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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오는 지도 | 2022.01.24
오래된 수틀 - 나희덕 | 2022.01.23 크리스마스를 위하여ㅡ김시태 | 2021.12.25 데스마스크 - 허만하 | 2021.12.20 사랑 외 이봉희 | 2021.12.18 두꺼비- 권정생 | 2021.12.18 흰 바람벽이 있어 - 백석 | 2021.12.18 특강/워크숍: 문학치료- 잃어버린 언어의 발견 | 2021.11.28 문학을 이용한 심리치료 특강 | 2021.09.27 용서의 의자 - 정호승 | 2021.09.06 여름의 끝 - 박연준 | 2021.08.30 팽나무 식구 ㅡ문태준 | 2021.08.22 고독- 릴케 | 2021.06.09 나의 가족 -언니(#3-2) | 2021.06.04 꽃 피는가 싶더니 꽃이 지고 있습니다 - 도종환 | 2021.06.04 꽃샘바람 - 이해인 4 | 2021.03.29 그녀에게- 박정대 | 2021.03.11 상처의 대물림 - 왜 나는 아프다고 말하지 못할까 4 | 2021.02.21 여행자 - 기형도 2 | 2021.01.19 지상의 방 한칸- 김사인 | 2020.12.21 눈오는 地圖(지도) ㅡ 윤동주 (1917~1945) 방안을 돌아다보아야 아무도 없다. 벽과 천정이 하얗다. 방안에까지 눈이 내리는 것일까. 정말 너는 잃어버린 역사(歷史)처럼 홀홀이 가는 것이냐, 떠나기 전에 일러둘 말이 있던 것을 편지로 써서도 네가 가는 곳을 몰라 어느 거리, 어느 마을, 어느 지붕 밑, 너는 내 마음 속에만 남아 있는 것이냐. 네 쪼고만 발자욱을 눈이 자꾸 내려 덮여 따라갈 수도 없다. 눈이 녹으면 남은 발자국 자리마다 꽃이 피리니 꽃 사이로 발자욱을 찾아나서면 일년 열두 달 하냥 내 마음에는 눈이 내리리라. @ 이 글과 관련된 글 | 덧글 남기기
오래된 수틀 - 나희덕
누군가 나를 수놓다가 사라져버렸다
씨앗들은 싹을 틔우지 않았고 꽃들은 오랜 목마름에도 시들지 않았다 파도는 일렁이나 넘쳐흐르지 않았고 구름은 더 가벼워지지도 무거워지지도 않았다
오래된 수틀 속에서 비단의 둘레를 댄 무명천이 압정에 박혀 팽팽한 그 시간 속에서
녹슨 바늘을 집어라 실을 꿰어라 서른세 개의 압정에 박혀 나는 아직 팽팽하다
나를 처음으로 뚫고 지나갔던 바늘 끝, 이 씨앗과 꽃잎과 물결과 구름은 그 통증을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기다리고 있다
헝겊의 이편과 저편, 건너가면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언어들로 나를 완성해다오 오래 전 나를 수놓다가 사라진 이여 @ 이 글과 관련된 글 | 덧글 남기기
크리스마스를 위하여ㅡ김시태
너무 많이 걸었습니다 @ 이 글과 관련된 글 | 덧글 남기기
<데스마스크 Death Mask -허만하> @ 이 글과 관련된 글 | 덧글 남기기
21세기 한국시단 - 이봉희
[사랑] - 이봉희
고통이 말했다 내게 기대렴 고통이 말했다 너 혼자 살 수 없단다 고통이 말했다 내 품에 안기렴 고통이 말했다 내게 돌아와 널 사랑해
계간 『문예연구』 2010년 겨울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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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봉희 시인 2003 문예연구로 등단. 나사렛대학교 교수. 미국공인문학치료전문가(CPT)/공인저널치료전문가(CJT). 한국글쓰기문학치료연구소 소장(https://www.journaltherapy.org). 한국시인협회회원. 전미문학치료학회공식한국대표. -----------------------------------------------------
나를 번역하지 말라, 악몽- 구토, 마지막 잎새. 박제 - 이봉희 / 21세기 한국시단
[나를 번역하지 말라] - 이봉희
나를 함부로 펼치지 말라 나를 분석하지 말라 당신의 문법으로 띄어 쓰고 쉼표를 넣고, 밑줄을 치고, 마침표를 찍지 말라 나의 말없음표를 당신의 언어로 채워 넣지 말라 아직 다 쓰이지 못한 나를 꼬리말, 머리말, 주석과 요약문을 달지 말라 나는 바벨의 언어니 당신의 언어로 이해했다 함부로 전하지 말라 당신의 진부한 해석은 오직 당신을 위한 빛나는 업적일 뿐이니 눈물 한 방울 나눈 적 없는 나의 옷을 입어본 적 없는 번쩍이는 당신의 언어로 나를 목 메달아 덜렁 덜렁 간판으로 내걸지 말라 나는 강물처럼 흐르는 노래이니 나를 움켜쥐지 말라 나는 당신과 다른 언어이니 나를 함부로 번역하지 말라
제10회 전국계간문예지 사화집, 2008 중에서
[악몽-구토] - 이봉희
구토증에시달린다.모든소리와활자가허기지고목말라죽어가는귀에서목에서코에서눈에서가슴에서출혈을일으키며도로토해져나온다.삼킬수가없다.화려하고끈적이는플라스틱언어들이신기루처럼과일쟁반에탐스럽게올려져나오고알수없는구토증은계속된다.당신은누구인가.당신도플라스틱인가.드럼처럼머리를두드려대는삼킬수없는기계음인가.한가지주제의변주만반복하는지루한악기인가.영원한무한대복제인가.저춤추는무희는누구인가.거짓예언자의머리를받쳐들고무희에게다가가는당신은누구인가.저입맞춤은무엇인가.저위에손짓하는탐스러운포도송이의향기는무엇인가.손을뻗어도뻗어도닿을수없는저터질듯한노래는신기루인가깔깔대는환상일뿐인가.아,목마르다.
계간 『문예연구』 2010년 겨울호 발표
[마지막 잎새] - 이봉희
내가 네게 이미 시들어 죽어버린 생명이라면 불가능한 현실이라면
난 차라리 가난한 화가의 마지막 잎새이고 싶다
못 견딜 눈서리 된바람에도 현실보다 강인한 생명을 나누는 죽음
그렇게 영영 지지 않는 아름다운 환상이고 싶다
계간 『문예연구』 2008년 가을호 발표
[박제]- 이봉희
영원히 곁에 두기위해 신성한 제의처럼 새를 잡았다. 피를 다 빼어내고 가슴을 다 후벼 가져가고 그 속에 건조한 짚을 넣었다. 살아 있을 때 보다 더 빛나도록 유리 눈을 박고 날개를 닦아주고 다시는 이 땅에 내려오지 말라고 영원한 비상의 몸짓으로 펼쳐놓았다.
새는 다시는 이 낮은 곳에 내려앉지 않을 것이다, 영원히 그러나 노래하지도 통곡하지도 못할 것이다 안식의 날개를 접지도 눈을 감지도 못할 것이다, 영원히
계간 『문예연구』 2006년 봄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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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레방아가 있는 좁다란 오솔길로 두꺼비 한 마리가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맨드라미처럼 생긴 볏이 붉은 해처럼 고운 수탉 한 마리가 두꺼비 곁으로 다가왔습니다. "고맙다, 수탉아." 둘은 시냇물이 흐르는 둑길을 걸었습니다. 걸으면서 수탉은 먹을 것을 찾았습니다. 보리알, 과자 부스러기, 죽은 메뚜기의 시체, 여러 가지 벌레들이랑, 길바닥엔 먹을 것이 수없이 많았습니다. 그것을 주워 먹느라 수탉은 숫제 아래만 내려다보고 걸었습니다. 반대로 두꺼비는 그 큰 눈으로 푸른 하늘을 바라보며 무엇을 생각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하다 보니, 한나절을 함께 걸었어도 둘은 얘기 한마디 나눌 수 없었습니다. 두꺼비가 잠깐 멈춰 서더니, 수탉을 향해 말했습니다. 권정생-[ 아기 소나무와 권정생 동화나라 ]중에서 @ 이 글과 관련된 글 | 덧글 남기기
흰 바람벽이 있어(1941) - 백석
오늘 저녁 이 좁다란 방의 흰 바람벽에 @ 이 글과 관련된 글 | 덧글 남기기
[양천문화재단 특강] 문학치료- 잃어버린 언어의 발견
- 강의일시: 2021. 9. 10~9. 24 3주간 매주 금요일 10:00-12:00 - 강의장소: 방아다리문학도서관(코로나 상황에 따라 비대면 전환) - 강사: 이봉희 교수([내 마음을 만지다] 저자) CPT/CJT 나사렛대학교 재활복지대학원 문학치료학과 교수
----- 어김없이 글을 통해 듣게 된 그동안 가슴에 소리없이 묻혀있던 자신의 목소리에 그만 눈물을 흘리시는 분들. 내년 봄에 기회가 되면 또 만나 뵐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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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간호사협회 보수교육 2021-2 <예술심리치료의 이해> 9/16/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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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의 의자 -정호승>
나의 지구에는 용서의 의자가 하나 놓여 있다 의자에 앉기만 하면 누구나 용서할 수 있고 용서받을 수 있는 절대고독의 의자 하나 쌩떽쥐뻬리의 어린 왕자가 해질녘 어느 작은 별에 앉아 있던 의자도 아니고 법정 스님이 오대산 오두막에 홀로 살면서 손수 만드신 못생긴 나무 의자도 아닌 못이 툭 튀어나와 살짝 엉덩이를 들고 앉아야 하는 앉을 때마다 삐걱삐걱 눈물의 소리가 나는 작은 의자 하나 누군가가 만들어 놓고 다른 별로 떠났다 @ 이 글과 관련된 글 | 덧글 남기기
여름의 끝 - 박연준 @ 이 글과 관련된 글 | 덧글 남기기
팽나무 식구 - 문태준 @ 이 글과 관련된 글 | 덧글 남기기
<고독 - 릴케>
고독과 외로움은 마치 비와 같아 바다로부터 저녁을 향해 올라온다. 멀리 외딴 벌판으로부터 달려와 오랜 제 처소인 하늘로 올라가서는 그 하늘을 떠날 때야 비로소 도시 위로 떨어져 내린다.
뒤엉킨 시간에 고독은 비 되어 내린다 모든 거리마다 새벽을 향해 얼굴을 뒤척일 때, 아무것도 찾지 못한 두 육체가 실망과 슬픔으로 서로 등 돌리고 누울 때, 서로 경멸하는 두 사람이 한 잠자리에 들어야만할 때ㅡ 그 시간 고독은 강과 하나 되어 흐른다. @ 이 글과 관련된 글 | 덧글 남기기
2021.5.31. @ 이 글과 관련된 글 | 덧글 남기기
[꽃 피는가 싶더니 꽃이 지고 있습니다 - 도종환]
피었던 꽃이 어느새 지고 있습니다 꽃그늘에 붐비던 사람들은 흔적조차 없습니다 아름답던 시절은 짧고 아름다움만 사랑하지 말고 아름다움 지고 난 뒤의 @ 이 글과 관련된 글 | 덧글 남기기
속으론 나를 좋아하면서도
만나면 짐짓 모른체하던 어느 옛 친구를 닮았네 꽃을 피우기 위해선 쌀쌀한 냉랭함도 꼭 필요한 것이라고 변명 아닌 변명을 늘어놓으면서 얄밉도록 오래 부는 눈매 고운 꽃샘바람 나는 갑자기 아프고 싶다 [이해인] @ 이 글과 관련된 글 | 덧글 남기기
<그녀에게- 박정대>
고통이 습관처럼 밀려올 때 가만히 눈을 감으면 바다가 보일 거야 [아무르 기타, 문학과사상사, 2004] @ 이 글과 관련된 글 | 덧글 남기기
왜 나는 아프다고 말하지 못할까? - 상처의 대물림
영화 <다크나이트>를 보면 악의 상징인 조커가 등장합니다. 그는 자신과 같은 고통을 당하면 그 누구라도 자신과 같은 악이 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을 증명해 보여주고자합니다. 시민들의 희망인 고담시의 정의로운 검사 하비덴트는 그런 조커에게 희생되고 맙니다.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의 죽음을 복수하기 위해서 조커와 똑같은 악의 화신이 되는 것이지요. 영화에서 보여주는 하비덴트의 이중적인 얼굴, 즉 반은 손상되기 이전의 온전한 모습, 나머지 반은 화상을 입고 괴물로 변한 얼굴은, 조커가 원하던 대로 괴물과 싸우다 괴물이 되고 만 안타까운(그러나 너무나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모두 병들었는데 아무도 아프지 않았다. 요즘은 우리나라에도 육체적 건강뿐 아니라 정신적, 정서적 건강의 중요성이 일깨워지면서 상담과 치료에 관심이 많아졌습니다. 의료전문가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분야뿐 아니라 자가치료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특히 미술, 음악, 연극 등의 예술치료에 이어 문학치료와 글쓰기치료가 새롭게 주목받고 있지요. 하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왜 이런 치료를 받아야 하는지에 대해 거부감을 드러냅니다. 나는 아프지 않은데, 치료 따위가 왜 필요하냐는 것이지요.
살아가면서 우리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자연스럽게 관계의 문제로 고통 받는 경험을 피할 수가 없습니다. 이렇게 해도 저렇게 해도 피할 수 없는 이 고통스런 관계 속에서 괴로워하다가 발견한 사실이 있습니다. 그것은 사람들은 악하기 이전에 심히 병들었다는 것을, 가해자는 가해자가 되기 이전에 먼저 피해자였다는 사실입니다. 그들은 그렇게밖에 살아남는 법을 배우지 못한 것입니다. 우리는 종종 저 사람은 거짓말을 밥 먹듯 한다고 말합니다. 참 슬픈 말입니다. 이 말에는 그냥 거짓말을 쉽게 한다는 것 이상의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저 사람은 거짓이 생존의 수단(밥)이라는 뜻이며, 거짓말을 하지 않고는 달리 살아가는 법을 모르는 사람이라는 의미입니다. 따라서 그도 가해자이기 이전에 하비덴트처럼(그리고 조커처럼) 피해자인 것입니다. 가해자의 뒤에는 반드시 또 다른 가해자(특히 어린 시절의 가정 문제)가 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악의 승리는 상대의 파멸 혹은 선의 파멸이 아니라 상대를 또 다른 악으로 만든다는 점입니다. 이것을 나는 ‘흡혈귀론’이라고 말합니다. 흡혈귀는 자신이 살기 위해서 단순히 누군가를 죽게 하지 않습니다. 흡혈귀는 자기에게 물린자를 또 다른 누군가를 희생시켜야만 살 수 있는 상태, 즉 자신과 똑같은 또 하나의 악을 만들고야 맙니다. 이렇게 악은 대물림되듯 연속적으로 이어집니다. “그는 괴물과 싸웠으나 괴물이 되지 않았다”는 니체의 말은 진정한 승리가 무엇인지를 깨닫게 합니다. 문제는 사람들이 자신이 병들었음을 알지 못하는 것이며 따라서 그 병을 전염시키고 있다는 사실도 모른다는 것입니다. 이성복 시인의 말했듯이 “모두가 병들었는데 아무도 아프지 [않은]” 것과 같습니다.
그날 태연한 나무들 위로 날아오르는 것은 다 새가 아니었다 나는 보았다 잔디밭 잡초 뽑는 여인들이 자기 삶까지 솎아내는 것을, 집 허무는 사내들이 자기 하늘까지 무너뜨리는 것을 나는 보았다 새 점占치는 노인과 교통의 다정함을 그날 몇 건의 교통사고로 몇 사람이 죽었고 그날 시내 술집과 여관은 여전히 붐볐지만 아무도 그날의 신음 소리를 듣지 못했다 모두 병들었는데 아무도 아프지 않았다 - 이성복, <그날> 중에서
나보다 더 약한 상대를 희생자로 삼는다. 어떤 부모도 자신의 질병을 자녀에게 대물림하고 싶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 누구도 독감에 걸렸을 때 자녀 앞에서 대놓고 재채기를 하거나 기침을 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어떤 부모도 자녀의 입에 일부러 담배연기를 일부러 불어넣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독감 균보다, 담배연기보다 더 치명적인 파괴적 언어의 독을 아이들 앞에서 재채기처럼, 담배연기처럼 마구 쏟아내고 뿜어냅니다. 내가 들었던 더없이 끔찍한 그 말들을 나도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고스란히 그 누군가에게 다시 퍼부어댑니다. 내가 가장 싫어했던 부모의 잔소리나 비난을 무의식중에 나의 자녀에게 똑같이 반복하는 경우는 아주 흔한 일입니다. 우리는 내가 받았던 유형과 무형의 폭력을 그 누구에겐가 다시 휘두릅니다. 이때 그 누군가는 나에게 다시 복수할 힘이 없는 안전한 상대, 즉 나보다 연약한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자녀보다 더 연약한 존재들은 없습니다. 그래서 모든 악은 무엇보다 부모에게서 (사실은 우리가 누구보다 먼저 보호해주어야 할) 자녀에게로 대물림됩니다. 그리고 외부에서 복수의 대상을 찾지 못한 경우 사람들은 스스로에게 복수를 합니다. 누군가가 나를 찌른 칼을 뽑아서 다시 내가 나에게 상처를 입히는 것입니다. 이는 곧 우울증이 되고 자존감을 바닥으로 내동댕이칩니다. 프랑스의 철학자 폴 리쾨르(Paul Ricoeur)는 “돌출된 악은 이미 존재하고 있었던 악”이라고 말합니다. 우리가 치료를 받아야 하는 이유는 나만의 문제 때문만이 아니라 나를 병들게 한 그 불행이 그대로 그 누군가에게 대물림되기 때문입니다. 치료받지 못한 희생자인 내가 나도 모르는 사이에 또 다른 가해자가 되기 때문입니다.
내가 먼저 건강해져야 한다 한 아버지가 있었습니다. 그는 어린 시절 정신분열증에 걸린 어머니가 자주 발작을 일으키는 것을 보고 자랐습니다. 예고 없이 발작을 일으키는 어머니를 바라보며 아이는 매번 공포에 질렸지만 아무에게서도 어머니의 그런 행동에 대해 설명을 듣지 못했습니다. 소년은 자라 어른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딸아이에게 아주 무서운 이야기를 들려주기를 좋아하는 아버지가 되었습니다. 그는 두려워하는 어린 딸의 모습을 보며 웃었습니다. 그리고는 “무서워하지 않아도 돼. 이건 꾸며낸 이야기야. 아빠가 곁에 있잖아”라고 위로해주었습니다.
이 아버지는 정말 딸을 보호해주는 다정한 아버지일까요? 그는 “자기 아이의 두려움을 교묘하게 조종하면서 자신이 강해지는 것을 느끼고 있었던 것”이라고 심리학자 엘리스 밀러(Alice Miller)는 말합니다. 그의 의식적인 소망은 자신에게 박탈되었던 것, 즉 보호와 위로, 공포에 대한 설명을 딸아이에게 베푸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이 아버지가 무의식적으로 아이에게 전해준 것은 바로 자신이 어린 시절 겪었던 두려움과 재난의 예측 그리고 대답을 듣지 못한 질문의 대물림이었습니다.
“왜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이토록 두렵게 하는 거지?”
그래서 우리에게 치료가 필요한 것입니다. 부모 자신이 먼저 과거 속 고통의 거미줄을 거두어내고, 자신과 자신의 행복을 전적으로 책임질 수 있도록 건강하고 성숙해져야 합니다. 나는 불행하면서 자녀에게 행복하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부모가 먼저 행복하면 자녀는 자연히 행복해집니다. 나의 고통을 가장 사랑하는 자녀와 가족, 또는 그 누군가 무고한 사람에게 반복해서 악을 전파하는 불행한 존재가 되지 않기 위해서도 우리는 정신적으로 건강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당신은 당신의 정원에서 악마를 쫓아낼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 악마를 당신 아들의 정원에서 다시 발견할 것입니다.”
<내 마음을 만지다: 이봉희 교수의 문학치료 카페>(생각속의 집) 중에서 저작권이 있으므로 정확한 출처나 허가 없이 사용할 수 없음. @ 이 글과 관련된 글 | 덧글 남기기
그는 말을 듣지 않는 자신의 육체를 침대 위에 집어 던진다
-------------------- 그만 쉬고 싶은데 쉬려고 떠나왔는데 그만한 권리를 찾아 떠나왔는데... 아니. 완전 다르게 살고 싶어할 권리... 밀양의 신애처럼.
도대체 또 어디로 간단 말인가? 가기는 간단 말인가? @ 이 글과 관련된 글 | 덧글 남기기
<지상의 방 한 칸> - 김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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