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풍경'에 해당되는 글 269건
초승달 - 곽말약 | 2015.12.24
맨발 - 문태준 | 2015.12.16 자화상 - 한하운 | 2015.10.01 생각- 강은교 | 2015.08.27 더스트 인 더 윈드 3 | 2015.08.01 오래된 농담- 천양희 | 2015.07.06 내 몸속에 잠든이 누구신가 - 김선우 | 2015.06.22 사랑- 톨스토이 | 2015.05.24 아프리카 부족의 영혼의 노래 | 2015.04.18 바람 -장석주 1 | 2015.02.18 말과 별 - 신경림 | 2015.01.14 12월 - 오세영 | 2014.12.23 타오르는 책 - 남진우 | 2014.12.17 이니스프리 호수 섬 -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 2 | 2014.09.19 동백 낙화 - 김상경 | 2014.08.01 해벽(海壁) - 문정희 | 2014.07.08 서한체 II - 박두진 | 2014.05.13 가재미 - 문태준 | 2013.08.22 노을-기형도 3 | 2013.08.18 껌벅이다가 - 최정례 | 2013.01.23 초승달 - 곽말약(중국시인/1892-1978)
초승달이 낫 같아 산마루의 나무를 베는데 땅위에 넘어져도 소리나지 않고 곁가지가 길 위에 가로 걸리네 @ 이 글과 관련된 글 | 덧글 남기기
맨발 -문태준
어물전 개조개 한 마리가 움막 같은 몸 바깥으로 맨발을 내밀어 보이고 있다 죽은 부처가 슬피 우는 제자를 위해 관 밖으로 잠깐 발을 내밀어 보이듯이 맨발을 내밀어 보이고 있다 펄과 물속에 오래 담겨 있어 부르튼 맨발 내가 조문하듯 그 맨발을 건드리자 개조개는 최초의 궁리인 듯 가장 오래하는 궁리인 듯 천천히 발을 거두어 갔다 저 속도로 시간도 길도 흘러왔을 것이다 누군가를 만나러 가고 또 헤어져서는 저렇게 천천히 돌아왔을 것이다 늘 맨발이었을 것이다 사랑을 잃고서는 새가 부리를 가슴에 묻고 밤을 견디듯이 맨발을 가슴에 묻고 슬픔을 견디었으리라 아--- 하고 집이 울 때 부르튼 맨발로 양식을 탁발하러 거리로 나왔을 것이다 맨발로 하루 종일 길거리에 나섰다가 가난의 냄새가 벌벌벌벌 풍기는 움막 같은 집으로 돌아오면 아--- 하고 울던 것들이 배를 채워 저렇게 캄캄하게 울음도 멎었으리라 @ 이 글과 관련된 글 | 덧글 남기기
자화상 - 한하운(1949)
한 번도 웃어본 일이 없다 한 번도 울어본 일이 없다. 웃음도 울음도 아닌 슬픔 그러한 슬픔에 굳어버린 나의 얼굴. 도대체 웃음이란 얼마나 가볍게 스쳐가는 시장끼냐. 도대체 울음이란 얼마나 짓궂게 왔다가는 포만증飽滿症이냐. 한때 나의 푸른 이마 밑 검은 눈썹 언저리에 매워본 덧없음을 이어 오늘 꼭 가야 할 아무데도 없는 낯선 이 길머리에 쩔룸 쩔룸 다섯 자보다 좀더 큰 키로 나는 섰다. 어쩌면 나의 키가 끄으는 나의 그림자는 이렇게도 우득히 웬 땅을 덮는 것이냐. 지나는 거리마다 쇼윈도 유리창마다 얼른 얼른 내가 나를 알아볼 수 없는 나의 얼굴. @ 이 글과 관련된 글 | 덧글 남기기
바람 사나운 거리 @ 이 글과 관련된 글 | 덧글 남기기
photo by bhlee [더스트 인 더 윈드, 캔사스-최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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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농담- 천양희 @ 이 글과 관련된 글 | 덧글 남기기
내 몸 속에 잠든이 누구신가 - 김선우
그대가 밀어 올린 꽃줄기 끝에서 그대가 피는 것인데 왜 내가 이다지도 떨리는지
그대가 피어 그대 몸속으로 꽃별 한마리 날아든 것인데 왜 내가 이다지도 아득한지 왜 내 몸이 이리도 뜨거운지
그대가 꽃피는 것이 처음부터 내 일이었다는 듯이.
(2007) @ 이 글과 관련된 글 | 덧글 남기기
한 영혼이 인간으로 만들어지기 전 하나님께 소원을 빌었다.
"모든 사람들이 나를 사랑하게 해주세요." "그럼 좋다. 하지만 대신 너는 그 누구도 사랑할 수 없게 될 것이다." "그래도 좋습니다."
그래서 그는 왕자로 태어났다. 빼어난 용모, 재능.. 모든이들이 다 그를 보기만 하면 사랑에 빠졌다. 모두 그를 사랑했다. 하지만 그는 아무도 사랑할 수 없었고 아무런 기쁨도 행복도 없었다. 왕자는 다시 하나님을 찾아갔다.
"저도 남을 사랑할 수 있게 해주세요." "좋습니다."
그래서 그는 거지가 되었다. 그는 누구를 보든지 다 사랑스러웠다. 하지만 그들은 아무도 그를 사랑하지 않았으며, 침뱉고 멸시하였다. 그래도 그는 행복했다. [톨스토이] @ 이 글과 관련된 글 | 덧글 남기기
친구들과 함께 들판으로 나가서 태어날 아이의 노래가 들릴 때까지 기도와 명상을 한다. 그들은 모든 영혼은 각자 고유한 향기와 삶의 목적을 나타내는 고유의 진동을 갖고 있다고 믿는다. 임신한 여성이 그 노래에 조율하면, 그들은 큰 소리로 그 노래를 부른다. 그리고 나서 부족에게 돌아와서 다른 모든 사람들에게 그 노래를 가르쳐준다. 태어난 아이에게 그 아이의 노래를 불러준다. 나중에 아이가 교육을 받게 되면 마을 사람들이 모여서 그 아이의 노래를 불러준다. 아이가 성인이 될 때도 사람들이 다시 모여 함께 그 아이의 노래를 불러준다. 그 아이가 결혼할 때도 사람들은 그 노래를 듣게 된다. 그 영혼이 이 세상을 떠나게 될 때 가족과 친구들이 머리맡에 모여서 그가 태어났을 때처럼 노래를 불러 그 사람을 다음 생으로 보낸다. 한 가지 더 있다. 삶의 어느 때이건 그 사람이 죄를 지었거나 사회 규범에서 벗어난 행동을 했을 때 그를 마을 한 가운데로 불러놓고 마을 사람들이 그를 빙 둘러싼다. 그리고 나서 사람들이 그에게 그의 노래를 불러준다.
이 부족은 반사회적 행동을 교정하는 것은 처벌이 아니라, 사랑과 자신의 고유성을 기억하는 것이라고 본다. 우리가 우리 자신의 노래를 알고 있으면, 다른 사람을 해치는 어떤 행동을 할 욕망과 욕구를 갖지 않는다. @ 이 글과 관련된 글 | 덧글 남기기
바람은 몇 개의 길들이 내 앞에 있었지만 거리엔 영원불멸의 아이들이 자전거를 달리고 열매를 상하게 하던 벌레들은 땅밑에 잠들고 거리엔 수많은 사람들의 바쁜 발길과 웃음소리 밤엔 꿈 없는 잠에서 깨어나 여름의 키 작은 채송화는 어느덧 시들고 바람은 저 나무를 흔들며 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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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과 별 - 신경림 @ 이 글과 관련된 글 | 덧글 남기기
12월 - 오세영 불꽃처럼 남김없이 사라져 간다는 것은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 스스로 선택한 어둠을 위해 마지막 그 빛이 꺼질 때 유성처럼 소리 없이 이 지상에 깊이 잠든다는 것은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 허무를 위해서 꿈이 찬란하게 무너져 내릴 때. 젊은 날을 쓸쓸히 돌이키는 눈이여, 안쓰러 마라. 생애의 가장 어두운 날 저녁에 사랑은 성숙하는 것. 화안히 밝아 오는 어둠 속으로 시간의 마지막 심지가 연소할 때, 눈 떠라, 절망의 그 빛나는 눈. ---------------------------------- 122306 @ 이 글과 관련된 글 | 덧글 남기기
타오르는 책 - 남진우
그 옛날 난 타오르는 책을 읽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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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일어나 이제 가리라, 이니스프리로 가리라. 아침의 장막으로부터 귀뚜리가 노래하는 곳에 이르기까지, 그 곳에선 한밤이 은은한 빛으로 가득하고,
[이니스프리 호수 섬 -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 @ 이 글과 관련된 글 | 덧글 남기기
동백 낙화 - 김상경
꽃은 떨어질 수록 누추하고, 찬란하다 선운사 뒷 담장 붉어 누운 그대는 갈 땅에서 더 눈물겹다 맺혀버린 그리움의 무게 알알이 뭉치고 포개져서 그런 것일까 오뉴월 솔바람 소리 귀 기울이다 말 못한 사연은 속으로 타들어가 동종소리 사리되었네 선운사 붉은 누이여! 가슴 저며 저며 누운 지금, 낙조보다 붉으니 외져 지나는 가슴 멍이 들어버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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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벽(海壁) - 문정희
눈물이 우리들 첫 숟갈의 밥이었던 것은 알지만 그것이 바다가 되어 지상을 칠 할하고도 반이나 덮어버린 것은 아무래도 잘 모르겠다
사람의 가슴마다 물결인 것은 아무래도 잘 모르겠다
저 많은 눈물을 누가 다 흘렸을까 한껏 차오르다 기어이 무너지는 낮과 밤 밀려가고 밀려오는 미친 술병들의 바다 거대하게 떠밀리는 언어의 물거품들
어느새 다 마시고 어디로 떠났을까 아무래도 잘 모르겠다 @ 이 글과 관련된 글 | 덧글 남기기
서한체(書翰體) · ∥ - 박두진
달아나다오, 달아나다오. 다시는 내가 너를 찾을 수 없게, 더 멀리 아주 멀리 달아나다오. 별에서 별엘 가듯 달아나다오. 내 앞에 있을수록 더욱 멀은 너, 내게서 멀을수록 더 가까운 너, 없음으로 더욱 있게 달아나다오. 있음으로 더욱 없게 달아나다오. 한밤에 저 서늘어운 푸른 달만큼, 한낮에 저 활활 끓는 금빛 해만큼, 너를 위해 내가 울릴 달빛 딩동댕, 나를 위해 네가 울릴 햇빛 딩동댕. 무량 영원 우릴 위해 열고 닫을 문, 닫힌 문을 열기 위해 달아나다오. 열린 문을 닫기 위해 달아나다오. @ 이 글과 관련된 글 | 덧글 남기기
가재미- 문태준
김천의료원 6인실 302호에 산소마스크를 쓰고 암투병 중인 그녀가 누워 있다바닥에 바짝 엎드린 가재미처럼 그녀가 누워 있다나는 그녀의 옆에 나란히 한 마리 가재미로 눕는다가재미가 가재미에게 눈길을 건네자 그녀가 울컥 눈물을 쏟아낸다한쪽 눈이 다른 한쪽 눈으로 옮겨 붙은 야윈 그녀가 운다그녀는 죽음만을 보고 있고 나는 그녀가 살아 온 파랑 같은 날들을 보고 있다좌우를 흔들며 살던 그녀의 물 속 삶을 나는 떠올린다그녀의 오솔길이며 그 길에 돋아나던 대낮의 뻐꾸기 소리며가늘은 국수를 삶던 저녁이며 흙담조차 없었던 그녀 누대의 가계를 떠올린다두 다리는 서서히 멀어져 가랑이지고폭설을 견디지 못하는 나뭇가지처럼 등뼈가 구부정해지던 그 겨울 어느 날을 생각한다그녀의 숨소리가 느릅나무 껍질처럼 점점 거칠어진다나는 그녀가 죽음 바깥의 세상을 이제 볼 수 없다는 것을 안다한쪽 눈이 다른 한쪽 눈으로 캄캄하게 쏠려버렸다는 것을 안다나는 다만 좌우를 흔들며 헤엄쳐 가 그녀의 물 속에 나란히 눕는다산소호흡기로 들이마신 물을 마른 내 몸 위에 그녀가 가만히 적셔준다 @ 이 글과 관련된 글 | 덧글 남기기
photo by BongheeLee @Sata Fe 무심히 아름답다고 감탄하면서 매일같이 바라보는 노을로부터 가슴에 알 수 없는 아픔이 전해올 때 그 의미를 몰랐습니다. 노을이 불타는 오후, 소각장의 폐휴지처럼 타들어가는 남은 햇살들을 보면서 못 다 태운 채 가슴에 남겨진 나의 열정들이 아파하는 것을 몰랐습니다. 아직도 죽지 못해서 펄펄 살아있는 나는 이제 어디로 가야하는지. @ 이 글과 관련된 글 | 덧글 남기기
껌벅이다가 - 최정례
느닷없이 너 마주친다 해도 @ 이 글과 관련된 글 | 덧글 남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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