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천문화재단 특강] 문학치료- 잃어버린 언어의 발견 

- 강의일시:  2021. 9. 10~9. 24  3주간 매주 금요일 10:00-12:00

- 강의장소: 방아다리문학도서관(코로나 상황에 따라 비대면 전환)

- 강사: 이봉희 교수([내 마음을 만지다] 저자) CPT/CJT
          미국공인문학치료전문가/공인저널치료전문가/상담심리사

          나사렛대학교 재활복지대학원 문학치료학과 교수

         

 

-----

어김없이 글을 통해 듣게 된

그동안 가슴에 소리없이 묻혀있던 자신의 목소리에 그만 눈물을 흘리시는 분들.
3주간의 강의 내내 고개를 들지 못하고 흐느끼시던 00님, 그분이 듣고 싶은 단 한마디는 "미안하다"였다.
늘 그렇지만 시간이 짧다...
후기에서도 모두들 시간을 늘렸으면 좋겠다고 아쉬워하셨다. 

내년 봄에 기회가 되면 또 만나 뵐 수 있기를....

 

 

 

 

 

서울시 간호사협회 보수교육 2021-2 <예술심리치료의 이해>

9/16/2021

 

 

<용서의 의자 -정호승​>

 

나의 지구에는

용서의 의자가 하나 놓여 있다

의자에 앉기만 하면 누구나

용서할 수 있고 용서받을 수 있는

절대고독의 의자 하나

쌩떽쥐뻬리의 어린 왕자가 해질녘

어느 작은 별에 앉아 있던 의자도 아니고

법정 스님이 오대산 오두막에 홀로 살면서

손수 만드신 못생긴 나무 의자도 아닌

못이 툭 튀어나와 살짝 엉덩이를 들고 앉아야 하는

앉을 때마다 삐걱삐걱 눈물의 소리가 나는

작은 의자 하나

누군가가 만들어 놓고

다른 별로 떠났다

여름의 끝 - 박연준
 
 
오래된 시간 앞에서 새로 돋아난 시간이 움츠린다
머리에 조그만 뿔이 두 개 돋아나고
자꾸 만지작거린다
결국 도깨비가 되었구나, 내 사랑
 
신발이 없어지고 발바닥이 조금 단단해졌다
일렁이는 거울을 삼킬 수 있을 것만 같았는데
수천 조각으로 너울거리는 거울 속에
엉덩이를 비추어 보는 일은
이제 그만하고 싶다
 
두 손으로 만든 손우물 위에
흐르는 당신을 올려놓는 일
쏟아져도, 쏟아져도 자꾸 올려놓는 일
 
배 뒤집혀 죽어 있는 풀벌레들,
촘촘히 늘어선 참한 죽음이
여름의 끝이었다고
징— 징— 징—
파닥이는 종소리
 

팽나무 식구 - 문태준

  작은 언덕에 사방으로 열린 집이 있었다
  낮에 흩어졌던 새들이 큰 팽나무에 날아와 앉았다
  한 놈 한 놈 한 곳을 향해 웅크려 있다
  일제히 응시하는 것들은 구슬프고 무섭다
  가난한 애비를 둔 식구들처럼
  무리에는 볼이 튼 어린 새도 있다
  어두워지자 팽나무가 제 식구들을 데리고 사라졌다.

   출처: [맨발, 2003/창비]

<고독 - 릴케>

 

고독과 외로움은 마치 비와 같아

바다로부터 저녁을 향해 올라온다.

멀리 외딴 벌판으로부터 달려와

오랜 제 처소인 하늘로 올라가서는

그 하늘을 떠날 때야 비로소 도시 위로 떨어져 내린다.

 

뒤엉킨 시간에 고독은 비 되어 내린다

모든 거리마다 새벽을 향해 얼굴을 뒤척일 때,

아무것도 찾지 못한 두 육체가

실망과 슬픔으로 서로 등 돌리고 누울 때,

서로 경멸하는 두 사람이

한 잠자리에 들어야만할 때ㅡ

그 시간 고독은 강과 하나 되어 흐른다.

2021.5.31. 

<The Bustle in a House - Emily Dickinson>

The Bustle in a House
The Morning after Death
Is solemnest of industries
Enacted opon Earth –

The Sweeping up the Heart
And putting Love away
We shall not want to use again
Until Eternity –
____
5월의 마지막 날 언니가 떠났다...

엄마 내가 이모 기도하는 데 “내 주를 가까이 하게함은...”이라는 찬송이 귀에 들렸어.  엊그제 딸이 또 다시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달린 채 말했다. 

사실은 (딸은 전혀 몰랐지만) 그게 울 언니가 제일 좋아하던 찬송가였다.  너무 아파하지말라고, 너무 슬퍼말라고 오히려 우리를 위로해주는 언니의 메시지 같아서 큰 위로가 되었다. 

너무나 고통스럽게 너무나 급히 떠난 언니.. 코로나로 면회도 불가능하고 2주 격리까지 있어 가볼 수도 없이 멀리서 안타깝고 측은하고 미안하고 보고 싶고 만나지도 못하고 그냥 보내드릴 생각에 얼마나 가슴이 아프던지... 

뉴욕으로 떠나기 전 언니를 만나고 오는 날 유달리 몇달 사이 창백하고 소녀 같이 작아진 언니가 현관 문고리 잡고 배웅하면서 “너마저 가면 난 어쩌냐..” 하셨던 게 내내 가슴에 걸리고 맘이 아팠었다. 늘 다녀오는 여행이었는데 왜 이번에는 그런 말을 하셨는지... "언니 가긴... 곧 돌아올거야.  늘 그랬잖아... 식사 잘하고 있어." 그렇게 말하고 돌아서 오늘 길이 왜 그리 무겁고 안쓰럽고 불안하던지... 

바로 지난 주에도 보내 드린 우리 아가 사진들 보면서 너무 좋아서 까꿍까꿍하고 난리가 났다고 전해들었는데. 그래서 또 맘이 짠 했는데... 몇일사이 손도 쓸 수 없이 열었다 닫았다만 반복하고 저혈압 패혈증 투석 또 2차 수술 시도... 대체 그리 괴사가 된 몸을 어찌 견디며 지내신 것일까... 너무 불쌍하고 딱하고 미안하고 .... 

언니가 중환자실에서 그리 쓸쓸히 홀로 가셨지만  결코 "홀로"가 아니었을거라고, 
주님의 임재를 느끼며 베드로처럼 “주여 여기가 좋아오니...”하며 고통스런 이 땅에서의 삶을 다 내려놓고 평안히 눈부신 빛속에 안겨 가셨으리라 믿고 감사한다.  
하느님이 언니를 더이상 고통속에 두지 않으시려고 딱해서 얼른 안고 가셨을거라고.... 혼자가 아니었을거라고...  
쓸쓸하고 외롭지도 두렵지도 않았을거라고... 
언니는 가서 아버지 엄마 큰언니 큰오빠 모두 만났을거라고.......  그리 믿으면서도 왜 이리 아프고 슬플까. 

그래... 상실의 아픔과 슬픔 그리움 미안함 회한... 그 모든 것은 남겨진 자가 짊어질 사랑의 대가이며 감사히 지니며 살아갈 선물이다. 

https://journaltherapy.tistory.com/2454

[꽃 피는가 싶더니 꽃이 지고 있습니다 - 도종환]

 

피었던 꽃이 어느새 지고 있습니다
화사하게 하늘을 수놓았던 꽃들이
지난 밤 비에 소리없이 떨어져
하얗게 땅을 덮었습니다

꽃그늘에 붐비던 사람들은 흔적조차 없습니다
화사한 꽃잎 옆에 몰려오던 사람들은
제각기 화사한 기억 속에 묻혀 돌아가고
아름답던 꽃잎 비에 진 뒤 강가엔
마음 없이 부는 바람만 차갑습니다

아름답던 시절은 짧고
살아가야 할 날들만 길고 멉니다
꽃 한 송이 사랑하려거든 그대여
생성과 소멸 존재와 부재까지 사랑해야 합니다

아름다움만 사랑하지 말고 아름다움 지고 난 뒤의
정적까지 사랑해야 합니다
올해도 꽃 피는가 싶더니 꽃이 지고 있습니다.

속으론 나를 좋아하면서도
만나면 짐짓 모른체하던
어느 옛 친구를 닮았네

꽃을 피우기 위해선
쌀쌀한 냉랭함도
꼭 필요한 것이라고
변명 아닌 변명을 늘어놓으면서

얄밉도록 오래 부는
눈매 고운 꽃샘바람

나는 갑자기
아프고 싶다

[이해인]

<그녀에게- 박정대>

 

고통이 습관처럼 밀려올 때 가만히 눈을 감으면 바다가 보일 거야
석양빛에 물든 검은 갈색의 바다, 출렁이는 저 물의 大地

누군가 말을 타고 아주 멀리로 갔다가 다시 돌아오는 모습이 보일거야
그럴 때, 먼지처럼 자욱이 일어나던 生은 다시 장엄한 음악처럼 거대한 말발굽 소리와 함께 되돌아오기도 하지

북소리, 네 심장이 고동치는 소리를 들어봐
고독이 왜 그렇게 장엄하게 울릴 수 있는지 네 심장의 고동소리를 들어봐

너를 뛰쳐나갔던 마음들이 왜 결국은 다시 네 가슴속으로 되돌아오는지
네 가슴속으로 되돌아온 것들이 어떻게 서로 차가운 살갗을 비벼대며 또다시 한 줄기 뜨거운 불꽃으로 피어나는지

고통이 습관처럼 너를 찾아올 때 그 고통과 함께 손잡고 걸어가 봐
고통과 깊게 입맞춤하며 고독이 널 사랑할 때까지 아무도 모르는 너만의 보폭으로 걸어가 봐

석양빛에 물든 저 검은 갈색의 바다까지만
장엄한 음악까지만

[아무르 기타, 문학과사상사, 2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