 푸른 하늘을 바라보며 무엇을 생각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하다 보니, 한나절을 함께 걸었어도 둘은 얘기 한마디 나눌 수 없었습니다. 두꺼비가 잠깐 멈춰 서더니, 수탉을 향해 말했습니다. 권정생-[ 아기 소나무와 권정생 동화나라 ]중에서 @ 이 글과 관련된 글 | 덧글 남기기
흰 바람벽이 있어(1941) - 백석
오늘 저녁 이 좁다란 방의 흰 바람벽에 @ 이 글과 관련된 글 | 덧글 남기기
<용서의 의자 -정호승>
나의 지구에는 용서의 의자가 하나 놓여 있다 의자에 앉기만 하면 누구나 용서할 수 있고 용서받을 수 있는 절대고독의 의자 하나 쌩떽쥐뻬리의 어린 왕자가 해질녘 어느 작은 별에 앉아 있던 의자도 아니고 법정 스님이 오대산 오두막에 홀로 살면서 손수 만드신 못생긴 나무 의자도 아닌 못이 툭 튀어나와 살짝 엉덩이를 들고 앉아야 하는 앉을 때마다 삐걱삐걱 눈물의 소리가 나는 작은 의자 하나 누군가가 만들어 놓고 다른 별로 떠났다 @ 이 글과 관련된 글 | 덧글 남기기
여름의 끝 - 박연준 @ 이 글과 관련된 글 | 덧글 남기기
팽나무 식구 - 문태준 @ 이 글과 관련된 글 | 덧글 남기기
<고독 - 릴케>
고독과 외로움은 마치 비와 같아 바다로부터 저녁을 향해 올라온다. 멀리 외딴 벌판으로부터 달려와 오랜 제 처소인 하늘로 올라가서는 그 하늘을 떠날 때야 비로소 도시 위로 떨어져 내린다.
뒤엉킨 시간에 고독은 비 되어 내린다 모든 거리마다 새벽을 향해 얼굴을 뒤척일 때, 아무것도 찾지 못한 두 육체가 실망과 슬픔으로 서로 등 돌리고 누울 때, 서로 경멸하는 두 사람이 한 잠자리에 들어야만할 때ㅡ 그 시간 고독은 강과 하나 되어 흐른다. @ 이 글과 관련된 글 | 덧글 남기기
[꽃 피는가 싶더니 꽃이 지고 있습니다 - 도종환]
피었던 꽃이 어느새 지고 있습니다 꽃그늘에 붐비던 사람들은 흔적조차 없습니다 아름답던 시절은 짧고 아름다움만 사랑하지 말고 아름다움 지고 난 뒤의 @ 이 글과 관련된 글 | 덧글 남기기
참 좋은 당신 - 김 용 택 -------------------
너무나 잘 알려진 시이다. 생각만 해도 참 좋은 당신 나는 어떤 사람이 참 좋은가? 늘 환히 웃어주는 자? 누가 늘 환히 웃을까?
어둠 속에서 사랑의 불가로 나를 가만히 불러내신 당신ㅡ그는 어둠을 건너온 자이다. 그리고 그 웃음이 “어둠을 건너온 자만이 만들 수 있는” 웃음ㅡ “밝고 환한 빛”이라는 데 있다. 어둠을 건너 온 자... 아니, 삶이 끝나는 날까지 여정 중에 지나야할 어둠의 길목과 터널과 건너야할 강이 항상 기다리고 있기에 어쩌면 어둠의 길목에서도 눈길 마주치면 웃음이 환하고 밝은 사람 난 그가 내 삶에 빛이 된 참 감사한 사람이다... @ 이 글과 관련된 글 | 덧글 남기기
속으론 나를 좋아하면서도
만나면 짐짓 모른체하던 어느 옛 친구를 닮았네 꽃을 피우기 위해선 쌀쌀한 냉랭함도 꼭 필요한 것이라고 변명 아닌 변명을 늘어놓으면서 얄밉도록 오래 부는 눈매 고운 꽃샘바람 나는 갑자기 아프고 싶다 [이해인] @ 이 글과 관련된 글 | 덧글 남기기
<그녀에게- 박정대>
고통이 습관처럼 밀려올 때 가만히 눈을 감으면 바다가 보일 거야 [아무르 기타, 문학과사상사, 2004] @ 이 글과 관련된 글 | 덧글 남기기
[귀가 - 도종환]
언제부터인가 우리가 만나는 사람들은 지쳐 있었다 그들은 모두 낯선 거리를 지치도록 헤매거나 부는 바람 소리와 기다리는 사랑하는 이의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고 밤이 깊어서야 어두운 골목길을 혼자 돌아와 모두들 인간답게 살기 위해서라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오늘 쓰지 못한 편지는 끝내 쓰지 못하고 말리라
오늘 하지 않고 생각 속으로 미루어둔 따뜻한 말 한마디는 오늘을 살지 못하면 내일도 없다.
@ 이 글과 관련된 글 | 덧글 남기기
길 위에서 - 나희덕 @ 이 글과 관련된 글 | 덧글 남기기
그는 말을 듣지 않는 자신의 육체를 침대 위에 집어 던진다 @ 이 글과 관련된 글 | 덧글 남기기
<지상의 방 한 칸> - 김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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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 신경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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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여, 때가 되었습니다 ----
091706 블로그 생일 첫 시. @ 이 글과 관련된 글 | 덧글 남기기
[나의 못난 것들아 - 박노해]
한번씩 서울을 다녀오면 마음이 아프다 해 저무는 마을 길을 홀로 걸어가는데 내 한 손에는 잘고 비툴한 못난이 감들 못난이들의 동행 길이 한심하고 서러워서 그래, 이 모든 것이 선물이다 나는 이 감들이 어떻게 자라왔는지를 안다 이 어둔 밤길의 나의 못난 것들아
- 출처: 박노해 ,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 이 글과 관련된 글 | 덧글 남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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