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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하 - 빈 들판

 

빈 들판으로 바람이 가네 아아

빈 하늘로 별이 지네 아아

빈 가슴으로 우는 사람 거기 서서

소리 없이 나를 부르네

 

어쩌나  어쩌나 귀를 기울여도

마음 속의 님 떠날 줄 모르네

 

빈 바다로 달이 뜨네 아아

빈 산 위로 밤이 내리네 아아

빈 가슴으로 우는 사람 거기 서서

소리 없이 나를 반기네

 

(출처: [나무생각] 1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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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영화에서 엠마 톰슨이 앤소니 홉킨스에게 저녁에 불이 들어오는 시간이 가장 아름답다고 말을 한 것이 생각난다.

뒤늦게 깨달은 그러나 시간을 되돌릴 수 없는 안타까운 사랑이야기였다.

 

어스름이 내려오는 시간, 특히 늦은 봄 땅거미가 지는 시간을 가장 괴로워했다.

가장 아름다운 시간이기에 유독 아팠다. 유독 외로웠다. 유독 그리웠다.

그리고 유독 알 수 없는 슬픔이 밀려오는 시간이었다.

 

아직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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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부활하는 사랑의 진한 빛깔 진달래여

네 가느단 꽃술이 바람에 떠는 날

상처입은 나비의 눈매를 본 적이 있니

견딜 길 없는 그리움의 끝을 보았니

봄마다 앓아 눕는 우리의 지병은 사랑

 

                                      - 이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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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부활하는 나의 봄

그래 나는 해마다 너를 앓는다

신음소리도 낼 수 없는

선홍색 앓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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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 이브라임 훼레


나의 영혼은 슬프고 무거워

나의 이 고통 숨기고 싶어.

꽃들은 알면 안 돼

난 원치 않아.

아름다운 꽃들이

인생의 슬픔을 알게 하면 안 돼


나의 이 슬픔을

꽃이 알면

나와 함께 울게 될 거야.

고요히 꽃들이 자고 있어

붓꽃과 백합, 그들은

그들은 내 슬픔을 알면 안 돼

내 눈물을 보면

꽃들이 죽어버려


그들은 내 슬픔을 알면 안 돼

내 눈물을 보면

꽃들은 죽어버려


넝쿨장미가 담을 넘고 있다
현행범이다
활짝 웃는다
아무도 잡을 생각 않고 따라 웃는다
왜 꽃의 월담은 죄가 아닌가?

[웃음의 힘 - 반칠환]

 

피곤한 하루의 나머지 시간이 눈을 깜짝거린다
세계는 그러한 무수한 간단(間斷)

오오 사랑이 추방을 당하는 시간이 바로 이때이다
내가 나의 밖으로 나가는 것처럼

눈을 가늘게 뜨고 산이 있거든 불러보라
나의 머리는 관악기처럼
우주의 안개를 빨아올리다 만다

[피곤한 하루의 나머지 시간 - 김수영]

 

신간 '나의 길을 찾아서', 하고 싶은 일을 찾아 행복해진 청춘의 뉴욕 도전기

 

저자 김애린, 성연지, 이세희, 이한소, 홍경선/퓨처미디어(2016)  

 

 

“하고 싶은 일이 없다”, “뭐가 되고 싶은지 모르겠다”는 청춘들에게 추천할만한 신간이 나왔다.

‘나의 길을 찾아서’(퓨처미디어)는 뉴욕에 있는 구글, 랜도, 팬타그램, R/GA, 영 앤 루비컴(Y&R)에 입성한 한국의 젊은 디렉터와 디자이너 5명이 겪어낸 유학생활과 취업과정 그리고 회사에서의 생존기이다. 김애린, 성연지, 이세희, 이한소, 홍경선이 바로 그들이다.

인턴으로 입사해 정규 직원으로 채용된 이들은 인터넷, 광고, 브랜딩, 디지털 에이전시 등 창조산업계 각 분야에서 일해 온 자신들의 하루하루 일상을 마치 다큐처럼 ‘뉴욕의 일주일’이라는 프레임으로 압축하여 생생하게 보여준다.  

이들이 원했던 건 딱 한 가지, ‘내가 진짜로 하고 싶은 일’을 찾아 ‘행복’해지는 것이다. 그것은 ‘디자인’이었고, 이들을 자연스럽게 이끈 곳은 뉴욕이었다. 그곳에서 ‘잔인한 동물들의 학교’라 불리는 디자인 학교 SVA 수업을 통과했다. 앞만 보고 달렸으며, 실무 경험을 쌓기 위해 인턴십을 방학 때마다 2, 3개씩 7개 회사를 다니는 등 뉴욕에서 본능적으로 살아남기 위해 노력했다. 그렇게 4년간 작업한 포트폴리오와 이력서를 여러 회사에 넣고, 인터뷰를 하면서 마음 졸이며 합격 통지서를 기다리는 혹독한 취업 과정을 견뎠다. 그 대가로, 이들은 청소부라도 들어가고 싶었던, 원하는 회사의 합격 통지서를 받을 수 있었다. 이들은 현재 3년에서 7년차로 뉴욕의 치열한 비즈니스 세계에서 각자 저마다의 재능을 발휘하며 성장해 가고 있다.  

각기 다른 색깔과 개성을 지닌 이들의 청춘을 따라가다 보면 공통점을 몇 가지 찾게 된다. 힘든 일도 끝까지 해결해 내는 인내심과 도전의식으로 똘똘 뭉쳤다는 것, 자신의 일을 즐기면서 세상 혹은 타인과 소통하는 일에 게으르지 않다는 것, 그리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한 분명한 건, ‘무조건 견디어 살아남는’ 성공이 아니라 진정으로 원하는 ‘자신의 길’을 찾아서 ‘행복’해지고 싶다는 삶의 자세와 노력하는 과정이다.  

이들의 배경과 무관하게 이 책의 어느 지점에서든 독자들은 ‘행복’을 찾아가는 자신들의 현재 또는 늘 갈구해 온 내면의 모습을 만나게 된다. 그러면서 잠자고 있던 어떤 희망과 용기가 깨어나는 것을 느끼게 된다.  

세계 정상의 창조적인 회사에서 이루어지는 작업 프로세스는 물론이고 그 구체적인 업무 노하우와 팁들은 보너스다. 이 시대, 전 세계 젊은이들의 꿈의 직장으로 꼽는 구글등 쟁쟁한 직장에서의 경험을 ‘구글과 함께 하는 일주일’의 형식으로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요일별로 생생하게 풀어내 읽는 재미와 정보를 더했다.  

이 책을 읽고, 이들처럼 용감한 도전에 나설 이들에게 저자들의 소감은 멀리서 반짝거리는 등대의 불빛이 될 듯해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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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에서 내로라하는 그 많은 실력자들 가운데, 내가 어떻게 꿈의 직장이라 하는 구글의 취업에 성공할 수 있었을까? 나만의 전략이 필요했다. 내가 회사를 찾는 게 아니라 그들이 나를 찾게 하는 전략! 그렇게 해서 꿈에 그리던 구글러가 될 수 있었다.”(구글 이세희)

“나는 내가 좋아하는 일을 찾아서 행복하다. 과감하게 도전하고 치열하게 노력해서 얻었기 때문에 보상처럼 행복을 안겨 준다. 나는 디자인과 관련된 일을 계속하면서 살아갈 것 같다. 그러나 이 길이 나에게 영원한 행복을 보장한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어느 순간 내가 더 행복할 수 있는 길을 찾는다면 난 주저 없이 새로운 길을 갈 것이다. 전에도 그랬듯이???”(랜도 어소시에이츠 홍경선)

“내 인생에서 평생 할 일을 찾은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뚜렷한 목표가 생겼고, 디자인을 부전공으로 시작했다. 그리고 졸업과 함께 뉴욕 SVA로부터 합격 통지서까지 받았다. 못할 것이라는 남들의 편견을 깨고 스스로 흘린 땀이 자랑스러워서, 또 서러워서 참았던 울음을 한꺼번에 터뜨렸다. 비록 늦은 나이에 꿈을 찾았지만 용기를 내어 최선을 다해 거북이처럼 사는 내 모습이 만족스럽고 자랑스러울 뿐이다.”(R/GA 김애린-현재 Adobe Senior Staff Designer) 

“이제 겨우 난 3년 반 차, 아직은 너무나 햇병아리이다. 그래서 아직까지는 좋은 디자인이 무엇인지, 내가 어떤 디자인을 해야 하는지 모른다. 아직도 헤매는 중이다. 이제까지 헤매왔고, 앞으로도 한참을 더 헤매야 하기에 아직은 내일이 궁금하고, 일주일 후, 한달 후, 그리고 몇 년 후의 내가 기대된다.”(전 팬타그램 근무 성연지) 

“초고를 쓰고 난 뒤, 몇 달 동안 우울했다. 타성에 젖어 있던 내 삶을 다시 한번 관찰할 수 있었다. 뭔가 이뤄낸 것도 있지만 반복적이어서 이제는 익숙해진 벽지 무늬 같은 일주일 속에서 많은 생각들이 떠올랐다. 앞으로 내가 나아가야 할 길은 어느 방향으로 뻗어 있고, 어디로 향해가는지, 또 나는 지금

 얼마나 왔고, 잘 가고 있는지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다.”(Y&R 디자이너, 이한소)

384 쪽/ 22,000원  
<뉴미디어팀 news@sportsseoul.com> 

(c)(스포츠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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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0003463

출판사 서평

책소개

내가 원했던 건 딱 한 가지,
‘하고 싶은 일’을 찾아 ‘행복’해 지는 것


[나의 길을 찾아서]는 뉴욕에 있는 구글, 랜도, 팬타그램, R/GA, 영 앤 루비컴(Y&R)에 입성한 한국의 젊은 디렉터와 디자이너 5명이 겪어낸 유학생활과 취업과정 그리고 회사에서의 생존기이다. 김애린, 성연지, 이세희, 이한소, 홍경선이 바로 그들이다. 인턴으로 입사해 정규 직원으로 채용된 이들은 인터넷, 광고, 브랜딩, 디지털 에이전시 등 창조산업계 각 분야에서 일해 온 자신들의 하루하루 일상을 마치 다큐처럼 ‘뉴욕의 일주일’이라는 프레임으로 압축하여 생생하게 보여준다.
.....


출판사 서평

“무엇이 나를 행복하게 하는가?”


이는 기획자(AE)로 3년간 잘 다니던 광고 회사를 그만두고 뉴욕으로 날아가 디자이너로 인생을 갈아탄 홍경선이 매 순간 자신에게 묻는 질문이다. 어느 날, 문득 그는 ‘무엇이 나를 행복하게 하는가?’ 라는 생각에 빠졌고, 밤새워 그림 숙제를 즐겁게 했던 어릴 적 기억을 되살려 냈다. 그러고는 스물 여덟에 뉴욕에서 디자인을 다시 공부하여 랜도에 입사했다. 그는 지금 이렇게 말한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찾아서 행복하다.”

“포기하지만 않으면 이룰 수 있다.”

김애린은 중.고등학교 시절,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했다. 지독한 고독감에 쌓여 하루에 만화책 50여권씩을 읽기도 했으며, 고3 때는 오락실에서 펌프를 하면서 보냈다. 그랬던 그가 한국에서 연대 건축공학과를 졸업하자마자 뉴욕으로 날아가 다시 디자인을 공부하여 디지털 에이전시 R/GA에서 3년차로 일하고 있다.  
교환학생으로 간 UC 버클리에서의 디자인 수업이 전환점이었다. “내 인생에서 평생 할 일을 찾은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고 회상하는 그는 “그 누구도 포기하지만 않으면 무엇이든지 이룰 수 있다는 희망이 되고 싶다.”고 했다.


“현재를 잡아라. 지금 이 순간 최선을 다하는 거야!”

“부모님께 내가 옳은 길을 선택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집중했다.”는 이한소는 SVA에서 해마다 목표를 세우고 하나씩 이루어 나갔다. 최고 성적을 올리고 유지하는 것, 원하는 회사에 취업하는 것 등이었다. 광고 회사 영&루비컴(Y&R)에 아트디렉터로 입사하여 현재 5년차로 일하고 있는 그는 자신의 앞날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두렵기도 하지만 그럴 때마다 속으로 이렇게 외친다. “현재를 잡아라. 내 앞에 놓인 지금 이 순간, 즐겁게 최선을 다해 사는 거야!”

뉴욕의 일주일, “새벽 2시를 또 찍고야 말았다.”

‘뉴욕의 일주일’을 살아가는 다섯 명의 일상에서 입 속으로 중얼거리며 삼키는 몇 가지 에피소드를 무작위로 뽑아 나열해 본다면???.
“출근길 뉴욕 지하철은 전쟁이다. / 새로운 프로젝트가 시작되면 여전히 막막하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쓸 만한 아이디어는 다 나왔는데. / 구체적이지 않은 브리프, 주어지지 않은 전략. / 이제야 알았다. 점심 먹는 것을 또 까먹었다는 사실을. / 새로운 마케팅 컨셉이라, 도대체 뭘 해야 하지. / 난 왜 새로운 생각이 나지 않는 걸까? / 아이디어가 떠올랐지만 과연 설득력이 있을까. / 결국 며칠을 새벽 1시까지 했던 작업을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한다. 아, 이럴 땐 정말 힘이 쭉 빠진다. / 오늘도 야근, 새벽 2시를 또 찍고야 말았다. / 우유부단해서 무엇을 원하는지 모르는 클라이언트와 끝없는 싸움을 하는 것도 지친다. / 일을 하다 보면 상사에 대한 불만이 쌓이고, 마찰도 존재한다. 나와 마르코의 관계도 그렇다. 결국 그에게서 떠나기로 했는데, 꼬박 2년이 걸렸다.

아팠던 청춘을 견뎌낸, 그리고 사회로 진출한 현장의 이야기

이 책은 분명 ‘대학에서 흔들리는, 아픈 청춘들을 따뜻한 위로의 말로 보듬어 주는’ 메시지가 아니다. 아팠던 청춘을 견뎌낸 그 자신들의 기록이며, 사회에 진출하여 맞닥뜨린 또 다른 현실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꿈과 행복을 찾아가는 모습이다.
어찌보면 최신의 트렌드를 이끌어 가는 뉴욕에서, 그것도 세계적인 명성을 자랑하는 회사에 입성한 성공기로 비칠 수도 있다. 맞는 말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과 ‘행복’을 찾아 가는, 즉 나의 길을 찾아 가는 과정에 더 많이 공감하게 될 것이다.
이를 통해 독자들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기에 더욱 불안한 자신의 현실과 미래를 비교하거나 탐험(시뮬레이션)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과연 지금 내가 잘하고 있는 건지, 이 길이 내가 가야하는 길인지 되돌아 보고 검증해 보게 될 것이다. 나아가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또 어떻게 해야 내가 행복해 질 수 있는지에 대해 다시 한번 고민해 보게 될 것이다. 그 과정에서 어쩌면 해답과 함께 새로운 확신과 용기까지 얻게 될 지도 모른다.

진짜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아서

이 책은 뉴욕의 창조산업계에서 아트 디렉터와 디자이너로 각각 일하고 있는 다섯 명의 솔직한 자기 고백이며, 청춘사용법이다. 이를 ‘뉴욕의 일주일’이라는 프레임으로 압축하여 자신들이 좌충우돌하며 살아온 드라마틱한 청춘을 다큐처럼 생생하게 보여준다.
인물들의 현재 나이는 적게는 스물 여섯에서부터 많게는 서른 다섯. 직장 경력은 3년차에서 7년차에 이른다. 각기 다른 색깔과 개성을 지녔지만, 이들에게는 겉으로 드러나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평생 할 수 있는 일로 ‘디자인’을 찾았다는 것, 그래서 뉴욕의 디자인 학교 SVA에서 공부했다는 것, 그리고 뉴욕에 위치한 세계적인 회사에 취업하여 일했다는 점이다. 그러나 궁극적인 것은 딱 한 가지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아서 ‘행복’해지는 것. 즉 나의 길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그 어느 지점에서든 독자들은 ‘행복’을 찾아가는 자신들의 현재 또는 늘 갈구해 온 내면의 모습을 만나게 된다. 그러면서 잠자고 있던 어떤 희망과 용기가 깨어나는 것을 느끼게 된다. 세계 정상의 창조적인 회사에서 이루어지는 작업 프로세스는 물론이고 그 구체적인 업무 노하우와 팁들은 보너스다.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

 


 

 

상현 - 나희덕

 

차오르는 몸이 무거웠던지

새벽켝 능선 위에 걸터앉아 쉬고 있다

 

신도 이렇게 들키는 때가 있으니!

 

때로 그녀도 발에 흙을 묻힌다는 것을

외딴 산모퉁이를 돌며 나는 훔쳐보았던 것인데

어느새 눈치를 챘는지

조금 붉어진 얼굴로 구름사이에 사라졌다가

다시 저만치 가고 있다

 

그녀가 앉았떤 궁둥이 흔적이

저 능선 위에는 아직 남아있을 것이어서

능선 근처 나무들은 환한 상처를 지녔을 것이다

뜨거운 숯불에 입술을 씻었던 이사야처럼

초승달 - 곽말약(중국시인/1892-1978)

 

초승달이 낫 같아

산마루의 나무를 베는데

땅위에 넘어져도 소리나지 않고

곁가지가 길 위에 가로 걸리네

맨발 -문태준

 

어물전 개조개 한 마리가 움막 같은 몸 바깥으로 맨발을 내밀어 보이고 있다

죽은 부처가 슬피 우는 제자를 위해 관 밖으로 잠깐 발을 내밀어 보이듯이 맨발을 내밀어 보이고 있다

펄과 물속에 오래 담겨 있어 부르튼 맨발

내가 조문하듯 그 맨발을 건드리자 개조개는

최초의 궁리인 듯 가장 오래하는 궁리인 듯 천천히 발을 거두어 갔다

저 속도로 시간도 길도 흘러왔을 것이다

누군가를 만나러 가고 또 헤어져서는 저렇게 천천히 돌아왔을 것이다

늘 맨발이었을 것이다

사랑을 잃고서는 새가 부리를 가슴에 묻고 밤을 견디듯이 맨발을 가슴에 묻고 슬픔을 견디었으리라

--- 하고 집이 울 때

부르튼 맨발로 양식을 탁발하러 거리로 나왔을 것이다

맨발로 하루 종일 길거리에 나섰다가

가난의 냄새가 벌벌벌벌 풍기는 움막 같은 집으로 돌아오면

--- 하고 울던 것들이 배를 채워

저렇게 캄캄하게 울음도 멎었으리라

나사렛대학교 재활복지대학원 문학치료학과 

제 2회 국제 문학치료 워크숍

KNU 2nd International Poetry Therapy Workshop

 

Hearing the Tongue of Wood:

Poetry, Imagination & the Capacity of Happiness

 

초청강사: Dr. Alma Rolfs (시인, 전미문학치료학회 회장)

통역 및 진행: 이봉희교수(CAPF/CJF, 문학치료학과  교수)

 

일시: 2015. 11. 1.(일) 9:00-12:00

장소: 강남성모병원 성의회관 614

 

 

주관: 나사렛대학교 대학원 문학치료학과

협조: 한국글쓰기문학치료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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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사렛대학교 문학치료학과(대학원)는 미국의 국제문학치료협회(IFBPT/전 NFBPT)와 협약하에 그  기준에 따른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으며 국내에서 유일하게 미국공인문학치료사/저널치료사 교수가 문학치료와 저널치료를 교육하는 기관임.

(참고 http://journaltherapy.org/3087)    

 

 

 

 

나사렛대학교 재활복지대학원 문학치료전공은 지난 111() 오전 9시부터 강남성모병원 성의회관에서 10여명의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미국 NAPT(전미 문학 치료학회)회장인 알마 롤프스 박사(Dr. Alma Rolfs)를 초청하여 ‘Hearing the Tongue of Wood’라는 주제의 특강과  소그룹문학치료 실습워크숍을 가졌다.

 

알마 롤프스 박사는 시적 상상력이 갖는 치유적 힘과 공감능력에 대해서 강의하고 치료워크숍을 시행하였다. 진행은 문학치료학과 이봉희 교수의 통역으로 이루어졌다. 롤프스교수는 대학원생들의 글쓰기와 수준 높은 그룹역동에 감동적인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말하면서 지금까지 한 치료워크숍 중 최고의 경험이었다고 하였다.

자화상 - 한하운(1949)

 

한 번도 웃어본 일이 없다

한 번도 울어본 일이 없다.

웃음도 울음도 아닌 슬픔

그러한 슬픔에 굳어버린 나의 얼굴.

도대체 웃음이란 얼마나

가볍게 스쳐가는 시장끼냐.

도대체 울음이란 얼마나

짓궂게 왔다가는 포만증飽滿症이냐.

한때 나의 푸른 이마 밑

검은 눈썹 언저리에 매워본 덧없음을 이어

오늘 꼭 가야 할 아무데도 없는 낯선 이 길머리에

쩔룸 쩔룸 다섯 자보다 좀더 큰 키로 나는 섰다.

어쩌면 나의 키가 끄으는 나의 그림자는

이렇게도 우득히 웬 땅을 덮는 것이냐.

지나는 거리마다 쇼윈도 유리창마다

얼른 얼른 내가 나를 알아볼 수 없는 나의 얼굴.

바람 사나운 거리
파랗고 긴 하늘 아래
너 참 많구나
나 참 많구나
우리 모두 밤하늘의 별처럼
흩어져 있구나

[생각 - 강은교]

지난 주 인사동에 모였다가 인사동 가나아트센터에서 하모니즘으로 유명한 김흥수 화백(1919-2014)의  작고 1주기전을 만난 건 행운이었다.  그의 강렬한 색채에 매료되고 말았다. 무엇보다 수십점에 이르는 대작들을 맘 껏 볼 수 있어서 정말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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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흥수(1919-2014)의 작품 세계는 구상과 추상의 이질적인 요소 간 조화를 꾀하는 ‘하모니즘’으로 통한다. 일제강점기인 1937년, 17세의 나이로 제16회 조선미전전람회에 입선해 실력을 인정받았던 그는 1955년 프랑스 유학을 통해 야수파, 입체파 등을 섭렵하며 다채로운 색채의 쓰임을 터득한다. 1967년부터 12년간 미국에 체류하며 교직과 창작활동을 병행했던 그는 귀국할 무렵인 1977년 하모니즘을 선언하며 예술가로서의 전환점을 맞는다. 하모니즘은 음양의 조화를 중시하는 동양사상이 모태다. 구상과 추상이 공존할 때, 즉  서로 상반되는 극과 극이 하나의 세계로 어우러질 때 화면이 비로소 온전해진다는 미술관을 담고 있다. 즉 화면에 대상은 객관적으로 재현하고, 정신은 추상으로써 표현하는 것을 말한다.  


“그 당시 추상회화의 출현 그 자체는 나의 흥미를 끄는 초점이 될 수 없었다. 왜냐하면 우리는 이 새로운 양식을 무조건 따를 것이 아니라 또 다른 비전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음과 양이 하나로 어울려 완전을 이룩하듯 사실적인 것과 추상적인 두 작품 세계가 하나의 작품으로서 용해된 조화를 이룩할 때 조형의 영역을 넘은 오묘한 조형의 예술세계를 전개하게 된다. 이것은 궤변이 아니다. 진실인 것이다. 극에 이른 추상의 우연의 요소들이 사실 표현의 필연성과 조화를 이룰 때 그것은 더욱 넓고 깊은 예술의 창조성을 지니게 되는 것이다."


'한국의 피카소'로도 불렸던 김 화백은 '누드의 대가'이기도 했다.

그는 생전에 43세의 나이차를 극복한 사제지간의 사랑과 결혼으로 작품 외적으로도 큰 관심을 받았다. 30년 세월을 함께 한 아내는 1년 6개월 먼저 난소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국민일보 손영옥기자 글과 네이버 뉴스 정순민의 글을 참고하여 작성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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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흥수는 88올림픽 때 초기 하모니즘 대표작품 16점이 당시 표구상의 화재로 인해 모두 불타버리는 사건을 겪었었다. 그 충격은 우리들은 짐작할 수도 없을 것이다. 그는 그 일을 떠올리면   팔과 다리가 잘려 나간 것 같아 그 후로도 계속 악몽에 시달린다고 할 정도였다.  (그 당시 우리에겐 김흥수의 그림이 한 점 있었고 김흥수화백이 자신의 그림을 찾는다는 말이 있었다. 어느날 슬그머니 그 그림은 없어졌다.... ) 전해지는 말로는  전화로 소식을 먼저 전해들었던 김흥수에게 표구상 사장님이 집문서를 들고 찾아갔으나 화백은 아파트가 떠나가라 “으으음!” 하는 동물울음 같은 괴성을 토해내고 그뿐이었다고 한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듯 “할 수 없지. 다시 그려야지” 하면서 찻잔을 드시더란다. 물론 손해배상 같은 말은 입밖에도 내지 않았다고 한다.


마음에 계속 남아있는 그림들 중  몇 점만 찾아서 올려본다.

 

김흥수- 허세

 


음과 양

 

 

망부가

 

 

 

미의 심판

 

 

 

 


전쟁과 평화 

 

올 여름엔 뉴욕을 못가서 허전했는데 김흥수전과 디올전으로 조금이나마 위안을..

독립을 향한 갈망은 의존하고자 하는 소망만큼 원초적이고 강렬하다. 

photo by bhlee


창문 밖, 사막, 바라보고 있다
내세의 모래 언덕들, 전생처럼 불어가는 모래의 바람
창가에서 이십 년쯤 만났던 노래를 들으며
찻잔을 훌쩍이다가, 나는 결정한다.
이제껏 내가 먹여 키워왔던 슬픔들을
이제 결정적으로 밟아버리겠다고
한때는 그것들이 날 뜯어먹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내 자신이 그것들을 얼마나 정성스레 먹여 키웠는지 이제 안다
그 슬픔들은 사실이었고, 진실이었지만
그러나 대책없는 픽션이었고 연결되지 않는 숏 스토리들이었다
하지만 이젠 저 창 밖 풍경, 저 불모를 지탱해주는 눈먼 하늘의 흰자위
저 무한으로 번져가는 무색 투명에 기대고 싶다
더스트 인 더 윈드, 캔자스   

[더스트 인 더 윈드, 캔사스-최승자]

 

화요일 전북대 한중문화사업단 초청 특강에 초대되어 갔었다.  중문과에 우리나라에서 정말 드믈게 서예과목이 있었다. 교수는 유명한 서예가 김병기 교수. 정말 많은 일을 하고 계신 교수님이다.  학생들에게 서예를 시키면 아이들의 마음이 정화되고 안정되고 치유되는 것을 느끼신다고.

 

한옥마을(이곳은 또 언제 다시 이야기 하기로 하고)과 여기저기 차로 데리고 다니면서 자세한 설명을 해주셨다. 

전주향교 마루에 앉아서는 낭낭한 목소리로 한시도 낭송해주시고.....

강암 서예관에도 가서 강암 송성용 선생의 서예를 감상했다.  교수님으로부터 한시의 의미와 작품 설명과 함께 들으니 그 분의 수묵화와 서예의 예술성을 조금이나마 더 잘 알수 있었다.  강암은 바람에 날리는 풍죽을 그린 화가로 유명하다.

 

그 중에 마음에 남은 작품중 하나는 수묵화와 함께 쓴 한시, 풍죽(風竹)이다. 그 한시의 해석은...

 

풍죽(風竹)

 

미풍이 불어 올때면 빙그레 웃다가

바람이 드세질때면 불평소리를 내기도 하지

아직도 악기를 다루는 명인을 만나지 못해

할일 없이 커다란 음악소리를 안으로만 감추고 있구나.

 

(대나무가 장차 큰 악기가 될 수 있는 재목인데

아직 명인을 만나지 못해 그 음악소리를 표현 못하고 속으로 감추고 있다는 뜻)

 

강암이 쓴 일지암이라는 글(서예작품)이 또 마음에 남았다.   서예작품 옆에 초의선사가 머물던 일지암 사진도 있었다.  쓸쓸한 듯 보이는 아주 작은 암자.  시승(詩僧) 초의선사가 그의 시상(詩想)에 가지는 수많으나 새가 깃드는 가지는 오직 하나로, "나는 새는 한가지의 나무에만 있어도 편안하다."는 데에서 '일지암(一枝庵)'이라는 암자이름을 얻었다고 한다.  강암의 글씨에서 '암'자는 마치 지붕아래 사람이 앉아 있는 듯이 보여서 그렇게 말했더니 그런 해석을 처음 들어봤다면서 보니 정말 그렇다고 김병기 교수님이 재미있어하셨다. 또 감동적인 것은 76세인가에 8시간동안 쉬지 않고 천자문을 쓰신 작품이었다.  정말 대단한 열정과 정신력과 에너지시다. 끝까지 글자가 흩어지지도 힘이 약해지지도 않으시고 한결 같이 쓰시다니.  교수님의 설명을 다 기억 못하는 게 아쉽다.

 

케이티엑스 역까지 태워주시고 기차시간 기다리기 무료할까봐 친절하게 또 곁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가셨다.  김일로라는 시인의 시를 들려주셨던 게 가장 기억에 남는다. 내가 일본 하이쿠 시를 언급하자 우리나라에도 그런 비슷한 영역을 개척한 유일한 시인이 있다면서 김일로를 소개해주셨다.

 

꽃씨 하나 얻으려고 일 년

그 꽃 보려고 다시 일 년   (김일로)

 

김일로가 쓴 시 중  또 가슴을 울린 시는

 

저 숨결 저 몸짓

풀 한포기  돌 하나였으면 좋을 것을

 

이것을 김일로는 또 한시로 옮겼다는데 그게 기막혔다. 

一石草人不及

 

정말 감사한 마음이 가득이다. 내가 중문과 교수님들과 대학원생을 놓고 무슨 강의를 하면 좋을까 하고 고민하는 맘으로 갔는데 2시간 예정이던 것을  쉬는 시간도 없이3시간이 되도록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그리고 오히려 내가 더 많은 것을 배우고 느끼고 와서 되로 주고 말로 받는다는 게 이런 건가보다 싶다.  들고 가기 무겁다고 교수님께서 책과 도록 등을 보내주신다고 하셨다. 그리고 오늘은 K교수님이 자신이 번역하신 중국 소설3권을 보내주셔서 참 감사히 받았다.

언젠가 다시 가고 싶다. 특히 땅거미 진 후  전주천 길도, 한옥마을도 걸어보고 구석구석 들어가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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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남 두륜산 자락에 위치한 단촐한 암자 일지암은 초의 선사가 39세였던 1824년에 지어 40여 년간 기거한 한국 차 문화 중흥의 상징인 곳이다. 초의 선사는 추사 김정희, 다산 정약용 등 당대의 명사, 시인, 예인들과 폭넓게 교류하면서 이곳에서 다서()의 고전인 『동다송』을 저술하고 『다신전』을 정리했다고 한다.  『동다송』은 차의 효능과 산지에 따른 품질, 만들고 마시는 법 등을 적은 것으로 우리나라 최초의 차에 관한 책이며 동다(), 즉 우리나라 차에 대한 예찬을 담고 있다고 한다.(하지만 초의 선사 입적 후 일지암은 화재로 소실되었고, 현재의 일지암은 1970년대에 복원된 것이다.  차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성지와 같은 곳이다."[네이버 지식백과]

오래된 농담- 천양희 


회화나무 그늘 몇평 받으려고
언덕 길 오르다 늙은 아내가
깊은 숨 몰아쉬며 업어달라 조른다
합환수 가지끝을 보다
신혼의 첫밤을 기억해 낸
늙은 남편이 마지못해 업는다
나무그늘보다 몇평이나 더 뚱뚱해져선
나, 생각보다 무겁지? 한다
그럼, 무겁지
머리는 돌이지 얼굴은 철판이지 간은 부었지
그러니 무거울 수 밖에
굵은 주름이 나이테보다 더 깊어보였다
 
굴참나무 열매 몇 되 얻으려고
언덕 길 오르다 늙은 남편이
깊은 숨 몰아 쉬며 업어달라 조른다
열매 가득한 나무끝을 보다
자식농사 풍성하던 그날을 기억해낸
늙은 아내가 마지못해 업는다
나무열매보다 몇 알이나 더 작아져선
나, 생각보다 가볍지? 한다
그럼, 가볍지
머리는 비었지 허파에 바람 들어갔지 양심은 없지
그러니 가벼울 수 밖에
두 눈이 바람 잘 날 없는 가지처럼 더 흔들려 보였다
 
농담이 나무그늘보다 더더 깊고 서늘했다

 

here only for therapeutic and/or educational purposes/ 음악은 이곳에서만 교육/치유적 목적으로만 사용됨.

 

스테판의 곡 해석을 조금이라도 더 잘 느낄 수 있게 늘 듣는 귀에 익은 유명한 곡을 그의 연주로 한 번 들어본다.  쇼팽의 녹턴 C샤프 단조 (Stefan Pi Jackiw 스테판 피 재키브는 유럽에서 '천재'라는 극찬을 받는 연주자.  피천득님의 손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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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몸 속에 잠든이 누구신가 - 김선우

 

그대가 밀어 올린 꽃줄기 끝에서

그대가 피는 것인데

왜 내가 이다지도 떨리는지

 

그대가 피어 그대 몸속으로

꽃별 한마리 날아든 것인데

왜 내가 이다지도 아득한지

왜 내 몸이 이리도 뜨거운지

 

그대가 꽃피는 것이

처음부터 내 일이었다는 듯이.

 

(2007)

한 영혼이 인간으로 만들어지기 전 하나님께 소원을 빌었다.

 

"모든 사람들이 나를 사랑하게 해주세요."

 "그럼 좋다. 하지만 대신 너는 그 누구도 사랑할 수 없게 될 것이다."

"그래도 좋습니다." 

 

그래서 그는 왕자로 태어났다. 빼어난 용모, 재능.. 모든이들이 다 그를 보기만 하면 사랑에 빠졌다.

모두 그를 사랑했다. 하지만 그는 아무도 사랑할 수 없었고 아무런 기쁨도 행복도 없었다. 

왕자는 다시 하나님을 찾아갔다.

 

"저도 남을 사랑할 수 있게 해주세요."
"좋다. 하지만 네가 남을 사랑하는 대신에 남들은 아무도 너를 사랑하지 않게 될 것이다. 그래도 좋으냐?"

"좋습니다." 

 

그래서 그는 거지가 되었다.  그는 누구를 보든지 다 사랑스러웠다.

하지만 그들은 아무도 그를 사랑하지 않았으며, 침뱉고 멸시하였다.

그래도 그는 행복했다.   [톨스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