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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딸이 아가 때 처음 신었던 구두이다.  인형은 울딸 꼭 닮아서 사준 것.  아이가 무척이나 아꼈던. 그래서 머리가 다 망가졌다(?)  목욕도 여러번 시키다보니... 

 

(10년전 추석때 뭉클뭉클 아이가 보고 싶어서 찍었던 사진)

 

아이가 처음 입은 옷(배냇저고리 말고), 첫 배게의 커버, 첫 토끼 인형, 이런 것들은 소중한 시간을 소환하는 것들이다.

 

나이가 자꾸 드니 떠날 준비란 다 비우고, 버리고 지우는 것임을 아는데..... 
구석구석 소중한 시절의 웃고 울던 이야기가 담긴,  더 이상 "쓸모가 없는" 자잘한 물건들이 가득하다.
세월은 무심히 떠나며 잉여존재를 낳는가 보다.
아이는 이제 저 당시 내 나이보다 더 어른이 되었는데 내 추억 속에는 자라지 않는 아가가 있다.


"그립다 말을할까 하니 그리워/ 그냥 갈까 그래도 다시 더 한번....."

소월의 말대로 보고 싶다 말하면 더 그리워지니까 우린 그 말도 아낀다.  
딸아이가 오래전 언젠가 그랬었지. 엄마 우리의 문제는 서로 너무 배려한다는 거야..  라고^^

 

그 배려 중에는 서로의 독립성에 대한 존중도 포함된다는 걸 우린 안다.

Mozart, Concerto for Flute and Harp K.299, 2nd Mov. Andantino 

 

London Symphony Orchestra

Conductor. Michael Tilson Thomas

James Galway- Flute & Marisa Robles- Harp

 

https://youtu.be/lLPheTV6RTw (Here only for therapeutic and/or educational purposes)

비가 전하는 말 - 이해인
 

밤새
길을 찾는 꿈을 꾸다가
빗소리에 잠이 깨었네 
 
물길 사이로 트이는 아침
어디서 한 마리
새가 날아와 나를 부르네 
 
만남보다
이별을 먼저 배워
나보다 더 자유로운 새는 
 
작은 욕심도 줄이라고
정든 땅을 떠나
나를 향해 곱게 눈을 흘기네 
 
아침을 가르는 하얀
빗줄기도 내 가슴에
빗금을 그으며 전하는 말 
 
진정 아름다운 삶이란
떨어져 내리는 아픔을
끝까지 견뎌내는 겸손이라고 
 
오늘은
나도 이야기하려네
함께 사는 삶이란 힘들어도 
 
서로의

다름을 견디면서
서로를 적셔주는 기쁨이라고
 

뒤늦은 편지 -유하

늘상 길 위에서 흠뻑 비를 맞습니다
떠나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떠났더라면,
매양 한 발씩 마음이 늦는 게 탈입니다
사랑하는 데 지치지 말라는 당신의 음성도
내가 마음을 일으켰을 땐 이미 그곳에 없었습니다
벚꽃으로 만개한 봄날의 생도
도착했을 땐 어느덧 잔설로 진 후였지요
쉼 없이 날개짓을 하는 벌새만이
꿀을 음미할 수 있는 靜止의 시간을 갖습니다

지금 후회처럼 소낙비를 맞습니다
내겐 아무것도 예비된 게 없어요
사랑도 감동도, 예비된 자에게만 찾아오는 것이겠지요
아무도 없는 들판에 멍하니 앉아 있었습니다
게으른 몽상만이 내겐, 비를 그을 수 없는 우산이었어요
푸르른 날이 언제 내 방을 다녀갔는지 나는 모릅니다
그리고 어둑한 귀가 길, 다 늦은 마음으로 비를 맞습니다

 

021708



어린 왕자 - 생텍쥐페리 (1900.6.29~1944.7.31)

제 9 장

나는 어린 왕자가 철새들의 이동을 이용하여 별을 떠나왔으리라 생각한다. 떠나는 날 아침 그는 그의 별을 잘 정돈해 놓았다. 불을 뿜는 화산들을 정성스레 쑤셔서 청소했다. 그에게는 불을 뿜는 화산이 둘 있었다. 그런데 그것은 아침밥을 데우는 데 아주 편리했다.
불이 꺼져 있는 화산도 하나 있었다. 그러나 그의 말처럼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일이었다.」그는 그래서 불 꺼진 화산도 잘 쑤셔 놓았다. 화산들은 잘 청소되어 있을 때는 부드럽게, 규칙적으로 폭발하지 않고 타오른다. 화산의 폭발은 벽난로의 불과 마찬가지인 것이다. 물론 우리 지구 위에서는, 우리들의 화산을 쑤시기에는 우리가 너무 작다. 그래서 화산이 우리에게 숱한 곤란을 가져다주는 것이다.

어린 왕자는 좀 서글픈 심정으로 바오밥나무의 마지막 싹들도 뽑아 냈다. 다시는 돌아오지 못하리라 그는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친숙한 그 모든 일들이 그날 아침에는 유난히 다정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그 꽃에 마지막으로 물을 주고 유리덮개를 씌워 주려는 순간 그는 울고 싶은 심정이었다.  
「잘있어.」그는 꽃에게 말했다.
그러나 꽃은 대답하지 않았다.
「잘 있어.」그가 되뇌었다.
꽃은 기침을 했다. 하지만 그것은 감기 때문이 아니었다.
「내가 어리석었어. 용서해 줘. 행복해지도록 노력하길 바래. 」이윽고 꽃이 말했다.


비난조의 말들을 들을 수 없게 된 게 어린 왕자는 놀라웠다. 그는 유리덮개를 손에 든 채 어쩔 줄 모르고 멍하니 서 있었다. 꽃의 그 조용한 다정함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래, 난 너를 좋아해. 넌 그걸 전혀 몰랐지. 내 잘못이었어. 아무래도 좋아. 하지만 너도 나와 마찬가지로 어리석었어. 부디 행복해...... 유리덮개는 내버려 둬. 그런 건 이제 필요 없어.」
「하지만 바람이 불면......」
「내 감기가 그리 대단한 건 아냐...... 밤의 서늘한 공기는 내게 유익할 거야.   나는 꽃이니까.」
「하지만 짐승이......」
「나비를 알고 싶으면 두세 마리의 쐐기벌레는 견뎌야지.   나비는 무척 아름다운 모양이니까. 나비가 아니라면 누가 나를 찾아 주겠어?   너는 멀리에 있겠지. 커다란 짐승들은 두렵지 않아. 손톱이 있으니까.」
그러면서 꽃은 천진난만하게 네 개의 가시를 보여 주었다. 그리고 다시 말을 이었다.    
「그렇게 우물쭈물하고 있지마. 신경질 나. 떠나기로 결심했으니, 어서 가.」

꽃은 울고 있는 자기 모습을 어린 왕자에게 보이고 싶지 않았다. 그토록 자존심 강한 꽃이었다......

011708 

문을 닫고 나올 때마다
내 속에는 얼마나 많은
침묵의 층계가 생겨난 것일까

소리 없이 불이 꺼지기 시작하는 빌딩들처럼
내 사랑도
비에
봉인된다

["나는 천천히 입구쪽으로" -강신애 중에서 ]

출처 : 전북일보 

 

예술·심리·철학·문학 분야 전문가와 함께 만나는 인문학

 

전북교육문화회관, 4~7월 ‘마음을 채우는 끌림의 인문학’ 강연 운영   

--예술·심리·철학·문학 분야의 전문가와 함께 인문학으로 마음을 채운다.

전북교육문화회관은 오는 7월까지 총 12회에 걸쳐 지역주민과 학생을 대상으로 마음을 채우는 끌림의 인문학 강연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이번 강연은 특정 주제의 명사를 초청, 소통과 배움을 통해 지적 욕구 충족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마련했다. 5월부터 7월까지 주제별 3회씩 명사와의 이야기 시간을 펼칠 예정이다.

5월 6일 시작하는 강연의 첫 주자로는 하브루타부모교육 연구소 김금선 소장이 나선다. 김 소장은‘심리’라는 주제에 맞춰 ‘하브루타 대화법과 독서법’을 소개할 계획이다.

6월의 주제는 ‘철학’이다. 한국사마천학회의 김영수 이사장이 강사로 나서 ‘사마천, 인간의 길을 묻다’를 주제로 지역주민과 만난다.

7월까지 이어지는 ‘문학’주제 강연에서는 나사렛대학교 문학치료학과 이봉희 명예교수의 ‘내 마음을 만지다-나를 찾아가는 글쓰기문학치료’를 운영할 예정이다.

7월 8일부터는 융합미술연구소 크로싱 대표인 이은화 작가가 ‘유럽 미술관 산책’을 주제로 강연에 나선다.

이번 강연은 누구나 무료로 참여할 수 있으며 전북교육문화회관 홈페이지를 통한 온라인 신청와 당일 현장 신청으로 접수하고 있다.

전북교육문화회관 관계자는 “지역 독서문화 중심 기관으로서 학생과 학부모의 삶을 풍요롭게 해줄 인문학 강연을 준비했다”면서 “코로나19의 감염 예방을 위해 추후 강의 일정이 변동될 경우 홈페이지와 SNS를 통해 공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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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아직 우리의 삶을 변화시키기 전 작년 겨울에 계획된 프로그램이다.
[내 마음을 만지다] 글쓰기문학치료 강의/워크숍에서는 코로나19의 시대에 맞춰  마음을 만지는 새로운 프로그램으로 일부 내용을 바꾸려고 계획 중이다.

돌멩이-정호승

 

아침마다 단단한 돌멩이 하나
손에 쥐고 길을 걸었다
너희 중에 죄 없는 자 먼저 돌로 쳐라...
누가 또 고요히
말없이 소리치면
내가 가장 먼저 힘껏 돌을 던지려고
늘 돌멩이 하나
손에 꽉 쥐고 길을 걸었다
어느날
돌멩이가 멀리 내 손아귀에서 빠져나가
나를 향해 날아왔다
거리에 있는 돌멩이란 돌멩이는 모두 데리고
나를 향해 날아와
나는 얼른 돌멩이에게 무릎을 끓고
빌고 또 빌었다

[침묵]

 

그 곳에
사람들은 급히 발자국만 남기고 떠나갔다
멋지다, 왁자지껄 감탄 한마디씩 하고 ...
몇몇은 행복한 표정으로 사진을 찍고
서둘러 떠났다
늘 갈 길이 급했으므로
해지기 전 산을 넘어가야 했으므로
넘어가야 할 산은 늘 있으므로
돌아가야 할 곳이 늘 있으므로
발자국만 어지러이 남는 외딴 곳
바다도 먼 산도
어스름도
아름다움도
이젠
말이 없다
기다림이 사라진 곳
침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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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P

  [들판을 푸르게 하는 것은 잡초다 -이문조]

 

  저 푸른 들판을 보라
  얼마나 아름다운가

  들판을 푸르게 하는 것은
  잘난 장미도 백합도 아니다

  이름도 없는
  있어도 불려지지도 않는
  잡초
  누가 시키지 않아도
  제각기 자리 잡아
  제 역할에 충실한 들풀

  그들이 들판을 푸르게 한다
  소리 없는
  그들이 세상을 지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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